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업무계획으로 보는 신한류 정책
1인 가구와 고령인구 증가, 노동시간 단축, 기술 발전과 새로운 매체·유통망(플랫폼) 등장 등 우리 사회의 환경 변화로 국민의 문화·체육·관광 수요는 증가하고, 이를 향유하는 태도도 다양해지고 있다. 이런 변화에 대응하려면 다양한 창작, 고른 소비, 공정한 유통을 통해 건강한 문화생태계가 지속 가능해져야 하고, 발전된 기술과 융합으로 끊임없이 성장 동력을 확보해야 한다. 이를 통해 제2의 방탄소년단과 <기생충>의 탄생도 기대해볼 수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3월 5일 발표한 2020 업무계획 ‘문화로 행복한 국민, 신한류로 이끄는 문화경제’에는 전 세계로 확산하는 한류의 경제적 파급효과를 키워 국내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등 올해 정부의 문화정책 방향이 담겨 있다.
콘텐츠 성장 전방위 지원, 수출 확대 구상
문체부는 2019년 최초로 수출액 100억 달러(103억 3000만 달러, 약 12조 3000억 원)를 돌파하는 등 콘텐츠산업이 한류 확산의 바탕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금융·세제 지원, 기업 육성, 인력 양성, 신기술 개발 등 전방위적 정책으로 콘텐츠산업의 혁신성장을 지원하기로 했다.
참신한 아이디어로 새로운 시도를 하려는 콘텐츠 기업에 투자하는 800억 원 규모의 ‘모험투자펀드’ 신설을 포함해 정책금융 총 1조 6850억 원을 투입해 자금 흐름을 원활히 할 계획이다.
영상 콘텐츠 제작비 세액공제도 2022년까지 연장하고, 오락·예능 콘텐츠에 대해서도 이를 신규 적용해 콘텐츠 창작을 촉진한다는 방침이다.
창업, 육성, 도약, 글로벌화 등 단계별로 기업 성장을 지원하고, 분야별 현장 인재도 양성한다. <기생충>의 주인공 봉준호 감독이 거쳐갔던 한국영화아카데미 인원을 확대(24→57명)하고 문화기술 고급인력 양성, 방송영상 제작·유통 교육과정 등을 신설한다.
올해는 400억 원을 새로 투입해 광화문 일대에 실감콘텐츠 집적화 추진 등 실감콘텐츠를 본격적으로 육성하기로 했다. 연구개발(R&D) 지원 규모를 556억 원에서 751억 원으로 늘려 신기술 개발도 촉진한다. 특히 온라인영상서비스(OTT)의 세계적인 확산에 대응해 국내 콘텐츠 및 플랫폼의 해외 진출도 지원한다.
한편 상반기 게임법 전면 개정, 올림픽 체조경기장 K-팝 전용 공연장화, 부천 웹툰융합센터 조성, 200억 원 규모 애니메이션 전문 펀드 신설 등도 추진한다.
신한류 연계 관광으로 코로나19 이후 준비
문체부는 최근 코로나19 확산에 대응해 ‘종합 대응체계’를 구축·운영하고, 호텔·관광지 등 접점별 방역을 강화하며 어려움을 겪는 관광업계를 위해 긴급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이에 더해 코로나19 진정 국면 때를 준비해 ‘관광산업 활성화’를 병행 추진함으로써 시장의 빠른 회복을 지원한다.
먼저 방한 관광 4대 시장별로 맞춤형 유치 전략을 추진하고, 5대 관광거점도시(부산, 전주, 안동, 강릉, 목포)를 육성해 지역 관광의 핵심 거점을 확충한다. 이를 통해 수도권으로 집중된 관광 수요가 지역으로 분산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범정부 협업으로 여행자 관점에서 입출국·교통 등 단계별 걸림돌을 없애고, 특수목적 상품과 고유 매력 상품 등 우리나라가 경쟁력을 보유한 10대 관광상품을 집중 육성해 한국 관광의 매력도와 만족도를 높일 계획이다. 특수목적 상품으로는 스포츠, 의료·건강관리(웰니스), 마이스(MICE, 국제회의·박람회 등으로 대규모 관광객 유치), 크루즈, 고급 관광 등이, 고유 매력 상품으로는 한류, 비무장지대(DMZ), 역사·문화, 음식·쇼핑, 야간 여행 등이 있다.
관광기업 육성을 위해 관광기업 육성펀드도 220억 원에서 430억 원으로 확대한다. 관광 영세 업체 등을 위한 관광산업 융자는 2020년 900억 원을 증액한 6300억 원 규모로 지원한다. 외국인 관광객 부가세 환급 특례 연장, 공유숙박 제도화 등을 통해 산업 기반도 강화할 계획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9년 9월 17일 서울시 동대문구콘텐츠 인재캠퍼스에서 증강현실(AR) 등 실감콘텐츠를 활용한 전시관을 둘러보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범정부 협업으로 한류 확산, 연관 산업 성장 견인
한류 콘텐츠 수출 증가에 따라 연관 소비재 수출 증가폭이 늘어나는 것과 관련해 범정부 협업으로 한류를 지속적으로 확산하고, 연관 산업의 성장을 견인한다는 계획도 있다.
