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2일 인천시 남동구 인천문화예술회관에서 김목경 밴드가 관객 없이 온라인 생중계로 진행하는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연합
공연예술계 전문가들의 제언
코로나19 여파로 2020년 1~4월 공연·전시의 피해액이 500억 원에 이른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한국예총)가 3월 18일 발표한 ‘코로나19 사태가 예술계에 미치는 영향과 과제’ 보고서를 보면, 올해 1~4월 취소·연기된 현장 예술행사가 2500여 건에 이른다. 피해액은 523억여 원으로 추정된다.
문화예술인의 88.7%는 전년 동기(1~4월) 대비 수입이 줄어들었다. 예술인은 대부분 코로나19 사태가 종료된 이후에도 수입에 변화가 없거나 줄어들 것(84.1%)으로 응답했다. 충북(100.0%), 전북(90.9%), 경북·충남(86.7) 지역 등의 순으로 향후 수입 증가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나타냈다.
더불어 92.7%의 예술인은 코로나19 사태 등 우발적 사고, 예술계의 권익 대변과 국민 문화 향유권 확대를 위해 법적 기반을 갖춘 종합예술 단체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보고서는 또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가장 시급한 현안으로 ‘현장 예술인 및 단체의 피해에 따른 생활·운영자금 지원 등 긴급조치’를 요청했다. 특히 공연계는 사전 제작비를 투입한 데다 취소된 공연이 언제 재개될지 기약할 수 없어 줄도산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 코로나19 정부 지원책에 대한 공연예술계 전문가들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장기적인 생존 전략 마련해야 할 때”
경희대 경영대학원 문화예술경영학과 지혜원 교수는 “장기적으로 공연의 본질을 보존할 수 있는 정책적 토대를 마련하고, 생존의 전략을 구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 당장 구체적으로 도움이 될 만한 것을 만들기는 어렵다. 코로나19 이전부터 문제가 됐던 것이 지금도 문제로 지적된다. 표준계약서도 그 가운데 하나다. 민간에서 모두 쓰는 표준계약서가 (문화예술계에서는) 너무 허술하다. 장르별로 특수성이 나뉜 것도 아니다. 코로나19처럼 갑자기 공연이 중단되는 사태, 천재지변이나 제작사가 계약을 불이행했을 때의 조처 등 구체적인 보호장치가 계약서에 제시되어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표준계약서를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시행되는 것에 대해서도 고민이 있어야 한다. 지 교수는 또한 “정부의 정책적 지원만이 아니라 산업 내부에서 목소리를 모으고 자구책을 마련해야 하는데, 이런 단체가 부재하다. 영국이나 미국 문화예술계에서도 코로나19를 처음 겪기 때문에 어려움이 있다. 거기서도 공연은 6월 말~7월 초로 중단 예정이다. 그러나 구심점이 되는 기관이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미국 브로드웨이는 ‘더 브로드웨이 리그’라는 단체가 고용주를 대변하고, 예술인들은 각 노동조합이 있다. 이렇듯 각각의 중립 기관이 있다면 울타리 역할을 한다. 지 교수는 “그들도 명확한 대처가 없긴 하지만, 기금을 마련 중이고 합의하고 있다. 각각의 대표들이 있는 게 가장 큰 차이”라고 지적했다.
▶3월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드림시어터 소극장에서 서울시 관계자들이 방역 소독을 하고 있다.│한겨레
“장르 특성 고려한 맞춤형 지원책 필요”
이유리 한국뮤지컬협회 이사장은 장르의 특수성을 고려한 정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이 이사장은 “현장 실태나 사업 구조를 좀 더 실체적으로 파악한 뒤 지원이 필요하다. 공연은 기초예술 분야와 공연산업 분야로 나뉜다”며 “공연산업은 피해액이 사실 기초 공연 쪽보다 크고 복잡하다. 공연의 규모, 장르의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이사장은 또한 “전체 공연 분야 종사자의 80%가 뮤지컬 비즈니스에 참여하고 있다. 뮤지컬 공연이 거의 중단된 상황이라 일이 없는 상태에서 위협에 시달리고 있고, 대다수가 프리랜서 활동을 하기 때문에 줄도산 위험에 처했다”며 “공연 프로덕션의 경우는 소상공인 차원으로 분류될 수 있다. 중소 규모의 프로덕션이다. 소상공인에게 지원하는 정책이 적용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울러 공연 취소에 따른 대관료와 수수료 환불 문제도 지적했다. 이 이사장은 “대관료는 전액 사전 지불이다. 공연의 경우는 막이 올라가기 전에 비용이 지불된다. 대관료는 국공립 공연장의 경우 환불이 현실적으로 이뤄지고 있는데 민간 공연장은 그렇지 않다. 민간 공연장도 피해자이기 때문이다”며 “뮤지컬 전용관이 몇 개 있는데 민간 공연장이다. 대학로 소극장도 마찬가지다. 민간 공연장이 제작 단체에 환불해줄 수 있는 여건이 안 되니 프로덕션도 환불받지 못한다. 대관료가 많으면 제작비의 30%에 이른다”고 지적했다.
티켓 수수료도 마찬가지다. 이 이사장은 “중단된 공연의 경우 티켓 수수료도 관객에게 지급해야 한다”며 “다른 장르와 형평성이나 영향 때문에 조심스럽긴 한데, 기초 예술과 뮤지컬은 상황이 달라서 하는 얘기다”라고 말했다. 그는 “피해 규모에서 상당히 독자적인 장르로 볼 수 있는데 현재는 기초 공연 중심의 지원책이 이뤄지고 있는 것 같다”며 “뮤지컬은 정책적으로 봤을 때 독자 장르로 규정되지 않고 통틀어서 연극에 속한 것처럼 분류돼 있다. 또한 지원책 부분에서 역차별을 받는 상황도 있다”고 설명했다.
남정숙 문화기획자는 문화예술 현장의 어려움에 따른 단계별 정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긴급지원자금이 나오지만 규모가 소상공인에 비해 적고, 생계형 지원금이 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유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