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대책 종합
정부는 방역관리 상황이 점차 나아지고 있으나 코로나19라는 터널을 통과하기 위해 생활방역과 생활 속 거리두기 체계로 전환을 준비한다고 밝혔다. 생활 속 거리두기의 개념은 일시적이고 강도 높은 사회적 거리두기와 달리 장기·지속적인 것이며, 코로나19의 완전 종식이 아니라 우리 의료체계가 감당 가능한 수준으로 코로나19를 통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전했다.
박능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1차장(보건복지부 장관)은 4월 2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생활 속 거리두기는 어느 정도 일상적인 사회생활과 경제활동을 허용하되, 코로나19 방역체계를 함께 조화시켜 지속 가능한 거리두기를 실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박 1차장은 “더 지켜봐야겠지만, 총선이나 부활절을 거치며 이와 관련된 집단감염 사례가 나오지 않았다는 점은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라면서도 “여전히 방역 관리체계 밖에서 경로를 알 수 없는 감염이 간헐적으로 발생해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방역 당국이 파악하지 못하는 코로나19 환자가 지역사회에 있다는 뜻이며, 방심하면 이들에 의해 또다시 대규모 감염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상존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사무실·음식점 등 시설별 세부지침 초안 마련
이에 따라 정부는 생활 속 거리두기로 나아가기 위해 공동체가 지켜야 할 시설별 세부지침 초안을 마련해 공개했다. 지침은 사무실과 음식점, 대중교통 등 일상생활에서 많이 이용하는 장소를 중심으로 마련됐다.
김강립 중대본 1총괄조정관은 “정부는 코로나19를 철저히 차단하기 위한 기준과 방역 지침을 마련하는 한편, 이런 기준과 지침이 일상생활에서 실제 실천 가능하도록 하고 이에 따른 사회적 비용과 희생을 최소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며 “우리 사회가 처음 맞이하는 생활 속 거리두기를 성공적으로 시행하기 위해 국민 여러분이 많은 관심과 지혜를 모아달라”고 밝혔다.
지침은 코로나19 장기화에 대비해 31개 시설에 대한 생활방역 수칙을 담았다. 일상과 방역의 조화, 학습과 참여, 창의적 활용 등 원칙을 기본으로 이용자와 책임자가 지켜야 할 수칙을 나눈 것이 특징이다. 구체적으로 3개의 대분류(업무·일상·여가) 아래 9개의 중분류(이동·식사·공부·쇼핑·특별한 날·종교·여행·여가)와 31개 소분류로 구성된다.
먼저 업무 분야에서는 37.5℃ 이상의 발열이나 기침·인후통 등 호흡기 증상이 있는 경우, 또는 최근 14일 이내 해외여행을 했다면 재택근무를 하거나 출근하지 않을 것을 권고했다. 또 사무실 근무자는 동료와 충분한 거리를 두고, 여럿이 참여하는 회의와 워크숍·교육 등은 되도록 온라인이나 영상 활용을 제시했다. 만약 불가피하게 진행해야 한다면 1∼2m 간격 유지와 환기를 준수해야 한다.
아울러 사업장 안에서 단체 구호 등 침방울이 튀는 행위는 삼가고, 구내식당에서는 얼굴이 마주치지 않도록 일렬이나 지그재그로 앉아야 한다. 특히 몸이 아프면 무리해서 출근하기보다는 집에서 쉬어야 하고, 유연근무제와 휴가 등을 자유롭게 활용하는 문화 조성을 권고했다.
이동할 때, 식사할 때, 공부할 때, 쇼핑할 때, 특별한 날, 종교 생활 등 일상 10개 분야에는 이용자는 물론 책임자와 종사자가 지켜야 할 행동 요령이 포함됐다. 이 분야에는 공통적으로 발열·호흡기 증상이 있거나 최근 14일 안에 해외여행을 했다면 외출이나 방문을 자제하라고 제시했다. 특히 이용자는 1~2m 이상 서로 거리를 두고, 대면 접촉과 머무는 시간을 최대한 줄이는 것이 좋다. 아울러 방역에 협조하고 손 씻기와 손 소독제 사용 등 위생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
사업장 책임자와 종사자는 방역관리자 지정해야
한편 책임자와 종사자는 방역관리자를 지정하고, 지역 보건소 담당자와 연락망 확보 등 방역 협력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이 밖에 이용자가 대중교통을 예매할 때 책임자와 종사자는 창가 우선 배정 등 승객 간 좌석을 떨어뜨려 배정하고, 승차권 예약이나 택시 호출 시 결제 방법을 비대면 자동결제 방식으로 유도한다. 또 결혼식 등 가족 행사에는 되도록 악수보다 목례로 인사하고 식사보다는 답례품을 제공하는데, 만약 식사를 할 경우 음식은 각자 덜어 먹도록 개인 접시와 국자, 집게 등을 제공해야 한다.
