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규모 태양광 수상발전소인 충북 영동군 추풍령 저수지 수상발전소에서 작업 관계자들이 시설을 둘러보고 있다.| 한겨레
‘그린 뉴딜’ 무엇을 담았나
문재인 대통령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 경기부양책 마련과 기후위기에 대한 대안으로 ‘그린 뉴딜’을 화두로 제시했다. 문 대통령은 5월 20일 친환경·일자리 창출에 초점을 맞춘 “그린 뉴딜을 한국판 뉴딜 사업에 포함시키라”고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그린 뉴딜은 우리가 가야 할 길임이 분명하다”며 이렇게 말했다고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문 대통령은 앞서 5월 12일 국무회의에서 “요즘 그린 뉴딜이 화두”라며 “한국판 뉴딜에 포함돼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그린 뉴딜이 일자리를 늘릴 수 있는지 협의해 서면 보고해달라”고 4개 부처(환경부·산업통상자원부·중소벤처기업부·국토교통부)에 지시했다.
이날 국무회의에서는 그린 뉴딜을 둘러싸고 격론에 가까운 토론이 이어졌다. 그린 뉴딜을 한국판 뉴딜의 한 축으로 설정하는 데 대해 다양한 의견이 쏟아져 나왔다. 강 대변인은 “그린 뉴딜이 우리 사회가 가야 할 중요 과제이자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핵심 가치인 것이 분명하다는 점을 참석자 모두 공유했다”고 전했다.
이에 5월 15일 4개 부처가 문 대통령에게 친환경 산업에 대한 대규모 투자로 일자리를 창출하는 그린 뉴딜에 대해 서면 보고했다. 각 부처는 그린 뉴딜 보고서에 노후화된 사회간접자본(SOC)을 디지털화하고 그 과정에서 일자리도 만들어내는 방안을 주요하게 담은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은 4개 부처 장관의 서면 보고를 받은 뒤 “그린 뉴딜은 국제 사회와 시민 사회의 요구를 감안하더라도 인정할 필요가 있다”며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한국판 뉴딜 사업에 그린 뉴딜을 주요 사업으로 포함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강 대변인이 전했다. 강 대변인은 “그린 뉴딜의 구체적인 사업은 3차 추가경정예산안에도 반영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앞서 ▲디지털 인프라 구축 ▲비대면 산업 육성 ▲SOC 디지털화 등 세 가지를 포스트 코로나 시대 한국판 뉴딜의 추진과제로 정했다.
기후위기와 사회·경제적 불평등 동시 해결
그린 뉴딜의 ‘그린’은 일반적으로 ‘친환경’을, ‘뉴딜’은 미국이 과거 대공황 극복을 위해 시도한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이른다. 이 때문에 그린 뉴딜은 기후위기와 사회·경제적 불평등을 동시에 해결하기 위한 정책으로 꼽힌다. 탄소 중심의 산업구조를 전환해 기후위기에 대응하고 친환경 녹색 일자리를 창출하는 정책이다.
강 대변인은 “그린 뉴딜을 한국판 뉴딜에 포함한 것은 문 대통령의 의지가 작용한 결과”라고 말했다. 그는 “문 대통령이 그린 뉴딜이 디지털 인프라 구축과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크게 보는 설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라며 “청와대 정책실과 기획재정부 등이 협의를 거쳐 한국판 뉴딜을 디지털 뉴딜과 그린 뉴딜로 하도록 밑그림을 정리했다”라고 덧붙였다.
앞으로 정부가 추진하는 그린 뉴딜의 주된 목적은 일자리 창출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5월 12일 국무회의에서 “그린 뉴딜은 그 자체로 많은 일자리를 만들 수도 있을 것”이라며 “국제사회가 그린 뉴딜에 대한 한국의 역할을 적극적으로 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온실가스 감축에 앞장서는 노력으로 국제적 위상을 높이는 동시에 일자리 창출까지 이루겠다는 것이다.
