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원들이 실험하는 모습
바이오헬스 전문업체 솔젠트를 가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전 세계 경제가 위축되는 와중에도 국내 코로나19 진단도구(키트) 분야는 매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수출이 급증했다. 관세청이 5월 7일 발표한 ‘코로나19 진단키트 수출 현황’을 보면, 2020년 1월부터 4월까지 코로나19 진단도구의 누적 수출액은 2억 2598만 달러로 집계됐다. 1월과 2월, 각각 3400달러와 64만 2500달러에 그치던 수출액은 미국과 유럽 등으로 코로나19가 급속히 확산하면서 크게 증가해 3월에는 2400만 달러, 4월엔 2억 달러(2억 123만 달러)를 돌파했다.
“24시간이 모자라다”는 말 실감날 정도로 분주
분자진단 전문업체 솔젠트는 코로나19 진단도구로 약진하고 있는 우리 기업 가운데 한 곳이다. 솔젠트의 진단도구는 4월 30일 중소벤처기업부가 우수 중소기업 제품의 해외판로 개척을 지원하기 위해 내놓은 중소기업 공동브랜드 ‘브랜드K’에 선정됐다. 다만 정부의 긴급사용승인을 받았지만 아직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정식허가를 받지 못해 ‘예비 브랜드K’ 상태로 정부 지원사업이 이뤄질 예정이다. 브랜드K로 선정된 제품은 1억원의 브랜드K 전용 수출바우처(사용권), 100억 원 규모의 전용 신성장진출지원자금 우대, 해외 오프라인 유통망 진출, K콘(KCON) 등 각종 한류행사 및 무역상담회 등이 지원된다. 박영선 중기벤처부 장관은 “진단키트에 브랜드K를 붙여주면 ‘이게 (방역으로 성공한)한국의 제품이구나’, ‘한국 정부에서 승인을 받았구나’라는 것을 동시에 알릴 수 있어서 진단도구 회사 입장에서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솔젠트의 코로나19 진단도구는 2월 말 질병관리본부의 긴급사용승인과 유럽인증(CE-IVD) 등을 받았다. 5월 11일 기준 이 회사가 코로나19 진단도구를 공급하는 나라는 미국, 독일, 러시아, 루마니아를 비롯해 이스라엘, 이탈리아, 인도, 폴란드, 필리핀, 불가리아, 아일랜드, 헝가리, 호주 등 50개국이 넘는다.
“최대한 많이 코로나19 진단도구를 생산하기 위해 임직원 모두 불철주야 근무하는 상황입니다. 3월에 주당 3000키트를 생산했는데 5월 들어서는 4000키트 이상으로 생산량을 끌어올렸습니다. 6월에는 1만 키트 생산을 목표로 증산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5월 11일 솔젠트 측이 들려준 근황에선 “24시간이 모자라다”는 말이 실감날 정도로 바쁜 분위기가 전해졌다.
