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못하는 남자

2020.06.08 최신호 보기



결혼은 현실이고, 현실은 생활을 말한다. 사회생활은 비대면이 대세고, 비대면이 사회의 현실이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단순했다.
“결혼식은 유튜브로 볼 수 없어?”
마흔 이후 여간해선 결혼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대상이 누구라도 마찬가지였다. 내 출생의 비밀을 알고 있거나, 나보다 고령이 아닌 이상, 결혼은 남의 일이었다. 축의금은 따로 챙기지만, 식장에 가는 건 어색하고 불편했다. 이른바 결혼 적령기를 훌쩍 넘긴 미혼 남성에게 그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상황이 불가피하게 됐네요.”
후배가 건넨 청첩장이 그 어느 때보다 나를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결혼식이라니.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거리 두기로 잘 만나던 연인과도 헤어지는 마당에 결혼식이라니. 평소에도 자가 격리가 생활화되어 있는 내게 도심 한복판 결혼식이라니. 결혼에 눈 감은 나를 두고 혼인 서약의 증인이 되어 달라니.
사랑은 용기를 만들었다. 반대일지도 모른다. 선후 관계를 떠나 그는 두려울 것이 없었다. 나는 반대였다. 선후배 관계를 떠나 절박한 심정이었다. 설명이 필요했다.
“너무 섭섭해 하지 마. 이런 상황이면, 나는 내 결혼식에도 안 갈 테니까.”
그는 내 사정을 이해하는 눈치였다. 결혼식 참석에 관한 한 내 판단을 존중하겠다는 태도였다. 다만 그는 “밥이 맛있는 걸로 유명한 곳”이라며 피로연장의 음식 사진을 다량으로 내게 전송했다.
복잡한 사정을 뒤로하고 결혼식에 참석했다.
“여어, 살아 있었네!”
오랜만에 보는 사람이 있을 거라는 건 알고 있었다. 그래도 상황이 상황인지라 하객은 별로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것만큼은 믿어 의심치 않았다.
거대한 착각이었다. 사랑과 결혼. 전쟁과 평화. 오만과 편견. 내가 참석한 결혼식 중 역대 가장 많은 인파가 몰렸다. 최소한 다섯 쌍 이상이 합동결혼식을 하는 게 틀림없었다.
“후배가 먼저 가니까 마음이 짠해?”
인공 눈물을 넣은 것처럼 내 눈가가 촉촉해졌다. 내가 입술을 깨물며 울음을 삼켰다.
“내 인생에 두 번 다시 결혼식은 없어….”
결혼식장 로비는 만원 버스였다. 하객들은 승객들이었다. 그들에게 떠밀리며 생각했다. 내 인생에 내가 주인공인 결혼식이 있을까. 몰디브를 혼자 여행할 수 있을까. 언제부터 내가 결혼에 대해 부정적인 사람이 되었을까. 결혼 못하는 남자, 라는 자기 암시를 시작한 건 10여 년 전이었다. 드라마 <결혼 못하는 남자>를 보고 나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 드라마에서 남자 주인공은 결혼을 꿈꾸는 이들과 반대 지점에 서 있다. 성격 개조, 인격 박탈, 시간 낭비, 아이 없는 삶 등의 얘기가 오고 간다. <결혼 못하는 남자>에서 유일하게 맘에 들지 않은 내용은, 결혼 못하는 남자가 결국 결혼을 한다는 점이었다.
드라마는 현실의 반영일 뿐 현실의 이야기를 넘어설 수는 없었다. 보다 생생한 건 체험 삶의 현장의 목소리였다. 결혼을 경험한 지인들의 얘기는 다양했다.
“너 꼭 결혼해. 나 혼자 당할 수는 없어.” “축의금 회수해야지. 지금까지 뿌린 게 얼만데.” “갔다 오더라도 일단 해봐. 마음 단단히 먹고.” “남에게 피해주지 말고 혼자 편하게 살아.” “결혼은 미친 짓이야.” “아니야. 결혼은 무효야.” “부숴 버릴 거야.”
대체적으로 부정적인 언급이 다수였지만, 결혼을 긍정하는 사람들도 존재했다. 그리고 그들의 언어는 결혼 못하는 남자를 압도할 만큼 단단했다.
“소설가는 고독해야 해.”
“그건 미식가 얘기지.”
“글을 쓰려면 고독은 불가피한 거야.”
“결혼한 소설가도 잘만 쓰더라.”
“고독은 가장 큰 축복이야.”
“가장 큰 저주는 사랑을 글에 가두는 거야.”
결혼을 하나의 관점과 틀로 규정할 수는 없었다. 사람이 중요했다. 매일 아내에게 도시락을 싸주는 후배를 보며 생각한다. 저렇게 해야 사랑받는구나. 매일 술 먹고 늦게 들어가는 친구를 보며 생각한다. 저렇게 하면 쫓겨나는구나.
머릿속이 복잡했다. 결혼식이 시작도 되기 전에 나는 이미 지쳐 있었다. 당사자들은 어땠을까. 결혼은 그만큼 힘든 일이었다. 신랑이 된 후배와 인사를 나누며 문득 생각나는 것이 있었다. 밥이 맛있는 걸로 유명한 곳.
지친 몸을 이끌고 피로연장으로 향하던 그때, 내 앞날을 암시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안내 직원이 크게 소리쳤다.
“피로연장 만석입니다. 못 들어가십니다.”

 우희덕_ 코미디 소설가. 장편소설 <러블로그>로 제14회 세계문학상우수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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