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가 보이지 않는 적 코로나19와 ‘3차 세계대전’을 치르고 있다. 그런데 적군에 대항할 마땅한 무기가 없다. 그동안 감염병이 창궐하면 썼던 치료약이나 백신이 아직 개발되지 않은 새로운 종류의 바이러스라 하니 도대체 어떤 무기로 이 적군과 싸워야 할까?
그런데 이런 감염병과 싸울 때 사용한 고전적인 무기 목록이 있다. 최신 무기인 치료약이나 백신에 밀려서 별로 관심을 두지 않았던 것들이다. 비약물적 조치(Nonpharmaceutical Interventions, NPI)라고 부르는 것으로 첫째는 개인 보호를 위한 손 씻기, 기침예절 지키기, 마스크 쓰기 등이다. 둘째는 환경 보호를 위해 소독을 강화하고, 공용 물품 사용을 제한하고, 적정 환기(되도록 자연 환기)를 하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사회 보호를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행한다. 여기에는 접촉자 검역(자가격리), 환자 병원(또는 시설) 격리, 보육시설이나 학교 등의 문 닫기 등이 있다. 직장에서는 재택근무, 근무시간 유연제 등으로 최대한 사람들의 직접 대면을 줄이고, 그 외 많은 사람이 모이는 단체 행사나 집회 등을 최소화하는 것이 포함된다. 교통이동 통제는 치명률이 높은 심각한 질환의 유행 초기 단계에서 고려할 수 있는 조치다.
일정 기간 직접 접촉 피하면 전파 막아
그러면 이런 사회적 거리두기가 감염병 확산에 얼마나 효과가 있는 것일까? 원론적으로 생각해보면 바이러스는 숙주(사람)의 세포 속에서만 생존이 가능하므로 사람에게서 사람으로 전파되지 않는 한 우리 사회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그런데 사람에게서 사람으로 전파하는 것은 접촉(직접 접촉, 간접 접촉 모두 포함)을 통해 일어나므로 모든 사람이 직접 접촉을 일정 기간(보통 잠복기, 코로나19는 14일로 알려져 있음) 중지하고, 간접 접촉을 막기 위해 손 씻기와 환경 위생을 철저히 하면 바이러스 전파를 막을 수 있다.
수학적으로 생각해보면 이렇다. 감염재생산수(reproduction number, R)라는 것이 있는데, 감염환자 한 명이 감염을 전파할 수 있는 기간(감염기) 동안 전염시키는 사람 수를 말한다. R가 1이면 한 명의 감염자가 한 명을 감염시키니, 만약 지역사회에 감염환자 10명이 들어오면 지속적으로 10명의 환자가 유지된다는 것으로 해당 질환이 사라지지 않고 토착화되는 상황을 의미한다. R가 1보다 크면 환자 수가 점점 증가하는 유행이 발생하고, R가 1보다 작아지는 시점부터 유행은 변곡점을 지나 감소세로 돌아서게 된다. 우리나라 코로나19 유행 초기 28명이 발생할 때까지 R는 평균 0.5 수준이었다. 즉, 외부에서 환자가 16명이 들어와 9명의 환자를 발생시키고(R=0.56), 이들이 다시 3명을 감염시켰다(R=0.3). 이후 대구·경북 유행 때 R를 수학적 모델링으로 추정하면 R=3.5(2월 말까지 발생한 자료 기반)까지 높아졌다. 거의 중국 후베이성 수준으로 R가 높아진 것이다.
그렇다면 R를 감소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R는 보통 다음 세 가지 요인으로 결정된다고 알려졌다. p는 감염자를 만났을 때 내가 감염될 확률(probability of infection), c는 감염자와 접촉 수준(contacts), d는 환자가 감염을 전파하는 기간(duration)을 뜻한다. R를 줄이기 위해서는 이 세 가지 요인을 낮춰야 한다.
치료제가 있다면 치료제를 사용해 바이러스 배출을 줄여 환자가 감염을 전파할 확률(p) (때로는 전파 기간(d)도 포함)을 줄일 수 있다. 또 마스크를 쓰면 환자를 만났어도 감염될 확률(p)을 줄일 수 있다. 의료인들이 철저히 마스크를 쓰고 방호복을 입어야 하는 이유다. 환자를 빨리 진단해 격리시키면 감염 전파 기간(d)을 줄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적극적으로 모든 증상자뿐 아니라 접촉자, 고위험자를 대상으로 검사를 시행하는 이유다.
감염 전파기간 줄이는 효과도
그리고 환자와 접촉(c)을 줄이기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를 해야 한다. 특히 이번 코로나19처럼 초기 증상이 약하고, 심지어 무증상 감염자도 있는 질환에 대해서는 누가 환자인지 알 수 없으므로 최대한 적극적으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는 수밖에 없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감염자가 감염을 전파하는 기간(d)을 줄이는 효과도 거둘 수 있다. 감염이 의심되는 상황이라면 최대한 접촉을 줄여 본인의 감염이 주변으로 확산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적극적으로 시행해 접촉을 줄이면 일반인의 마스크 필요량도 줄어 의료인들과 감염 고위험자(만성질환자, 시설 종사자 등)에게 부족하지 않게 마스크를 제공해서 이들의 감염 확률(p)을 줄이는 효과도 얻을 수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와 전쟁에 맞서 방역당국과 전 국민이 힘든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방역당국은 공격적인 검사로 환자들을 조기에 찾아 격리하고, 국민은 사회적 거리두기에 적극 동참해 감염 확산을 막는다면 전쟁에서 기필코 승리할 수 있을 것이다.
기모란 국립암센터 국제암대학원대학교 교수(예방의학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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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