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5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강공원이 봄나들이에 나선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연합
코로나19 시대 건강한 야외활동 수칙
완연한 봄기운에 집에만 있기가 더욱 힘든 요즘이다. 그러나 쏟아지는 ‘악성 정보 확산(인포데믹)’으로 외출이 불안한 것도 사실이다. 코로나19 시대, 야외활동은 괜찮을까? 전문가들은 사람 간 2~3m 거리가 확보되고, 대체로 한적한 곳에서는 가능하다는 의견이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은 “실내에서도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환기를 강조하는데, 야외에서는 환기에 준하는 공기의 흐름이 있다”며 “야외에서 2m 이상의 자연적인 거리두기를 한다면 산책 등 활동에 큰 위험은 없다”고 말했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 역시 “2m 이상의 거리를 둔 산책과 같은 야외 행위에 대해선 여러 가지 상황을 봤을 때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방법과 해외 사례 등을 종합해 ‘코로나19 시대의 건강한 야외활동’ 수칙을 알아봤다.
등산
동호회 등 단체보다 개인·가족 단위 산행을
세계보건기구(WHO)는 주당 150~300분(2시간 30분~5시간)가량 중간 강도의 유산소운동은 심장질환과 당뇨, 고혈압, 암, 우울증 치료에 도움이 된다고 권고한다. 특히 지금과 같은 감염병 상황에도 적용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유산소운동에는 걷기와 달리기(조깅), 등산 등 여러 가지가 있다. 그중에서도 국토의 70%가 산으로 둘러싸인 우리나라는 사계절 내내 등산객으로 붐빈다. 북한산국립공원 사무소에 따르면 3월 북한산 탐방객(도봉산 포함)은 총 67만 5900명으로 2019년 3월보다 41.7%나 급증했다. 특히 주말 탐방객은 44만 1021명으로 전년 동기보다 32.4% 증가했다.
등산객이 늘고 있는 배경으로는 코로나19가 탁 트인 야외에선 감염력이 낮다는 점이 꼽힌다.
그렇다면 등산 중 사회적 거리두기는 어떻게 실천해야 할까. 먼저 사람이 붐비는 대중교통 대신 자가용을 이용해 산기슭까지 간다. 또 동호회 등 단체보다는 개인·가족 단위로 산행한다. 쉼터에서는 옆 사람과 떨어져 앉는 것이 중요하다. 여러 사람이 모여 음식을 나눠 먹는 것도 삼가야 한다.
한 등산 동호회 관계자는 “아무리 사방이 트인 국립공원이라도 사회적 거리두기는 반드시 지켜야 한다”며 “특히 공동시설(화장실·데크 등)에는 탐방객이 밀집할 수 있으니 손 씻기와 마스크 쓰기는 기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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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 산책
여럿이 모여 음식 나눠 먹는 것 삼가야
한강공원을 포함한 전국 대부분의 도심 공원에서는 ① 공원 일대 벚꽃 명소 전면폐쇄 ② 그늘막 설치 금지 및 단속 강화 ③ 공원 매점 이용 시 사회적 거리두기 실천 ④ 공원 시설물 방역 및 손 세정제 배포 등 특별운영대책을 마련했다.
이에 따라 공원에서 그늘막(텐트 포함)을 설치하는 것은 금물이다. 실제로 그늘막은 밀폐된 공간 안에서 활동이 이뤄져 바이러스 감염 우려가 크다. 돗자리에서 마스크를 벗고 음식을 먹는 행위도 위험할 수 있다.
공원 내 매점을 이용할 때도 반드시 ‘거리두기’를 실천해야 한다. 서울시는 한강공원 사회적 거리두기 준수를 위해 한강 매점의 경우, 라면 조리대 등 주요 품목 판매대를 외부에 설치했다. 이와 함께 지속적인 안내 방송 실시, 전체 시설물 매일 소독, 전문 업체를 통한 주 1회 방역도 시행한다. 공원 내 각 시설물과 화장실에는 손 세정제를 비치해 안전을 강화할 예정이다.