2000년 ‘과학의 요람’이라 불리는 대덕연구단지 내 설립된 솔젠트는 체외진단 가운데 정확도가 가장 높은 분자진단에 사용되는 연구용 시약 및 진단도구를 개발·제조하고, 유전체 분석을 통한 종 감별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간 솔젠트는 중합효소연쇄반응(PCR) 기술을 이용해 감염성 질환과 유전적 질환 등 신체 이상 발생 유무를 알아낼 수 있는 40여 종의 분자진단 도구를 개발해 유럽인증을 획득했고, 수십 종의 연구용 시약 개발에 성공해 상용화를 이뤄냈다. 최근엔 ‘휴먼진단’ 외에 농축수산물진단(AG BIO) 플랫폼도 구축하고 있다. 쌀 품종검정 사업의 경우 국내 실적 1위를 달리고 있고, 한우·비한우 감별 서비스도 지속적으로 제공하는 중이다. 최근엔 1년 이상 묘목에서 은행나무의 암수 구분을 알아내는 서비스를 제공해 여러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4월 7일 KEB Med 박세열 대표이사, 솔젠트 석도수 대표이사, 솔젠트 유재형 대표이사, YTS글로벌 한동근 한국지사장이 미국연방재난관리청(FEMA)에 비축전략물자 조달업체로 등록된 뒤 기념사진을 찍었다.(왼쪽부터)
개발비 부담 있지만 ‘벤처 살려보자’ 도전… 50여개국에 수출
솔젠트가 코로나19 진단도구 개발에 뛰어들기까지는 치열한 노력과 고민이 있었다. 2019년 12월 중국 우한시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바이러스성 폐렴이 발생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이를 예의주시했다. 바이러스 감염 여부를 정확히 진단할 수 있는 분자진단 도구를 개발·생산하는 업체로서 당연한 일이었다. 이후 코로나19가 다른 바이러스보다 감염력과 전파력이 높다는 소식과 함께 중국 협력사에서 코로나19 진단도구에 대한 개발 제의를 받았다. 당시만 해도 중국 내 특정 지역에 국한되어 코로나19가 발병했던 시기라 지금과는 상황이 많이 달랐다. 솔젠트 측은 “회사로서는 개발비에 대한 경제적 부담과 제품 수요와 판매의 불확실성이 있었기 때문에 개발하는 데 부담이 컸다”면서 “‘함께 벤처기업을 살려보자’며 직원들을 설득해 개발에 착수하게 됐다. 당시에는 ‘잘 만들어서 10만 테스트 분량만 중국에 수출해보자’는 소박한 목표로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후 연구진이 밤낮으로 개발에 매진한 결과 두 개의 코로나19 진단도구 개발에 성공했다. 한 제품은 2월 27일 질병관리본부로부터 긴급사용승인을, 그다음 날엔 두 제품 모두 유럽인증을 획득했다. 이후 본격적인 생산이 이뤄져 현재는 세계 여러 나라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솔젠트 측은 “2019년 매출이 61억 3000만 원인데 2020년은 코로나19 진단도구 해외수출 실적에 힘입어 지난해를 크게 웃도는 매출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솔젠트가 개발한 코로나19 진단도구는 RNA 추출·정제 뒤 2시간 이내 신속한 검출이 가능하다. 솔젠트 측은 “우리가 개발한 코로나19 진단도구는 체외진단 가운데서 정확도가 가장 높은, 분자진단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중합효소연쇄반응(PCR) 기술이 적용됐다”며 “그 가운데서도 특정 유전자 염기서열을 증폭해 진단하는 방식인 ‘qRT-PCR’ 기술이 쓰였다”고 설명했다. 이는 그간 다양한 진단도구를 제조한 경험이 만들어낸 결과이기도 하다. 솔젠트는 진단도구에 쓰이는 효소들을 직접 개발·생산하기 때문에 매우 높은 민감도와 특이도를 목표로 한다. 코로나19 진단도구는 40개 이상 진단도구를 개발한 이력과 검출 유전자만을 동시에 증폭시킬 수 있는 ‘ASP(Allele Specific PCR)’ 기술을 바탕으로 디자인됐다. 솔젠트 측은 “제품을 공급받은 여러 나라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기에 솔젠트만의 기술 우수성은 세계적으로 입증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내 긴급사용승인 및 유럽 인증을 받은 코로나19 진단키트| 솔젠트
개발·승인, 수출 등 정부와 선제적 협업
개발과 승인 그리고 내수시장을 넘어 해외시장 수출에 이르기까지, 한국산 코로나19 진단도구의 발 빠른 성장을 두고 우리 기업과 정부의 선제적 협업을 칭찬하는 목소리도 들려온다. 솔젠트 측은 “정부에서는 체외진단 가운데 정확도가 가장 높은 분자진단을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표준검사법으로 발 빠르게 지정했고, ‘긴급사용승인’을 통해 현장에 바로 투입될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였다”고 설명했다. 또한 “현재는 정부가 코로나19 진단도구의 원활한 생산을 위해 ‘스마트공장 구축사업’ 및 저금리 기업대출도 지원하고 있다”며 “중소벤처기업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에서도 우리 회사에 직접 방문해 애로사항을 듣고 이를 해결하려 노력해주었다”고 덧붙였다.
