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윤택 이지요구르트 대표
특허 받은 수제 요구르트 제조기 ‘이지요구르트’
“저도 컵 여러 개를 꽂는 방식의 기존 요구르트 제조기로 가끔 만들어 먹었습니다. 그러다 어느 날 오랜만에 요구르트 제조기를 꺼내보니 컵이 원래 13개가 있어야 하는데 7개밖에 없더군요. 가만 생각해보니 컵을 하나씩 꺼내 먹고 뚜껑과 컵을 씻어 말리는데 모든 컵을 다 먹을 즈음이면 앞에 먹었던 컵이 어디 없어져버린 것이죠.”
집마다 구석에 잠자는 기계가 하나쯤 있다. 수제 요구르트 제조기다. 사 먹는 것보다 경제적인 데다 설탕 등을 넣지 않아 건강에 좋기 때문에 구비한 것이다. 그러나 몇 번 써보고 주방 한쪽에 처박아놓는 이유는 사용이 불편해서다. 황윤택 이지요구르트 대표는 “나 또한 이런 불편을 겪다가 개발하게 됐다”고 설명한다.
‘1.8L짜리 큰 우유 통을 통째로 가열해 요구르트를 만들 수는 없을까.’ 13년 경력의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이런 궁금증에 착안했다. 우유병 뚜껑 자리에 수족관용 유리 히터를 꽂는 방식의 요구르트 제조기를 개발하게 된 것이다. 유산균 종균을 넣고 적당한 온도로 가열하면 유산균이 증식하면서 요구르트가 된다. 그래서 우유병에 있는 우유를 그대로 가열해주면 별도의 용기가 필요 없기 때문에 컵을 잃어버릴 염려나 설거지할 일도 없다는 게 황 대표의 생각이었다. 이를 실험하기 위해 수족관에 넣는 긴 유리로 된 히터를 구입했다. 우유병 뚜껑에 구멍을 뚫고 히터를 끼워 요구르트를 만들어봤다. 이렇게 하니 요구르트가 잘 만들어졌고, 우유 브랜드마다 규격이 비슷하기 때문에 구분 없이 사용할 수 있는 요구르트 제조기로 출시할 수 있겠다는 결론을 냈다.
▶이지요구르트
창업자금 지원받아 최종 제품 만들어
제품의 본격적인 시작은 2013년 서울시민 발명 아이디어 공모전이었다. 여기 출품된 그의 아이디어가 최우수상을 받으면서 최초의 시제품을 만들게 된다. 2016년 법인을 설립했다. 간단한 제품처럼 보이지만 개발 과정에 우여곡절이 많았다. 가장 큰 문제는 온도 제어였다. 8시간 내내 42℃로 기기를 돌리면 단백질이 타버려 제품에 눌어붙었다. 보통의 수세미로는 지워지지 않고 철 수세미를 사용해야 지울 수 있는 불편함이 있었다. 계절에 따른 외부 온도 변화가 있을 때마다 제품의 맛도 달라졌다. 황 대표는 우유가 어느 정도 발효되는 시점 직전에 발열량을 확 떨어뜨리는 방법을 고안하기 시작했다. 그는 이 과정을 어떻게 해결했을까.
“창업자금을 지원받아 두 번째 시제품을 만들었습니다. 목표 온도를 기준으로 단계별로 발열량을 제어하는 방법을 사용했으며 헤드부와 체결부를 분리하는 구조를 구현했습니다. 이전 시제품보다 발효 결과도 좋고 발열부에 눌어붙는 것도 적었습니다. 다만 겨울에 바깥 온도가 낮아지면서 발열량이 높아졌고, 발열부에 눌어붙는 것이 많아지는 현상은 피할 수 없었습니다. 이 단계에서 출시하라는 권유를 받았으나 아직 최선의 제품이 아니라는 생각에 출시를 미뤘습니다. 2016년 연구개발(R&D) 자금을 지원받아 더 완벽한 제품을 개발하게 되었습니다. 이전 발열량 제어 방법은 목표 온도와 차이에 따라 발열량을 조절했지만 최종 버전 시제품에서는 거기에 하나 더, 우유의 발효 단계에 따른 발열량 조절 방법을 추가했습니다. 우유의 발효가 진행되면서 우유의 유동성이 떨어지는데, 그에 따라 발열량도 떨어뜨리는 방법을 사용해 발열부에 딱딱하게 눌어붙는 것을 막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발효가 적당히 잘되니까 요구르트 맛도 더 좋아지는 효과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또 여러 가지 과열에 대한 안전장치를 추가하고 KC 전기안전인증 준비까지 마쳐 최종 제품을 낼 수 있었습니다.”
▶만들어진 요구르트는 냉장고에 넣으면 이후 간편하게 부어 먹을 수 있다.
