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의 유튜브 콘서트(방방콘)
코로나19가 만든 풍경 가운데 가장 인상적인 것은 온라인 공연 문화다. 음악 콘텐츠는 그야말로 매일같이 대단한 것을 보여주고 있다. 유튜브뿐만 아니다. 네이버TV, 틱톡 등 다수의 동영상 플랫폼(정보를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제공하는 기반 서비스)에서 코로나19 상황의 자가격리자들을 격려하기 위한 콘텐츠가 대거 쏟아졌다.
4월 18, 19일에 열린 방탄소년단의 유튜브 콘서트(방방콘)는 시작 30분 만에 글로벌 시청자 200만 명을 넘어섰다. 방방콘은 ‘방에서 즐기는 방탄소년단 콘서트’로 이틀간 총 24시간 동안 방탄소년단의 지난 콘서트와 팬미팅 실황 8편을 무료로 공개하는 스트리밍(실시간 재생) 서비스였다.
또 19일에는 레이디 가가와 세계보건기구(WHO)가 함께 준비한 <원 월드: 투게더 앳 홈(One World: Together at Home)>이라는 전대미문의 대규모 온라인 콘서트가 열렸다.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의 피날레를 장식한 1984년의 <라이브 에이드>보다 큰 공연이었지만 참여한 110여 명의 아티스트는 모두 자신의 집이나 스튜디오에서 최소한의 편성으로 공연에 함께했다. 한국에서는 슈퍼M이 함께했다.
이 밖에 바로 지금도 여러 감동적인 순간, 그야말로 음악적 순간들이 벌어지고 있다. 라디오 헤드의 채널에서는 ‘레전설’로 불리던 온갖 콘서트가 고화질로 공개되고 있고, 핑크 플로이드도 25년 전의 <’94 펄스(Pulse)> 공연을 공개하면서 코로나19를 위한 기금 모금을 시작했다.
▶베를린 필하모닉 누리집
오페라, 연극, 성당 미사까지 온라인 참여
온라인으로 콘서트만 볼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오케스트라, 오페라, 연극 심지어 성당 미사까지 온라인으로 참여하거나 감상할 수 있다. 넷플릭스는 경쟁사인 유튜브 채널에 처음으로 자사의 다큐멘터리를 무료로 공개하기도 했다. 코로나19 상황으로 학교에 가지 못하는 학생들을 위한 교육용 콘텐츠였다.
3월 한 달 동안 베를린 필하모닉은 자사의 모든 공연 실황을 무료로 공개했고, 예술의전당도 유튜브에서 <발레 심청> <백건우 피아노 리사이틀> <발레 지젤> 등 여러 편의 공연 실황을 무료 스트리밍으로 제공했다.
지난 주말에는 <오페라의 유령> 25주년 기념으로 로열 앨버트홀의 공연 실황이 재생되기도 했다. 제작진은 출연진의 합창 콘텐츠를 올리면서 ‘월드 투어’라고 불렀다. 세종문화회관에서는 빌리 카터, 아도이, DTSQ 같은 라이브로 유명한 밴드들을 후원하면서 <힘내라 콘서트(힘콘)>라는 ‘무관객 스트리밍 콘서트’를 열었다.
이 모든 것이 새롭게 등장한 공연 문화처럼 보인다. 여기서 생각해볼 만한 이슈가 두 개 정도 있을 것 같다. 하나는, 지난 칼럼에도 썼듯 앞으로 음악 사업(비즈니스)에서 플랫폼의 영향력이 더 커질 것이라는 점이다. 이번 세계적 유행(팬데믹) 사태에서 인스타그램과 유튜브는 사실상 매우 가볍고 효과적인 라이브 도구(툴)라는 걸 증명했다.
그 덕분에 얼마 전 페이스북에서는 스트리밍 방송 중에 기부 기능을 추가하기로 결정했다. ‘스타’라는 팁 기능은 아프리카TV의 ‘별풍선’이나 유튜브의 ‘슈퍼챗’처럼 현금을 기부할 수 있다. 앞으로 플랫폼은 음악 공연의 기본값이 될 것이다.
또 하나 생각해볼 만한 것은 바로 ‘채팅’(통신 대화)이다. 앞서 언급한 모든 공연 가운데 가장 인상적인 것이 실시간 채팅이다.
오프라인 공연과 온라인 공연의 핵심적인 차이도 여기에 있다. 실시간으로 관람객들과 나누는 채팅이 공연의 몰입도를 해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동시에 소속감과 결속력을 강화한다. 이렇게 되면 공연 문화가 달라질 수도 있다.
특히 ‘실시간 채팅’은 오프라인 공연을 온라인으로 봐야 하는 이유가 될 수 있다. 드라마를 보면서 수다를 떠는 것처럼, 공연을 보며 낯선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고 또한 거기에 유머·농담과 감상 포인트가 들어가면, 우리가 이전에 경험한 공연과 상당히 다른 질감의 문화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오페라의 유령> 25주년 기념 로열 앨버트홀의 공연 실황
비대면 접촉 시대의 콘서트 수익 구조는?
마지막으로 이렇게 온라인 공연이 기본값처럼 자리 잡을 때, 그러니까 공연이 콘텐츠화될 때 수익과 분배 구조에 대한 이슈가 발생할 수도 있을 것이다. ‘박수 대신 댓글이 움직이는 공연’ 시대에 콘서트의 수익 구조는 어떻게 만들어질 수 있을까?
보통 음악가들의 공연 수익은 티켓 판매, 현장 굿즈(팬 상품) 판매, 그리고 광고 수익으로 발생한다. 적게는 1만 원에서 많게는 10만 원에 이르는 티켓 가격은 보통 공연장의 대관료나 함께 출연하는 스태프의 비용으로 정산되므로 음악가들의 실제 수입 영역이라고 하기 어렵다. 대신 티셔츠, 음반 및 여러 굿즈 등 부가 수익은 고스란히 음악가의 수익이다.
아이돌 그룹도 그렇고, 인디 밴드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열성 팬(팬덤)이 중요해지는데, 이 팬들이 온라인으로 지불할 가능성이 얼마나 될지는 모른다. 굿즈는 손에 잡히고, 그것이 나의 소유가 되므로 지불 가능성을 높이지만 디지털 콘텐츠는 나의 것이라 하기 애매하기에 지불 가능성이 낮아진다.
코로나19는 콘텐츠 산업에서 전대미문의 구조 변화를 일으킬 것이다. 앞서 언급한 이슈들은 우리가 앞으로 종종 만나게 될 문제다. 콘텐츠로 먹고살아야 하는 입장에서 나조차 그 변화에 어떻게 대응할지 고민된다. 어느 때보다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희망적으로 실천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차우진_ 음악평론가. 미디어 환경과 문화 수용자들의 라이프스타일 변화에 특히 주목하고 있다. <청춘의 사운드> <대중음악의 이해> <아이돌: H.O.T.부터 소녀시대까지…> <한국의 인디 레이블> 등의 책을 썼고, 유료 콘텐츠 플랫폼 ‘퍼블리’에서 <음악 산업, 판이 달라진다> 리포트를 발행했다. 현재는 ‘스페이스 오디티’라는 스타트업에서 팬 문화, 콘텐츠, 미디어의 연결 구조를 고민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