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8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창용중학교에서 관계자들이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드론 방역을 하고 있다.│연합
이 칼럼을 쓸 때쯤이면 잦아드는 쪽으로 가닥이 잡히길 기원했는데 코로나19 확산은 여전히 안심하기 이른 상황입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공식적으로 ‘팬데믹(감염병 세계적 유행)’을 선언했고 세계 증시는 대폭락을 기록했습니다. 우리나라는 빠른 검사와 대응으로 미국 등에서 모범 사례로 꼽히는 분위기입니다만 콜센터, 피시방을 비롯해 지역 감염의 취약 지대가 곳곳에 있어 고삐를 늦출 상황은 아닌 듯합니다. 비상한 시기에는 모든 방책을 동원해야 합니다. 오늘은 코로나19 방역에서도 한 축을 맡은 드론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충청남도 예산군의 농업기술센터는 3월 12일 드론을 이용한 코로나19 방역을 했다고 밝혔습니다. 사람 손이 닿기 힘든 공원, 체육관, 고택 등 5곳에 드론을 날려 공중에서 약품을 뿌린 것이지요. 원래 농작물 병이나 해충 방지에 쓰이던 드론을 긴급 상황에 응용한 사례입니다.
세계 민간 드론 시장 물량의 70%를 공급하는 것으로 알려진 중국에서 코로나19 방역에 드론 활용은 더 나갔습니다.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 등의 보도를 보면 중국 지역 정부는 소독제 살포뿐 아니라 주민 격리에도 드론을 적극 활용한 것으로 나타납니다. 의심 환자의 검역 규칙 위반 등을 감시하고 경고하는 데 드론이 쓰인 것이지요. 열 감지 센서, 40배 줌렌즈, 고성능 스피커 등 ‘무기’를 갖춘 드론은 도시의 넓은 지역을 담당해 당국의 방역 가이드라인을 어기는 사람을 빠르게 단속할 수 있습니다.
가공할 만한 현대 드론의 기민함
현대 드론의 이런 기민함은 사실 가공할 만한 것입니다. 고공에서 고열 환자를 신속히 찾아내 “거리를 다니지 말라”고 스피커로 외치는 것은 무서운 전염병을 통제하는 상황에선 유용할지 모릅니다. 하지만 똑같은 기능이 누군가를 찾아내 제거하는 데도 쓰일 수 있습니다. 이런 존재가 나를 노린다고 생각하면 무시무시한 일이죠.
코로나19가 미지의 폐렴 정도로 알려져 있던 올해 초 드론의 치명적 능력을 세계에 알린 일이 벌어졌습니다. 미국의 드론은 1월 3일 이란의 가셈 솔레이마니 ‘쿠드스’(이란 혁명수비대의 정예군) 사령관을 암살해버립니다. 이라크 바그다드 국제공항에서 그를 포착하고 미사일로 요격해 폭살한 것이지요. 치밀한 정보 습득을 통해 방비가 취약한 지점과 시간을 분석한 뒤 한 나라 군부의 실세를 정밀 타격한 능력은 무서운 것입니다. 미군은 이미 알카에다 등 중동 무장조직과 전쟁에 드론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그 가치를 검증한 바 있습니다.
솔레이마니 암살에 쓰인 드론은 ‘엠큐(MQ)-9 리퍼’라는 기종인데 날개폭 20m, 길이 11m에 달해 보통 생각하는 작은 드론과는 다소 차이가 있습니다. 이런 무인전투기(UCAV)의 발전은 놀라운 속도여서 이젠 과거의 전투기 파일럿이 “필요 없게 될 것”이라는 이야기마저 나오는 상황입니다. 미국의 경제 방송 <시엔비시(CNBC)>는 스페이스엑스(SpaceX)의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가 2월 미 공군 장교들이 가득 모인 자리에서 “전투기의 시절은 끝났다”고 단언했다고 보도했습니다. F-35 같은 최신 전투기는 설계와 개발에 총 1조 달러의 어마어마한 돈이 들어가는데 훨씬 저렴한 비용으로 생산 가능한 드론 공격기에 자리를 내줄 수밖에 없다는 것이죠. 심지어 원격의 인간 조종자와 현지의 인공지능 판단 능력의 결합으로 전술적인 움직임이 한층 강화되는 드론에 전통의 전투기는 “상대가 되지 않는다”고 머스크는 말합니다.
▶게티이미지뱅크
최신 기술이 가진 비윤리성
하지만 이런 고성능의 인공지능 살상 무기의 발전에 문제가 없을까요? 무인전투기 같은 ‘무기’와 최신 기술의 결합이 가진 비윤리성에 대해선 세계 연구자 사이에 끊임없는 문제 제기가 있었습니다. 2018년 인공지능 전문가 2400여 명은 ‘2018 국제 인공지능 공동회의’에서 이런 살인 로봇 개발에 “협력하지 않겠다”는 서약을 공표했습니다. 또 같은 해 세계 인공지능 과학자 50여 명은 한국과학기술원(KAIST)이 한화시스템과 공동으로 국방인공지능(AI)융합연구센터를 만들어 이런 공격 무기 연구에 개입한다는 이유로 “연구 협력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일도 있었습니다. 이런 공격 무기에 기술의 결합을 어느 선까지 허용하는 것이 윤리 규범에 어긋나지 않는지는 뜨거운 논쟁거리입니다.
이는 ‘옳고 그름’의 문제에 머물지 않습니다. 영국 <더 타임스> 보도로는 영국 국방부에 조언하는 ‘독립적 의료 전문가 그룹(Imeg)’의 조사 결과 드론 조종사들도 ‘도덕적인 상처’를 입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합니다. 원격으로 조종하는 드론은 전투원을 육체적인 상해의 위험으로부터 해방시킬 뿐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마치 ‘게임’처럼 받아들여질 것으로 생각했지만, 누군가를 원거리에서 공격하거나 그 와중에 주변 사람들에게 해를 입힐 수 있다는 생각은 그것만으로 정신적 상처를 입힌다는 것입니다.
방역에서 드론은 우리를 도울 뿐이듯 전쟁에서도 결국 조연일 뿐입니다. 아무리 자율성을 지닌 원거리 무기에 떠넘기려 해도 인간은 전쟁의 책임과 죄책감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것입니다.
권오성_ 2007년 <한겨레>에 입사해 미래, 과학 분야를 맡던 중 뉴욕 시러큐스대학으로 연수를 떠나 컴퓨터 기술과 저널리즘의 융합 분야 석사 과정을 마쳤다. 인공지능이 사회에 가져올 영향 등에 관심이 많다. 지은 책으로 <미래와 과학>(인물과사상사, 공저)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