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업에서 재창업까지’ 소상공인재기지원센터
국내 자영업자는 640만 명, 경제활동인구의 약 25%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처럼 많은 자영업자가 매출 하락 등 경영난에 시달리며 폐업 역시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창업한 지 5년 된 시점에서 폐점률을 살펴보면 예술·스포츠·여가서비스업의 폐점률이 83.2%로 가장 높았다. 숙박음식점업(82.1%), 사업지원 서비스업(77.5%), 도소매업(75.8%), 교육서비스업(75.6%)도 폐업률이 높은 축에 속했다. 폐업률이 가장 낮은 업종은 제조업(61.6%)이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 평균(40.9%)보다 한참 높은 수치다. 한국에서 창업하는 벤처기업 10곳 중 7곳은 5년을 채 버티지 못하고 문을 닫는 것으로 조사됐다. 2018년 10월 중소벤처기업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창업기업의 5년 차 생존율은 27.5%로 나타났다.
그러나 창업기업 수 자체는 매년 늘고 있다. 2013년 7만 5574개였던 창업기업은 2018년 10만 2042개로 매년 평균 6.2%씩 늘었다. 폐업은 늘지만, 여전히 창업자도 증가하는 것이다. 폐업자의 60%가 재창업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완벽한 폐업 없이는 성공적인 재창업도 없다는 뜻이다.
완벽한 폐업 없이 성공적 재창업도 없다
소상공인들이 원하는 폐업 관련 지원은 무엇일까.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은 2019년 9월 20~22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2019 실패박람회’에 소상공인 상담 부스를 마련하고 폐업을 고민하거나 폐업 경험이 있는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가장 필요로 하는 정책을 조사했다. 폐업 시 필요한 정부의 지원 정책으로 ‘폐업 정보 및 사업정리 컨설팅 제공을 원한다’(50%)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이는 폐업 후 가장 어려웠던 점으로 ‘폐업 정리절차에 따른 세금 정산 및 신고’(70%)라고 응답한 것과도 연결된다. 다음으로 원하는 지원 정책은 ‘재창업 및 취업 교육’(30%), ‘철거·원상복구 비용 지원’(20%)이 뒤를 이었다.
이처럼 경영상의 어려움으로 폐업 후 취업을 희망하거나 준비하는 소상공인에게 폐업에서 취업까지 전 과정을 지원하는 제도가 ‘희망리턴패키지’다. 폐업 과정을 어려워하고 이에 대한 컨설팅과 교육을 필요로 하는 소상공인들이 늘어나면서 폐업 전 과정을 종합 지원하는 전담 창구도 문을 열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폐업하려는 소상공인이 손해를 덜 보며 안전하게 사업을 정리하고 재기하는 것을 돕는 ‘소상공인재기지원센터’(이하 재기지원센터)를 2019년 11월 개소했다. 재기지원센터는 소상공인이 폐업 과정에서 겪는 정보 부족과 경제적 부담 등 어려움을 줄여주고 이를 발판으로 재기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 설치됐다. 재기지원센터는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지역센터 30개소에 설치됐으며 각 센터에는 전담 인력이 배치됐다.
폐업 예정인 소상공인은 물론 이미 폐업한 경우도 가까운 지역센터에 상담을 신청할 수 있다. 또한 폐업 및 재기 과정에서 발생하는 각종 법률 문제에 대한 전문가 자문을 받을 수 있다. 폐업 이후 취업 또는 재창업을 위한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도 마련됐다. 취업을 희망하는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재기 교육을 실시하고 교육 수료 후 취업활동을 할 경우 최대 100만 원의 전직장려수당을 지급한다. 재창업을 원하는 경우 재창업 업종에 대한 교육과 멘토링 지원도 받을 수 있다.
▶2018년 희망리턴패키지사업 우수 사례 공모전에서 사업수혜자 부문 대상 곽성균 씨(맨 왼쪽)를 비롯한 수상자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전문 변호인과 손 맞잡고 재기 지원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은 폐업 소상공인의 재기 지원을 위해 전문 변호인과 손을 맞잡았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은 소상공인의 폐업부터 재기까지 원스톱으로 밀착 지원하기 위해 ‘소상공인 재기지원 전문 인력’을 증원했다. 변호사 등 전문 법조인이 직접 소상공인을 찾아가 심층 상담을 통해 폐업 과정에서 발생하는 법률 지원을 제공한다. 폐업 과정에서 입는 피해를 최소화하고 관련 법령에 대한 소상공인의 이해를 도와 폐업 소상공인의 재산권 및 권리 보호에 힘쓸 예정이다. 해당 서비스는 2019년 10월 1일부터 접수를 시작했다. 공단은 2015년부터 폐업을 고민하거나 폐업 후 재기를 희망하는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사업정리 컨설팅, 재기교육, 점포 철거 비용 지원 등 희망리턴패키지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폐업 희망자를 대상으로 하는 사업정리 컨설팅은 소상공인의 사업 지속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전문 상담으로, 크게 일반·세무·부동산 등 3개 분야로 나눠 있다. 일반 분야는 폐업 시 시설·집기·재고 처분 관련 방법과 비용 절감 방법 제공, 개인신용관리 정보를 제공한다. 일반 분야 컨설턴트는 사업장 운영 고정비용, 매출, 생계유지 비용 등 개인 재무 분석을 통해 가게를 유지할 경우 발생하는 수익금과 손실금을 분석한 데이터를 제공한다. 또한 전문 상담을 통해 소상공인의 폐업 여부 결정에 도움을 준다. 세무 분야는 전문 회계사가 폐업 시 세금 관련 신고 사항을 대행해준다. 또 재산 처분 및 사업양도 시 절세 방법 등 정보를 제공한다.
