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수열에너지가 문재인정부가 추진하는 ‘그린 뉴딜’의 대표 사업으로 육성되고 있다. 수열에너지는 물이 여름에는 대기보다 차갑고 겨울엔 따뜻한 특성을 이용해 냉난방에 활용하는 친환경 에너지다.
환경부는 수열에너지를 신성장동력 산업으로 육성해 2025년에 250㎿, 2030년 500㎿, 2040년 1000㎿의 전력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1000㎿는 표준석탄발전 2기의 발전 용량에 해당한다.
친환경 에너지인 수열에너지는 많은 효과가 기대되고 있다. 우선 기존 냉난방기와 비교해 30% 안팎의 에너지 절감 효과가 있다. 냉난방을 위해서는 도시가스·경유·석탄 등 화석연료를 이용해 냉수·온수를 생산하는 장비가 필요하다. 이를 수열에너지로 대체하면 에너지가 절감되고 온실가스 감축도 기대할 수 있다.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는 2014년부터 전체 냉난방에 필요한 전력의 10%를 수열에너지로 공급하고 있다. 동일 용량의 흡수식(화석연료를 이용) 냉온수기와 비교해 에너지 사용이 35.8% 줄었고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37.7% 감소했다.
일반적인 냉방이 실내의 열을 냉각탑을 통해 대기로 방출하지만 수열에너지를 이용할 경우 냉각탑이 필요 없다. 소음과 진동 피해를 줄일 수 있고 공간 활용성도 높아진다. 건물의 하중이 감소하고 옥상의 녹지 공원화가 가능해 도시 미관도 개선된다.
대부분의 대형 건물 옥상은 냉각탑이 차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예를 들어 1000RT(1RT는 10평 내외 냉난방 공급 가능) 용량의 냉각탑은 무게 22톤, 면적 200㎡(약 60평)를 차지한다.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비해 고용유발 효과 커
수열에너지는 시설투자가 대부분인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에 비해 고용유발 효과가 크다는 장점이 있다. 설계, 장치, 건설공사 운영·보수 등으로 10억 원당 9.64명의 고용을 유발할 것으로 추산된다.
환경부는 6월 30일 수열에너지 시범사업과 제도 개선, 기술개발, 사업지원단 운영 등 중장기 실행계획을 담은 ‘친환경 수열에너지 활성화 방안’을 국무회의에 보고했다. 환경부는 이를 토대로 향후 공공기관 신재생에너지 의무비율, 제로에너지 건축물 확대 등 정부 정책과 연계한 지속적인 확산도 기대하고 있다.
2027년까지 강원도 춘천시 동면 지내리 일대에 조성되는 78만 5000㎡(약 24만 평) 규모의 ‘강원 수열에너지 융복합클러스터’가 대표적인 시범사업이다. 이곳은 수열에너지와 수상태양광, 수력 등 재생에너지를 기반으로 탄소중립을 지향하는 대표 클러스터로 육성할 계획이다.
소양강댐을 활용하는 융복합클러스터는 공급 규모가 1만 6500RT에 이르러 현재 국내 최대 규모인 잠실 롯데월드타워 수열에너지(3000RT)의 다섯 배가 넘는다. 이곳에서 약 41.4톤의 초미세먼지 저감 효과를 볼 것으로 예상돼 매년 노후 경유차 3748대를 폐차하는 효과가 있다.
융복합클러스터에는 수열에너지를 기반으로 하는 데이터센터 집적단지, 스마트 첨단농업단지, 생태주거단지, 물에너지기업 특화단지 등이 조성된다. 강원도와 춘천시, 한국수자원공사가 사업 시행자로 선정됐으며, 3차 추가경정예산에 향후 3년 치 예산이 반영됐다. 문재인 대통령의 강원도 대표 공약인 ‘강원 수열에너지 융복합클러스터’가 조성되면 관련 기업들이 들어서 고용 창출과 인구 유입을 기대할 수 있다.
하천수 이용 시범 공급 단계적 추진
하천수를 이용해 부산 에코델타 스마트시티(평강천 활용), 인천 종합환경연구단지(아라천), 한강물환경연구소(북한강) 등에도 수열에너지 시범 공급이 단계적으로 추진된다. 또 수자원공사가 관리하는 광역원수를 활용한 한강홍수통제소 등에도 시범 공급되며, 삼성서울병원 등 민간 대형건물에도 수열에너지 공급을 확대할 예정이다.
수열에너지의 활성화와 경제성 확보를 위해 제도 개선에도 나서고 있다. 환경부는 2020년 하반기에 물이용부담금과 하천수(댐용수) 사용료 감면을 추진할 예정이다. 현재 생활 및 공업용수로 사용하는 하천·댐용수 사용요금은 톤당 52.7원이고, 상류지역 주민들과 고통분담 성격인 물이용부담금은 톤당 170원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독일 등 선진국은 수열에너지에 대해 하천수 사용료 감면 혜택을 주고 있다”며 “물이용부담금도 수량의 변화가 없고 물을 오염시키지 않는 경우 발전사업자들에게 면세 혜택이 있다. 수열에너지도 이런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관련 법 개정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수열에너지는 물의 열을 이용하는 만큼 취수량의 100%가 다시 하천·댐으로 돌아가 수량의 손실이 없고 새로운 오염물질 유입도 없다고 그는 말했다.