“마케팅에 적절한 지원 제공됐으면”
그러나 자금 사정으로 2018년에는 제품을 많이 만들지 못했다. 회사 누리집과 네이버 등 온라인을 통해 1500개가량 팔았다. 가격은 8만 9500원. 이에 황 대표는 2017년 12월 크라우드 펀딩(누리소통망 등을 활용해 일반 개인들에게서 투자 자금을 모으는 방식)을 시작했다.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약 1900만 원이 마련됐으나 최저 수량인 1000개의 제품을 생산하는 데는 조금 부족했다. 이에 다른 자금까지 마련해 1000개를 생산할 수 있었다. 그리고 2018년에는 판매망을 구축하는 데 주력했다. 2018년 9월 기술보증기금에서 벤처 인증을 받고 1억 원의 자금을 조달했다. 2019년도부터 본격적인 마케팅을 전개할 수 있었다. 그는 “창업 자금, 연구개발 자금을 지원받아 제품을 개발해왔기 때문에 개발에는 시간과 노력이 들어갔지만 큰 어려움은 느끼지 못했다. 그런데 마케팅이 중소기업으로서는 쉽지 않은 과정이다. 따라서 마케팅에 적절한 지원을 해주면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설명했다.
2020년부터 본격적으로 제품 제조와 마케팅에 뛰어들어 7000개 이상 판매하는 게 목표다. 2020년 요거플러스 단일 품목만으로 5억 원 수준의 매출을 낼 것으로 예상한다. 그는 “우리 제품을 사용해본 이들은 대부분 큰 만족을 보이며 주변에 많이 추천한다. 2020년에는 유튜브 등 동영상 광고 중심으로 마케팅을 전개하면서 홍보 채널도 다양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완료되면 발효기는 발열부만 세척하여 케이스에 넣어 보관하면 된다.│ 이지요구르트
해외 진출 위해 미국에 제품 특허등록
장기적으로는 요구르트 개발 전문 회사로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작은 우유팩에 꽂아 사무실에서도 손쉽게 요구르트를 만들어 먹을 수 있는 기기도 구상 중이다. 그는 “우유팩용 요구르트 제조기, 급식용 요구르트 제조기 등은 요구르트를 만드는 종합 해결책(토털 솔루션)을 제공하기 위한 포트폴리오의 구성 제품들이다. 아직은 아이디어 단계”라고 설명했다.
해외 진출을 위해 미국에 제품 특허도 등록했다. 황 대표는 “요구르트 제조기 관련 특허는 두 가지가 있다. 체결부만 돌리면 우유 용기 입구에 고정되는 간편한 구조, 우유 용기 전체가 잘 발효되면서도 발열부에 눌어붙지 않는 발열량 제어 방법이 그것이다. 이 중 체결부 관련 특허는 2019년 4월 미국에, 6월 중국에 등록했다”고 말했다.
브랜드K에 선정돼 얻은 효과는 무엇이었을까. “2019년에는 신촌, 행복한백화점 등 오프라인 가두 행사의 장을 마련해줘서 홍보 및 판매를 할 수 있었습니다. 제품의 특성상 소비자들이 요구르트가 정말 잘 만들어질까 하는 의구심이 있었는데, 현장에서 시식회를 통해 제품을 소개하면서 그런 의구심이 많이 해소됐습니다. 또 브랜드K를 통해 해외 전시장에서도 제품이 소개됐습니다. 일부 구매자가 관심을 보이기도 했지만 기본적으로 해외용 제품이 개발이 안 돼 있고 아직 제조원가가 높아 성과로는 이어지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해외 구매자들이 바라는 것을 파악할 수 있었다는 데 의의를 두고 있습니다. 해외용 제품 개발에 더욱 박차를 가하는 중입니다.”
글 박유리 기자
사진 곽윤섭 기자
세계한상대회 등 참여 브랜드K 알려
중소벤처기업부와 중소기업유통센터는 대한민국 중소기업 우수제품 브랜드인 ‘브랜드K(케이)’를 정식 출시했는데 이지요구르트 등이 이에 포함됐다. 2019년 11월 1일 서울 목동 중소기업유통센터 행복한백화점에서 마련된 브랜드K 전용관에서 이 상표를 단 전자기기·생활·식품 등 39개 국내 우수 중소기업 제품이 선보였다. 이 제품들은 전용관은 물론 중소기업 전용 TV 홈쇼핑인 공영쇼핑에서도 판매된다. 박영선 중기벤처부 장관은 이날 브랜드K 미디어 데이에서 “대기업보다 브랜드 홍보나 마케팅 능력이 부족해 국내외 판로 개척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을 위해 마련된 브랜드K를 앞으로 적극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브랜드K를 국민과 함께 만드는 브랜드로 육성하기 위해 K-팝, K-푸드, K-컬처 등 한류 마케팅을 활용해 판로를 해외로 확장해나갈 계획이라고 박 장관은 강조했다. 브랜드K 기업은 이지요구르트·휴비딕·자이글·에브리봇·스마트카라 등의 업체들이다. 이들 브랜드K 기업은 KCON(케이콘) 태국, 두바이 한류 박람회, 스마트비즈 엑스포, 세계 한상대회 등에 참여해 브랜드K를 널리 알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