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중부센터에서 소상공인들이 안내문을 보고 있다. | 한겨레
동네 상권 살리기 정부 추가 대책
정부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민생 안정과 동네 상권을 살리기 위해 종합대책을 잇따라 내놓았다. 1단계로 2월 5일부터 20일까지 발표한 업종·분야별 긴급지원 대책에서는 방역 지원에 최우선을 두면서 경제적 영향을 최소화하고 피해 업종과 기업의 어려움을 해소하는 데 역점을 뒀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위해서는 2조 원 규모의 정책금융을 신규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2단계로 2월 28일 발표한 ‘코로나19 파급영향 최소화와 조기 극복을 위한 민생경제 종합대책’에서는 피해 극복과 경제 활력을 보강하기 위해 신속하게 집행할 수 있는 더욱 강력한 대책을 내놓았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게는 임대료 지원, 특별금융 지원, 세 부담 완화 등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자발적 임대료 인하액 50% 세액공제 ▲영세 개인사업자 부가세 간이과세자 수준으로 경감 ▲소상공인 경영안정자금 융자 1조 4000억 원 확대 ▲지역신용보증재단 특례보증 1조 원 확대 공급 ▲기업은행 소상공인 초저금리 대출 2조 원 확대 등이다.
3단계로 3월 17일 국회를 통과한 추가경정(추경)예산에는 코로나19 피해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의 회복을 지원하는 데 모두 4조 1000억 원을 편성했다. ▲소상공인 정책자금 공급 ▲저임금 근로자 계속 고용 영세사업장에 임금 보조 ▲코로나19 확진환자 경유 등으로 휴·폐업한 점포에 대한 재기 비용 지원 등이 포함됐다.
이후에도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14조 3000억 규모의 2차 추경과 35조 3000억 원 규모의 3차 추경을 통해 고용안정 특별대책 등 추가 대책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1~3단계 종합대책 이어 2·3차 추경까지
정부는▲대출·보증·카드 등 금융 3종 대책과 세제 지원 ▲고용 안정을 위한 지원 ▲소비 활성화와 상생협력 등 동네 상권을 살리기 위해 다각도로 지원하고 있다. 지금까지 나온 소상공인 대상 지원책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금융 지원이다. 코로나19 피해 소상공인과 영세 자영업자들은 긴급경영안정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다. 1~3등급 고신용 소상공인들은 시중은행과 기업은행에서 최고 7000만 원까지 경영안정자금을 대출받을 수 있다. 차상위 4~6등급 중신용 소상공인들은 기업은행에서 1.5% 금리로 최대 7000만 원까지 경영안정자금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신용도 7~9등급 저신용자들은 소상공인지원센터에서 1000만 원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지역신용보증재단을 통한 특례보증 혜택도 확대됐다.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된 대구·경북의 특례보증 보증 한도는 최대 5억 원까지 가능하며, 보증료는 최저 수준인 0.1%가 적용된다. 영세 중소기업·소상공인 전액보증은 연 매출액 1억 원 미만 기업이 대상이다. 보증 한도는 5000만 원이며, 보증 비율은 100%로 상향됐다.
코로나19 확진자 방문 점포, 사업주가 확진자인 점포 등은 300만 원 한도에서 점포 재개장에 필요한 재료비, 홍보·마케팅비, 공과금·관리비 등을 지원받는다. 대구·경북 등 특별재난지역 폐업점포는 철거비를 최대 200만 원까지 지원한다. 매출 없이 일정 기간 휴업한 점포도 100만 원의 지원금을 지급한다. 여행업, 관광숙박업, 관광운송업, 공연업 등 4개 업종에 종사하는 사업자와 근로자는 특별고용지원 업종 지정에 따라 고용유지지원금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소상공인들은 4~6월분 전기요금 납부를 3개월 동안 유예할 수 있다. 국민연금과 건강보험, 고용보험, 산재보험 등 4대 보험료도 3개월씩 납부 기한을 연장한다.
서울시 등 자영업자 현금 지원 나서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소상공인 지원 방식을 융자와 같은 간접 지원 형태에서 직접 지원으로 전환하고 있다. 서울시는 영세 자영업자·소상공인에게 월 70만 원씩 2개월 동안 모두 140만 원을 지급하겠다고 4월 23일 밝혔다. 지원 대상은 서울에 사업자 등록을 했고 2019년 연 매출액 2억 원 미만이면서 2020년 2월 29일 기준 만 6개월 이상의 업력이 있으며 실제 영업 중인 자영업자·소상공인 업체 약 41만 개다. 유흥·향락·도박 등 업종은 제외다. 제외 업종을 뺀 서울 전체 자영업자·소상공인 업체 57만 개의 72%에 해당하는 수치다. 투입 예산은 5740억 원이다. 서울시는 지방채 발행 없이 세출 구조조정 등으로 재원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자영업자 현금 지급’ 결정은 기존의 융자 위주 지원책에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서울시는 “전문가와 현장의 목소리를 청취한 결과 대출금 상환 능력은 낮고 재난긴급생활비 등 정부와 시의 지원도 받기 어려운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에게는 현금 지원이 답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정부나 서울시의 정책 융자 역시 결국은 빚인 이상 코로나19 이전에도 생계만 이어나가던 영세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이 코로나19 때문에 대출받기는 쉽지 않았다는 것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서울시뿐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가 일상을 회복하고 재도약하려면 전국적인 자영업자 생존자금 도입이 필요한 만큼 정부와 국회 차원의 논의도 간곡히 요청한다”고 말했다.
광역자치단체 중에서는 서울시 말고도 부산시가 연 매출 3억 원 이하인 소상공인에게 민생지원금 100만 원을 지급하고 있다. 기초자치단체 가운데도 경기 화성시, 강원 강릉시, 경북 청송군 등이 매출이 5~10% 감소한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업체당 50만~70만 원씩 지원했다. 그러나 일반 소상공인에게 2개월 동안 현금을 직접 지원하는 건 첫 사례라는 게 서울시 설명이다.
영국·독일·프랑스도 다양한 현금 지원
외국도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을 위한 다양한 현금 지원 정책을 펴고 있다. 영국 정부는 3월 26일 발표한 ‘자영업자 소득 지원 계획’에서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최근 3년 동안 평균 월 수익의 80%, 최대 2500파운드(약 370만 원)를 보조금으로 지급하기로 했다. 다만 연간 수익이 5만 파운드(약 7300만 원) 이하인 자영업자만 이를 신청할 수 있다.
영국 정부는 일단 3개월 동안 지원한 뒤 필요할 경우엔 이를 연장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신청 절차 등을 고려하면 실제 보조금은 6월 이후에 지급될 것으로 전망된다. 영국 정부는 이번 지원을 통해 전체 자영업자 500만 명 중 95%가 혜택을 볼 것으로 내다봤다.
독일 연방정부는 3월 말 발표한 7500억 유로(약 997조 원) 규모의 경기부양책 가운데 자영업자 등에 대한 직접 지원금으로 500억 유로(약 66조 5000억 원)를 배정했다. 자유직업자(프리랜서)·자영업자 및 5인 이하 사업자에게 최대 9000유로(약 1200만 원), 6~10인 사업자에게는 1만 5000유로를 지급한다. 기금을 선지급하되 나중에 현금 흐름이 어려워졌다는 걸 입증해야 한다.
프랑스도 전년 매출 100만 유로(약 13억 원) 이하의 프리랜서·자영업자, 10인 이하 사업자 가운데 코로나19로 영업을 중지하거나 매출액이 전년 대비 절반 아래로 줄어든 경우에 1500~2000유로를 지원한다.
원낙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