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의정부시 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 주차장에 선별진료소가 마련되어있다. | 한겨레
인력 양성 어떻게 하나
바이오헬스 산업은 정부가 표방하는 ‘사람중심 혁신성장’의 한 축이다. 시스템(비메모리) 반도체, 미래형 자동차와 더불어 3대 신성장산업에 들어간다. 정부는 바이오헬스 산업의 혁신이 성공하면 앞으로 10년 동안 30만 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기대한다. 우수한 인재가 몰리는 산업은 혁신이 활발하게 일어나 성장 동력이 커진다. 하지만 바이오헬스 산업에는 우수한 인재가 몰린 듯하면서도 아직은 혁신 동력이 다소 약하다.
병원을 중심으로 한 보건의료기관에다 연구기관, 제약업과 의료기기, 위생용품 등 제조업까지 합친 바이오헬스 분야의 총 고용은 정부 추정으로 2018년 기준 약 87만 명이다. 정보통신기술(ICT)과 인공지능(AI)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이 융합을 일으키면서 생기는 간접 고용까지 고려하면 바이오헬스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은 100만 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 고용 규모와 비중은 점점 커지는데 바이오헬스의 인력 수급은 이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 대응 의료 현장 인력 부족
당장 코로나19 대응의 최전선을 맡은 의료 현장에서부터 사람이 부족하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2019년 12월 발표한 보건의료 인력 실태조사 보고서를 보면, 우리나라는 전체 20개 보건의료 직종 가운데 간호조무사를 제외한 의사, 치과의사, 약사, 조산사, 물리치료사 등 대부분 직종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인력이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2016년 기준 국내 임상 의사 수는 인구 1000명당 2.3명으로, OECD 회원국 평균 3.3명보다 훨씬 적고, 임상 간호사는 인구 1000명당 OECD 평균 7.2명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3.5명에 머물고 있다. 정부는 2019년 10월부터 시행된 보건의료인력지원법에 따라 여러 관련 부처가 보건의료 인력 양성과 수급 개선 방안을 마련하고 있지만 단기간에 개선되기 어려운 실정이다.
개인건강과 의료에 관한 정보 제공, 의료기기와 위생용품 제조·판매, 의료 시스템과 플랫폼 운영 등을 다루는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도 고급 인력을 중심으로 수급의 불일치가 존재한다. 최근 산업통상자원부가 디지털 헬스케어, 스마트·친환경 선박, 항공 드론, 지능형 로봇 등 4대 신산업에 참여하는 사업체를 대상으로 기술인력 실태조사를 한 결과, 2018년 기준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의 인력 부족률(필요 인원 대비 부족 인원)은 7.1%로 나타났다. 이는 12대 주력산업의 평균 부족률(2.2%)의 세 배가 넘는 수치다.
조사 대상인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들은 보건 관련 전공에다 생명공학 전문지식이나 데이터 분석 능력을 함께 갖춘 융합형 인재의 확보가 특히 어렵다고 호소했다. 또 2018년 현재 3만 8030명인 임직원 수가 2028년에는 6만 3028명으로, 2만 4998명(연평균 5.2% 증가)이 더 필요하다고 응답해 대책이 시급한 상황이다.
보건의료와 바이오헬스 산업의 인력 문제와 관련해서는 정부도 다각적인 대책을 내놓고 있다. 우선 교육부는 2021년 개설 일정으로 바이오헬스 전문인력 양성 과정을 신규 추진하기로 했다. 2020년 안에 산업부문별 인적자원개발협의체(SC)를 통해 업계의 자세한 인력 수요를 파악한 뒤 대학 정원 조정 및 특성화고 학과 개편에 반영한다.
바이오헬스 산업 전반의 인력 현황 정보를 공유하고 수요-공급 간 불일치 해소 방안을 찾기 위한 관계부처와 협업도 강화할 방침이다. 또 고용노동부는 기존 제약·의료업계 재직자가 신기술 분야로 직무 전환이 유기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전국 폴리텍대학 학사과정과 직업훈련체계 개편 방안에 반영하기로 했다.
전문인력 양성기관 2020년 설립
보건복지부와 산업부도 산업 현장의 수요에 맞는 생산 전문인력 양성을 서두르고 있다. 복지부는 2019년 7월 충북 오송의 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안에 ‘한국바이오인력개발센터’를 개설해 연차별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센터는 바이오의약품 생산공정에 대한 실습이 가능하도록 국제규격의 생산시설(GMP)을 구축해 현장형·실무형 생산 전문인력을 3개월 과정으로 양성한다. 바이오의약 분야 재직자와 관련 분야 취업을 희망하는 구직자를 대상으로 교육 신청을 받고 있다.
기업과 연구기관의 개발 전문인력 양성기관도 2020년 안에 설립이 추진된다. 이를 위해 복지부는 아일랜드 국립 바이오공정 교육연구소(NIBRT) 모델의 국내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 2011년에 설립된 이 기관은 아일랜드는 물론 세계 제약기업과 대학의 추천을 받아 기초·응용 연구, 임상시험, 인허가 절차 등 바이오의약 개발 및 실용화 과정 전 분야의 전문가를 양성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복지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대형 상급병원에서 ‘연구하는 의사’를 양성하는 프로그램을 2019년 하반기부터 도입했다. 2019년 7월 고려대병원 등 전국 8개 대학병원을 선정해 ‘융합형 의사과학자 공동연구 사업’을 4년 일정으로 진행한다. 전문의 취득 후 7년 미만의 의사에게 임상보다는 연구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 프로그램이자 의료기기 연구개발의 고도화 사업이기도 하다. 임상 경험에서 나온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한 의료기기의 기술개발을 촉진하면서, 새로운 의료 기술이나 의료기기의 현장 접목 가능성을 높이자는 취지도 있다.
박순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