방역 모범국에서 경제 회복 선도국으로

2020.06.15 최신호 보기



이제부터 ‘버티기’와 함께 ‘일어서기’ 노력에도 매진한다.
정부가 6월 1일 발표한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내건 구호다.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팬데믹)이 불러온 경제적 충격을 벗어나는 차원을 넘어,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준비하는 성장 동력을 구축하겠다는 의미다. 이를 위해 35조 3000억 원 규모의 3차 추가경정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2020년 편성한 1, 2차 추경을 합친 것보다 많은 추경이면서 사상 최대 규모다. 추경안에는 경제위기 극복에 모든 재정 역량을 동원하겠다는 정부 의지가 실렸다.
하반기 우리 경제의 여건은 안팎으로 악재가 가득하다. 정부와 기업, 가계가 모두 비상한 각오로 힘을 모아야 할 상황이다. 경제적 어려움이 큰 취약계층과 한계기업이 버틸 수 있도록 지원하는 한편, 다시 일어설 수 있는 발판도 마련해야 한다. 정부가 먼저 위기 극복의 길을 제시했다. 가계 소비와 기업 투자의 회복을 위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마중물을 대고, ‘한국판 뉴딜 프로젝트’와 3대 신산업 육성 등으로 새로운 성장 동력을 키워가겠다는 것이다. 이런 취지로 마련된 3차 추경안의 방향과 내용 등을 자세히 알아본다.



의미와 과제
코로나19의 전 세계 확산이 경제에 미치는 충격이 갈수록 깊고 넓어지고 있다. 코로나19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감염병인 것처럼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제적 파장도 유례를 찾을 수 없는 위기로 치닫는 양상이다. 세계 각국은 전방위적 충격에서 벗어나기 위해 전례 없는 수준의 과감한 정책 대응에 나서고 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정부가 역대 최대 규모인 35조 3000억 원의 3차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해 6월 4일 국회에 제출했다.
2020년 들어 정부는 3월에 자영업자·저소득층 지원 및 방역 강화를 위해 11조 7000억 원 규모의 1차 추경을, 4월에는 전체 가구를 대상으로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 위한 12조 2000억 원 규모의 2차 추경을 마련했다. 한 해에 세 차례나 추경을 편성하는 것은 1972년 이후 48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1차와 2차 추경이 코로나발(發) 충격에 대한 긴급 처방이었다면, 3차 추경에는 충격을 이겨내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기회까지 적극 모색하겠다는 정부 의지가 담겨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번 추경안은 우리 경제가 코로나19에서 시작된 미증유의 위기를 극복하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창출하는 소중한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용안정과 사회안전망 확충에 대거 투입
3차 추경에서 11조 4000억 원은 경기 하강에 따른 세수 부족을 메우기 위한 본예산의 세입경정이다. 따라서 추경에 따른 순수 세출 재정의 확대 규모는 23조 9000억 원이다. 이 가운데 소요 비중이 가장 큰 분야는 고용안정과 사회안전망 확충이다. 우선 코로나19의 고용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정부가 4월에 마련한 10조 원 규모의 고용안정 특별대책에 투입되는 추경이 8조 9000억 원이다. 여기서 비대면 디지털 일자리 등 직접 일자리 창출 지원에 3조 6000억 원, 고용보험에 가입한 실업자의 구직급여 확대에 3조 5000억 원이 들어간다. 어려운 경영 여건에도 고용을 유지한 기업에 대한 고용유지지원금 확대에 9000억 원, 특수고용직과 영세 개인사업자 등 고용보험 사각지대에 있는 계층을 지원하기 위한 긴급고용안정지원금으로 6000억 원을 새로 편성했다.
저소득·취약계층을 위한 사회안전망 강화에는 약 5000억 원이 편성됐다. 우선 실직 등으로 생계를 위협받는 가구를 지원하는 긴급복지 프로그램 예산을 527억 원 증액해 지원 대상을 3만 명 더 늘릴 수 있게 했다. 대학생이나 미취업자, 신용이 낮은 계층을 위한 서민금융인 ‘햇살론’의 재정을 추경으로 보강해 하반기 중 1100억 원을 더 공급하고, 농어민을 위한 신용보증과 신용보험에 대해서도 1000억 원의 재정이 확충된다.

