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양중 한국보건복지인력개발원 교수│한겨레
김양중 한국보건복지인력개발원 교수 인터뷰
잠잠해지는 듯했던 코로나19가 5월 1~5일 연휴 기간에 이태원 클럽 방문자를 중심으로 확산세로 돌아섰다. 이태원발(發) 집단감염이 안정세를 찾아가자, 이번엔 서울의 대형 병원 간호사 네 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여기에 국내 대형 온라인 유통업체 물류센터를 통해서도 집단감염이 확산하고 있다. 5월 28일 현재 쿠팡 부천물류센터와 관련한 확진자가 최소 66명 확인된 데 이어 마켓컬리 물류센터에서도 확진자가 나왔다. 여전히 코로나19에 대한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 김양중 한국보건복지인력개발원 교수에게 지금 시점에서 어떻게 대비해야 할지 물었다.
-이태원 클럽발 지역감염으로 적잖이 놀랐다. 황금연휴가 끝난 5월 6일 첫 확진자 발생 이후 빠른 전국 확산세에 집단감염이 또 시작된 건가 불안했다.
=치료제와 백신이 없는 상황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우리 몸에서 완전히 없앨 수는 없다. 또 해외 유입 사례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 코로나19 초기 증상이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나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에 비해 매우 약해서 다른 사람에게 퍼트릴 수 있는 조건이 여전히 남아 있다. 지역사회 감염은, 우리가 모르는 감염이 계속 남아 있을 수 있다. 다만 계절적으로 외부 활동을 많이 할 수 있는 환경이기 때문에 겨울이나 이른 봄처럼 실내 밀폐된 공간에 많은 사람이 모이는 기회는 상대적으로 줄어들었다. 그때에 비하면 위험성이 조금 낮아진 건 사실이다. 하지만 밀폐된 공간에 사람들이 함께 있는 상황은 여전히 지역사회의 감염을 다시 일으킬 수 있다. 대표적으로 드러난 게 이번 이태원 클럽 사례다. 특히 학교나 군대, 요양병원, 병원 등 사람들이 많이 모이거나 면역력이 약한 환자가 많은 곳은 위험성이 크다.
-대형 병원 간호사 네 명이 코로나19 추가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태원 클럽과는 무관한 것으로 발표됐는데, 주요 대형 병원에서 의료진이 확진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병원은 아픈 사람, 즉 면역력이 약한 사람들이 모이는 곳으로 감염 유행 역시 가장 잘 나타날 수 있다. 코로나19는 감염 증상이 거의 없거나 가벼워서 감염됐다고 해도 스스로 질환으로 느끼지 않을 정도다. 평소 면역력이 약한 환자들이 코로나19에 감염됐지만 증상이 심하지 않아 병원을 찾았을 수 있고 이에 간호사가 노출되었을 수 있다. 간호사는 보통 교대 근무를 하고 업무가 과한 집단이어서 면역력이 떨어진 경우가 적지 않으며, 감염 환자 등 환자와 많이 접하기 때문에 감염병 유행에 취약한 편이다.
“증상 별로 없는 감염자 계속 나타날 수 있어”
-신천지 상황이 재연될까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빠르게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다.
=신천지와는 다른 상황이다. 신천지 땐 지역사회에 얼마나 퍼져 있는지 전혀 파악을 못했다. 그땐 감염된 사람이 소규모 모임을 통해 계속 전파시킨 상황을 뒤늦게 파악한 경우라면, 지금은 이전 경험을 통해 퍼트린 사람을 파악해서 접촉자를 체크하고 줄여나가는 비법이 생긴 거다. 지금은 이태원 클럽발 코로나19가 진정세에 가까워졌다고 본다.
-그래도 여전히 안심할 단계는 아니지 않나.
=증상이 별로 없는 감염자가 계속 나타날 수 있다. 증상이 약한 형태로 계속 주위로 전파하거나, 아직 학문적으로 명확하게 드러나진 않았지만 몸속에 있다가 재활성화되는 가능성도 남아 있다. 다만 계절적 특성상 외부 활동이 많아진다는 점, 그러나 반대로 에어컨을 사용하면서 다시 밀폐된 실내 활동이 늘어난다는 점을 생각하면 아직은 어디로 튈지 예측하기 힘들다. 이보다 더 문제 되는 건, 가을·겨울에 접어들 때까지도 세계적 유행이 계속되면 그때는 훨씬 상황이 안 좋을 것이란 예측이다.