먼저 문체부와 중소벤처기업부는 올해 60개사를 대상으로 한류스타·중소기업 협업 상품을 개발하고 ‘한류 콘텐츠+α’ 종합박람회를 확대·신설해 해외에 동반 진출한다. 7월과 9∼10월에는 한국문화축제(K-컬처 페스티벌)도 개최해 대규모 한류 팬도 유치할 계획이다.
또 시장별 차별화 전략으로 한류 지역을 다양화하고 전통문화, 문학·미술·공연 등 현대예술, 태권도 등으로 한류 분야(장르)도 확대하기로 했다. 해외 한식당을 통한 한국적 이미지 확산 및 해외 문화원의 ‘한국 무형문화재 주간’ 운영 등으로 우리 전통문화를 홍보하고, 문학작품 번역 출판, 국제미술박람회 참가 지원으로 우리 현대예술을 알릴 계획이다. 태권도 사범 및 스포츠 지도자 파견 등을 통해 스포츠 분야에서도 한류를 확산한다.
한류 저변을 넓히고 소비층을 키우기 위해 한류 관심도 등에 따른 맞춤형 지원을 하고, 세종학당 수는 60개국 180개소에서 210개소로 늘린다. 한국어교원 파견도 140명에서 180명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문화원 개원 기념 교류 등 주요 계기별 문화교류 등도 추진한다. 또한 준비, 진입, 성숙 등 우리 콘텐츠의 해외 진출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고, 경찰청·방송통신위원회 및 해외 현지 수사기관 등과 국내외 공조를 통해 해외 저작권을 두텁게 보호해 지속 가능한 한류를 뒷받침할 계획이다.
아울러 2월 출범한 ‘한류협력위원회’를 통해 한류 정책을 종합·조정하고 협업을 확대하기로 했다.
영화계 ‘공정 신호등’ 도입, 음악계 사재기 대응
건전한 문화생태계 없이 우리 문화산업의 성장을 기대하긴 어렵다는 뜻에서 2020년 창작-소비-유통에서 다양성·창의성·공정성을 강화하는 등 ‘지속 가능한 문화생태계’ 구축에도 힘을 쏟는다.
먼저 우리 문화의 정체성과 다양성을 보존하기 위해 국어 문화, 전통문화, 기초 예술, 인디 문화 등을 계속 지원한다. 어려운 외국어에 대한 쉬운 우리말 대체어를 신속하게 제공하고, 신문·방송·인터넷과 연계한 쉬운 우리말 사용 공모, 정부기관 언어 사용성 평가 등으로 공공언어도 개선한다. 전통 공연예술 창작거점 조성 및 한복 교복 개발·보급, 국악방송TV 본격 운영 등을 통해 전통문화의 수요·공급도 창출할 계획이다.
대중문화의 다양성을 키우기 위해 20억 원을 투입해 독립·예술영화 유통지원센터를 신설하고, 제작·개봉 지원도 확대한다. 인디음악 해외 진출과 공연을 지원하고, 지역 음악창작소 확대도 추진한다.
한편 문체부는 올해 창작자의 정당한 권익을 보장하고 불공정 관행을 근절하기 위해 문화·체육·관광 분야 공정 환경 조성에 지속적으로 매진하기로 했다. 먼저 창작자 보호, 공정 유통 확립 등을 위한 근거 법령을 조속히 제정하고, 표준계약서를 62개에서 68개로 확대 및 정부 지원 시 의무화로 현장 적용을 확산한다.
영화 부문에서는 영화 ‘상영관 상한제’를 빠른 시일 안에 도입하고, 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산망 내에 점유율에 따라 색상을 표시하는 ‘공정 신호등’을 새로 운영할 계획이다.
최근 대중음악계에서 지속적으로 논란이 제기된 음원 사재기 문제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대응한다. 경찰청과 공동 대응을 통해 상반기에 음원 사재기에 대한 판단 기준과 제재 조치 기준을 마련하고 민관합동 캠페인 등을 통한 인식 개선에도 나설 예정이다. 아울러 문화예술 서면계약 위반 조사 및 시정명령권 신설 등 각종 제도 개선을 추진해 불공정행위에 대해 엄정 대응할 계획이다.
한편 프리랜서 비중이 높은 문화예술인·체육인의 안정적 활동을 보장한다는 뜻에서 문화예술인 대상으로 창작준비금과 생활안정자금 융자를 크게 확대하고, 사회보험과 보육·심리 상담도 지원한다. 이를 통해 문화예술인의 생계 부담을 완화하고, 창작 활동을 촉진한다는 방침이다.
“문화·체육·관광 활성화 매진해 위기 극복”
박양우 문체부 장관은 3월 5일 업무계획을 발표하면서 “2019년 문화·체육·관광에서 주요 지표가 역대 최고를 기록하고 문화산업도 견실히 성장하는 등 가시적 성과를 거뒀다. 특히 영화 <기생충>의 아카데미 4관왕, 방탄소년단(BTS) 사례에서 보듯 신한류의 부상으로 어느 때보다 우리 문화가 세계에서 인정받고 있는 점은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문화는 국민의 행복에 직접 영향을 주고 국가 경제에도 상당한 기여를 한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쉽지는 않겠지만 문체부는 할 수 있는 모든 정책과 수단을 동원해 문화·체육·관광 활성화에 매진하겠다. 2020년에도 국민이 만족할 만한 성과를 내어 이번 위기를 극복하고 전화위복이 될 수 있도록 열심히 뛰겠다”고 강조했다.
김청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