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경제회의
정부가 코로나19로 어려움에 처한 소득 하위 70%인 1400만 가구에 긴급재난지원금으로 9조 1000억 원을 지원한다. 또 건강보험과 국민연금 등 4대 보험료에 대한 각종 감면과 납부 유예, 납부기한 연장도 확대된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3월 30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코로나19 사태 대응을 위한 ‘긴급재난지원금 도입 방안 및 사회보험료 등 부담 완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주재한 제3차 비상경제회의에서 긴급재난지원금 지급과 관련해 “이 결정은 쉽지 않은 것이어서 많은 회의와 토론을 거쳤다. 코로나19로 인해 모든 국민이 고통받았고 함께 방역에 참여했다. 국민 모두 고통과 노력에 대해 보상받을 자격이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 같은 결정을 한 배경에 대해 “정부가 재정 운용에 큰 부담을 안으면서 결단을 내린 것은 어려운 국민의 생계를 지원하고 방역 주체로서 일상 활동을 희생하며 위기 극복에 나서준 것에 대해 위로와 응원이 필요하다고 여겼기 때문”이라며 “또한 코로나19가 진정되는 시기에 맞춰 소비 진작으로 우리 경제를 살리는 데도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긴급재난지원금은 신속한 지급이 무엇보다 중요하므로 신속하게 2차 추경안을 제출하고, 총선 직후 4월 중으로 국회에서 처리되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재정 여력의 비축과 신속한 여야 합의를 위해 재원의 대부분을 뼈를 깎는 정부 예산 지출 구조조정으로 마련하겠다”며 “국회의 협력을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정부는 먼저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을 지원 범위와 효과, 재정 여건 등을 종합 고려해 국민 소득 하위 70%인 1400만 가구를 적용 대상으로 삼았다. 가구당 지원 금액은 가구원 수에 따라 ▲1인 가구 40만 원 ▲2인 가구 60만 원 ▲3인 가구 80만 원 ▲4인 가구 이상은 100만 원으로 차등 지급한다. 지급 방식은 지방자치단체가 활용 중인 지역상품권이나 전자화폐 등으로 현금은 배제됐다.
긴급재난지원금으로 쓰이는 재원은 총 9조 1000억 원으로, 정부와 지방정부가 8대 2 비율로 분담해 추진할 방침이다. 홍 부총리는 “이 중 정부 추경 규모는 약 7조 1000억 원 수준으로, 긴급재난지원금만을 단일 사업으로 하는 원 포인트 추경을 통해 집행할 것”이라며 “추경 재원은 유가·금리 하락 등으로 소요가 줄어든 사업비 등 기존 세출사업의 구조조정으로 충당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4대 보험료·전기요금 감면 등 부담 완화
정부는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을 겪는 대상이 광범위한 점을 고려해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시행한 적 없는 4대 보험료 및 전기요금 부담 완화 방안을 마련했다.
먼저, 건강보험은 보험료 감면 대상을 기존 소득 하위 20%에서 40%로 확대하고 3월부터 5월까지 3개월 동안 보험료 30%를 감면하기로 했다. 국민연금은 3개월간 한시적으로 납부예외 대상을 확대한다. 국민연금 가입자 중 소득 감소를 증빙해 신청하면 납부유예 자격을 얻을 수 있다. 고용보험도 3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 3개월간 납부기한을 연장한다. 고용보험 가입자 약 44%에 해당하는 612만 명의 근로자와 소속 사업장 228만 개소(96.6%)가 대상이다.
산재보험은 납부 유예와 감면을 동시에 적용한다. 대상은 30인 미만 사업장과 1인 자영업자,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고) 대상 사업장 등 총 259만 개 사업장과 특고 노동자 8만 명이다. 이들에게는 3개월간 기한을 연장하고 6개월간 보험료의 30%를 감면해주기로 했다. 정부는 이번 조치로 보험료를 부담하는 사업주 기준으로 전체 산재보험 가입 사업장의 96.4%가 혜택을 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전기요금은 4월부터 6월까지 3개월분 요금의 납부기한이 연장된다. 소상공인 320만 호와 취약계층 157만 호가 적용 대상이다. 납부기한 연장이 끝난 이후에도 2020년 연말까지 필요시 분할 납부도 허용하기로 했다. 이번 사회보험료 부담 완화 방안으로 총 7조 5000억 원의 납부 유예와 9000억 원의 감면 혜택이 주어지고, 전기요금의 납부기한 연장 규모는 총 1조 3000억 원 수준으로 예상된다.
무급휴직자에 최대 100만 원 생활안정금
한편 제3차 비상경제회의에선 코로나19로 생계난을 겪는 취약계층의 생계 지원을 위한 추가 대책을 마련해 4월부터 시행해나가기로 했다. 이번 대책은 고용보험제도 등 기존 고용안전망의 틀 밖에 있는 취약계층에 실질적·즉각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생계안정 대책을 추진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이에 따라 4월부터 코로나19로 피해가 큰 소규모 사업장 등 무급휴직자에게 최장 2개월 동안 월 50만 원의 생활안정금을 지원한다. 또 학습지 교사와 대리운전 기사 등 특고 종사자와 자유직업자(프리랜서)에게는 3개월 동안 월 50만 원의 구직촉진수당을, 청년에게는 청년구직활동지원금 요건을 완화해 총 5만 명에게 혜택을 지원할 방침이다. 이 밖에 코로나19로 중단된 노인 일자리 사업 참여자 가운데 희망자에 한해 4월 초에 1개월분 활동비 전액을 선지급할 예정이다.