-이태원발 감염은 일상으로 돌아가기가 얼마나 힘든지 다시금 보여줬다.
=예전처럼 외부 활동을 다 하게 했다면, 그 좋은 날씨에 지하의 클럽보단 다른 선택지가 있었을 거다. 여느 때라면 해외여행 등으로 이태원이 썰렁할 수도 있었을 거다. 실외 활동과 여행 등이 막힌 상황에서 연휴 기간에 쉬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싶은 마음이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다른 때보다 방역에 대한 관심이, 경각심이 떨어진 상황이었다. 그 이후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서는 방역을 잘 지키는 편이다. 당분간 황금연휴도 없고 기온도 높아지고 있으니, 상대적으로 이태원 클럽처럼 보낼 공간은 상당히 줄었다고 봐야 한다.
▶정부가 마스크를 쓰지 않은 승객의 대중교통 탑승을 제한하기로 한 5월 26일 서울 구로구 신도림역에서 시민들이 마스크를 쓴 채 이동하고 있다.│한겨레
“방역 생활습관 배우는 계기 삼아야”
-5월 20일에 고3부터 등교를 시작했다. 학교나 학원 등의 방역대책에 다른 조치가 필요할까?
=학교를 계속 못 가게 할 순 없는 상황이다. 학생들이 학교를 안 간다고 해서 학교 이외의 공간을 안 간다는 보장이 없다. 학원이나 PC방, 집단 놀이시설을 가는 것도 막기 힘들다. 지역사회의 여건에 맞게 시작해보면 좋겠다. 환자가 거의 없었던 지역부터라든지 학생 수가 매우 적은 학교부터 개학을 하되, 지역사회와 충분한 사회적 협의를 거치면 좋겠다. 지역 현황에 맞게 말이다. 학생들의 교육 형태나 학생 수도 지역마다 다를 수 있다. 여러 상황을 고려해 지역 현실에 맞게 결정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학생들의 경우 방역 대책도 학교를 통해서 배워나가는 게 가능하다. 집단 시설에서 방역 생활습관을 배우는 계기로 삼으면 어떨까 싶다.
-날이 더워지면서 에어컨을 켜기 시작한다. 이런 공간에서는 어떻게 방역해야 하나.
=좀 더 세밀한 원칙을 만들어가야 한다. 예전엔 에너지 정책상 에어컨을 틀면 창문과 출입문을 닫도록 권장했다면, 코로나 시대에선 자주 환기를 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창문을 열고 에어컨을 켜도 예전처럼 에너지 관련 법을 적용하긴 힘들 것이다. 에어컨이 있으면 공기 순환이 훨씬 잘되지만 자칫 잘못해서 밀폐된 공간을 만들어놓으면, 누군가 한 명 배출시킨 것이 계속 그 안에서 순환돼 유행하는 상황을 만들 수 있다. 때문에 에어컨 사용에 관한 규칙들도 바꿔야 할 것이다. 밀폐된 공간을 만들지 않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이 있어야 한다.
-5월 26일부터 전국적으로 마스크를 쓰지 않은 승객은 대중교통 탑승이 제한됐다. 날씨가 점점 더워지는데 대중교통 방역대책은 어떻게 관리해야 할까?
=큰 고민거리다. 기온이 높은 여름에 마스크를 쓰면 입도 코도 답답하다. 원래 코로나19 이전의 마스크 지침은 증상이 있는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퍼트리지 않도록 마스크를 쓰게 했다. 하지만 코로나19의 경우 증상이 경미해도 바이러스가 배출될 가능성이 확인되면서 대중교통이나 실내 공간에서는 모두가 마스크를 쓰도록 바뀌었다. 대중교통이나 실내 공간에서 에어컨으로 실내 온도를 잘 조절하면서 주기적으로 환기해 혹시 모를 감염 위험을 낮추는 구체적인 안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과거보다 방역에서 공동체 정신 크게 향상”
-기온이 올라가면 바이러스의 활동성이 떨어진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더워지면 코로나19도 약해지나.
