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와 세계는 코로나19의 창궐로 건강, 경제, 사회, 국제관계 등 삶의 모든 영역에서 전대미문의 복합적 충격을 겪고 있다. 마치 지구의 표면이 거대한 지진으로 흔들리고, 그 위에 있는 모든 건축물과 사람들이 함께 흔들리듯 세계 어느 곳도, 그 누구도 안전하지 않은 대격동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국제노동기구(ILO) 전문가 의견을 인용한 영국 BBC 방송(보도)에 따르면, 사회적 거리두기와 이동 억제 등으로 4월 초에 전 세계 33억 노동자의 81%가 일하는 수많은 직장이 전부 혹은 부분적으로 폐쇄됐다.
이 자료는 북중미·남미를 비롯해 아프리카 대륙까지 전 세계에 걸쳐 20~40%의 많은 노동자들이 영향을 받을 것이며, 신속한 조치가 취해지지 않으면 2020년 2분기 말까지 최대 2억 명이 실직할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경제 분야의 전망도 매우 어두워 보인다. 국제통화기금(IMF)은 4월 초 2020년 세계의 경제성장률이 -3.0%로 급락할 것이며 특히 독일, 스웨덴, 영국 등 유럽권 국가들은 물론 미국, 일본의 경제 충격이 매우 클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은 -1.2% 내외로 상황이 생각보다 크게 나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87%에 육박하는 우리나라의 무역의존도를 고려하면 2020년 한 해 우리가 겪어야 할 경제·사회적 고통이 얼마나 클지 짐작조차 하기 어렵다.
경제 충격·고용 절벽·사회 불안정에 대응하려면
그렇다면 코로나19 사태로 초래되고 있는 경제적 충격과 고용절벽, 정치사회적 불안정에 대응하려면 어떤 정책적 대응이 필요할까? ▲생활 방역으로 전환 ▲방역과 경제회복의 병행 ▲개방·포용적 국제협력의 강화 등 세 가지가 필요하다고 본다.
우선 첫 번째 과제는 생활 방역으로 전환이다. 이는 개인 방역(마스크 쓰기·손 위생·기침 예절 등)을 통해 개인적 감염 확률을 낮추고, 정부 방역으로 감염 기간을 최소화하는 조건 아래서 경제활동의 활성화를 위해 사회적 접촉을 다소 활발하게 허용하되 감염과 확산율은 낮게 유지하는 것을 의미한다.
두 번째 과제는 생활 방역과 경제회복 노력을 병행하는 것이다. 이 단계의 핵심은 적극적인 긴급 재정지원이다. 긴급재난지원금의 전 국민 지급과 고용위기 및 기업 도산에 대비한 ‘한국판 뉴딜’의 도입으로 고용과 경제위기에 대응하는 강력한 기본 틀이 구축되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긴급 경제지원의 또 다른 축은 금융정책이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75%까지 큰 폭으로 낮추고, 자금난을 겪는 기업과 중소 상공인을 위해 1.5%의 낮은 금리로 정책자금을 제공하는 조치를 취함으로써 현 단계에서 급한 불은 끄고 있다고 보인다.
세 번째 과제는 개방·포용적 국제협력이다. 우리나라는 이번 코로나19 대응 과정을 통해 국가 비전인 ‘혁신적 포용국가’의 원리를 체계적으로 적용해 큰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정부는 포용과 민주적 개방의 원리에 따라 내국인에 대한 지역 봉쇄나 외국인의 국경 봉쇄를 일체 하지 않았으며, 내외국인 모두를 포용하고 차별 없이 검사·치료를 실시함으로써 민주주의와 포용국가의 정신을 발휘해왔다.
첨단 경제·기술 속 계층·국가간 불평등 우려
장차 코로나19를 극복한 ‘포스트 코로나 시대’는 어떤 세상이 될지에 대해서도 지금부터 많은 고민을 해야 할 것이다. 물론 현 단계에서는 모든 것이 불투명하고 불확실성으로 점철되어 있지만 대체로 다음과 같은 미래가 예상된다.