최근 미국 스탠퍼드대 마크 제이컵슨 연구팀은 그린 뉴딜 정책 시행 때 2050년까지 한국에 144만 개의 일자리가 생긴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도 5월 6일 ‘포스트 코로나 시대와 그린 뉴딜’ 토론회에서 “전 세계 자동차산업 일자리가 5000만 개인데 이미 재생에너지 일자리가 1000만 개”라며 “재생에너지를 살리면 자동차산업 고용 규모(49만 명) 이상인 50만 개의 일자리, 원자력 고용의 10배 이상도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이를 위해 그린 뉴딜에도 적극적인 재정 투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린 뉴딜 경기부양, 기업회생, 일자리 창출, 소득 창출, 세수 증대, 재정건전성 회복’이라는 선순환 고리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유종일 KDI 국제정책대학원장도 이 자리에서 “사람중심의 경제민주화, 포용적 디지털 전환, 혁신을 바탕으로 지속가능한 경제를 만드는 게 그린 뉴딜”이라고 언급했다.
이와 관련 우선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큰 국토부의 ‘노후 건축물 그린 리모델링’이 주목받고 있다. 단열 기준 강화 등의 공사로 건물의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것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와 그린 뉴딜’ 긴급 토론회가 5월 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가운데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한겨레
에너지 전환을 통한 저탄소 친환경 발전
녹색 부양을 통한 일자리 창출과 함께 에너지 전환을 통한 저탄소 친환경 발전 역시 그린 뉴딜의 주요한 한 축이다. 이와 관련 핵심 분야는 기후변화, 탄소배출, 환경오염 등이 꼽힌다.
성윤모 산업부 장관은 5월 14일 기자간담회에서 “그린 뉴딜과 관련해 산업부의 역할은 이산화탄소 분야”라며 “에너지 전환과 온실감스 감축 효과를 바탕으로 그린 뉴딜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부적으로는 탈석탄을 통한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발전 산업이 주력이다. 국토부는 이와 관련해 에너지 제로화 빌딩, 스마트시티 등을 추진할 전망이다. 해수면에 대형 태양광 집열판을 설치하는 방안 등도 거론된다.
이와 함께 수소·전기차 충전시설 확충과 산업단지 내 재생에너지 시설 보급 등 에너지 전환 투자도 주요한 정책이다. 5월 17일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은 ‘그린 뉴딜을 통한 코로나19 경기위축 대응’ 보고서에서 에너지 전환 투자 등을 통한 경기회복을 그린 뉴딜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환경정책평가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코로나19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단기적으로 지역 밀착형 환경 인프라 강화 사업을 펼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노후상수도 정비와 하수처리시설 확충, 생활편의시설 조성, 건물·주택 에너지 성능 개선 등을 통해 환경오염을 막고 경기 활성화 효과를 노려야 한다는 것이다.
환경정책평가연구원은 중장기적으로 본격적인 에너지 전환 투자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코로나19 경제위기로 산업생산이 줄어든 지금이 신재생에너지 투자의 적기라는 것이다. 수소·전기차 충전시설 확충에 집중 투자하고 산업부문 에너지 효율 시설·재생에너지 시설 보급을 확대해야 한다고 환경정책평가연구원은 주문했다. 또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을 활용한 ‘녹색에너지 전환지구’를 지정해 경기회복 정책 수단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유럽 등 해외에서도 그린 뉴딜 논의
앞서 해외에서도 그린 뉴딜 논의가 진행됐다. 미국에선 2019년 초 하원이 의회 내 특별위원회를 꾸려 그린 뉴딜 실행계획을 만드는 내용의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결의안에는 온실가스 감축뿐 아니라 사회·경제적 불평등 해소를 위한 방안들이 담겼다.
유럽연합(EU)은 2019년 12월 2050년까지 온실가스 순배출량 제로를 목표로 한 ‘유럽 그린딜’에 합의했다. 탄소중립 전환 과정에서 타격을 받는 노동자들을 지원하는 것이 핵심이다. 탄소중립이란 이산화탄소를 배출한 만큼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대책을 마련해 실질적 배출량을 0으로 만든다는 개념이다.
박순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