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재인 대통령이 4월 22일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제5차 비상경제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청와대사진기자단
제5차 비상경제회의
정부가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대량 실업 위기를 막기 위해 89조 4000억원을 투입해 7대 기간산업을 비롯한 유동성 위기 기업을 지원하고 55만 개 공공 및 청년 일자리를 만들기로 했다. 코로나19 이후 경제 회복을 위해 고용·디지털·사회간접자본·사회안전망 정책을 아우르는 ‘한국판 뉴딜’ 추진 방향도 밝혔다.
정부는 4월 22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제5차 비상경제회의를 열고 이같은 내용을 담은 ‘일자리 위기극복을 위한 고용 및 기업 안정 대책’을 확정했다. 문 대통령은 “지금은 위기의 시작 단계다. 기업은 위기와 함께 고용 한파가 눈앞에 다가오고 있다”며 “더 광범위하게 더 오랫동안 겪어보지 못한 고용 충격이 올 수 있다”고 엄중한 인식을 드러냈다. 이어 “일자리를 지키는 것은 국난 극복의 핵심 과제”라며 “비상한 각오로 정부의 대책을 더욱 강력하게 보강하고 과단성 있게 대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이날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이같은 내용의 비상경제대책회의 결과를 발표했다. 홍 부총리는 “고용안정 특별대책 10조 원, 기간산업안정기금 40조 원, 금융안정 추가지원 35조 원, 여기에 예비비를 이용해 보강하는 소상공인 대출 추가자금 4조 4000억 원을 합하면 오늘 회의에서 결정된 지원액 총규모는 89조 4000억 원”이라고 말했다.
10조 원 규모 고용안정 패키지 추진
이에 따라 정부는 ▲소상공인·기업 고용유지 지원 ▲근로자 생활안정 대책 ▲긴급 일자리 창출 ▲실업대책 등 4대 분야를 중심으로 총 286만 명을 지원할 수 있는 10조 1000억 원 규모의 고용안정 패키지를 추진한다.
휴직수당의 90%까지 보전하는 고용 유지 지원금 요건을 완화하고 저변을 확대하기 위해 9000억 원을 투입해 52만 명을 지원한다. 무급휴직 지원 요건을 완화하고 타격이 심한 항공지상조, 면세점업 등은 특별고용지원 업종으로 추가 지정한다. 또 고용보험 사각지대에 있는 일정 소득 이하 영세 자영업자와 특수형태근로종사자, 프리랜서, 무급 휴직자 등 93만 명에 대해서는 3개월간 50만 원씩 총 1조 5000억 원의 긴급 고용안정지원금을 지급한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소득 및 매출이 급격히 감소했으면 지급 대상이 될 수 있다.
이와 함께 20만 명에 달하는 취약계층 취업지원 프로그램과 생계비 융자 확대에 4000억 원을 쓸 계획이다. 저소득층·청년 등 취약계층에 대한 직접 일자리를 지원하는 데 3조 6000억 원을 투입한다. 지원 대상은 총 55만 명으로, 비대면·디지털 정부일자리와 취약계층 공공일자리를 공급하는 방식이다. 또 구직급여·직업훈련 등 실업자 지원 확대에 3조 7000억 원을 들여 66만 명을 지원한다.
홍 부총리는 “총 10조 1000억 원 중 기금변경과 예비비 등 정부차원에서 추진 가능한 8000억 원은 즉각 추진하고, 나머지 9조 3000억 원은 국회 동의를 얻어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유례없는 경제활동 위축에 따라 취업자 수가 큰 폭으로 감소하는 등 고용충격이 빠르고 깊게 나타나고 있다”며 “앞으로 본격적으로 다가올 글로벌 경기침체로 인한 수출 부진과 기업 실적 악화 등 실물경제 충격까지 가세할 경우 대량실업 발생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며 긴급자금을 투입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이익공유·고용유지’ 기간산업에 40조
이날 회의에서는 일자리를 지키기 위한 기업안정화 지원방안도 나왔다. 홍 부총리는 “그동안의 기업 유동성 지원 및 금융시장 안정 노력에도 불구, 회사채·단기자금 관련 불안심리 및 소상공인·기업 자금애로가 이어지고 있다”며 “수출 등 실물충격이 본격화되면 기간산업의 일자리 기반까지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됨에 따라 정부는 기업안정화 지원을 75조 원 이상 추가 확대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일자리·수출 등 민생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큰 항공·해운·자동차·조선·기계·전력·통신 등 7대 기간산업 중심으로 40조 원 규모의 기간산업안정기금을 조성한다. 다만 이 기금을 지원받는 기업은 고용안정 조건, 도덕적 해이방지, 기업 정상화이익 공유 등의 전제조건이 따라 붙는다. 문 대통령은 “40조 원 규모로 기간산업안정기금을 긴급 조성한다. 강력한 의지를 갖고 기간산업을 반드시 지켜내겠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기금이 투입된 기업의 경영 정상화된 이후 출자 지분 등을 매각해 지원금을 국고로 환수할 계획이다. 정부는 이같은 기간산업안정기금을 도입하기 위한 법 개정에 나서기로 했다. 문 대통령은 “일자리를 지키는 것이 국난 극복의 핵심 과제이고 가장 절박한 생존 문제”라며 “이번 대책에 필요한 3차 추가경정예산안 편성과 관련 입법을 신속하게 추진해달라”고 당부했다.