산책과 운동 시 마스크 착용, 2m 거리 유지 등 준수 사항도 꼭 지켜야 한다. 신용목 서울시 한강사업본부장은 “벚꽃 개화 시기에 코로나19 확산을 막고 한강공원을 이용하는 시민들의 안전을 강화하고자 특별운영대책을 마련했다”며 “시민 여러분의 안전을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 실천을 위해 올해는 (인파가 몰리는) 벚꽃놀이를 자제해주기를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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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타기
밀폐된 환경 기피하는 이때 적합한 운동
캐롤린 칸누시오 펜실베이니아 의대 공중보건연구소장은 붐비지 않는 장소에서 걷기, 달리기, 자전거 타기는 가능하다고 말한다. 개방된 야외에서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며 개인 단위로 활동할 수 있어 코로나19로 밀폐된 환경을 기피하는 이때 적합한 야외 운동이라는 것이다.
서울시 공공자전거 ‘따릉이’의 2020년 2∼3월 이용 횟수도 2019년 같은 기간에 비해 66.8% 늘었다. 특히 따릉이의 출근 시간과 퇴근 시간 이용률은 작년 동기 대비 각각 20.5%, 93.3% 증가했다. 이에 발맞춰 서울시는 3월 1일부터 자전거에 직접 손대지 않고 QR코드 스캔만으로 간편하게 대여·반납할 수 있는 ‘QR형 뉴 따릉이’를 내놨다. QR형 뉴 따릉이는 바이러스 걱정이나 접촉 없이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으로 시민 호응이 크다고 서울시는 설명했다.
달리기·걷기
한 방향 걷기 실천으로 접촉 최소화해야
요즘 산책로를 걷다 보면 ‘한 방향 걷기(1-WAY)’라고 써진 현수막이 눈에 띈다. 바닥에도 보행 방향을 가리키는 화살표와 함께 관련 문구가 붙어 있는 걸 볼 수 있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일방통행’ 방법을 제안한 것이다. 서울 강남구청 관계자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연장되면서 집에만 있기 답답한 요즘”이라며 “강남구의 양재천은 상단길에서 소단길 산책로까지 한 방향 걷기로 개방한다”고 밝혔다. 산책로에서 일방통행은 앞사람을 보며 걷기 때문에 자연스레 사회적 거리도 유지된다는 점에서 더욱 효과적이다.
경남 창원시 주남저수지도 탐방로 한 방향 걷기를 운영하고 있다. 김두욱 주남저수지사업소 주남관리팀장은 “마스크를 쓰자는 현수막은 붙여놓았지만 한 방향 걷기 등의 안내는 없었는데 자연스럽게 일종의 규칙이 형성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경남 창원시 양 모 씨는 “마주 오면서 기침하면 침방울 등이 튈 수 있는데, 한 방향으로 간격을 두고 걸으니까 그나마 접촉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 같다”고 말했다.
독일 베를린 샤리테병원의 크리스티안 드로슈텐 박사는 “코로나19에도 운동을 하는 게 중요하다. 운동화를 신고 30분에서 1시간 달리는 것은 정신적 안정에 큰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감염병 예방에서) 손 씻기가 중요한 만큼 야외활동 시에는 손 세정제를 갖고 다니며 수시로 손을 소독하고 손으로 얼굴을 만지는 것을 피하고, 집에 돌아와서는 손부터 씻어야 한다”고 말한다. 또 “버튼이나 지퍼가 많이 달린 외출복에 다른 사람의 침방울이 묻었다고 염려되면 세탁을 하는 게 좋고, 이 옷을 세탁기에 넣은 뒤에도 손을 씻어야 한다”며 “코로나바이러스는 56℃ 이상의 온도에서는 죽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에 높은 온도에서 세탁하거나 건조하는 게 좋다”고 덧붙였다.
강민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