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대학교 개강이 미뤄진 가운데 3월 18일 낮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아주대학교 인근 카페에서 한 학생이 비대면 방식 수업인 온라인 강의를 듣고 있다.│한겨레
코로나19 여파로 초·중·고등학생 540만 명이 사상 초유의 ‘온라인 개학’으로 새 학년을 시작했다. 앞서 대학들은 ‘온라인 원격 강의’를 통해 3월 16일 일제히 개강했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대학의 온라인 강의는 장기화할 것으로 보인다. 당초 대부분 대학은 3월 말까지 온라인 강의를 진행하기로 했지만 정부가 초·중·고교도 온라인 개학을 실시하기로 하면서 대학들도 연장을 검토하는 분위기다.
대학가에서는 최근 서울여대와 카이스트(한국과학기술원, KAIST), 성균관대가 잇따라 1학기 전체를 온라인 강의로 진행하기로 결정했거나 적극 검토하는 등 온라인 수업이 갈수록 확대되는 추세다. 첫 온라인 강의 전면 시행에 따라 혼선을 빚기도 했지만 많은 교수가 강의 전달력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는 등 차츰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다.
대학들은 어떤 시스템을 강의 도구로 채택할까? 서울 주요 대학들은 미국 기업 ‘줌’(서울대·연세대 등)과 ‘시스코’(경희대·동국대·성균관대·홍익대 등)가 운영하는 화상회의 시스템을 채택했다. 이들 대학은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온라인 강의 시스템과 유튜브 등 개인방송 플랫폼(다양한 정보를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제공하는 기반 서비스)도 강의 도구로 제공했다. 다만 질문하고 답하기, 출결 점검 등 수업 운용에 필요한 기능들이 들어가 있는 줌과 시스코의 시스템이 개인방송보다는 수업에 더 적합하다는 게 이들 대학의 공통된 의견이다. 여기에 외국인 유학생들이 현지에서 무리 없이 접속하기 위해서도 외국 기업의 시스템이 더 적합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수들 강의 질 높이기 위해 다양한 시도
온라인 강의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교수들은 강의의 질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고 있다. 일부 교수의 강의는 벌써 화제가 되기도 했다. 박노현 동국대 경주캠퍼스 국어국문학과 교수가 3월 10일 첫 강의 오리엔테이션(안내 교육)을 시작할 때 유튜브 채널 구독자 수는 50명에 그쳤다. 하지만 해당 대학 학생 외에 다른 대학 학생들도 박 교수의 강의에 관심을 보이면서 4월 1일 현재 1만 명을 넘어섰다.
이경전 경희대 경영학과 교수는 일반인도 인공지능(AI)에 대해 배울 수 있도록 유튜브에 ‘경전TV’를 열었다. 이곳에서 누구나 AI 관련 교육 영상을 볼 수 있다. 이 교수는 온라인 강의는 유튜브로 하고 강의와 관련한 질문은 페이스북을 통해 실시간으로 받는다.
학생들의 수업 참여를 높이기 위해 다양한 ‘묘수’도 등장했다. 최재홍 강릉원주대 멀티미디어학과 교수는 온라인 강의 10~15분마다 질문을 내고 학생들의 참여를 독려했다. 강의가 끝난 뒤에도 일부 학생에게 수업 내용 요약을 지시하기도 한다. 김정권 광운대 인제니움학부 교수는 외국인 학생이 많이 수강하는 온라인 강의를 녹화할 때는 말의 속도를 늦춰 학생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도왔다.
서버 불안정 등 기술적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각 대학교는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조선대 관계자는 “온라인 강의를 위해 애초 1000명이 동시 접속할 수 있는 시스템을 3000명 수준으로 증설했다”고 밝혔다. 동신대 역시 서버를 늘려 학생들이 접속에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조치했다. 명지대는 서버 과부하를 막기 위해 단과대별로 요일마다 돌아가면서 수업을 듣도록 했다.
강민진 기자
온라인 학습 체험기
‘강의 수준 낮을까’ 의심보다는 학습 공백 최소화 위한 노력을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혼란스러운 요즘, 공부가 본업인 학생들도 코로나19의 여파를 피할 수는 없다. 공립, 사립 할 것 없이 모든 초·중·고등학교의 개학이 연기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대다수 학생들이 개학 연기로 공부 리듬을 잃어버리고 학습에 애를 먹는 가운데, 교육부에서는 학생들의 학습 공백을 우려해 온라인 학습을 빈틈없이 하겠다고 밝혔다. 일선 학교에서도 EBS 등 각종 온라인 학습 누리집을 안내하며 학습을 이어가도록 적극 장려하고 있다.
고등학생인 나 역시 개학이 연기되면서 온라인 학습으로 공부의 끈을 놓지 않으려 하고 있다. 직접 온라인 학습 누리집들을 학생의 눈으로 꼼꼼히 살펴봤다.
갑자기 만들어진 터라 강의 수준이 좀 낮지는 않을까 의구심을 보내는 몇몇 학생의 생각과는 달리, 온라인 학습 누리집인 ‘EBSi’ ‘꿀박사’ 등의 질은 현장 강의와 비교해도 전혀 손색없었다.
일례로 EBS에서 운영하는 ‘EBSi’는 예전부터 일선 학교에서 교과 교사로 근무하는 교사가 강의하는 영상을 제작해 무료로 학생들이 수강하게 하고 있다. 이런 수준 높은 강의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3월 23일부터 2주간 초·중·고교 학생들을 위해 각 학년에 맞춰 실제 학교 시간표대로 생방송 특강을 진행하고 있었다. 학교에서 직접 수업을 듣는 게 최고겠지만, 생방송 특강 역시 양질의 수업으로 학습 공백에 대한 불안감을 잠재우기에 충분했다.
교과과정뿐 아니라 논술 등 비교과 활동을 다루는 ‘꿀박사’ 등의 누리집도 활용해볼 수 있다. 서울시교육청 교육정보연구원에서 운영하는 꿀박사 누리집은 초등학생 논술부터 고등학생 논술, 심지어 대입을 위한 논술 자료도 제공하며, 상담(컨설팅)에 자원한 교사를 대상으로 ‘교사 지원단’을 꾸려 학습을 돕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부득이 개학을 연기하면서 마련된 온라인 학습은 단순히 ‘질 높은 강의’라는 장점만 지닌 것도 아니다. 학원을 제외하고는 외출을 자제하는 가정이 많은데, 집에서도 수강할 수 있다는 점과 사설 인터넷 강의 업체와는 다르게 무료로 들을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인 부분이다.
그뿐만 아니라, 정부 정책 중 하나인 ‘사회적 거리두기’를 충실히 이행하는 방법 중 하나다. 이런 다양한 장점이 있는 온라인 학습을 적극적으로 이용해 개학 날까지 학습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노영석 <정책브리핑> 정책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