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두 달간 중단했던 병역판정검사가 재개된 4월 20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서울지방병무청에서 병역판정검사 대상자들이 사회적 거리두기를 위해 한 자리씩 자리를 띄우고 앉아 있다.│연합
정부 대책 종합
정부가 코로나19의 재확산을 막기 위해 4월 20일부터 5월 5일까지 기존보다 다소 완화한 형태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속한다. 다만 사회적 거리두기에 대한 국민의 피로가 쌓이고 경제활동 둔화가 계속되는 상황 등을 고려해 종교, 학원, 유흥, 실내 체육시설에 대한 영업 제한은 완화하기로 했다.
박능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차장(보건복지부 장관)은 4월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4월 20일부터 5월 5일까지 총 16일간 종전보다 다소 완화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계속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박능후 1차장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성급하게 중단할 경우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사회적 혼란이 우려되며 현 상황에서 생활방역, 생활 속 거리두기로 본격 이행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다수의 뜻이었다”며 “전문가들을 비롯해 생활방역위원회, 17개 지방자치단체 여론조사로 파악한 국민의 의견도 유사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정부는 코로나19의 지역사회 전파 차단을 위해 3월 22일부터 4월 19일까지를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 실천 기간으로 정한 바 있다. 정부는 이 기간에 추진한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로 신규 확진자 수와 집단발병 건수를 줄이는 등 방역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했다.
박 1차장은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작하기 전 10일간 매일 100명 내외로 나오던 신규 확진환자가 4월 9일 이후 50명 이하로 줄었고 19일에는 두 달여 만에 처음으로 한 자릿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또 “집단발생 건수도 시작 전 10일간 11건이 발생하던 상황이 최근 열흘 동안 3건으로 줄었고 감염경로를 알 수 없는 확진환자 비율도 줄어들어 시작 전 10일간 10% 내외에서 최근 2주간 평균 2.1%로 감소했다”며 “이런 결과는 방역망 통제 수준이 강화되는 중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직 안심할 수 없는 요인들 남아 있다”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속하기로 결정한 것은 첫 확진환자 발생 이후 3개월 넘게 지났지만 여전히 환자가 보고되는 등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박 1차장은 “아직 안심할 수 없는 요인들이 남아 있다”며 “방역망 통제범위 밖에서 전파경로를 알 수 없는 확진환자가 산발적으로 발생하는 중으로, 혹시나 이런 감염 사례가 조용히 집단감염으로 커지지 않을까 방역당국은 계속 긴장하며 점검(모니터링)과 추적 검사를 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실제 경북 예천에서는 4월 20일 2명이 추가로 확진돼 4월 9일부터 이날까지 11일 동안 37명이 집단 발병했다. 특히 예천군 집단발병 사례 중 30%가 무증상 감염자였다. 자신이 감염된 지 모른 채 일상생활을 하기 때문에 전파력이 더 높다. 게다가 한번 감염되면 끝이 아닌 면역력 저하 시 재발 위험도 커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정은경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4월 20일 정례브리핑에서 “코로나19는 경증이나 무증상으로 진행이 되고 높은 전파력, 감염된 이후 면역이 어떻게 형성되는지 아직 밝혀진 바가 없어 완전히 봉쇄나 종식은 어렵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어 “겨울철 바이러스에 유리한 환경에 접어들면 대유행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며 “앞으로 최소 1년, 몇 년 동안 계속 유행이 지속할 수 있는 만큼 장기전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가 호전돼 방역망을 느슨히 했다가 역풍을 맞은 해외 사례도 있다. 방역 모범국으로 평가받던 싱가포르는 정부의 안일한 대처로 동남아시아에서 코로나19 환자가 가장 많이 나온 국가가 됐다. 4월 20일 싱가포르 보건부는 19일 하루 동안 신규 확진자가 1426명 발생해 코로나19 누적 확진자가 8014명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이는 11개 동남아시아 국가 가운데 가장 많은 숫자다.
성급한 개학과 정부의 안일한 대응이 화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싱가포르는 휴교나 개학 연기라는 세계적인 추세와 달리 3월 23일 일제히 개학했다. 그러나 개학 이틀 만에 한 유치원에서 20명가량이 집단 감염되자 ‘주 1회 재택수업’으로 강화했다가 집단 감염이 확산하자 4월 3일 뒤늦게 전면 재택수업 조치를 했다.
