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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면서 사람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일상성을 회복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소설 쓰기 수업을 하는 문화센터도 3주 동안 휴관했다가 다시 수업을 시작했다. 출입구에 열 감지 카메라를 설치했고 일주일에 한 번씩 건물 전체에 소독을 실시하고 있다. 사람들은 각 층 출입구에 비치한 손 소독제를 문지르며 강의실 안으로 들어오고 강의실에서도 마스크를 벗지 않는다. 최대한 멀리 떨어져 앉은 채 강의를 듣는다. 얼굴을 덮은 마스크와 세상을 떠도는 소식들은 답답하지만 이런 때 문학을 읽고 문학에 대한 이야기라도 나눌 수 있어 숨통이 트인다는 듯 조심스럽게 웃는다. 소설 속의 인물과 문장에 흠뻑 빠져 마음껏 감탄한다.
초등학교 입학이 미뤄져서 아이는 어린이집을 졸업한 뒤 한 달 가까이 집에서 지낸다. 2~3일에 한 번 정도 마스크를 쓰고 집 근처 공원에 산책을 나가지만 좀 걷거나 혼자서 킥보드를 타고 오는 게 전부다. 친구들과 한 교실에서 모여 앉아 블록 놀이를 하고 역할놀이를 하던 게 아주 오래전 일 같다고 말한다.
한 달 전의 평일만 해도 아이는 친구들과 같이 생활하는 어린이집에 가고, 나와 남편은 수업을 하러 가거나 글을 쓰러 도서관이나 카페에 나갔다. 세 사람은 각자 자신이 속한 곳에서 부대끼며 시간을 보내다가 저녁에 만나면 좀 더 친밀하고 밀접한 관계가 주는 편안함 속에서 쉬었다. 그런데 문화센터가 휴관하는 동안 프리랜서인 우리 부부와 아이는 거의 하루 종일 붙어 지냈다. 친구나 동료들과 만나기로 한 약속은 대부분 기한 없이 미뤄졌다. 집 밖의 사람들과는 거리가 너무 멀고 가족끼리는 개인적 공간이나 시간이 없을 정도로 가까우니 균형감이 무너져서 피로도가 쌓여갔다. 이 거리감의 불균형은 아이를 키우는 집에서는 공통적으로 느끼는 고충일 것이다.
바이러스의 감염과 전염을 막기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조하고 있다. 되도록 사람 많은 곳에 가지 않고 거리를 유지한 상태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마주 보며 식사하기보다 나란히 앉아 밥을 먹는 것을 권장한다.
미국의 학자 에드워드 홀은 인간관계를 네 가지의 거리로 분류했다. 공적인 거리, 사회적 거리, 개인적 거리, 밀접한(친밀한) 거리. 사람들이 서로 어느 정도의 거리감을 갖고 있느냐에 따라서 둘 사이가 어떤 관계인지 알 수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사람들은 어떤 사람과는 공적인 관계를 맺으면서 누군가에게 호감을 갖게 되면 더 가까워지려고 노력하며 지냈다. 친한 것 같은데 사소한 것에 거리감을 느끼기도 하고 오래 모임을 이어온 사람들 사이에서도 친밀도의 미묘한 차이를 감지하며 서운하기도 했다. 좋은 친구를 많이 사귀는 것, 친밀한 관계를 많이 맺는 것이 인생의 자산이라고 여기며 인간관계를 관리했다.
호감을 느끼고 좋아하게 되고 사랑에 빠질 때 우리는 상대의 손을 잡고 싶어 하고 어깨에 기대고 끌어안는 스킨십을 통해 둘 사이의 실제적, 심리적 거리를 좁혀나가려고 했다. 타인과 갖게 되는 0~46cm 사이의 거리감, 팔을 뻗었을 때 그 안쪽으로 들어오는 닿을 듯 말 듯 가까운 친밀감의 거리로도 만족하지 못해 사랑에 빠진 사람들은 마침내 손과 손이, 마음과 마음이 포개어져 하나가 되었다는 느낌이 들 때까지 친밀감을 쌓아갔다.
아이가 크고 어른이 되는 세상에서는 인간의 거리가 어떻게 분류되고 거리두기나 격리가 어떤 의미를 가지게 될지 모르겠다. 지금까지 많은 일을 겪으면서도 인간의 본성은 크게 변하지 않았지만 코로나19 이후의 세대는 호감을 느끼면 어떤 식으로 거리를 좁히고 친밀함을 쌓아갈지 궁금하다.
서유미_ 소설가. 2007년부터 소설을 쓰기 시작해 두 권의 소설집과 여섯 권의 장편소설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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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