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소상공인 버틸 수 있게 내수 살리기 팔 걷어붙였다

2020.03.23 최신호 보기



코로나19 확산으로 내수 시장이 위축되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3월 13일 발간한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3월호’를 보면, 2월 백화점 매출액은 전년 대비 30.6% 감소했고, 할인점 매출액도 19.6% 줄었다. 국산 승용차 내수 판매량은 24.6% 감소하며 1월(-15.7%)보다 감소 폭이 커졌다. 반면 오프라인 접촉을 꺼리는 소비자들이 온라인 쇼핑에 몰리면서 온라인 매출액은 껑충 뛰어 27.4% 증가했다. 2018년 10월(30.7%) 이후 가장 큰 폭의 증가다. 카드 국내 승인액은 1년 전보다 6.5% 늘었다. 기재부는 그린북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코로나19 확산의 영향으로 경제활동과 경제 심리가 위축되고 실물경제·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가라앉은 내수경제 되살리려면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도 3월 8일 발간한 ‘KDI 경제동향 3월호’에서 “코로나19 영향이 본격화한 2월에는 수출이 중국을 중심으로 부진했으며 내수도 경제 심리 악화로 위축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2월 한국은행 제조업 계절조정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전월 78에서 67로, 전 산업 BSI가 75에서 65로 모두 큰 폭으로 하락했다. 2월 초 이후 중국산 부품 수급 차질로 국내 완성차 5개사 모두 가동률이 하락했으며, 제주도 관광객은 내국인(-39.3%)과 외국인(-77.2%) 모두 큰 폭으로 감소했다.
2월 소비자심리지수는 전월 104.2에서 96.9로 큰 폭으로 하락했다. 소비활동이 코로나19 확산으로 빠르게 위축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KDI는 평가했다. 이에 정책 당국의 선제적이고 적극적인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높다. 이인철 참조은경제연구소 소장은 “경기 둔화 방어 차원에서 재정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며 “2015년 메르스 사태 당시 11조 5000억 원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했던 것처럼 선제적 재정 확대를 통해 위축된 소비 심리와 경기를 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내수 살리기 추경에 “규모 더 확대해야”
정부는 가라앉은 내수경제를 살리기 위해 2월 말 ‘코로나19 파급 영향 최소화와 조기 극복을 위한 민생·경제 종합대책’을 통해 재정(2조 8000억 원), 세제(1조 7000억 원), 금융(2조 5000억 원) 등 약 7조 원을, 공공·금융기관 약 9조 원을 풀기로 했다. 기존에 시행 중인 4조 원 규모의 대책을 더하면 모두 20조 원을 가동한 셈이다.
3월 초에는 7년 만에 최대이자 역대 감염병 대응 추가경정예산 가운데 최대인 11조 7000억 원 규모의 추경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소비 급감 등 경제 파급 영향으로 중소기업, 소상공인, 자영업자 등 많은 국민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추경안에는 서민의 생계 안정을 지원하는 동시에 소비 촉진의 효과도 기대할 수 있는 지원 방안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저소득층, 노인, 아동 등 모두 500만 명에게 2조 원 상당의 소비 쿠폰을 지급한다.
소비 쿠폰은 사용처가 전통시장이나 특정 지방자치단체로 한정된 온누리상품권이나 지역사랑상품권으로 지급하기 때문에 관련 소상공인의 숨통을 틔우는 데도 도움이 된다. 531개 전통시장 공동 마케팅 지원 바우처에 212억 원을 배정하고, 에너지효율등급 기준 1등급을 받은 고효율 가전기기를 사면 1인당 30만 원 한도 내에서 3000억 원까지 구매 금액의 10%를 환급해준다.

