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시대 재정의 과제는 세 가지다. 먼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방역·보건 분야에 필요한 예산을 아낌없이 지원하는 것이다. 다음으로 경제활동의 감소로 피해를 입은 계층을 지원하는 것이다. 개인 차원에서 예기치 않은 위험에 노출된 경제주체의 소득 변동성을 줄이는 것은 사회안전망, 특히 ‘고용보험’의 역할이다. 따라서 지금 시기 재정의 최우선 과제는 바로 고용보험의 강화에 있다. 동시에 기업에는 매출 감소로 야기된 유동성 위기의 불을 끄는 데 필요한 자금을 지원해야 한다. 기업의 도산을 방치하면 실업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의 경우 고용보험의 바깥에 있는 노동자 수가 상당하다. 여기에 실업급여의 수급 자격이 지나치게 엄격하며 실업 부조는 최근에야 도입되었다는 상황을 고려하면 기업 지원의 필요성은 쉽게 이해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정부의 역할은 현재의 경제 충격이 장기간 경기 부진으로 구조화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하는 일이다. 현재와 같은 저금리 상황에서는 금리 조정을 통한 추가적인 투자 수요의 창출에는 한계가 있다.
또 감세를 통한 경기부양의 효과는 제한적(소득세 감세의 경우 한계 소비성향이 상대적으로 낮은 고소득층에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이라는 점에서 결국 정부의 대책은 재정정책에 초점이 맞춰질 수밖에 없다. 한편으로 저금리 시대에 낮아진 국채 이자 부담은 정부의 재정지출 운신 폭을 넓혀준다.
가계 소득 줄어들어 재정지출 효과 커
정부가 추진한 긴급재난지원금 정책은 재정의 두 번째, 세 번째 역할과 깊은 관련이 있다. 주지하다시피 긴급재난지원금의 지원 범위를 둘러싼 이른바 선별 지원과 전면 지원 사이에 논쟁이 있었다. 긴급재난지원금의 가장 중요한 목적을 실업보험 기능의 강화에 둔다면 선별적 형태의 지원이 타당하다. 물론 현재 경제 충격의 정도는 과거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수준이지만 다행스럽게도 피해를 본 계층이 우리보다 훨씬 광범위한 미국이나 유럽 수준은 아니다. 따라서 피해 계층에 대한 집중적 지원이 맞다. 선별 지원과 전면 지원의 총액이 동일하다면 내수 진작의 관점에서도 애초의 선별 지원안이 더욱 적절하다.
학계에서는 정부의 가계이전지출 승수를 다른 형태의 재정지출 경우보다 낮은 0.2~0.3으로 보고 있다. 그 이유는 고소득 계층의 한계 소비성향(추가 소득 중 저축되지 않고 소비되는 금액의 비율)이 중위나 하위 소득계층에 비해 낮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국 정부와 국회는 긴급재난지원금을 전 국민에게 나눠주기로 결정했다. 다음 질문은 그 효과에 대한 것이다. 긴급재난지원금의 지출은 현재 진행 중이기 때문에 현 단계에서 효과를 판단하기 어렵다. 따라서 여기에서 분석은 엄밀한 과학적 분석이라기보다는 인상 비평 수준임을 고려해야 한다.
최근 국회예산정책처는 2차 추가경정예산을 분석하면서 정부의 애초 안인 소득하위 70% 지급액(중앙정부 부담액 7.6조 원)이 2020년 성장률을 0.097∼0.114%포인트 끌어올릴 것이라고 계산했다(이 경우 국회예정처가 계산한 재정승수는 약 0.25다). 필자도 간단하게 이를 계산해보겠다. 2020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0%로 잡으면 명목 GDP는 2019년과 동일한 1913조 원이 된다. 현재 정책당국과 학계가 생각하는 재정승수의 범위는 0.16~0.25 수준이다. 절반값인 0.2를 재정승수로 잡으면 총 14조 3000억 원의 긴급재난지원금은 GDP를 0.15%포인트 정도 증가시키는 것으로 계산된다.
필자는 다음의 이유로 긴급재난지원금의 승수가 더 클 것이라고 생각한다. 먼저 코로나19로 인한 소득 감소가 가시화되고 있다. 최근 통계청 조사 결과에 따르면 월평균 소득이 100만 원 이상, 600만 원 이하 2인 이상 가구의 1분기 근로소득은 전분기보다 가구당 평균 17만 원 감소했다. 일반적 의미에서 중산층의 가구소득 기준이 600만 원이라고 보면 가구 절반의 소득이 감소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계소비성향은 상승할 수밖에 없고 이는 재정지출의 효과를 증폭시킬 것이다.
또 다른 이유는 재정지원의 형식과 관련이 있다. 전체 가구를 대상으로 한 이전지출의 재정승수가 낮은 이유는 고소득층이 이전지출을 사용하지 않은 채로 두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긴급재난지원금은 저축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그만큼 승수 효과는 올라갈 것이다.
‘사용처 제한’ 타당성 판단해봐야
긴급재난지원금의 경기 효과를 예측하는 데 고려해야 할 또 다른 변수들도 있다. 먼저 긴급재난지원금이 가구로 하여금 전체 지출 총액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기존 지출의 시점을 앞당겼을 수 있다. 이론적으로 둘 다 가능하다. 따라서 이는 실제 데이터를 통해 확인해야 한다. 긴급재난지원금의 사용처를 소상공인으로 한정한 것은 분명 소비 진작에 부정적이다. 이는 긴급재난지원금이라는 하나의 정책 수단을 통해 ▲소득 보전 ▲경기부양 ▲소상공인 보호라는 서로 상충하는 복수의 정책 목표를 달성하려는 과욕 때문이다. 앞으로 이런 사용처 제한의 타당성에 대해서도 판단해볼 필요가 있다.
결국 긴급재난지원금의 경기 효과는 2020년 실제 소비 및 경제지표를 통해 검증해야 한다. 다행스러운 것은 지원금의 상당 부분이 카드를 통해 이루어졌기 때문에 더 세세한 정보를 얻는 것이 가능해졌다. 이후의 정책 수립에 도움이 되도록 재난지원금의 효과를 분석하는 작업을 꼭 진행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작업을 진행하는 데 성장률의 지역적 편차를 염두에 둘 것을 권한다.
흥미롭게도 서울시와 경기도는 거의 같은 시기 선별 지급과 전면 지급이라는 다른 정책 수단을 채택했다. 두 지역은 국가적 차원의 재난지원 금액에 차이가 없었기 때문에 두 지역 경제의 성과는 선별 지급과 전면 지급의 차이로 해석될 수 있다. 따라서 이를 살펴보는 것은 이후 유사한 정책을 수립하는 데 매우 유용한 판단 자료가 될 것이다.
최한수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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