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이 주도하는 샌드박스 지원센터가 세계에서 처음으로 문을 열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5월 12일 서울 중구 상의회관에서 ‘대한상공회의소 샌드박스 지원센터’(상의 지원센터) 출범식을 열고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규제 샌드박스란 모래밭에서 아이들이 자유롭게 노는 것처럼 혁신제품과 서비스의 시장 출시를 불합리하게 가로막는 규제를 유예·면제하는 제도다. 영국, 미국, 일본은 정부, 금융당국을 중심으로 샌드박스가 운영되고 있지만 민간에 새로운 채널을 통해 제도혁신을 꾀하기는 한국이 처음이다.
최근 어려운 환경에도 새로운 일을 찾으려는 젊은이들이 늘고 있지만, 이들의 도전은 시도 자체가 막히거나 마름질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새로운 서비스가 나와도 미래 가능성보다 문제점을 내세워 이들을 가로막는다. 위험(risk)을 원천봉쇄하는 법과 제도 때문이다. 샌드박스는 문제점보다는 미래 가능성을 우선 평가해 일을 벌일 수 있게 했다. 우선허용, 사후규제를 원칙으로 혁신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시장 공개를 지원했다. 단, 국민의 생명·안전에 위해되거나 환경을 크게 저해하는 경우는 제외했다.
이 때문에 샌드박스는 젊은 사업가들에게 ‘최후의 보루’로 불리고 있다. 국회 입법이 무산되거나, 소극 행정에 사업이 막히면 마지막으로 찾는 곳이 바로 샌드박스였다. 실제, 샌드박스를 통해 최근 1년간 국내에서 240여 개 혁신이 이뤄졌다. 샌드박스를 가장 먼저 도입한 영국이 매년 40여 건을 승인한 것을 보면 매우 큰 성과라 할 수 있다.
센터 설치 건의에 정부 전폭적 지원으로 화답
샌드박스로 공유주방의 문을 연 위쿡은 샌드박스 승인 이후 급성장해 차세대 유니콘기업(기업가치 1조 원 이상의 비상장사)을 꿈꾸는 창업인의 성지가 됐다. 1년 사이 연매출이 두 배 가량 뛰고 창업비용은 1억 원에서 400만 원으로 대폭 줄었다.
개점휴업이던 핀테크 스타트업들도 다시 뛰기 시작했다. 모바일 소액 투자 플랫폼 콰라소프트는 6년 만에 개인 투자자가 해외상장 주식을 소액으로 투자할 수 있는 허가를 얻었고, 암호화폐 거래소 운영사 두나무도 비상장 주식 안전거래 플랫폼을 2020년 9월부터 시장에 내놓을 수 있게 됐다.
국회 입법지연에 가로막혔던 가사도우미 직접고용의 길도 열렸다. 홈스토리생활은 샌드박스 특례를 통해 국내 최초로 1000명의 가사도우미에게 정규직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 샌드박스는 일상의 혁신도 가져왔다. 서울 여의도 한복판에 수소충전소가 들어서고, 기존 플라스틱 카드의 운전면허증도 휴대전화 안으로 들어왔다.
“문제점보다는 미래의 가능성에 무게를 둬 일단 일을 벌이자.” 샌드박스의 취지이자 민간 주도 샌드박스가 탄생하게 된 배경이다. 상의는 샌드박스가 역대급 혁신의 도구가 될 것이라 판단해 민간 지원센터 설치를 2019년 10월 정부에 건의했다. 정부는 즉각 화답하며 전폭적 지원을 했다. 국무조정실은 2020년 1월 ‘규제 샌드박스 발전방안’을 통해 상의 지원센터 설치를 발표하고, 산업융합촉진법·정보통신융합촉진법 시행령 개정을 전례 없이 빠르게 처리했다. 관계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금융위원회도 적극적으로 도왔다.
문재인 대통령이 2020년 1월 “상의 샌드박스는 실효성과 속도감을 높일 것”이라고 언급하면서 상의 지원센터 출범 소식은 기대를 높였다. 시범운영 기간임에도 기업들 사이 ‘진짜 사업하게 해준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100여 개 기업의 신청서가 센터에 몰렸다. 현재 비대면 의료, 공유경제 등을 중심으로 이미 57건의 과제를 진행하고 있다.
기업의 요구 정확하고 빠르게 정부에 전달
정부와 기업들의 기대도 큰 상황이다. 5월 12일 열린 출범식에는 정세균 국무총리, 대기업, 벤처 기업인들이 모여 기대와 당부의 말을 전했다. 정세균 총리는 이 자리에서 “기업의 혁신이 모이면 국가의 혁신이 이루어진다”며 “기업은 혁신을 위해 대한상의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대한상의는 기업의 입장에 서서 제도가 잘 활용될 수 있도록 노력해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참석한 기업인들은 “민간 주도 샌드박스로 더 많은 혁신제품과 서비스가 쏟아져 디지털 경제로 전환이 앞당겨 지기를 기대한다”거나 “민간 샌드박스 지원센터 설치로 기업들의 편의성·접근성이 높아져 보다 많은 기업이 혜택을 보길 바란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상의 지원센터는 법령에 근거한 국내 유일의 민관 합동 지원기구다. 산업부의 산업융합 샌드박스, 과기정통부의 정보통신기술(ICT) 융합 샌드박스, 금융위의 금융 샌드박스 등 모든 산업 분야로 접수가 가능하다. 샌드박스 신청을 부처에 상관없이 상의 지원센터를 통해 일괄적으로 신청할 수 있다.
상의 지원센터는 기업들의 편의성과 접근성을 높이는 동시에 정부 부처의 부담을 덜어 속도감 있게 과제를 처리해 나갈 방침이다. 상의는 기업을 이해하는 입장에서 기업의 요구를 정확하고 빠르게 정부에 전달할 계획이다. 또한 신청 전 단계에서부터 사전 상담 및 법률자문을 제공하고, 샌드박스로 접수된 과제에 대해서는 상의 사무국과 변호사로 구성된 전담팀을 투입해 심의 전 과정을 돕는다. 각종 신청서 작성은 물론 사업성·기술성에 관한 상담과 법률 자문, 부처 협의, 사후관리까지 제공한다. 샌드박스 승인을 받은 기업에 대해서는 정부 예산으로 약 1억 2000만 원의 실증특례비와 1500만 원의 책임보험료도 지원한다.
민간 주도 샌드박스는 새로운 시도이자 실험이다. 새로운 민관협력 모델을 통해 대한민국이 더 나은 내일을 만나길 기대하며, 법과 제도 탓에 사업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은 언제든 상의 지원센터(http://sandbox.korcham.net, 02-6050-3000~2)를 찾아주기 바란다.
박채웅_대한상공회의소 샌드박스지원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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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