특히 ‘한국판 뉴딜’을 내세운 점이 주목된다. 문 대통령은 “범국가적 차원에서 새로운 일자리 창출을 위한 대규모 사업을 대담하게 추진해야 한다”며 “일자리를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혁신성장을 준비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대규모 국가 프로젝트로서 이른바 한국판 뉴딜을 추진할 기획단을 신속히 준비해 주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가동… 경제방역 나서
이와 함께 신속한 경제회복을 위해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경제 중대본)를 꾸려 본격적인 경제방역에 나선다. 홍 부총리를 주축으로 16개 정부 부처 장관과 청와대 경제수석, 일자리수석이 고정으로 참여해 경제 회복을 위한 추가 대책을 발굴, 수립할 예정이다.
경제 중대본은 매주 목요일 열어 코로나19 위기관리와 극복을 위한 범정부적 역량 결집기구 기능을 하게 된다. 경제 전반의 상황과 위기 요인을 분석하고 발표된 정부 대책의 추진 상황을 점검·보완하는 한편, 위기 극복을 위한 추가 대책을 찾는다.
경제 중대본은 홍 부총리를 비롯해 교육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행정안전부·산업통상자원부·고용노동부 등 16개 경제부처 장관, 청와대 경제수석·일자리수석이 참여하며 필요시 한국은행, 민간단체도 포함할 수 있다. 중대본 산하에는 ▲금융리스크 대응반(반장 금융위원장) ▲산업·기업 위기 대응반(반장 산업부 장관) ▲고용위기 대응반(반장 고용부 장관) 등 3개 대응반과 거시 상황 점검 및 실무지원팀(팀장 기재부 1차관)으로 구성한다.
홍 부총리는 “대응반 회의에서 제기된 현안과 제안에 대해서는 중대본에서 후속 조치를 논의하고, 필요시 정부 대책으로 반영해 정책화하겠다”며 “경제 중대본에서 논의되는 사항 중 경제적 파급 영향이 큰 핵심 대책 및 중요 사안은 대통령 주재 비상경제회의에서 최종 결정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이 중대본 대변인으로 지정돼 경제 상황과 추가 대책 등 회의 결과를 보고하며 대국민 소통에 나선다. 정부는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열린 지난 다섯 차례 비상경제회의를 통해 긴급구호 성격의 비상 대응조치가 완료되면서 2단계 대응체계(상시적 위기관리·대응 시스템)인 경제 중대본 체제로 전환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4~5월에는 고용·수출 대책과 기업 대책을 추진하고, 6월 초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이 차질 없이 발표될 수 있도록 경제 중대본을 집중 가동할 방침이다.
환경부, 경제부담 덜기 위해 적극행정·규제완화
환경부는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사업장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규제완화를 선제적으로 적용한다. 환경부는 국민과 산업계의 경제적인 위기 극복을 위해 각종 환경부담금 유예, 산업계 규제완화 선제 적용, 산업활력 제도 개선, 법정의무 교육기한 연장 등의 조치를 시행했다고 4월 22일 밝혔다.
최근 국내 반도체 대기업에 부품을 납품하는 전북 소재의 한 기업은 코로나19로 원자재 수급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시범 생산 중인 화학물질의 생산설비를 증설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관련 규정에 따른 인·허가 기간이 최대 75일 걸려 생산 일정에 차질이 생긴다는 사실에 난감했다. 다행히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은 사업장을 대상으로 관련 법상 인·허가를 최대 절반으로 단축해주는 환경부의 적극행정 덕을 봤다.
환경부의 이 같은 조치는 국민 중심의 적극적 의사결정을 지원하기 위해 민간위원 중심으로 구성·운영 중인 ‘환경부 적극행정지원위원회’에서 최근 심의·확정된 사항이다.
각종 환경부담금 유예는 부담금별로 최소 3개월에서 최대 3년까지 징수 기한을 연장한다. 폐기물처분 부담금, 수질·대기 배출 부과금, 재활용 부과금, 폐기물 부담금에 대해 부과 의무 대상인 기업이나 개인이 신청한 경우 징수 유예와 분할 납부가 적용된다. 특별재난지역인 대구와 경북 경산·청도·봉화에 속한 곳은 별도의 증빙자료 제출 없이, 그 외 지역은 코로나19로 인한 피해 입증을 할 경우 징수 유예가 적용된다.
농식품 수출 홍보, 비대면 방식으로 전환
농림축산식품부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소비 변화에 맞춰 농식품 수출 홍보사업을 기존의 오프라인에서 비대면(Untact) 방식으로 대폭 전환한다고 4월 22일 밝혔다.
코로나19의 전 세계 확산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장기화되면서 소비시장 트렌드가 욜로(YOLO)에서 홀로(HOLO)로 빠르게 바뀌고 있다. 홀로(HOLO)란 면역용품(Health care), 대용량 제품(Oversize), 집콕(Life at home) 제품의 수요가 늘어나고 온라인(Online) 쇼핑을 선호한다는 뜻을 담은 유통 분야의 신조어다.
이에 따라 농식품부는 국가별로 파워 인플루언서(영향력자)를 적극 활용해 한국 농식품에 대한 인지도를 높일 계획이다. 중국의 식품 전문 인플루언서와 함께 현지 최대 온라인몰인 티몰과 징동몰에서 다음 달부터 ‘한국 인삼대전’을 연다. 영유아 전문 몰과 연계해 ‘안전·안심 한국 유아식품 판촉전’도 개최한다. 집에서 운동을 즐기는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국의 홍삼 조제품도 집중 홍보할 예정이다.
농식품부는 한류를 연계한 콘텐츠도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뉴욕·도쿄 케이콘(KCON) 온라인 공연의 실시간 영상 송출 시 스타들이 즐겨 먹는 한국 음식이나 스타의 최애 식품에 대한 퀴즈 등 간접광고(PPL)를 추진하기로 했다.
김청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