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환 국장 | 문화체육관광부
김현환 문화체육관광부 콘텐츠정책국장 인터뷰
신한류 현상의 확산 및 연관 산업에서 경제적 파급효과가 일어나려면 기본적으로 콘텐츠산업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중요하다. 정부는 오래전부터 ‘콘텐츠산업’과 ‘신한류’ 등을 핵심어로 선제적으로 관련 정책을 고민했다. 문화체육관광부 2020 업무계획과 2019년에 나온 ‘콘텐츠산업 3대 혁신전략’ 등에 담긴 정부의 콘텐츠산업 진흥 전략 및 신한류 관련 정책의 골자는 뭘까? 김현환 문체부 콘텐츠정책국장에게 물었다.
콘텐츠 수출 100달러 늘면 연관 소비재 248달러 증가
-올해 문체부 2020 업무계획 목표는 ‘문화로 행복한 국민, 신한류로 이끄는 문화경제’다. 업무계획 가운데 ‘전방위적 정책으로 콘텐츠산업의 혁신성장을 지원한다’는 언급이 눈에 띈다. 혁신성장 시대에 콘텐츠산업은 얼마나 중요한가?
=콘텐츠산업은 우리나라의 혁신성장을 이끄는 핵심 산업으로서 중요성을 갖는다. 먼저 콘텐츠산업은 2019년 기준으로 매출 125조 5000억 원, 수출 103억 3000만 달러 규모로 5년간 평균 매출과 수출 성장률이 각각 5.8%, 14.4%에 이르는 등 그 자체로 높은 성장세를 이어가는 산업이다
콘텐츠산업은 화장품, 식품 등 소비재는 물론이고 관광, 의료 서비스 등 연관 산업의 성장에도 전방위적 기여를 한다. 한국수출입은행 연구에 따르면 한류 콘텐츠 수출이 100달러 늘어나면 연관 소비재 수출은 248달러 증가한다. 콘텐츠산업은 특히 인간의 뛰어난 창의력이 바탕이 되기 때문에 우리나라처럼 자원은 부족하나 높은 교육 수준의 우수한 인재들이 있는 국가의 혁신성장 동력으로 적합하다. 정부도 그 중요성을 인식하고 적극적인 지원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콘텐츠산업을 두고 민간 영역이라고 보는 시선도 있지만 이런 산업이 한류 붐 등 꽃을 피우려면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정책도 중요하다. 콘텐츠산업과 관련해 정부가 그간 어떤 역할을 했다고 생각하나?
=한류 붐이 일어날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요인은 바로 ‘경쟁력 있는 콘텐츠’라고 생각한다. 지금의 이런 경쟁력은 대중문화 예술인들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인 결과이기에 그 주역으로서 칭찬받아 마땅하다.
문체부는 ‘문화가 산업이 될 수 있는가’라는 논의까지 불러일으키며 1994년 문화산업국을 신설하고 선도적으로 문화산업을 우리나라의 미래 성장동력으로 제시했는데, 이는 분명 민간 영역에 새로운 방향 제시가 되었고 민간의 노력이 함께 이루어져 결국 1990년대 말 한류 붐이 시작된 것이라고 본다.
문화산업국은 이후 콘텐츠정책국으로 이름을 바꾸면서 더욱 확대된 영역에 다양한 지원 정책을 추진했는데, 봉준호 감독을 배출한 영화아카데미 운영 등 인력 양성을 비롯해 연 1조 6850억 원의 금융 지원, 각종 제작과 창업 지원 사업이 대표적인 예다.
-콘텐츠정책국을 총괄하고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한류’ ‘콘텐츠산업’과 각별한 인연이 있다고 들었다. 어떤 업무를 해왔나.
=1994년 문화체육부 사무관으로 공무원 생활을 시작했고 그동안 국제관광과, 국제문화과 등에서 국제 업무를 많이 맡았다. 2019년 7월 콘텐츠정책국장으로 부임해 영화, 음악, 게임, 만화, 애니메이션 등 우리나라 콘텐츠산업 진흥 업무를 하고 있다.
