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립대 새내기 김민주 씨가 4월 29일 서울 동대문구 서울시립대학교를 찾아 캠퍼스의 봄을 만끽하고 있다.
청년을 만나다 대학 새내기 김민주 씨
“초·중·고 시절 12년 동안 ‘학교 가기 싫다’는 말을 버릇처럼 한 것 같아요. 그런데 요즘은 친구들이랑 ‘학교 가고 싶다’고 노래를 부르고 있습니다.”
서울시립대학교 국제관계학과 20학번. 2020년 대학 새내기가 된 김민주(19) 씨는 코로나19 사태로 수업은 물론 대학생으로서 소소한 일상을 누릴 수 없게 됐다며 아쉬워했다. 학교 수업은 온라인으로 대체됐지만, 학교 주변 맛집 탐방 등 학과 동기들과 어울리는 활동은 온라인으로 대체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제주 출신인 김 씨는 고3 수험생 시절 친구들과 함께 대학생으로서 경험하는 ‘서울 생활’을 상상하곤 했다. 한강 자전거 산책, 대형 서점 방문, 문화생활 등으로 가득 채운 유학의 기대감은 힘든 입시 생활의 버팀목이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해 김 씨를 포함한 20학번은 뜻하지 않게 ‘랜선 새내기 생활’을 하게 됐다. 그는 ‘아쉽다’는 말로 다 표현이 안 될 만큼의 심정이라면서도 한편으로는 현재의 일상에서 소중함을 찾고 있다고 전했다.
코로나19가 되찾아준 일상의 소중함
김 씨의 2020년 봄은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으로 가득 채워졌다. 개강이 연기되면서 제주 본가에 더 머물게 됐기 때문이다. “고등학교 3년 동안 기숙사 생활을 하느라 집에 있는 시간이 많지 않았어요. 주말에 집에 와도 밤늦게까지 독서실에 있다 보니 가족과 소소한 일상을 보내기가 쉽지 않았죠. 그런데 요즘은 부모님과 저녁 식사도 같이 하고 서로 일과에 관해 이야기도 나누며 지내고 있습니다. 이렇게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코로나19 탓에 어려운 이 시기도 잘 이겨나가는 중입니다.”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을 느끼며 오히려 지금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게 됐다. “저는 이 시기가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함께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또래 청년들이 학교생활로 가족보다 친구들과 보내는 시간이 더 많을 때지만, 이럴 때일수록 부모님과 좋은 추억을 많이 만들면 좋겠습니다.”
그는 이 시기를 100% 활용한 특별한 일화도 소개했다. “며칠 전 엄마 생신이었거든요. 올해 생일은 좀 썰렁하게 보낼 것 같다고 속상해하셨는데, 제가 난생처음 어머니를 위해 미역국을 끓여서 아침 생일상을 차리고 축하해드렸어요.” 1남 2녀 중 막내인 김 씨는 앞서 언니, 오빠가 독립하고 난 뒤에도 부모님과 함께 지냈다. 2020년부터는 부모님 두 분만 남게 된다는 게 늘 마음에 걸린다는 김 씨는 그만큼 더 많은 시간을 가족과 보내려 노력한다고 밝혔다.
요즘 부쩍 관심이 생긴 일과 가운데 하나는 동네 산책이다. 집 주변을 산책하며 어릴 적 추억이 깃든 장소들 둘러보고 일상의 여유도 찾을 수 있어서다. “집에서 조금만 내려가면 초등학생 때 친구들이랑 놀았던 동네가 나와요. 그동안 바빠서 자주 못 갔던 곳인 만큼 그곳에서 예전 추억을 떠올리곤 합니다.” 아울러 수험생활 탓에 포기해야 했던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 영화를 보는 것도 또 다른 활력소가 됐다. “친구들과 놀다가도 드라마 ‘본방 사수’하려고 일찍 귀가해요(웃음). 때로는 ‘정주행’으로 밤을 꼬박 새울 때도 있지만, 시간 가는 줄 모를 만큼 즐겁습니다.”
코로나19로 집 안에서 책상에 진득하니 앉아 있을 시간이 많아지면서 이 시기를 활용한 자기계발 계획도 세웠다. “장기적으로 제 꿈은 개발도상국 원조 사업을 진행하는 국제개발협력 전문가가 되는 겁니다. 관련 지식을 쌓기 위해 먼저 HSK(중국한어수평고시) 6급과 TOEIC(토익) 공부를 병행하려고 해요. 또 읽고 싶었던 책도 많이 읽으면서 알찬 한 학기를 보낼 생각입니다.” 기대했던 대학 새내기 생활은 아니지만, 배우고 싶었던 것들에 투자할 수 있는 긍정적인 시간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시간적으로 여유로워진 만큼 이 기회를 제대로 활용하고 싶어요. 꿈에 한발 더 다가가기 위해 열심히 한 학기를 보내고, 2학기에는 1학기 때 즐기지 못한 새내기 생활을 두 배로 즐겨볼 생각입니다.”
꿈을 이루기 위한 자기계발 기회로 활용
그는 최근 한 방송사 프로그램에 출연해 특별한 추억도 만들었다. 4월 15일 방송된 tvN 토크 예능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록>에서는 김 씨처럼 ‘랜선 새내기 생활’을 보내고 있는 20학번 네 명이 출연했다. “방송 촬영 전날 엄마에게 ‘심장이 튀어나올 것 같다’는 말을 할 정도로 긴장을 많이 했어요. 밤새 잠도 제대로 못 잤고요. 그런데 막상 촬영장에 가보니 다들 친절하게 대해주셨어요. 제 말 한마디에도 반응을 잘 해주셔서 정말 편하게 촬영할 수 있었습니다.”
김 씨는 해당 방송에서 ‘밤새 술 마시고 첫차 타보기’ 등 대학 새내기 생활에 대한 기대감을 솔직하게 털어놔 현장에 웃음을 안겼다. 또 건강이 좋지 않은 아버지에 대한 걱정과 부모님에 대한 고마움을 이야기하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방송이 끝난 직후 시청자 게시판 등에는 ‘학생 너무 귀엽네요. 대학생활 응원합니다’ ‘성격이 너무 밝고 활기차서 저런 아픔이 있는지 몰랐다’ ‘민주 양, 힘내요. 밝고 씩씩해서 잘 극복하리라 믿어요’ 등 응원 글이 쏟아졌다. “방송에 출연하게 된 것도 영광인데 입학 축하 꽃과 장학금 등 선물을 많이 주셔서 감사했어요. 덕분에 좋은 추억과 인연도 만들 수 있었습니다.”
김 씨는 <공감>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특별한 소감도 덧붙였다. “코로나19 사태로 아쉬운 점도 있지만, 그 속에서 제가 평소에 할 수 없던 다양한 경험을 했다는 걸 이번 인터뷰 등을 통해 새삼 느끼게 됐어요. 저처럼 새내기 생활에 대한 아쉬움이 많을 친구들에게 조금이나마 즐거움을 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사소한 일상이 그리워지는 시기인 만큼 주변 가까운 사람들이 항상 건강하고 행복하길 빕니다. 모두가 예전처럼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 날이 빨리 오길 기도하겠습니다.”
강민진 기자
사진 곽윤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