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3일 부산 동래구의 동래밀면 본점에서 오거돈 시장 등이 부산 클린존 1호점 인증마크를 부착하고 응원의 박수를 치고 있다. | 부산광역시
코로나19로 위축된 소상공인 돕는 노력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고 지역사회 감염이 확산하면서 자영업자·소상공인이 극심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부가 이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대책을 내놓고, 임대인(건물주)들 사이에선 ‘착한 임대인 운동’이 이어지는 가운데 지방자치단체를 비롯해 각계에서도 자영업자·소상공인을 위한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자영업자·소상공인을 돕는 다양한 노력을 만나봤다.
부산시장 해당 업소 찾아 식사 “안전하다” 강조
“확진자가 다녀간 곳이라 하니 불안해서 못 가겠어요.” 수도권에 사는 양 모 씨는 “평소 같으면 일주일에 네 번은 갔을 동네 가게에 발길을 끊은 지 꽤 됐다”고 말했다. 비단 그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미 방역 소독을 마쳤는데도 확진자가 다녀갔다는 이유만으로 특정 상점에 가지 않는 시민이 많다. 전문가들이 “철저히 방역 소독을 하면 감염될 위험성은 없다”고 강조하지만 ‘위험한 장소’라는 오해를 벗는 게 쉽지는 않다.
부산시는 코로나19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하고 침체된 상권을 살리자는 취지로 확진자가 방문했던 각종 시설·업체 가운데 관할 지역보건소의 방역이 완료되고 안전성이 확보된 곳에 ‘부산 클린존(Clean Zone)’ 인증을 하고 있다. 인증을 받은 시설과 업체에는 인증마크가 부착돼 있다.
3월 3일 오전 11시 50분경 오거돈 부산시장은 박인영 부산시의회 의장, 김우룡 동래구청장과 함께 부산시 1호 클린존 인증시설인 동래구 ‘동래밀면 본점’을 찾았다. 2019년 방탄소년단(BTS) 부산 팬미팅 때 멤버 RM이 두 번이나 찾았을 정도로 소문난 맛집이던 이곳은 부산 지역 1번 확진자가 방문한 뒤 문을 닫았다가 최근 영업을 다시 시작했다.
▶맹정호 충남 서산시장(오른쪽)이 3월 18일 코로나19 확진자가 다녀갔다고 공개된 시내 한 상점을 방문해 '방역안심시설 클린존 스티커'를 붙이고 있다.| 연합
오 시장은 이날 식당 관계자를 격려한 뒤 코로나19 대응 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들과 이 업소에서 식사하는 모습도 보여줬다. 그는 “코로나19의 불안감 때문에 지역 상권이 침체되는 등 많은 자영업자가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부산시 1호 클린존 인증시설인 동래밀면 본점을 시작으로 계속 클린존을 늘려가겠다”며 “부산 전역을 시민이 안심하고 다닐 수 있게 만들어 상권을 되살리고 지역경제 회복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오 시장은 2월 28일 누리소통망(SNS)을 통해 “데스노트를 성지 리스트로 바꾸자. 시민 안전을 위해 공개하는 동선에 포함된 곳이 생계에 위협받고 있다”고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또 “해당 장소들은 철저한 방역 조치를 해 어떤 장소보다 안전하며, 저부터 해당 식당과 가게를 적극 이용하겠다”고 해 리트윗(트위터에서 다른 사람의 글을 다시 올리는 일), ‘좋아요’ 등 시민들의 호응을 얻은 바 있다. 부산 클린존으로 인증받은 시설과 업체는 부산시 누리집(www.busan.go.kr) ‘클린존 현황’ 웹페이지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3월 5일 유동균 서울 마포구청장이 코로나19 확산으로 판로 개척에 어려움을 겪는 사회적기업의 도시락을 공공구매해 직원들과 함께 점심 식사를 하고 있다. | 마포구
마포구, 사회적기업 돕는 ‘도시락 데이’ 시작
서울 마포구는 코로나19 확산으로 판로 개척에 어려움을 겪는 도시락 전문 사회적기업을 위해 전 부서 직원이 참여하는 ‘더 크고 행복한 사회적경제도시락 Day’(이하 도시락 데이)를 실시하고 있다. 마포구에 소재하며 도시락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사회적기업 3곳으로부터 구내 공무원들이 점심 도시락을 주문하는 방식이다.
도시락 데이 첫 주자는 3월 5일 유동균 마포구청장과 이번 행사를 주관한 일자리지원과 직원들이었다. 이들은 마포구 사회적기업 ‘트립티’가 만든 도시락을 주문해 먹었다. 트립티 박미성 이사는 “코로나19로 매출이 크게 줄어 어려운 상황인데 구에서 도시락을 주문하고 주민들에게도 소문내줘 주문이 계속 들어오고 있다. 정말 감사하다”라고 말했다. 마포구는 동주민센터를 포함해 60여 개 전 부서가 릴레이로 도시락 데이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3월부터 4월까지 부서별로 총 2회씩, 5월부터 12월까지는 부서 자율적으로 연중 실시할 예정이다.
▶3월 6일 김포시청 직원들이 김포시운양동에 있는 한 식당을 방문해 응원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김포 지역 상권 살리려 영수증 인증 릴레이도
김포시는 시청, 출자·출연기관 전 부서부터 ‘점심 식사 인증 챌린지’를 시작했다. 코로나19로 관내 음식점들이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청사 근처 일부 상권의 제한적 이용으로는 지역경제 침체를 막지 못한다는 뜻에서 시작한 일이다. 챌린지 대상은 임대료를 인하했거나 확진자가 방문해 어려움을 겪는 점포, 자율 방역과 함께 종업원이 마스크를 쓰고 있는 안심 점포다. 첫 주자로는 정하영 김포시장과 일자리경제과 직원들이 나섰다. 이들은 3월 6일 김포시 운양동에 있는 식당을 방문하고 다음 사람들에게 바통을 넘겼다.
