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과 수업 중인 진성민 교사
6·25전쟁 70주년 국민 서포터즈 공동단장 진성민 교사
“선생님은 인생 자체가 우리나라 역사, 국가와 관련이 많네요.”
서포터즈 공동단장인 이천세무고등학교 진성민(32) 역사 교사가 학생들에게 자주 듣는 말이다. 그는 어린 시절 가족에게서 6·25전쟁과 분단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듣고 자랐다. “대고모부(고 한상진 상병·아버지의 고모부)는 6·25전쟁 때 나라를 위해 참전했다가 강원도 양구에서 젊은 나이에 전사해 국립서울현충원에 안장되셨어요. 외할아버지(고 이춘식 상병)도 6·25전쟁에서 머리에 포탄 파편이 박히는 큰 부상을 입고, 상이군인으로 국가유공자가 되셨고요. 큰할머니는 젊은 나이에 남편을 잃고, 조카인 저희 아버지 형제를 평생 키웠죠. 저희 가족에겐 전쟁만큼 분단이 준 아픔도 컸어요. 개성이 고향인 외조부모는 1·4후퇴 때 딸을 자신의 부모에게 맡기고 남쪽으로 피란을 내려오셨어요. 그때 헤어진 딸을 70년 가까이 만나지 못했죠.”
▶학생들과 수업 중인 진성민 교사
전쟁과 분단의 아픔… 선생님이 들려주는 가족사
어릴 때부터 역사에 관심이 많았던 진 교사는 역사 교사가 되어 6·25전쟁과 분단의 현실, 평화통일에 대해 학생들에게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2019년까지 중학교에서 근무했는데 수업 때 6·25전쟁 얘기가 나오면 제 가족의 사연을 소개했어요. 외조부모가 개성에 두고 온 딸의 당시 나이가 세 살이었거든요. ‘세 살 때 헤어져서 70년 동안 부모님을 못 본다고 생각해보자.’ 이렇게 말하면 순간 학생들 얼굴 표정에 변화가 느껴지더라고요. 멀게만 느껴지던 역사 속 이야기를 선생님 가족의 사연으로 접하니 와닿는 게 조금은 다른 거 같아요.”
진 교사는 학생들 머리와 가슴속에 역사가 조금이라도 더 의미 있게 기억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역사 관련 유적지 답사나 박물관 체험 활동 등을 활발히 진행한다. 학생들과 동아리 활동을 통해 다양한 평화통일 체험교육도 하고 있다. 2019년에는 재직하던 중학교에서 지도교사를 맡았던 동아리가 경기도교육청 공감학교 통일교육 평화통일학생동아리로 지정돼 학생들과 함께 판문점을 다녀오기도 했다.
현재 재직 중인 이천세무고등학교에서는 학생 자율동아리 ‘히스토리아’의 지도교사를 맡아 경기도교육청 지정 평화통일학생동아리 사업을 함께 진행하고 있다. 지역에서도 경기도교육청 8대 체험학습 컨설팅 위원으로 참여해 국립이천호국원과 이천 지역 학교의 교육과정을 연계해 학생들이 참전용사들에 대해 관심을 갖도록 노력하고 있다.
역사·통일 분야에 관심을 가지면서 2019년부터는 대통령 직속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19기 자문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또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청년위원 기자로도 활동하고 있는데 2019년에는 3·1운동 및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임정 로드 탐방 기사를 쓰기도 했다.
▶청와대를 통해 진 교사의 큰할머니가 받은 송이버섯
역사 교사로서 70년 전 희생 알리는 역할 하고파
서포터즈 공동단장 활동은 그간 행보의 연장선에 있다. 역사 교사로서 사람들이 6·25전쟁과 당시 희생된 이들에 대해 알고, 그분들의 희생을 기억하는 데 작은 역할이라도 하고자 시작한 일이다. “전쟁, 분단, 통일, 평화 등은 모두 연결되어 있는 이슈잖아요. 저는 어릴 적 할머니와 살면서 전쟁 당시 이야기를 많이 들으며 자랐고, 그 말씀들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거든요. 제 조부모 세대의 희생과 아픔을 지금 세대에게 전달하고 싶습니다. 교사라는 직업적 특성을 잘 살려서 학생들을 비롯해 많은 이들에게 전쟁의 비극과 나라를 지키고자 했던 희생에 대해 알리는 게 목표입니다.”
2018년에는 그의 큰할머니 앞으로 송이버섯이 도착했다. 평양 남북정상회담을 기념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낸 선물을 청와대 측이 미상봉 이산가족에게 전달한 것. 진 교사는 큰할머니가 기뻐하는 모습을 보며 “‘우리 집안의 역사가 우리나라 역사와 크게 떨어져 있는 게 아니구나’ 생각했어요”라고 말했다. 당시 92세이던 할머니는 몇 달 전 돌아가셨다. “언젠가 문재인 대통령이 자신의 부모님도 이산가족이었는데 두 분만 남쪽으로 오신 바람에 명절에 만날 수 있는 친척이 없었다고 언론을 통해 말씀하신 적이 있어요. 제 어머니가 해준 말씀과 똑같아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요.”
진 교사는 송이버섯을 받은 사연으로 큰할머니와 함께 방송에 출연하기도 했다. 2019년에는 해당 영상을 학생들에게 보여주며 분단과 평화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2020년 6·25전쟁 관련 수업을 할 때도 그 영상을 함께 보면서 이산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계획이다.
▶큰할머니와 함께 출연한 방송 장면 | 진성민
“남북 간 보건협력 이뤄져 모두 건강했으면”
진 교사는 “역사를 통해 배운다는 말이 있죠”라며 “6·25전쟁이 일어난 지 70년이 지난 지금, 과거의 역사를 통해 우리가 배울 것이 많을 겁니다”라고 말했다. “6·25전쟁으로 참 많은 사람이 힘겹게 살아왔습니다. 그런데 70년이 흐른 2020년, 우리 앞엔 또 다른 어려움이 닥쳤잖아요. 당시 위협받은 것이 ‘평화’였다면, 지금은 우리의 생명이 위협받는 상황이죠. 과거 역사에서 지혜를 찾는다는 의미로 국난을 극복했던 노력과 희생의 기억을 되새겨서 지금 당면한 코로나19 문제 해결에 모두 힘을 모았으면 합니다. 온 국민이 코로나19에 맞서 똘똘 뭉쳐 노력하고 있는데 여기서 한 걸음 나아가 남북 간 보건협력 등도 이뤄져 한반도 전체가 평화롭고 건강해지면 좋겠습니다.”
김청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