마스크 착용 지침을 둘러싼 정부의 대응도 도마에 올랐다. 싱가포르 정부는 사태 초기만 해도 “건강한 사람은 마스크가 필요 없다”는 방침을 고수했지만, 누적 확진자가 3000명을 넘은 4월 14일에 이르러서야 장소를 불문하고 모든 국민의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했다.
국민 피로도 누적으로 강도는 완화
다만 정부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장기화되면서 국민의 사회적 피로가 쌓이고 참여 동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우려에 따라 강도는 완화하기로 했다. 기존에 운영을 중단하도록 권고했던 유흥시설, 일부 생활체육시설, 학원, 종교시설은 되도록 운영을 자제하도록 권고 수준을 하향 조정한다. 만약 운영할 경우에는 방역 지침을 반드시 지키도록 했다.
공공부문의 경우 국립공원이나 자연휴양림, 수목원처럼 위험도가 낮은 실외의 분산 시설부터 시설별 방역 수칙을 마련, 운영을 재개한다. 프로야구처럼 밀접 접촉이 가능한 실외 시설에 대해서도 관중 없이 운영하는 방식으로 접촉을 방지하면서 제한적으로 운영을 허용하기로 했다. 등교와 개학은 전반적인 상황을 보며 순차적으로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앞으로 정부는 2주마다 전문가위원회 등을 통해 감염확산 위험도와 생활방역 준비 상황을 평가, 사회적 거리두기 수위를 조절할 계획이다. 감염확산 위험도는 최근 2주간 일일 확진환자 수, 감염경로가 불명확한 사례의 비율, 집단발생 현황, 방역망 내 관리비율 등을 고려해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정부는 사회적 거리두기 제한을 다소 완화하면서 세심한 방역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4월 20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사회적 거리두기를 계속하되 강도를 조심스럽게 낮추기로 한 것은 실외 활동과 필수적인 자격시험 등을 제한적으로 허용함으로써 국민 생활의 편의를 높이려는 취지”라며 “사회적 거리두기 제한이 완화되면서 위험을 낮추기 위한 세심한 방역 조치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관계부처는 운영이 재개되는 휴양림, 실외 공공시설, 시험 등에 대한 방역에 만전을 기하고 생활 속 거리두기도 착실히 준비해달라”고 요청했다.
▶경기 파주 와석초등학교 1학년 4반 이서영 담임교사가 온라인 개학을 한 4월 20일 빈 교실에서 학생들의 온라인수업 진행을 점검하고있다.│한겨레
“큰 위험이 발견되면 거리두기 다시 강화”
정 총리는 “첫 환자가 발생한 지 이날로 꼭 석 달이 됐다”며 “한때 900명 넘게 늘던 신규 확진자 수는 크게 줄었고 완치율도 75%를 넘어섰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이는 의료진이 위험을 무릅쓰고 환자를 치료하고 국민 모두 방역사령관이 돼 사회적 거리두기에 동참한 덕분”이라고 평가했다.
정 총리는 “지난 석 달간의 경험은 우리에게 코로나19와 싸움에서 반드시 승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줬다”며 “하지만 잠시라도 방심하면 빠르게 빈틈을 파고드는 코로나바이러스의 특성상 이 싸움이 쉽게 끝나지 않을 거라는 사실도 일깨워줬다”고 강조했다. 정 총리는 또 “초등학교 저학년까지 온라인 개학이 시작됐다”며 “나이가 어린 학생들이라 아직 기기에 익숙하지 않고 오랜 시간 집중하기도 어려워 세심한 보살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맞벌이 부부나 조손 가정, 다문화 가정을 중심으로 긴급돌봄 수요도 늘어나고 초중고 전 학년이 온라인 수업에 들어가면서 접속 장애에 최대 고비가 될 수 있다”며 “교육부는 긴급돌봄에 문제가 없도록 꼼꼼하게 관리하고 시스템상 미비점도 지속적으로 보완해달라”고 주문했다.
정 총리는 “현재 수준의 안정적 관리가 계속 이뤄진다면 5월 6일부터는 일상생활 속에서 거리두기를 실천하는 ‘생활 속 거리두기’로 이행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더욱 강화된 방역체계로 뒷받침하겠다”며 “큰 위험이 발견되면 언제라도 거리두기의 강도를 다시 높이겠다”고 밝혔다.
박순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