또 긴급복지지원 대상을 코로나19로 생계유지에 어려움이 큰 무급휴업·휴직 노동자, 특수고용노동자 등으로 확대해 가구원 수를 기준으로 4월 6일부터 월평균 65만 원을 지원한다. 이렇게 되면 1인 가구는 45만 5000원·2인 가구 77만 5000원·4인 가구에는 123만 원을 지급하는데, 1개월 우선 지원 후 지자체 심사를 거쳐 최대 6개월까지 지원기간 연장이 가능하다. 특히 무급휴직자는 지역고용대응 특별지원사업의 지원을 받고도 어려움이 계속될 경우 긴급복지지원제도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
7세 미만 아동 1인당 40만 원 ‘아동돌봄쿠폰’
이와 함께 보건복지부는 코로나19로 위축된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고 아동양육 가구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아동돌봄쿠폰’을 지급한다고 3월 27일 밝혔다.
아동돌봄쿠폰은 아동수당을 지급받는 만 7세 미만의 자녀를 둔 가구에 아동 1인당 40만 원 상당의 상품권 등을 긴급 지원하는 사업으로, 3월 17일 통과된 코로나19 대응 추경예산에 1조 539억 원이 반영됐다. 지원 대상은 3월 말에 아동수당을 받은 전국 263만 명의 아동이 있는 약 200만 가구다.
아동돌봄쿠폰은 지자체별 여건에 맞게 전자상품권이나 지역전자화폐(모바일 또는 카드 방식), 종이상품권(지역사랑상품권 등) 형태로 지급된다.
전자상품권이 지급되는 192개 시·군·구에 거주하는 대상자는 아동 1인당 40만 원 상당의 아동돌봄쿠폰이 현재 사용하고 있는 아이행복카드 또는 국민행복카드에 포인트 형태로 자동 지급된다. 또 전자상품권 제공 지역에서 아동수당을 지급받는 대상자들은 읍면동 주민센터나 카드사 영업점 등에 직접 방문해 신청할 필요가 없다.
아동돌봄쿠폰을 각 시·군·구에서 카드, 휴대전화 앱 등을 통해 상품 구매 시 화폐처럼 지역 내에서 사용할 수 있는 결제 수단인 지역전자화폐로 제공하는 9개 시·군·구 거주자는 해당 시·군·구의 안내에 따라 신청해야 한다. 또 아동돌봄쿠폰을 지역전자화폐로 제공하는 경기도 성남시, 충남 아산시 등 9개 지자체는 각 지역에서 사용하고 있는 전자화폐 방식에 따라 신청 방법과 지급 시기가 다르다. 한편 종이상품권을 지급하는 경북 안동시 등 28개 시·군·구는 지역사랑상품권이 준비되는 4월 초부터 읍면동 주민센터에서 40만 원의 지역사랑상품권을 지급한다.
고득영 복지부 인구아동정책관은 “지자체와 협조해 최대한 편리하고 신속하게 지급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며, 코로나19를 극복하고 민생경제에 힘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이 3월 26일 청와대 집무실에서 주요 20개국(G20) 특별화상정상회의에 참석하고 있다.│청와대사진기자단
G20 정상 ‘코로나19 공동성명’ 채택 국제 공조
한편 주요 20개국(G20) 정상들은 3월 26일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코로나19 위기 대응을 위해 연대해나가기로 했다. 문 대통령을 포함한 G20 정상들은 이날 오후 9시부터 열린 특별화상정상회의에서 ‘코로나19에 관한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G20 정상들은 공동성명에서 “전례 없는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은 우리의 상호 연계성과 취약성을 강력히 상기시킨다. 바이러스는 국경을 가리지 않는다”며 “이 세계적 대유행을 퇴치하기 위해서는 연대의 정신으로 투명하고, 강건하며, 조정된, 대규모의, 그리고 과학에 기반한 국제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는 이 공동의 위협에 대항해 연합된 태세로 대응할 것이라는 강력한 의지를 표명한다”고 강조했다.
G20 정상들은 ▲생명 보호 ▲일자리·소득 지키기 ▲신뢰 복원, 금융 안정성 보존, 성장세 회복 ▲무역 및 글로벌 공급체인 붕괴 최소화 ▲지원이 필요한 국가에 도움 제공 ▲공중보건 및 금융 조치 공조 등을 향후 공동 대응할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G20 특별화상정상회의에 참석해 “한국의 경험과 성공적인 대응 모델을 국제사회와도 공유하고자 한다”며 “한국은 아직 안심할 수는 없지만, 선제적이고 투명한 방역 조치와 국민의 자발적이고 민주적인 방역 동참으로 점차 안정돼가고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G20 정상들에게 한국의 코로나19 대응을 상세히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한국 정부가 개방성·투명성·민주성의 3대 원칙에 따라 ▲많은 검진을 통한 확진자 발견 ▲감염 경로 추적 ▲확진자 및 밀접 접촉자 격리 후 출국금지 조치 등의 대응을 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빠르고 정확도 높은 진단시약 조기 개발, 승차 진료소(드라이브 스루) 설치, 자가격리 앱·자가진단 앱 등 창의적 방법이 동원됐고, 사람·물자의 국경 간 이동을 최소화하면서도 방역 효과를 극대화하는 특별입국절차를 실시했다고 G20 정상들에게 소개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정부가 시행하는 총 1000억 달러(132조 원) 규모의 과감한 확장적 거시정책과 금융 안정정책을 설명하고,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국제사회 연대 강화 및 정책 공조 방안을 제안했다.
박순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