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운영하는 책나눔위원회가 매달 일곱 권의 책을 추천합니다. 문학, 인문예술, 사회과학, 자연과학, 실용 일반, 그림책·동화, 청소년 분야의 추천 도서는 여러분의 독서 욕구와 지적 호기심을 샘솟게 할 것입니다. <공감>은 책나눔위원회의 추천 도서를 매달 지면을 통해 독자 여러분에게 소개합니다.
당신의 외진 곳
● 장은진 지음 ●민음사 펴냄
장은진의 소설집 <당신의 외진 곳>에서는 세상의 그늘진 곳으로 밀려난 사람들을 따스하게 품어 안는 작가의 시선이 빛난다. 표제작 ‘외진 곳’에서 두 자매는 집 한 채를 9개 방으로 나눠 쓰는 벌집 같은 협소한 공간 ‘네모집’에서 힘겨운 일상을 꾸려가지만 결코 힘들다는 내색을 하지 않는다. 이곳 사람들은 애써 서로에게 관심을 주려 하지 않지만 주인공은 어느 추운 크리스마스이브, 네모집 9개의 방에 전부 빛이 밝혀진 것을 보고 왠지 모를 안도감을 느낀다. 9개 방이 마치 9개의 아름다운 전구처럼 그들에게도 어김없이 찾아온 크리스마스 전날 밤을 따스하게 밝혀준다. 빛은 대도시의 대낮처럼 환한 ‘중심’만이 아니라 이토록 외진 곳, 9개의 ‘네모집’에도 존재한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주인공은 깊은 안도감을 느낀다. ‘외진 곳’은 오직 마음의 촛불만이 밝힐 수 있는 따스한 이웃의 속삭임이 존재하는 공간이었던 것이다.
정여울 위원(<나를 돌아보지 않는 나에게> 저자)
진리의 발견
● 마리아 포포바(지여울 역) 지음 ● 다른 펴냄
한마디로 요약하면 여러 인물의 전기이자 과학사요 문학사다. 1700년부터 300년 동안 케플러를 시작으로 다양한 영역에서 여러 사람의 삶과 탐구가 절묘하게 연결된다. 각자의 이야기인 듯하면서 이어지는 흐름은 감탄스럽다. 특히 우리가 잘 몰랐던 여성 과학자들의 삶과 탐구를 만나는 일은 반갑고 고맙다. 제목에서 자칫 인식론적 느낌을 받는 사람들도 있을지 모르지만 저자 마리아 포포바는 엄청난 독서가이며 탁월한 이야기꾼의 면모를 마음껏 발휘한다. 그래서 제법 두툼한 책이 조금도 지루하지 않다. 특히 ‘앞서나간 사람들’이라는 부제에 걸맞은 이들의 삶과 지식의 궤적은 경이롭다. 각각의 조각이 연결돼 멋진 그림이 완성되는 짜임새는 영락없는 모자이크화다. 주인공들을 따라가다 보면 ‘시대에 필요한, 시대를 뛰어넘는, 미래를 내다보는’ 역사서라는 평가가 무색하지 않다. 이들의 과학, 문학뿐 아니라 사랑과 연애까지 절묘하게 엮어내며 계속해서 서로를 이어가는 호기심과 탐구는 포포바가 왜 그토록 상찬받는지 저절로 수긍하게 만든다.
김경집 위원(인문학자)
경영을
넷플릭스하다
● 이학연 지음 ●넥서스biZ 펴냄
전 세계, 그 누구도 예외 없는 위기다. 하지만 인간이 위기를 대하는 방식에는 남다른 점이 있다. 현재 위기의 대응과 함께 미래 기회의 준비를 생각한다는 것이다. 최근 경제가 이슈다. 경제 시스템에 빨간불이 켜졌다. 핵심 동력인 사업(비즈니스)과 주체인 기업 그리고 그 울타리 안에서 일과 소비활동을 영위하는 개인과 그(그녀)가 속한 가정이 빨간불 앞에 멈춰 있다. 디지털 세상의 도래로 비즈니스가 더욱 용이해지면서 기업 자체가 되기도 한 개인도 멈춰 섰다. 모두가 경제적 위기에 직면해 있다. 그러나 위기는 혁신에 긴요한 절박함이라는 동기를 작동시킨다. 여기에 아이디어와 역량이 더해지면, 그간 없었던 혁신도 가능할 수 있다. 인간이 위기를 대하는 방식은 그렇게 학습된 것이다. 폭풍우가 올 때 어떤 이는 장벽을 세우지만 어떤 이는 풍차를 만든다. 책은 디지털 기술을 통한 비즈니스 혁신을 쉽고 흥미롭게 담고 있다. 책을 보며, 조심스러운 빨간불을 거침없는 파란불로 바꿀 비즈니스의 진보를 고민해봄 직하다.
