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의 확산을 막기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화한 첫날인 3월 22일 전국 3185개 교회가 방역 수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것이 확인돼 정부가 행정지도를 내렸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3월 22일 전국 교회 4만 5420개소 중 2만 6104개소(57.5%)가 예배를 중단하거나 온라인 예배로 전환했다”면서 “예배를 진행한 교회는 대부분 방역 수칙을 준수한 것으로 확인됐으나 준수 현황이 다소 미흡한 3185곳에 대해서는 행정지도를 진행했다”고 3월 23일 밝혔다.
정부는 방역 수칙을 지키지 않고 예배를 강행한 종교단체에는 법적으로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3월 2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코로나19 중대본 회의 자리에서 “전날 0시부터 행정명령을 발동해 비상한 각오로 강도 높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고 있지만 불행히도 방역 지침을 제대로 지키지 않고 집회를 강행한 사례도 있었다”면서 “방역 지침을 위반한 서울시 사랑제일교회 등에 대해서는 집회 금지 명령 등 단호한 법적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고 밝혔다.
정 총리는 “모임에 참석한 개인은 물론 공동체 전체의 안위를 심각하게 위협하는 행위”라며 “지금은 전시에 준하는 비상 상황으로 행정명령이 엄포로만 받아들여져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힘들고 어려운 가운데서도 대부분의 국민이 취지를 이해하고 자발적으로 동참하고 있다”며 “국민 여러분, 특히 적극적으로 협조해준 종교계 지도자, 신도들에게 깊이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행정명령 어기면 벌금 300만 원 부과
정부는 코로나19 감염 예방 지침을 지키지 않고 시설 운영을 강행하면 집회·집합 금지 행정명령을 내리고, 지침 위반으로 인해 확진자가 발생하면 입원·치료비와 방역비에 대해 손해배상(구상권)을 청구하기로 했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감염병예방법(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행정명령을 어긴 경우 벌금 300만 원을 부과할 수 있고, 해당 지방자치단체에 따라 추가 조치도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정 총리는 3월 21일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를 위한 담화문을 통해 “집단감염 위험이 높은 종교시설과 실내 체육시설, 유흥시설은 앞으로 보름 동안 운영을 중단해줄 것을 강력히 권고한다”고 밝혔다. 정 총리는 “정부는 앞으로 보름 동안이 코로나19와 전쟁에서 승기를 잡는 결정적 시기라는 인식 아래 몇 가지 강도 높은 조치와 함께 간곡한 부탁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불가피하게 운영할 경우에는 시설업종별 준수사항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며 “준수사항을 지키지 않으면 직접 행정명령을 발동해 집회와 집합을 금지하겠다”고 강조했다.
또한 정 총리는 “국민 여러분은 앞으로 보름간 다중이용시설 이용을 자제해주기 바란다”며 “생필품 구매 등 꼭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외출을 되도록 자제하고 사적인 집단 모임이나 약속, 여행은 연기하거나 취소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발열, 인후통, 기침 같은 증상이 있으면 출근하지 않아야 한다”며 “재택근무를 활성화하고 부득이하게 출근했을 때는 거리 유지 등 필요한 지침을 반드시 지켜달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정 총리는 “코로나19의 확산세를 확실하게 꺾고, 아이들에게 평온한 일상을 다시 돌려주려면 지금보다 훨씬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잊지 말아주기 바란다”며 “정부는 모든 자원과 수단을 동원해 코로나19와 끝까지 맞서겠다”고 밝혔다.
공공부문부터 ‘사회적 거리두기’ 앞장
정부는 코로나19 확산을 억제하고 조속히 생활 방역으로 전환해 국민의 피로를 덜 수 있도록 15일간의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 기간’(3월 22일∼4월 5일) 동안 총력을 다해 국민의 참여를 지원할 계획이다. 정부는 특히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 기간에 ‘공무원 복무관리 특별 지침’을 시행해 공공부문에서부터 코로나19 확산 억제에 앞장서기로 했다.
중대본은 3월 22일 “직장인과 사업주에게 ‘직장 안에서 밀집된 환경 피하기’와 ‘퇴근하면 집으로, 아프면 집에 있기, 아파하면 집에 보내기’를 호소한 만큼 ‘공무원 복무관리 특별 지침’을 시행해 공공부문부터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중대본에 따르면 공공부문은 대민 업무에 지장이 생기지 않는 선에서 부서별로 적정 비율은 의무적으로 원격근무 하도록 하며, 시차출퇴근제 활용과 점심시간 시차 운용을 의무화해 직장 내 밀집된 환경을 피한다.
이에 더해 정부는 사회적 거리두기에 동참하는 의미에서 교육부 산하 수련원·연수원·도서관·수영장 등 시설, 국방부 산하 시설, 문화체육관광부 국립 도서관·박물관·미술관·공연기관, 국토교통부 공공임대주택 내 다중이용시설 등의 운영을 모두 중지하고, 수용시설의 민원인 접견, 소년원·치료감호소의 외부 봉사와 체험학습도 중단한다.
이 밖에도 외교부는 국외 출장이나 외교단 행사를 자제하고, 법무부는 수용자 이동을 최소화하며, 국방부는 장병의 외출·외박·휴가 전면 통제를 지속하고, 국토부는 대중교통에 최상위 단계의 방역체계를 가동하며 승객 간 좌석을 떨어뜨려 배정하는 등 정부에서 가능한 최대한의 조치를 강구해 15일 동안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원하고 코로나19의 지역사회 감염 차단에 총력을 기울인다.
종교, 체육, 유흥시설 행정명령 이행 점검
아울러 중대본은 직장 내 밀집된 환경을 피하고 개인행동 지침과 사업주 지침을 지키는 데 동참할 수 있도록 일반 사업장에도 ‘사업장 내 거리두기 지침’을 마련했다. 이 지침에는 일반적인 사업장에서 재택근무·유연근무·휴가제도를 적극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이에 따른 불이익이 없도록 하고, 특히 증상이 있으면 재택근무·연차휴가·병가 등을 이용해 출근하지 않도록 조치하고 발열 측정을 통해 근무 중이라도 증상이 나타나면 바로 퇴근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한편 지자체와 중앙부처는 3월 21일 발동된 ‘집단감염 위험시설 운영제한 조치’(행정명령)의 이행 점검에 나섰다. 지자체는 교회 등 종교시설 중심 점검을 시작으로 앞으로 15일 동안 행정명령 대상이 되는 종교시설, 일부 유형의 실내 체육시설, 유흥시설 등에 대한 전면 점검과 집회·집합 금지 명령 등 조치에 나섰다.
중앙부처도 행정안전부와 보건복지부 합동점검을 시작으로 지자체와 함께 시설 합동점검에 나섰다. 행안부는 지자체 조치 상황을 매일 점검하고 교육부는 학생들과 아이들이 밀집하는 학원을 중심으로 학원 집중관리와 점검을 실시하며 학생들의 다중이용시설 이용을 지도·점검한다. 문체부는 실내 체육시설을 중심으로 노래연습장, 피시방 등을 전국적으로 점검한다.
박능후 중대본 1차장은 “오랜 기간 지속되고 있는 코로나19의 위험과 사회적 거리두기 노력에 지치고 힘들겠지만 서로를 위로하고 조금만 더 힘을 내서 앞으로 보름만 한층 강화한 사회적 거리두기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주길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김청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