솔젠트의 경우, 대량생산 체제를 구축하는 게 가장 큰 고민거리였다. 최근엔 이런 고민도 덜게 됐다. 최근 중기부는 해외에서 수출 요청이 급증하는 코로나19 진단도구 생산업체에 스마트공장 보급을 위한 본격적인 지원을 하기로 결정했다. 중기부는 중소기업중앙회·삼성전자(스마트공장지원센터)와 함께 진단도구 업체를 직접 찾아 기업별 개선과제를 도출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업체들의 공통 현안으로 단기 수주 증가로 인한 생산성 향상의 필요성을 인식한 것. 이에 중기부는 모든 공정에 자재, 반제품과 완제품을 철저히 구분해 관리하는 현장관리 프로세스를 정립하고, 바코드 시스템을 도입해 생산 효율과 품질을 동시에 잡을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석도수 공동대표이사, 심선미 과장, 조지윤 과장, 차미정 부장, 고영준 차장(왼쪽부터) | 솔젠트
앞으로 분자진단 시장 수요 더 늘 것
의학의 패러다임이 치료 중심에서 예방·예측의 정밀 의료로 변화하고 있다. 솔젠트 측은 “그 가운데서 분자진단은 연간 10% 이상의 성장률을 보이며, 체외진단 분야에서 가장 큰 성장을 이루고 있다”며 “게다가 이번 코로나19 세계 대유행으로 분자진단 시장의 수요는 더욱 늘어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정부가 2019년 ‘바이오헬스 산업 혁신전략’을 통해 2030년까지 바이오헬스 분야의 세계 최고에 도전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가운데 바이오헬스 산업 중에서도 진단도구 등 분자진단 시장이 더 힘을 얻을 것으로 기대되는 이유다. 솔젠트 측은 “분자진단 도구를 개발하는 데 중요한 점이 많지만, 그 가운데서도 개발하고자 하는 진단도구 관련 감염성, 유전적 질환에 대한 검체 수급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정부에서 적절한 정부과제의 선정과 공고를 통해 적절한 재정적 지원과 함께 원활한 검체 수급을 해줄 거라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청연 기자
중소기업 국가브랜드 '브랜드K' 한류 날개 달고 세계로 뻗는다
중소기업 제품 국가브랜드인 ‘브랜드K’는 중소벤처기업부가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기술과 품질을 보장해 주는 중소기업 공동브랜드다. 브랜드 전문가, 성능 전문가들이 총출동해 혁신성, 경쟁력, 실용성, 안전성, 시장 잠재력을 꼼꼼히 따져 선정한다. 기업의 비전과 철학이 건강한지도 평가대상이다.
2019년 9월 39개 제품을 1기 브랜드K로 선정한데 이어, 지난 4월 81개 제품을 2기 브랜드K로 선정했다. 이 외에 코로나19 사태에서 돋보였던 진단도구 분야에서 ‘예비 브랜드K’ 제품 14개도 추가로 선정했다. 이들 제품은 예비 브랜드K로서 각종 정부 지원사업이 연계되며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관계부처의 정식허가를 받는 즉시 자동으로 브랜드K로 승격된다.
이들 제품에 대해서는 ▲브랜드K 전용 수출 바우처(교환권) 지급 ▲브랜드 K 전용 자금 지원 ▲‘가치삽시다’ 플랫폼 전용관 운영 등 각종 혜택을 부여할 예정이다. 또 선정 업체들은 신종 코로나19 사태로 위축된 내수소비 활성화를 위한 온·오프라인 판매활성화 행사 ‘2020 대한민국 동행세일’에 참가할 계획이다.
박영선 중기부 장관은 “브랜드 파워가 부족해서 세계시장 안착이 어려운 중소기업에게는 국가이미지를 활용한 공동브랜드를 통한 국가적 보증과 측면 지원이 필수적”이라며 “이번 행사를 통해 브랜드K에 선정된 기업들이 세계시장에서 더욱 활약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