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5월 25일 청와대에서 열린 ‘2020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코로나19 경제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정부가 지닌 재정역량을 쏟아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적극적인 확대재정의 불가피성을 거듭 역설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5월 25일 청와대에서 2020년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주재하며 “그야말로 경제 전시 상황이다. 전시재정을 편성한다는 각오로 정부 재정역량을 총동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가재정전략회의는 대통령과 국무총리를 포함한 국무위원 전원이 참석하는 재정 분야 최고위급 의사결정 회의다. 이날 회의는 2004년 처음 열린 뒤 17번째로 열렸다.
문 대통령이 이날 확대재정을 강조한 데는 코로나19 경제위기의 심각성이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이라는 인식이 담겨 있다.
문 대통령은 “재정은 국가정책을 실현하는 직접적인 수단이다. 우리 사회가 가야 할 방향과 목표를 담아야 하고, 경제위기 국면에서는 국민의 고통을 해결하는 데 앞장서 역할을 해야 한다”며 “지금은 ‘누구를 위한 재정이며 무엇을 향한 재정인가?’라는 질문이 더욱 절박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세계경제의 바닥이 보이지 않는다. 우리 경제도 예외가 아니다”며 “불을 끌 때도 조기에, 초기에 충분한 물을 부어야 빠른 진화로 더 큰 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3차 추가경정예산(추경)을 과감하고 속도감 있게 편성해달라는 주문도 나왔다. 문 대통령은 “고용·수출 등 실물경제의 위축이 본격화하고 있어 더 과감한 재정의 역할이 필요하다. 1, 2차 추경을 뛰어넘는 3차 추경안을 신속히 준비해달라”고 말했다. 이어 “추경의 효과는 속도와 타이밍에 달려 있는 만큼 새 국회에서 3차 추경안이 6월 중 처리될 수 있도록 잘 협조해주길 당부드린다”고 강조했다.
재정건전성 기조가 강한 기획재정부 등 경제부처를 향해선 ‘국가 재정에 대한 인식 전환’을 촉구했다. 문 대통령은 “충분한 재정을 투입해 빨리 위기를 극복하고 경제성장률을 높여 재정건전성을 회복하는 좀 더 긴 호흡의 재정투자 선순환을 도모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다만 필요 없거나 급하지 않은 세출은 최대한 줄여 재정 부담을 완화하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문 대통령은 “물론 강도 높은 지출 구조조정을 함께해 나가야 한다. 불요불급한 지출을 과감히 줄여야 한다”며 “특히 2021년 세입 여건도 녹록지 않을 것을 고려하면 뼈를 깎는 지출 구조조정이 필수적이다. 정부부터 허리띠를 졸라매겠다”고 덧붙였다.
“재난지원금 소비 진작 효과 현실화”
문 대통령은 “사상 최초로 정부가 지원한 긴급재난지원금이 국민에게 큰 위로와 응원이 되고 있어 매우 기쁘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5월 26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이같이 언급하고 “골목상권과 소상공인들에게도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고 있다”며 “재난지원금이 소비로 이어져 소상공인 매출 감소폭이 둔화되었고, 카드 매출은 2019년 수준을 회복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재난지원금의 목적 중 하나인 소비 진작의 효과가 현실화되고 있는 셈”이라며 “국민께서 어려운 국민경제에 보탬이 되기 위해 재난지원금을 적극적으로 소비해준 덕분”이라고 감사를 전했다.
문 대통령은 “재난지원금이 모처럼 소고기 국거리를 사는 데 쓰였고, 벼르다가 아내에게 안경을 사줬다는 보도를 보았다”며 “특히 한우와 삼겹살 매출이 급증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제 위축으로 허리띠를 졸라매었던 국민의 마음이 와닿아서 가슴이 뭉클하기도 하다”며 “재난지원금이 힘겨운 사람들 마음을 따뜻하게 덥혀주는 것 같아서 보람을 느낀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기부에 참여하는 국민에게도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국민이 마련해준 소중한 기부금은 고용보험기금으로 환입되어 어려운 국민의 고용 안정과 실업급여 등 일자리가 절실한 분들을 위해 꼭 필요한 곳에 쓰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재난지원금을 아파트 경비원과 미화원들에게 익명으로 기부한 소식도 들었다”며 “아름다운 기부이며 어려움 속에서도 자신보다 못한 사람들의 손을 잡아주는 따뜻한 마음이야말로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드는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국민 여러분의 기부가 일자리를 지키거나 일자리를 잃은 분들에게 큰 힘이 될 것”이라며 “소비든 기부든 뜻이 하나로 모아져 함께 어려운 시기를 건너는 힘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등교 개학, 생활방역 성공 여부 가늠 시금석”
고등학교 3학년에 이어 순차적으로 이뤄지는 등교 수업과 관련해선 “오랫동안 미루다 시행하는 등교 개학이야말로 생활방역의 성공 여부를 가늠하는 시금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학교에서 안전수칙을 철저히 지키는 것과 함께 학교 밖에서도 방역에 소홀함이 없어야 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문 대통령은 “불안이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는 부모님들의 무거운 마음을 잘 알고 있다. 정부의 마음도 같다”며 “학부모님들과 같은 마음가짐으로 아이들이 건강하게 학교생활을 할 수 있도록 준비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노래방, PC방 등 감염 사례가 많이 발생하는 다중이용시설에 대해 정부와 지자체도 방역 조치에 최선을 다할 것이지만 학생들도 서로의 안전을 위해 감염 위험이 높은 다중이용시설 출입에 특별한 주의를 기울여달라”고 당부했다.
박순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