내수·수출·지역경제 활성화 대책
3차 추경에서 5조 원은 정부가 3월 말 발표해 시행 중인 이른바 ‘금융안정지원 패키지’ 프로그램을 가동하는 데 쓰인다. 패키지 프로그램은 코로나19 사태로 타격을 받고 있는 소상공인, 중소·중견기업, 주력산업 분야 기업들의 자금난을 덜어주기 위해 135조 원 이상의 유동성을 공급하는 것이다. 여기에 한국은행과 금융업계가 자체적으로 공급하는 53조 원을 제외한 약 82조 원을 정부가 재정으로 뒷받침한다.
패키지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다양한 국책 금융기관에 정부가 특정 목적과 용도를 정해놓고 현금 출자 또는 출연, 보증한도 확대 등으로 재정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세부적으로 보면, 산업·기업·수출입은행과 신용보증기금 등이 주력산업 분야 기업의 구조조정이나 유동성 지원을 위해 약 42조 원을 공급할 수 있도록 하는 재원으로 3조 1000억 원을 추경에 반영했다. 
내수·수출·지역경제 활성화 대책에는 3조 7000억 원의 추경이 편성됐다. 농수산물·숙박·공연·외식 등 8대 분야를 정해 소비가 활성화할 수 있도록 정부가 20~30%의 할인쿠폰을 제공하는 데 1684억 원을 반영했고, 온누리상품권과 지역사랑상품권 발행 한도는 지방자치단체의 수요 증가에 따라 9조 원에서 14조 원으로 5조 원 더 늘린다. 고효율 가전제품에 대한 구입 지원 예산을 1500억 원에서 4500억 원으로 3배 늘리고, 혁신 제품에 대한 시범 구매도 확대 지원한다.
해외에 사업장을 둔 기업이 국내로 돌아오는 경우 시설 이전 비용 등을 지원하는 ‘유턴기업 전용 보조금’은 200억 원 규모로 이번 추경에서 신설됐다. 또 중소·중견기업의 수출 활력 회복을 위해 무역보험기금에 3271억 원을 추가로 출연해 무역금융을 36조 원 이상으로 확대하고, 화상 상담이나 온라인 전시회 등 비대면 수출 마케팅을 적극 지원하기로 했다. 추경에 반영된 지역경제 활성화 예산으로는 노후화된 사회간접자본(SOC) 안전 보강을 위해 투입하는 5525억 원이 가장 큰 규모다. 고용위기 지역이나 위기업종으로 지정된 곳에는 업종 전환 연구개발(R&D) 지원, 신용보증, 공공발주 확대 등으로 650억 원이 추가 투입된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5월 2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020년 제3회 추경 예산안과 관련 사전 브리핑을 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경기 보강과 함께 선도형 경제로 전환
정부는 3차 추경을 통해 방역산업 육성과 재난대응 시스템의 고도화를 적극 추진하기로 했다. 우선 민간 제약사의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 개발을 초기부터 마지막 임상시험과 국내외 승인 절차까지 전 주기로 지원하기 위해 1115억 원을 배정했다. 신약 생산 및 발매를 위한 장비와 시설 인프라에 대한 지원도 강화한다. 또 한국식 방역(K-방역)의 국제표준 모델을 개발하는 한편, 인공지능(AI) 역학조사 지원시스템 개발 및 수출 지원 예산으로 114억 원을 따로 마련했다.
코로나19 사태로 경영난을 겪고 있는 의료기관 자금융자에 4000억 원을 추가했고, 의료용 보호구 772만 개와 인공호흡기 300대 등의 전략 비축에 2009억 원, 음압병상 확대(120병상)에 300억 원을 쓴다. 사회적 재난과 자연 재난 대응시스템 보강에도 나선다. 특히 사업장 안전보건 대량 자료(빅데이터) 구축, 화재예방 설비 지원, 화학제품의 관리 강화 등 이른바 ‘산재 예방 3대 패키지’에 모두 1230억 원을 투입한다.
정부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하는 성장 모델로 제시한 ‘한국판 뉴딜’ 사업도 이번 추경으로 첫걸음을 뗀다. 한국판 뉴딜은 고용안전망을 강화하는 ‘휴먼 뉴딜’의 토대 위에 디지털 뉴딜과 그린 뉴딜 두 축으로 구성된 사업이다. 여기에 앞으로 5년 동안 76조 원의 재정을 투입해 선도형 경제로 전환을 촉진한다는 게 정부 계획인데, 추경에 반영돼 2020년 연말까지 집행할 뉴딜 사업 예산 규모는 모두 5조 1000억 원이다.
디지털 뉴딜에 2조 7000억 원, 그린 뉴딜에 1조 4000억 원, 고용안전망 강화에 1조 원이 각각 들어간다. 예산 규모가 큰 주요 사업을 살펴보면, 노후화로 에너지 효율이 낮은 공공건축물 1만 1000곳의 ‘그린 리모델링’에 2352억 원이 투입된다. 낡은 공공임대주택 1만 호와 어린이집 529곳, 보건소와 의료기관 612곳 등에 단열재를 설치하거나 환기시스템을 개선해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사업이다. 중소기업도 재택근무가 가능하도록 2880억 원을 들여 원격근무 시스템(솔루션)을 쓸 수 있는 사용권(바우처)을 지원하고, 연내에 전기화물차 5500대와 전기이륜차 1만 대를 보급하기 위한 예산도 1105억 원이 잡혀 있다.