수변지구 주변 신도시와 산업단지 등 대규모 도시계획에는 초기부터 수열에너지 연계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이미 도로와 지하시설물이 세워지면 수열에너지 이용에 장애 요인이 되기 때문이다.
경기도와 수자원공사 등은 2024년 완공 예정인 광명시흥 첨단산업단지에 수열에너지(약 2만 6000RT)를 공급하기로 6월 협약을 체결했다. 매년 8만 9000㎿의 에너지 절감과 온실가스 2만 2000톤 감축, 냉각탑 제거로 연 23만 톤의 물 절약이 예상된다.
경제성 고려 수열 활용 표준모델 개발
최근 지구단위 계획이 승인된 경산대임 공공주택지구 개발사업에도 수열에너지 도입을 위한 협약을 맺었고 삼성서울병원도 리모델링을 계기로 1만 1390RT 규모의 냉난방 공급 협약을 맺었다.
환경부는 앞으로 경제성을 고려한 수열 활용 표준모델을 개발해 ‘에너지 효율등급 및 제로에너지 건축물’ 인증 재생에너지에 포함되도록 추진하고 있다.
전문인력 양성과 학계·산업계 등 전문가들로 구성된 ‘수열사업지원단’을 운영하고, 선진국 수준의 기술력을 확보하기 위한 국가 연구개발(R&D)을 다부처 협업으로 추진한다. 2023년까지 수열 냉난방 및 재생열 하이브리드 시스템 기술개발 사업에 235억 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또 국내 수열설비 현장에 개발된 국산 제품 적용을 확대하고 동남아 등 해외 진출도 지원할 계획이다. 롯데월드타워에는 독일산 히트펌프와 스웨덴산 열교환기가 적용됐다.
조명래 환경부 장관은 “이번 수열에너지 활성화 방안이 민간부문 활용에도 빠르게 확산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이를 통해 수열에너지 산업이 양질의 일자리 창출은 물론 녹색산업의 새로운 축이자 그린 뉴딜의 대표 사업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찬영 기자
자연 상태의 물에서 열 이동해 활용 온실가스·미세먼지·열섬 현상 잡아
수열에너지 원리는?
수열에너지(Hydrothermal Energy)는 해수·하천수·지하수·발전 온배수 등 물이 가지는 열에너지를 의미한다. 물은 에너지를 축적하는 능력(비열)이 매우 크다. 대기와 비교해 쉽게 뜨거워지지 않고 쉽게 식지 않아 여름철 수온은 대기보다 낮고 겨울철 수온은 대기보다 높다. 물의 이런 특성을 활용해 히트펌프로 건물·주택·산업용 시설 등의 냉난방 에너지를 공급한다. 히트펌프는 냉매의 발열 또는 응축열을 이용해 저온의 열원을 고온으로 전달하거나 고온의 열원을 저온으로 전달하는 냉난방장치를 뜻한다.
일반적인 난방이 화석연료를 태워 물을 데운다면 수열에너지는 자연 상태의 물에서 열을 이동시켜 활용한다. 석탄화력발전의 상당 부분을 수열에너지로 대체할 경우 온실가스 감축과 미세먼지 감소 효과를 볼 수 있다. 일반적인 냉방은 실내의 열을 냉각탑을 통해 대기로 방출하지만 수열에너지는 냉각탑 없이 열을 수열원(하천수·해수·호수 등)이 흡수한다. 불필요해진 냉각탑만큼 공간 활용이 가능하고, 냉각탑 주변의 기온이 높아지는 열섬 현상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국내에서 수열에너지는 ‘해수의 표층수’만이 신·재생에너지로 인정받았으나 2019년 10월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 촉진법’ 시행령이 개정돼 하천수도 포함되면서 활용 가능성이 크게 늘어났다.
유럽과 북미, 일본 등은 이미 하천수와 호수 등을 수열에너지로 활발히 이용하고 있다. 일본은 1989년 후쿠오카 하코자키 지구에 열공급 센터를 건설해 4800RT를 생산하고, 프랑스는 1991년 센강을 이용해 루브르박물관 등에 4만 2000RT를 공급하고 있다. 미국의 코넬대학은 2000년 카유가호를 이용해 2만RT의 수열에너지를 생산하고, 캐나다는 2004년 온타리호를 이용해 7만 5000RT를 공급 중이다.
우리나라는 2014년부터 광역상수도 원수를 활용해 잠실 롯데월드타워에 3000RT 규모의 수열에너지를 공급하고 있다. 이는 롯데월드타워 전체 냉난방의 10%를 차지하며 이를 통해 연간 7억 원의 절감 효과를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