김포시 코로나19 대응 재난안전대책본부 경제대책반은 ‘상권활성화 SNS 인증 릴레이’(이하 인증 릴레이)를 추진하는 한편 ‘지역화폐 김포페이 10% 특별할인 연장 및 사용 활성화’ 운동도 진행하고 있다.
인증 릴레이는 김포시 내 점포를 이용한 뒤 간단한 이용 후기, 응원 메시지와 함께 영수증을 SNS에 인증하고, 김포시청 페이스북 이벤트 페이지에 댓글로 링크를 남기면 추첨을 통해 50여 명에게 모바일 쿠폰을 지급하는 식이다. 3월 15일까지 진행한 인증 릴레이에 참여한 시민들은 영수증 이미지를 올리며 ‘#김포야힘내’ ‘#김포시소상공인을응원합니다’ 등 지역사회 자영업자·소상공인을 응원했다.
▶김포시가 진행한 ‘상권활성화 SNS 인증 릴레이’| 김포시
졸업·입학식 취소로 위축된 화훼업계 위해 ‘꽃 선물’
코로나19로 인해 졸업식, 입학식 등 행사 취소로 화훼업계 역시 큰 손실을 입고 있는 상황에서 화훼업계를 돕기 위한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지자체장을 비롯해 각종 기관장들은 다음 참여자를 지명하며 꽃을 선물하는 ‘꽃 선물 릴레이’ 운동을 벌이고 있다. 한 예로 송하진 전북도지사는 허태정 대전시장의 지명을 받아 이 운동에 동참했고, 다음 참여자로 조용식 전북지방경찰청장과 최창학 한국국토정보공사 사장을 지명했다. 송 지사는 2월 19일 운동에 참여하면서 “코로나19로 화훼농가뿐 아니라 지역경제 전체가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마스크 착용, 손 세정제 활용 등 철저한 예방으로 대응하되, 너무 위축되지 말고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함께 노력하자”고 말했다.
한편, 전북도 측에 따르면 전북도청과 농협중앙회 전북본부 등을 비롯한 유관기관이 함께 준비한 ‘꽃 소비촉진 운동’을 통해서는 2월 28일 기준으로 7311만 원이라는 성과를 거뒀다. 이번 운동을 통해 농협중앙회 전북본부 등 25개 유관기관은 6069단, 전북도청은 1242단의 꽃을 구입해 장미, 프리지어, 국화꽃 등 총 7311단이 소비됐다.
▶경기도의 ‘농산물 꾸러미 상자’ 판매홍보 게시물 | 경기도
농진청·경기·강원 지자체… 농가 돕기 팔 걷고 나서
코로나19로 제철 농산물 판매에 어려움을 겪는 농가 측에 도움을 주는 나눔 행렬도 이어지고 있다. 농촌진흥청은 코로나19로 특히 더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구·경북 지역 미나리 재배 농가의 판로 확대를 지원하기 위해 1차로 수확이 한창인 미나리 800kg을 구매해 이를 본청과 8개 소속기관 구내식당에서 급식 메뉴로 제공하기로 했다.
전국 9개 도농업기술원의 구내식당에서도 대구·경북 지역에서 생산된 미나리 사주기 운동에 뜻을 함께하고 있다. 농촌진흥청은 대구·경북 지역 농산물 사주기 운동에 전북혁신도시 공공기관도 동참할 수 있게 협조를 요청할 예정이다.
경기도는 3월 11일 경기농식품유통진흥원, 경기도친환경농업인연합회와 함께 도내 코로나19 피해 농가를 돕기 위해 4㎏짜리 ‘친환경 농산물 꾸러미’ 한 상자를 2만 원에 판매하는 행사를 시작했는데 준비 물량 7183개가 2시간 만에 다 팔릴 정도로 큰 관심을 끌었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이날 저녁 9시경 자신의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 페이지에 ‘착한 소비에 동참해주세요’라는 글을 올리면서 “코로나19 감염 확산으로 많은 분이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급식용 친환경 농산물을 재배하는 농가들이 개학 연기로 큰 피해를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농산물 특성상 제때 출하하지 못하면 고스란히 버릴 수밖에 없는데, 양이 자그마치 348톤이나 된다”며 행사 취지를 설명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외식 불황, 학교 식자재 감소 등으로 고통받는 강원 감자농가에 힘을 보태기 위해 감자 영업을 시작합니다. 10㎏에 5000원(택포)! 강원 핵꿀감자가 완판되는 그날까지, 힘을 모아주세요.”
3월 11일 최문순 강원도지사가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올린 글이다. 강원도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한 외식 불황, 학교 식자재 감소 등으로 고통받는 강원 감자농가에 힘을 보태자는 취지로 감자를 판매했다. 최 지사의 홍보에 힘입어 이 감자는 판매 시작 1시간 만에 품절됐다. 최 지사는 “감자 동날까 봐 걱정했던 분들 특히 더 죄송합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내일 아침 10시! 문제의 서버를 탄탄히 복구하고 다시 시작합니다. 청정 감자 먹고 코로나 때려잡고, 감자농가도 돕고~ 동참해주세요!”라며 시민들의 열렬한 반응에 화답했다.
김청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