이준호 위원(호서대 경영학부 교수)
코스모스
● 앤 드루얀(김명남 역) 지음 ● 사이언스북스 펴냄
많은 과학도에게 영감을 주었던 역사상 가장 많은 사람이 읽은 과학책인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 그 책은 그의 마지막 부인인 앤 드루얀과 함께 만들어졌고 그에게 헌정되었다. 그리고 1996년 칼 세이건의 사후 앤 드루얀은 세이건 재단을 만들고 <코스모스> 후속 편과 다큐멘터리들을 내놓으며 칼 세이건의 메시지를 계속 전하고 있다. 이 책은 2020년 3월 출판된 앤 드루얀의 <코스모스> 후속 편이다. 망망대해와 같은 우주의 시공간에서 우리는 어떤 존재인지를 질문했던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를 넘어, 지구라는 작은 행성에서 살아가는 인간과 다양한 생명체의 의식을 살펴보고 현재의 인류가 초래한 위기에 대한 책임 의식까지 담고 있다. 이 책은 과학책인데도 단지 지식을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우주적 관점으로 우리의 본질을 다시 생각하고 과학적으로 각성하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이 책을 읽으며 나는 마음이 따뜻해지고 희망을 볼 수 있었다. 이 충만함을 여러분과 공감하고 싶다.
송기원 위원(연세대 생명과학부 교수)
유튜브로 책 권하는 법
● 김겨울 지음 ●유유 펴냄
유튜브를 텔레비전보다 많이 보는 시대다. 진입 장벽이 낮은 탓에 ‘나도 해볼까’ 생각하는 이들도 많다. <유튜브로 책 권하는 법>은 유튜브에 관심이 있고 유튜브를 시작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권할 만한 책이다. 구독자 10만 명이 넘는 북튜브 ‘겨울서점’을 운영하는 저자는 채널 아트와 프로필 만들기에서부터 촬영, 편집까지 유튜브를 운영하는 데 적용할 수 있는 실전 정보를 상세히 알려준다. 채널을 어떻게 기획하고 어떤 영상을 올릴지 등 채널의 성격을 만들어가는 방법과 함께 북튜브를 운영해 먹고살 수 있는지, 악플에는 어떻게 대응할지 등 경험을 토대로 한 솔직한 조언도 들을 수 있다. 누군가에게 영향을 주었을 때의 보람, 팬들과 소통했을 때의 감동도 생생하게 담겼다. 흥미롭게도 이 책은 책을 좋아하고 출판에 관심 있는 독자들도 공감하며 읽을 수 있다. 책을 읽는 사람이 점점 줄어드는 요즘, 책과 글을 좋아하는 저자는 북튜버의 사회적 역할과 미래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한다.
송현경 위원(내일신문 기자)
이상한 나라의 그림 사전
● 권정민 지음 ●문학과지성사 펴냄
코로나19가 우리 삶과 생각의 방식을 많이 바꾼다. 그중 하나가 전 세계적 연대감이 높아졌다는 점이다. 싱가포르의 개학과 휴학이 남의 일만은 아니다. 병상이 없어 환자가 집에서 죽는 미국 뉴욕시의 사정도 얼마 전 우리의 일이었다. 겪어봤고 겪을 수도 있는 일에 함께 걱정하고 어떻게든 같이 해보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일상에서 전면적으로 확대되어야 할 움직임이다. <이상한 나라의 그림 사전>도 그런 희망에서 만들어진 책일 것이다. 우리가 무심코 누리는 즐거움, 추구하는 가치를 다른 시각에서 바라보라고 말한다. 산책? 관찰? 훈련? 영광? 연구? 교감? 동물들과 함께(?)하는 그 일들이 입장 바꾸어 일어난다면? 죽비 같은 그림에 정신이 번쩍 난다. 어쩌면 우리는 동물에게 코로나바이러스 같은 재앙일 수도 있는 게 아닌가. 냉정하게 풍자적이지만, 몇몇 명화를 오마주(존경, 경의)하기도 한 좋은 그림이 우리 느낌을 거기 주저앉히지 않는다. 책의 마지막 장면처럼, ‘성찰’을 요구한다. 성찰하는 법은 빨리 배울수록 좋다.
김서정 위원(동화작가)
사일구
● 윤태호 지음 ●창비 펴냄
작은 사건에 대한 이야기도 말하는 사람에 따라 달라진다. 4·19혁명처럼 말 그대로 혁명적인 사건은, 입장에 따라 표현과 평가가 매우 엇갈린다. 이 만화의 주인공이자 서술자인 인물은 혁명의 주역 나석민이 아니라 그의 친구 김현용이다. 주역은 혁명의 현장에서 죽었고 그는 살아남았는데, ‘4·19정신’을 이어받은 요새 젊은이라면 매우 비판할 노인이 되었다. 그가 죽고 나서 하는 ‘고백’을 따라가다 보면 한국의 궁핍한 현대사와 거기서 오로지 살아남기에만 몰두한 평범한 인물과 만난다. 독자가 4·19에 대해 알게 되는 것은 혁명에 적극 참여하지 못한 인간의 후회 섞인 고백을 통해서인 것이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가 젊은 세대의 역사의식을 기르기 위해 기획한 책이 이래도 되는가? 물론 된다. 될 뿐 아니라 아주 바람직하다. 자신의 삶을 냉정하게 바라보며 친구가 희생한 곳과 멀지 않은 광장에서 촛불을 든 노인의 마지막 모습은, 4·19에 관한 새로운 발언이요 이미지다.
최시한 위원장(숙명여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