재정건전성 악화는 감내할 만한 수준
3차 추경의 소요 재원은 기존 예산의 지출 구조조정을 통해 10조 1000억 원을 조달하고, 1조 4000억 원은8개 공공기금의 여유 재원을 동원해 충당한다. 나머지 재원 23조 8000억 원은 정부가 국채 발행으로 조달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재정건전성 지표는 일시적으로 나빠질 수밖에 없다. 2020년 총수입(470조 7000억 원)에서 총지출(547조 1000억 원)을 뺀 통합재정수지는 76조 4000억 원의 적자가 날 것으로 전망된다. 또 통합재정수지에서 사회보장성 기금 수지를 제외한 관리재정수지는 112조 2000억 원 적자로 예상되는데, 이는 2020년 명목 국내총생산(GDP) 예상치의 5.8% 수준이다. 국가채무는 840조 2000억 원으로 늘어나 국내총생산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43.5%로, 2019년(38.1%)보다 5.4%포인트 상승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재정 여건은 경제 규모가 비슷한 다른 나라에 견줘보면 아직 정책 여유 공간이 많이 남아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국제통화기금(IMF)이 4월에 발표한 재정점검 보고서를 보면, 2019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평균 국가채무 비율은 111%에 이른다. IMF는 국가채무 비율 60% 이하 국가에는 경기 방어를 위해 더욱 확장적인 재정정책을 펼 것을 권고한다. 홍남기 부총리는 “주요국보다 재정 여력이 있는 만큼 경제위기 상황에서 국가 재정이 최후의 보루로서 역할을 하지 않을 수 없다”며 “재정이 적극적인 역할을 해 단기간 내에 성장을 견인하고 재정이 다시 건전해질 수 있다면 충분히 감내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채 발행이 한꺼번에 대폭 늘어나면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고 금리 상승(채권가격 하락)으로 기업과 가계의 금융 여건이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 또한 ‘기우’일 뿐이라는 게 대부분 금융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대규모 확장 재정이 유례없이 완화된 통화정책과 함께 펼쳐지기 때문이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3월에 기준금리를 연 1.25%에서 0.75%로 내린 데 이어, 두 달 만인 5월에 다시 역대 최저인 0.5%로 인하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채권시장의 수급 불균형에 따른 시장 불안 가능성을 예의 주시하고 있고, 장기금리가 오를 경우 시장 안정화 차원에서 국고채 매입에 적극 나설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예산 집행 타이밍과 속도가 관건”
경제적 위기 상황에서 펼치는 재정정책의 효과는 속도에 달려 있다. 역대 최대 규모라지만 적기에 집행하지 않으면 경제 활성화를 이끌지 못한다. 무엇보다 추경을 통한 재정 지원을 기다리는 수요가 너무 절박하다. 홍남기 부총리도 “추경 예산이 현장에 투입돼 제 성과를 발휘하려면 집행의 타이밍과 속도가 관건”이라며 “추경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면 3개월 안에 75% 이상이 집행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추경에 반영한 사업들의 정책 효과가 하반기에 본격적으로 나타날 경우 2020년 성장률 0.1%, 2021년에는 3%대 중반의 성장세로 반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2020년 0.1%의 성장률을 이루면 국민소득 3만 달러 이상의 주요국 가운데 유일한 플러스 성장이다. 우리나라는 코로나19에 가장 빠르고 모범적으로 대응하며 방역의 세계 표준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제부터는 코로나19 사태가 부른 경제위기를 세계에서 가장 먼저, 가장 빠르고 강하게 회복하며 도약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할 때다. 

박순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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