폐업 시 정신적 스트레스가 심하고 신경 쓸 일이 많다 보니 세무신고 기간을 놓치는 일이 빈번하다는 것이 공단 사업정리 컨설턴트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때 세무 분야 컨설턴트가 까다로운 세무신고 작업을 무료로 대행해준다. 예를 들어 세무신고 기간을 놓쳐 과세가 가중됐을 경우, 약 한 달 동안의 구제 기간 내에만 세무 분야 상담을 받아도 세금을 줄이는 게 가능하다. 소상공인이 적절한 시기에 컨설팅만 받아도 손해를 줄일 수 있는 셈이다. 부동산 분야는 권리금·보증금 보호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사업장 양수도, 자산 매각 및 원상회복을 위한 방법을 알려준다. 또 임대인과 임차인의 갈등 관계 해결 등을 도와준다.
마음 치유와 취업 기본 교육도 제공
취업 지원도 이뤄진다. 폐업 예정 또는 이미 폐업한 소상공인의 재기를 위해 취업 기본 교육을 실시하고 개인별 취업 역량을 강화하는 재기 교육, 소상공인의 폐업충격 완화와 임금근로자로의 전환 촉진을 위한 전직장려수당 지원, 고용노동부 취업성공패키지와 연계해 폐업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종합 취업 지원을 하는 취업성공패키지다.
폐업 후 실패감으로 재기 도전을 어려워하는 소상공인을 위한 치유 프로그램도 마련됐다. 2박 3일의 합숙 과정을 통해 마음 치유 교육과 재기 교육 30시간을 동시에 이수할 수 있다. 재기 교육 및 힐링캠프 수료자는 고용노동부에서 운영하는 취업성공패키지 추천서를 받을 수 있다. 한계 소상공인이 추천서를 받고 취업성공패키지 1단계 교육을 이수하면 전직장려수당을 지원한다. 대상자는 최대 100만 원을 분할 지급받는다. 소상공인이 고용노동부 취업성공패키지 1단계를 수료했을 경우 40만 원을 먼저 받고, 취업 사실이 확인되면 60만 원을 추가로 받는 형태다. 한계 소상공인은 사업정리 컨설팅 또는 재기 교육을 수료한 날부터 10개월 이내에 전직장려수당을 신청해야 한다.
또 점포 철거 지원금을 최대 200만 원까지 지원한다. 인테리어 원상복구, 집기 철거를 위한 지원금이다. 지원금은 공단 직원이 현장 점검 후 지원금이 필요하다고 진단하면 지급한다. 임대차계약서를 보유하고 있는 소상공인이라면 철거 원상복구 비용 지원을 신청할 수 있다. 다만 점포 철거 지원금 사업은 공단 예산에 따른 신청 제한이 있다. 사업정리 컨설팅 및 폐업 심층 상담, 재기 교육, 힐링캠프, 점포 철거 지원금 등 모든 정책은 공단 누리집(www.semas.or.kr)에서 한 번에 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
실패한 기업인 재기 지원 ‘재도전 성공패키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공모한 희망리턴패키지사업 우수 사례에서 2018년 대상을 수상한 곽성균 씨가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힌다. 자영업을 하던 곽 씨는 프랜차이즈 스테이크 레스토랑을 운영했지만 인근에 위치한 쇼핑몰이 재개발을 이유로 폐쇄하면서 영업이 어려워졌다. 이후 유동 인구도 줄고 상권이 죽은 뒤로는 모든 걸 정리하기로 했다. 레스토랑 임대계약 기간이 남고 빚도 많이 남았지만 좌절하지 않고 희망리턴패키지에 참여했다. 현재는 식품유통회사 취업에 성공해 백화점에 입점한 해당 브랜드 매장 관리를 담당하고 있다.
곽 씨는 “폐업으로 인생의 실패자가 아니라 새로운 희망을 갖게 된 계기가 희망리턴패키지 사업이었다. 막다른 길에 있다는 생각이 들면 희망리턴패키지 문을 두드리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한편 중기부는 창업에 실패한 기업인의 재기를 지원하는 ‘재도전 성공패키지’ 사업도 진행한다. 예비 재창업자 또는 재창업 3년 이내 기업 대표자가 지원 대상이다. 대상으로 선정되면 8개월간 실패 원인 분석 등 재창업 교육, 전문가 상담, 사무 공간·사업화 자금 등을 일괄 지원받는다. 일반형은 지역별 주관 기관에서 재창업자를 모집·선발해 정부가 사업화 자금을 최대 6000만 원 지원하며, 민간투자 연계형은 민간투자사가 모집·선발해 정부가 최대 1억 원을 지원한다. 올해는 민간의 적극적인 투자 유도를 위해 민간투자 연계형 지원 규모를 2019년 7명에서 2배 이상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박유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