여가 분야에는 발열·호흡기 증상이 있거나 최근 14일 안에 해외여행을 했다면 호텔·콘도, 유원시설, 야영장, 동물원, 국립공원, 영화관, 미술과, 박물관, 야구장, 노래연습장 등 여가시설에 가지 않아야 한다. 여가시설에서 줄을 설 때는 다른 사람과 1~2m 이상 거리를 유지하는데, 만약 2m 거리두기가 어렵다면 마스크를 쓰고 최소 1m 거리를 확보해야 한다. 시설에 입장할 때 체온 재기 등 방역 조치에 협조하고, 노래를 부르거나 소리를 지르는 등 침방울이 튈 수 있는 행위나 악수·포옹 등 신체 접촉은 자제해야 한다.
이 밖에도 시설 책임자는 발열·호흡기 증상을 보이거나 최근 14일 안에 해외여행을 한 직원은 출근하지 않도록 하고, 유증상자는 즉시 퇴근시켜야 한다. 또 이용자나 종사자 중 5명 이상의 유증상자가 4∼5일 안에 발생하면 코로나19 검사를 받도록 안내하고, 유증상자가 추가로 나오면 보건소에 집단감염 가능성을 신고해야 한다.
김강립 1총괄조정관은 “초안을 공개하는 이유는 국민 여러분이 직접 살펴보고 좋은 의견을 보태달라는 취지”라며 “앞으로 부처별로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더 듣고 생활방역위원회 논의를 거쳐 우리 사회가 합의하고 수용 가능한 수준으로 확정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공개된 지침은 코로나19 누리집(ncov.mohw.go.kr), 보건복지부 누리집(mohw.go.kr) 등에서 확인할 수 있다.
치료 및 의료체계 재정비도 추진
정부는 생활 속 거리두기와 함께 코로나19 치료와 의료체계 재정비도 추진 중이다. 이와 함께 상황 변화에 따라 방역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생활치료센터와 감염병 전담병원을 정비하고 있다. 다만 해외 입국환자 치료센터는 해외 환자뿐 아니라 수도권 지역의 감염 확산에 대비하는 차원에서 약 300실 규모를 상시 운영할 계획이다.
박능후 1차장은 “코로나19 환자 외 일반 환자를 위한 의료체계도 정비가 필요한 시점”이라면서 “코로나19 치료 대응에 집중하는 동안 일반 호흡기 환자나 만성질환자, 중증질환자 등의 치료와 관리가 소홀해진 부분이 있었다. 코로나19의 장기화에 대비해 질환 특성에 따른 의료 전달체계를 정비하고 병·의원의 역할을 조정하는 것도 시급하게 추진할 과제”라고 전했다.
이어 “병원 내 감염 가능성을 줄이고 안전한 진료 환경을 위해 호흡기 환자와 그 외 환자의 진료를 적절히 분리하고 비대면 진료를 활용한 만성질환자 관리를 강화하는 한편, 응급환자와 중증질환자에 대한 전문 의료체계도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코로나19 완전 극복을 위한 필수 요소인 치료제와 백신에 대한 개발 노력도 계속 강화하겠다”면서 “현재 국내에서도 치료제 분야에서 20여 건, 백신 분야에서 10건 이상의 연구가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공적 마스크 ‘1인 3장’… 대리구매 편의성도 높여
한편 4월 27일부터 공적 마스크 구매 가능 수량이 1주일당 ‘1인 2장’에서 ‘1인 3장’으로 늘어났다. 대리구매의 경우 5부제 적용을 완화해 구매의 편의성을 높이고, 법정공휴일에는 주말처럼 출생연도와 상관없이 공적 마스크를 구매할 수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4월 24일 이 같은 내용의 공적 마스크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식약처는 마스크 재고량이 증가하는 등 마스크 수급이 안정화 단계에 진입함에 따라 공적 마스크 구매 가능 수량을 1인 3장으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다만 이날부터 5월 3일까지 일주일 동안 시범 시행하면서 마스크 재고 추이 등을 면밀하게 모니터링해 문제점이 없는 경우 지속할 계획이다.
또한 대리구매자와 대리구매 대상자 중 어느 한 명의 구매 요일에 맞춰 한 번만 방문해 함께 마스크를 구매할 수 있도록 요일별 구매 5부제 적용을 완화했다. 현재 공적 마스크 구매는 대리구매자와 대리구매 대상자의 구매 요일이 서로 다른 경우 판매처를 두 번 방문해야 했는데, 이제는 자녀는 월요일이고 부모는 금요일인 경우 부모가 월요일 또는 금요일에 본인과 자녀의 마스크를 함께 구매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외국인의 경우 ‘외국인등록사실증명’을 제시하면 해당 증명서에 기재된 가족의 공적 마스크의 대리구매가 가능한데, 외국인 중 대리구매 대상자는 내국인에게 적용되는 기준과 동일하다. 아울러 구매 편의를 위해 법정 공휴일에는 주말처럼 출생연도와 상관없이 공적 마스크를 구매할 수 있다. 또 마스크 구매·사용이 더욱 편리하도록 5개 이하 소량포장 마스크의 공급을 확대하기 위해 생산업체의 포장 단위 전환(대량→소량)을 적극적으로 독려하고, 기존 공적 판매처가 보유하고 있는 대량포장 마스크는 소량포장으로 교체해 나갈 계획이다.
심은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