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은 4월 27일 유엔개발계획(UNDP) 서울정책센터(USPC)와 함께 ‘혁신적인 코로나19 대응: 한국의 구체적 사례’를 주제로 화상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번 세미나에는 미국 뉴욕에 있는 UNDP 본부 법집행담당관을 비롯해 독일ㆍ캐나다ㆍ싱가포르 등 37개 국가 120여 명이 참석했다.│경찰청
“독일 내에서 일부 자동차 제조사가 조만간 공장 가동을 재개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코로나19의 세계적 확산에도 성공적으로 대응하는 한국의 업적에 경의를 표시하며 노하우를 공유해주길 희망한다.”
독일자동차협회(VDA) 힐데가르트 뮐러 회장이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에 전한 내용이다. 독일자동차협회는 한국자동차산업협회와 밀접한 협력관계를 향후에도 지속하기를 희망하며, 양 기관 협력의 실천 방안으로 2021년 4월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리는 ‘2021 서울모터쇼’에 독일관을 만들어 참가할 계획이라고 언급했다. 독일뿐만 아니다. 해외 자동차업계가 한국의 코로나19 대응 노하우를 배우고 싶다는 의견을 보내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협회는 4월 10일 주요국 자동차협회에 서한을 보내 “이번 감염병 사태로 사회, 경제 등 다방면에서 어려운 상황이지만 양국이 상호 협력하며 긴밀한 관계를 지속적으로 유지하자”며 조속한 해결을 기원하는 바람을 전했다. 세계 각국에서 코로나19 대응 노하우를 공유받고 싶다는 회신을 보냈다.
세계 자동차 산업, 한국 비법 배우기 나서
“코로나19 확산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한 한국의 성공적 대응은 세계 자동차 산업에서 매우 이례적인 사례다. 한국의 비법을 배우기 희망한다. 영국 자동차 공장은 자동차 수요절벽, 부품 공급 이슈, 직원 감염 문제 등으로 향후 수주간 더 가동이 중단될 것이며, 이후 서서히 다시 가동할 것이다.”(영국자동차협회 마이크 호즈 CEO)
“프랑스는 현재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대응으로 5주째 국가 전체 락다운(이동조치 제한)을 시행하고 있으나, 수일 안으로 일부 제조사가 매우 철저한 위생 절차 아래서 가동을 재개할 계획이다. 코로나19 확산에도 공장 가동을 지속하고 있는 한국 자동차업계의 방역 조치, 공장 관리 노하우를 배우고 싶다.”(프랑스자동차협회 티에리 코그넷 회장)
체육계에서도 한국의 대응 사례가 전파되고 있다. 프로축구 K리그가 코로나19 사태에도 개막을 준비해온 과정이 세계의 주요 축구 리그에 소개됐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코로나19 대응 과정을 ‘월드리그포럼’에 알리고 운영 매뉴얼을 제공했다고 5월 5일 밝혔다. 월드리그포럼은 2015년 세계 프로축구리그 간 현안 공유와 공동 발전을 목적으로 설립된 단체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독일 분데스리가, 스페인 라리가, 이탈리아 세리에A, 프랑스 리그앙 등 유럽 주요 리그를 포함한 40여 개 리그가 회원으로 가입돼 있다.
▶캐나다 보건청 및 적십자사의 요청으로 화상회의를 연 대한적십자사│대한적십자사
체육계·경찰청도 대응 비법 세계에 전해
월드리그포럼은 K리그 개막 결정까지 과정과 리그 운영 매뉴얼 등을 제공해달라고 4월 24일 요청한 바 있다. 월드리그포럼은 “코로나19로 세계 각국의 리그가 중단되거나 개막을 연기하는 시점에서 K리그의 5월 8일 개막은 좋은 선례”라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연맹은 선수단 내 유증상자 발생 시 대응 지침, 예비일을 고려한 리그 축소 운영 등 정보를 월드리그포럼에 제공했다. 각 구단에 배포한 ‘K리그 코로나 대응 매뉴얼 제2판’도 전달했다.
인도적 기구에서도 한국의 대응 노하우를 알려달라는 요청이 이어지고 있다. 대한적십자사(한적)는 캐나다 측과 화상회의를 열어 코로나19 대응 경험을 공유했다. 한적은 캐나다 보건청 및 적십자사의 요청으로 4월 17일 화상회의를 통해 한국형 감염자 역학조사와 접촉자 관리, 자동차 이동형 선별진료소, 자가진단 앱 운영방식 등을 소개했다. 캐나다 보건청은 특히 한국의 코로나19 생활치료센터 도입 배경과 운영방식, 병원 내 감염자 분류 방법에 관심을 보였다.
이번 화상회의에는 캐나다 보건청 타미 벨 공중보건본부장, 캐나다 적십자사 콘래드 사비 회장을 비롯해 관계자 20여 명이 참석했다. 한국 측에서는 서울적십자병원과 영주적십자병원 의료진, 서울대 보건환경연구소 탁상우 교수 등이 자리했다. 서울적십자병원과 영주적십자병원은 각각 서울시와 국가가 지정한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코로나19 환자 치료를 집중적으로 담당하고 있다. 캐나다 적십자사 살롬 소하니 글로벌보건단장은 “한국의 혁신적인 코로나19 방역 경험에서 검사의 중요성을 비롯해 다양한 교훈을 얻을 수 있는 기회가 됐다”며 감사를 표했다.