=여름에도 활동성이 높을지, 계속 전파시킬지 아직 확신하기 어렵다. 하지만 일반적인 코로나바이러스는 기온이 낮은 겨울철에 많이 활동하고 감염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기대하는 부분이 있다. 또 계절상 실내 활동이 줄어들면서 밀폐된 공간에서 활동도 줄기 때문에 전파 위험도 같이 낮아진다고 본다. 바이러스의 활동력도 떨어지지만 우리가 전파시킬 가능성도 같이 낮아지는 계절인 것이다.
-코로나19와 싸움이 넉 달 이상 계속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우리나라가 코로나19 대응의 모범 사례가 되었다.
=우리나라가 유리했던 것은 메르스를 경험했다는 점 때문이다. 특성이 다를 수 있지만, 어떻게 접촉 환자를 찾아내 분리시키고 전파를 막을 수 있는지에 대한 경험치를 다른 나라보다 많이 가지고 있었다. 문재인정부는 모든 정책에서 투명한 정보 공개를 강조하고 있다. 방역 대책의 핵심도 정보를 신속하게 국민에게 알리고 방역 주체로서 국민을 참가시켜 실생활에서 어떻게 더 감소시킬지, 누군가를 비난하고 차별하는 게 아니라 전체 국민의 문제로 함께 극복할 수 있도록 한 사례라고 볼 수 있다. 메르스의 경험, 투명한 정보 공개, 방역 주체로서 국민 참여가 큰 도움이 되었다. 특히 5부제로 약국 앞에서 줄을 서야 마스크를 구할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정작 마스크를 만들어 나눠준다든지, 메르스 때 의료진 자녀를 학교에 못 오도록 해달라는 청원이 나왔다면 이번에는 코로나19 방역에 나선 의료진의 노력에 감사를 표하는 등 과거보다 방역에서 공동체 정신이 크게 향상되었다.
-코로나19를 겪으면서 감염병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고 보나.
=‘아프면 쉰다’는 문화가 자리 잡아갈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은 우리 사회가 아파도 학교에, 직장에 가야 하는 분위기였다. 코로나19 발생 이후론 아프면 집에서 쉬다가 평상시 감기 증상과 다르다고 느끼면 선별진료소를 통해 진료받도록 권장하고 있다. 일이 중심이었던 일터에서 건강, 즉 다른 사람에게 감염되지 않도록 하는 문화가 자리 잡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산업재해 예방, 즉 직장에서 재해 예방이나 건강 증진 등의 제도적 지지로 이어지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아울러 감염이 환자의 잘못으로 나타나는 질병이라고 환자를 비난하기보다는 감염 환자 역시 치료받아야 할 환자이며, 공동체가 유지되려면 감염 환자를 혐오하거나 차별해서는 곤란하다는 태도도 많이 확산되었다고 볼 수 있다.
“장기적으로 건강 취약층 위한 대책 세워야”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해 정부는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 가장 가슴 아팠던 일은, 대구에서 병상이 없어 자가격리 중 증상이 악화돼 사망한 사례가 언론을 통해 알려진 것만도 10여 차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인구당 병상 수가 최상위권에 속하는 나라에서 병상이 부족해 병원도 못 가보고 사망했다는 것은 우리 사회의 바이러스 취약성을 보여준다. 바이러스 대유행에 대비할 수 있는 공공의료나 활용 가능한 병상 수가 당장에 없었다는 건 크게 개선해야 할 문제다. 장기적으로는 건강 취약층을 만들지 않는 대책을 세우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은 건강 취약층을 중심으로 파고들어 전 사회를 위협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끝으로, 다시 긴장의 끈을 조여야 하는 의미로 당부한다면?
=지금 비대면 진료 확대 등이 뜨겁게 논의되고 있는데, 정착되기까지 시간이 걸릴 일이다. 가을부터 유행이 다시 확산된다고 치면, 당장 코로나19 중환자가 생겼을 때 이들을 치료할 수 있는 공공 병상의 확충이 시급하다. 부산 침례병원처럼 도산한 병원을 공공 전문병원으로 만들어 감염병 유행 사태에 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 손씻기 등 개인위생 수칙 준수, ‘아프면 쉰다’는 직장문화, 밀폐 공간에서 많은 사람들이 사는 서울 중심의 대도시 문화가 감염에 매우 취약하다는 것을 사회적 변화의 조건으로 만들어야 한다. 정부가 말하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는 다른 세상이다’라는 것은 이런 부분들이 바뀌어야 만들 수 있다.
심은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