한류 업무와는 인연이 많은 편이다. 2005년 문화산업국에 근무할 때 한류 업무를 맡아 ‘한류진흥종합계획’을 작성한 적도 있고, 2012년에는 문체부 내 한류 태스크포스(TF) 팀장을 맡아 <한류백서> 발간을 총괄하기도 했다. 2011년 파리에서 열린 SM타운 콘서트를 지원했는데 그것이 세계 무대에서 K-팝 인기가 폭발하는 계기가 됐기에 지금도 주변에 자랑하곤 한다. 콘텐츠정책국장으로 와서 다시 범부처 한류협력위원회 구성과 신한류 진흥정책 추진 업무를 맡게 되니, 한류와 각별한 인연이 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콘텐츠산업을 통해 신한류 문화를 더 확산하려면 세계 콘텐츠산업에 대한 이해도 중요하다. 현재 세계 콘텐츠 시장 지형은 어떻게 변하고 있나? 이에 우리는 어느 정도 준비가 되어 있다고 보나?
=글로벌 유통망(플랫폼)의 확대가 세계 콘텐츠 시장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변화라고 생각한다. 유튜브, 넷플릭스 등 온라인 서비스의 시장 지배력이 커지고, 스포티파이 등 세계적인 음원 실시간 재생(스트리밍) 업체도 한국 시장 진출을 앞두고 있다.
글로벌 유통망의 확대는 콘텐츠 산업계에는 위기이자 기회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옥자>와 K-좀비 열풍을 알린 드라마 <킹덤>이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 소비자에게 소개된 것처럼 우리 콘텐츠의 해외 진출에 유리한 부분이 있지만, 반면 세계의 작품들과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또 글로벌 유통망에 우리의 콘텐츠산업이 종속될 거라는 우려도 있다.
세계와 치열한 경쟁에 대응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 우리 콘텐츠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다. 정부도 2019년 9월 ‘콘텐츠산업 3대 혁신전략’을 발표하며 정책금융 확충, 실감콘텐츠 육성, 한류 연관 산업 활성화 등 선제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류와 소비재·서비스 산업 연계 강화
-‘신한류로 이끄는 문화경제’와 관련해 현재 정부 주요 정책 방향을 소개해달라.
=정부는 신한류 확산을 위해 크게 세 가지 방향으로 노력을 기울이고자 한다. 첫째는 한류 콘텐츠의 영역을 확대하는 것이다. 한국 대중음악·방송 드라마·영화·게임·캐릭터·웹툰 등 기존 한류 콘텐츠의 경쟁력을 높이는 동시에, 세계적 관심을 끌어낼 잠재력이 있는 전통문화·예술 등 한국문화 전반으로 한류 콘텐츠를 다양화할 것이다.
둘째는 한류와 소비재·서비스 산업과 연계를 강화할 것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연구에 따르면 한류 소비자 67.7%가 한류 콘텐츠를 계기로 한국 제품이나 서비스를 경험한다고 한다. 즉, 한류의 파급효과를 잘만 활용하면 화장품 등 K-뷰티, K-푸드(한식)도 또 다른 한류 콘텐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셋째로 한류에 대한 관심 정도에 따라 차별화된 접근을 통해 전 세계 한류 소비층을 확대하고, 쌍방향 문화교류를 이어나갈 계획이다. 세분화된 한국 문화 교육과 체험 프로그램으로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한류 팬 한 사람 한 사람을 소중한 고객으로 관리해 감동과 보람을 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올해 초 출범한 한류협력위원회의 역할, 현재 논의 중인 사항에 대해서도 설명해달라.
=한류협력위원회는 민간 차원에서 직접 수행하기 어려운 과제를 추진하고, 정부 내 여러 부처에 흩어져 있는 사업들을 연계해 민간 한류를 종합적·입체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2월에 문체부 장관 주재로 13개 부처와 12개 공공기관이 참여해 1차 회의를 열었다. 이날 회의를 통해 앞서 설명한 콘텐츠 다양화, 산업 간 연계, 지속기반 강화 등 세 가지 신한류 정책 방향이 결정됐다. 이에 따라 구체적인 사업들을 함께 개발하고 긴밀한 협업 구조를 구축해나가려 한다.
각 부처가 올해 계획하고 있는 사업들 가운데 시기와 국가를 연계할 수 있는 경우 관련 부처와 기관들이 공동 기획해 추진할 계획이다. 한류협력위원회는 그런 정책 방향과 협업 사업을 담은 ‘신한류 진흥정책 추진계획’을 세워 4월 말이나 5월 초 발표할 예정이다. 한류협력위원회가 잘 운영되면 정부 간 협업의 대표적 성공 사례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김청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