경찰청도 K-방역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리고 있다. 경찰청은 한국 경찰의 방역 관련 활동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영문 자료를 만들어 세계 각국과 국제기구에 배포했다. 앞서 경찰청은 감염병 관련 업무 절차와 경찰관 보호를 위한 조치 등 다양한 사례를 공유해달라는 요청을 세계 각국으로부터 수차례 받았다.
경찰청 외사국이 제작한 영문 자료 ‘한국 경찰의 코로나19 대응’은 감염병 재난 위기상황에서 한국 경찰의 대응체계 및 기능별 주요 임무와 업무지침을 수록했다. 구체적으로 방역 당국의 역학조사 지원, 자가격리 이탈자의 소재 추적, 다중이용시설 합동 점검, 불법행위 수사 등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시행 중인 방역 관련 경찰 활동을 단계별로 상세히 설명했다. 또 대민 접촉이 많은 경찰이 시민과 경찰관 모두의 안전을 확보하고자 시행하는 다양한 감염 예방대책과 모범 사례를 담아 각국의 경찰기관이 자국 상황에 맞게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경찰청은 또한 인터폴과 아세아나폴 등 국제기구에도 관련 자료를 제공해 한국 경찰의 대응체계가 보건위기 대처의 모범 사례로 자리매김하도록 했다.
▶K리그 개막 결정까지 과정과 리그운영 매뉴얼을 전달받은 월드리그포럼│월드리그포럼 누리집 갈무리
정부 ‘K-방역 모델’ 국제표준으로 제안할 계획
이처럼 전방위적으로 코로나19에 대한 한국의 대응 방식이 우수성을 인정받으면서 정부가 코로나19 방역 모델의 국제표준화에 나섰다. 산업통상자원부·보건복지부·식품의약품안전처는 한국 코로나19 대응 사례를 국제사회와 공유할 수 있도록 ‘K-방역 모델’을 국제표준으로 제안할 계획이라고 4월 26일 밝혔다. 정부는 검사·확진·역학·추적·격리·치료로 이어지는 감염병 대응 과정 절차와 기법 등을 체계화해 국제표준화기구(ISO) 안건으로 올릴 예정이다. 정부 관계자는 “ISO 아시아 지역사무소가 K-방역 모델에 관심을 보여 4월 23일 화상회의로 관련 내용을 공유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국제표준화 작업은 산업부 국가기술표준원, 보건복지부, 식약처, 특허청 등 관련 부처와 전문가, 진단도구·장비업체 등이 협의체를 구성해 추진한다. 성윤모 산업부 장관은 “K-방역 모델 국제표준화는 한국의 위상을 전 세계에 드높일 뿐 아니라 미래 먹거리인 바이오산업의 세계시장 선점을 이끄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민관이 힘을 모아 K-방역 모델이 세계 표준이 될 수 있도록 추진해나가겠다”고 말했다.
한국의 대응 방식이 ‘K-방역’으로 불리며 국제사회에서 모범 사례로 주목받는 이유는 뭘까. 광범위한 진단검사 시행에 따른 효과가 컸다는 평가가 나왔다. ‘코로나19 대응 국제 방역협력 총괄 태스크포스(TF)’는 5월 4일 ‘보건 및 방역 전략’을 주제로 첫 웹세미나를 열고 국내 방역 경험을 소개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전략기획반장은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의사가 의심하면 진단검사가 가능하도록 했다. 이후 광범위하게 진단검사가 시행돼 환자를 조기에 진단하고 신속하게 치료할 수 있게 됐다. 노인시설과 같은 곳에 전수검사가 이뤄지면서 무증상 감염자를 찾아내 격리하는 효과도 얻었다”고 분석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등 ‘K-방역’ 저력으로 꼽혀
국내 코로나19 진단검사는 실시간 유전자증폭(RT-PCR) 검사방식으로 진행되는데 하루 평균 1만 5000∼2만 건이 시행됐다. 최근까지 63만여 건의 진단검사가 이루어졌다. 국내 코로나19 진단검사는 발열이나 기침 같은 호흡기 감염병의 전형적 특성이 아니어도 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진단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진단검사 외에 국민의 자발적 참여로 시행된 ‘사회적 거리두기’ 효과와 휴대전화 위치정보, 신용카드 사용 내역, 폐회로텔레비전(CCTV) 등을 통해 확진자의 이동 동선을 파악해 접촉자를 관리하는 역학조사 도 K-방역의 저력으로 꼽혔다. 손 반장은 “해외 입국자나 영업시설에 대한 강제 조치 없이도 국민의 자발적인 참여로 외국의 물리적 봉쇄정책에 근접한 효과를 얻었다”고 밝혔다.
박유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