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인한 고용위기가 현실화되는 가운데 정부가 대규모 국가 프로젝트로서 ‘한국판 뉴딜’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4월 22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열린 5차 비상경제회의에선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된‘일자리 위기극복을 위한 고용 및 기업 안정 대책’이 확정됐습니다.
무엇보다 이번 회의에서 나온 ‘한국판 뉴딜’에 주목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뉴딜 정책’이란 무엇일까요? 또 ‘한국판 뉴딜’은 어떤 내용으로 추진하게 될까요?
그 궁금증을 ‘아하! 공감’이 풀어드립니다.
김청연 기자
뉴딜 정책은 무엇인가요?
뉴딜(New Deal)은 게임에서 카드를 바꿔 새로 친다는 뜻으로, 미국 제32대 대통령 F. D. 루스벨트가 대공황으로 침체된 경제를 살리기 위해 추진했던 경제부흥 정책을 말합니다. 미국이 견지한 전통적인 자유방임주의의 원칙을 크게 수정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각 부문에 개입, 경제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는 게 뉴딜 정책의 큰 특징으로 손꼽힙니다.
뉴딜 정책이 나온배경은 무엇인가요?
1929년 10월 24일 목요일 아침, 뉴욕 월스트리트 증권거래소는 주식 폭락으로 대혼란에 빠졌습니다. ‘검은 목요일’로 불린 이날의 주가 폭락으로 기업과 은행이 연달아 무너졌고 실업은 늘고, 소비는 줄어드는 등 악순환이 이어졌습니다. 이른바 미국 내 ‘대공황’이 일어난 겁니다. 이는 전 세계 경제 침체로 이어지기 일보 직전이었습니다. 당시 H. 후버 대통령의 필사적인 노력에도 미국의 물가가 계속 폭락하는 등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1932년에 이르자 국민총생산(GNP)은 1929년 수준의 56%까지 떨어졌고, 실업자도 날로 늘어나 1300만 명에 이르면서 파산자가 속출했습니다. 그 뒤 1932년 선거에서 당선된 루스벨트는 1933년 대통령에 취임하면서 대공황으로부터 탈출을 위해 국가 경제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 개입 정책을 추진해나갑니다.
뉴딜 정책의 주요 내용은 무엇인가요?
루스벨트는 먼저 ‘긴급은행법’을 마련해 재기 가능한 은행의 구제와 금융제도 정비 등을 시작했습니다. ‘관리통화법’을 통해 통화에 대한 정부의 규제력도 강화했습니다. 대공황으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농민들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주요 농산물의 생산을 제한해 과잉생산을 억제하고, 농산물 가격의 하락을 방지하는 등 ‘농업조정법’도 제정했습니다. 각 산업 부문마다 공정경쟁규약을 작성하게 해 지나친 경쟁을 막고, 생산제한·가격 협정을 인정하는 한편 적정한 이윤 확보를 보장하는 ‘전국산업부흥법’도 마련했습니다. 또 우리에게 잘 알려진 테네시강 유역 개발(TVA) 등 종합적인 지역 개발로 사회간접자본(SOC)을 확충하면서 실업자를 구제하는 계획도 추진했습니다.
1934년 중간선거는 루스벨트가 추진한 뉴딜 정책에 대한 국민의 지지를 확인해줬지만 경기가 회복되자 대자본가들의 비판이 커지기 시작했습니다. 루스벨트는 이 시기부터 대자본가보다는 노동자, 농민, 도시 거주자의 복지를 우선하는 정책으로 방향을 바꿨습니다. 1935년에 제정된 ‘사회보장법’과 ‘전국노동관계법’이 대표적인 정책입니다. 루스벨트는 하층계급으로의 소득과 부의 재분배를 극적으로 성공시킨 ‘대압착’(Great Compression)을 통해 중산층 중심의 최고 번영기를 이끌었습니다. 대압착은 대공황을 빗대 개념화한 것입니다. 1929년 대공황 이후 1960년대까지 미국에서 진행된 부유층과 노동계급 간의, 노동계급 안의 소득 격차가 크게 줄어든 현상을 지칭합니다. 전후 미국사회가 중산층이 두꺼운 국가가 된 것은 대압착의 결과였습니다. 대압착 시대는 강력한 조세·복지정책을 바탕으로 불평등을 해소한 뉴딜 시대의 또 다른 이름이었습니다.
‘한국판 뉴딜’은 어떤 맥락에서 나온 건가요?
정부는 4월 22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제5차 비상경제회의를 열고 기간산업의 위기와 고용 충격에 신속히 대처하고, 국민의 일자리를 지키기 위한 특단의 대책을 결정했습니다. ‘한국판 뉴딜’에 대한 이야기는 이날 회의 때 문 대통령의 모두발언에서 언급됐습니다. 문 대통령은 “관계부처는 대규모 국가 프로젝트로서 이른바 ‘한국판 뉴딜’을 추진할 기획단을 신속히 준비해주기 바란다. 정부가 특별한 사명감을 가지고 나서달라”며 “범국가적 차원에서 새로운 일자리 창출을 위한 대규모 사업을 대담하게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또한 “일자리를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혁신성장을 준비해나갈 것”이라고도 밝혔습니다.
‘한국판 뉴딜’은 어떤 내용으로 추진될까요?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4월 2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제1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경제 중대본) 회의에서 “한국판 뉴딜은 디지털경제 전환, 4차산업혁명 대비, 포스트 코로나와 연결되는 새로운 일자리 창출 프로젝트”라며 “디지털 기반의 대형 정보기술(IT) 프로젝트 기획 추진 등이 대표적 예가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정부는 한국판 뉴딜에 대한 아이디어 회의을 거쳐 2차 경제 중대본 회의에서 구체적 추진 방향을 정식 안건으로 상정해 논의할 예정입니다.
이와 관련 문재인 대통령은 4월 28일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빠르게 결정하고 빠르게 행동하는 정부로서 국민의 삶과 국가경제에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야 할 것”이라고 속도감을 강조하고, 한국판 뉴딜을 국가 프로젝트로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특히 “새로운 일자리 창출을 위한 한국판 뉴딜을 국가 프로젝트로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디지털 기반의 대형 아이티 프로젝트를 적극적으로 기획하고 추진하는 것을 검토해주기 바란다”며 “비대면 의료서비스나 온라인 교육 서비스 등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주목받는 분야는 물론 최첨단 기술이 적용된 스마트시티 확산, 기존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에 디지털을 결합하는 사업, 디지털 경제를 위해 데이터를 축적하고 정리하는 사업 등 다양한 프로젝트 발굴에 상상력을 발굴해주기 바란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