우선 ‘O2O 통합사회’의 등장이다. 오프라인 활동은 최소화되고 온라인 활동은 최대화될 것이다. 4차 산업혁명과 스마트 시대로 급격한 도약과 점프를 통해 ‘정보통신기술(ICT)의 전성기’가 올 것이며, 기존 오프라인 세상의 생산·유통·소비·거래·회의·교육·의료 등 대다수 일이 온라인에서 이뤄지는 시대를 본격적으로 맞이할 것이다.
이런 흐름에서 저성장과 저고용 시대는 장기화되고 인공지능(AI), 로봇, 대량 자료(빅데이터) 분석 등 첨단 기술을 구사하는 계층·국가와 그렇지 않은 계층·국가 간 극심한 불평등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역설적이게도 이처럼 심화된 사회적 단절과 배제로 국내적으로는 사회적 차별과 인종주의·국수주의적 경향이 증가하고, 국제적으론 국가 간 갈등과 충돌이 확산할 가능성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로 인해 민주주의 쇠퇴와 함께 세계평화가 더욱 위협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는 기술·경제적으로는 전례 없이 고도화되고 첨단화할 것이다. 하지만 사회·정치적 측면에서는 더욱 분열되고 수많은 갈등에 휩싸이는 ‘두 얼굴의 시대’가 될 것이다. 따라서 이에 제대로 대응하려면 다음 네 가지의 전략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첫째, 대량 실업과 대규모 기업부도 등 미래의 예상되는 위험을 예방하고 새로운 기회를 선점하기 위해 휴먼 뉴딜, 디지털 뉴딜, 그린 뉴딜, 한반도 뉴딜, 글로벌 뉴딜 등 다섯 가지 전환적 뉴딜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둘째, 4차 산업혁명과 스마트 투자로 신경제 구조를 형성하되, 국민의 창의적 역량과 협동 역량을 증진하기 위한 미래지향적 교육·고용·복지 전략을 병행함으로써 기술혁신이 지속적 고용 및 사회보장과 잘 통합되도록 하는 접근을 추진해야 한다. 또한 코로나19 사태로 와해하거나 약화되는 글로벌 공급망(Global Value Chain, GVC)을 복원하고 스마트 전략과 결합된 리쇼어링(Reshoring·제조업체의 국내 복귀) 정책도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셋째, 기존의 협력 국가들과 국제협력을 활성화하되 협력의 범위를 경제회복, 공동 연구개발, 인재 양성 등으로 확대해 지속가능한 포용적 국제협력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이를 통해 우리의 세계 포용국가 비전을 공유하는 국가들과 협력을 더욱 심화시키는 노력을 전개해야 할 것이다.
넷째, 코로나19처럼 전염력과 치명율이 높은 감염병으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와 개인 방역이 생활화돼야 하는 현실 속에서 사회적 관계를 강화하고 공동체의 통합성을 높이는 데 정부, 기업, 시민사회 모두가 나서서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모두를 위한 새로운 세상을 꿈꾸자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하는 일은 엄청난 위험에 대한 도전과 자원의 재분배가 수반된다. 4차 산업혁명과 디지털 전환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이익을 보는 집단과 손해를 보는 집단 사이에 치열한 갈등이 빈번하게 나타날 것이다. 따라서 유연하고 원만한 사회경제적 이행을 위해서는 사회적 대화와 협치가 필수적이라고 믿는다. 이 대화와 협치야말로 한국 사회에 만연한 경쟁과 갈등을 협력과 상생으로 바꾸는 거의 유일한 해결책이기 때문이다.
이런 노력에서 출발해 우리는 대한민국을 경제적 번영, 사회적 연대, 개인적 행복을 동시에 실현할 수 있는 혁신적 포용국가로 바꾸고 분열과 대결의 국제사회를 세계 포용국가 연합으로 변화시키는 새로운 실천을 시작해야 할 것이다.
이는 ‘혁신적 포용국가’라는 국가비전을 채택해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최고 수준의 국정운영 능력을 보여준 한국이 대내적 번영을 넘어 세계평화와 세계 공익을 증진하는 데서도 적극적으로 글로벌 역할을 자임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바로 이것이 중대한 위기에 처한 세계가 한국에 기대하는 역사적 사명이며, 우리 스스로 짊어져야 할 고귀한 시대적 소임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모두를 위한 혁신과 포용의 세상을 세계인이 함께 이뤄나가야 할 때다.
성경륭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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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