▶문재인 대통령이 2월 25일 대구 동대구역에서 지역 시장·소상공인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 청와대사진기자단

고용 불안정 이어지지 않게 지원금 확대
중장기적으로는 중소·중견기업,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이 버틸 수 있도록 지원한다. 김정식 연세대 명예교수(경제학)는 “코로나19로 인한 피해 기업과 취약계층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며 “감염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소비가 급감하면서 직격탄을 맞고 있는 음식료업이나 관광, 숙박업 등 내수 업종에 조세감면과 대출 지원을 확대해 유동성 공급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이번 추경안에서 코로나19 피해를 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회복을 위해 2조 4000억 원을 배정했다. 정부는 3월 1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정세균 국무총리 주재로 긴급 경제상황점검회의를 열고 소상공인에게 필요한 자금을 신속히 공급하기 위해 추진하기로 한 지역신용보증재단의 민간은행에 대한 업무 위탁 범위 확대, 3000만 원 이하 소액 보증의 경우 신속심사제도 도입, 통신요금 감면 등 조치가 현장에서 효과적으로 이행되도록 점검하기로 했다.
내수 위축과 생산 차질이 고용 불안정으로 이어지지 않게 특별고용지원 업종을 중심으로 고용유지 지원금을 확대하는 등 고용안정 지원도 적극적으로 추진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100조 원 규모의 기업·민자·공공투자를 신속히 추진하고 상반기 안에 이를 최대한 집행해 투자 활력을 제고하는 한편, 내수 활성화 등 추가 대책을 선제적으로 준비한다. 정 총리는 “소상공인, 자영업자 등 민생경제 기반이 무너지지 않게 금융·세제 및 고용유지를 위한 지원을 적극 강화하고, 경기 활력 보강을 위해 세액공제, 규제완화 등 민간투자 확대를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회 심의 과정에서 일부 야당이 추경 규모와 재정건전성을 문제 삼으면서 진통이 있었다. 반면 경제 전문가들은 추경 규모를 오히려 더 키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부가 추경안을 편성하던 당시와 달리, 3월 11일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19에 대해 감염병 세계적 유행(팬데믹)을 선언하면서 세계 경제 상황이 더 나빠질 수 있는 만큼 적극적 재정·통화 정책과 취약 산업 및 취약 기업을 지원하는 중장기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주상영 건국대 교수(경제학)는 “팬데믹 선언으로 시장의 공포감이 더 커진 상황이어서 재정건전성 논쟁을 할 게 아니라 재정·통화 정책을 전방위적으로 해야 한다”며 “공급 측면의 위기까지 닥쳐오면 지금 규모의 재정 지원으로 경기 반등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또 “긴급히 편성한 추경으로는 피해자 지원에 집중하고, 이후 2차 추경을 염두에 둬야 한다”며 추경 규모는 국내총생산(GDP)의 1%(약 19조 원) 이상 편성할 것을 제안했다. 한국은행에 대해서는 “대출 확대를 포함, 시중에 유동성을 적극적으로 공급할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난기본소득’ 논의 봇물… 전주시 첫 시행
침체한 내수 시장을 살리는 대안으로 ‘재난기본소득’ 등 새로운 정책 실험을 요구하는 주장도 잇따르고 있다. 기본소득은 소득이나 노동시장의 지위 등 조건을 따지지 않고 무조건 현금 등을 지급하는 복지제도다. 코로나19로 위협을 받는 취약계층의 생계 지원과 경기부양을 동시에 달성하는 취지에서다. 코로나19 확산의 직격탄을 맞은 저소득층과 자영업자 등에 현금을 지원하면 소득 보전과 소비 진작 효과가 있을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가 아직 실험해보지 않은 기본소득의 효용성도 가늠할 수 있다는 논리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3월 10일 “기초생활보장, 실업급여 등 기존 제도의 혜택을 못 받는 중위소득 이하 전 가구에 60만 원씩 지급하는 재난긴급생활비의 조속한 도입을 정부에 건의한다”고 밝혔다. 이런 소득 지원 방안에 4조 8000억 원이 들 것으로 추산했다. 앞서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일정 기간에 반드시 소비해야 하는 지역 화폐 형태의 재난기본소득을 진지하게 검토하자”고 제안했고, 김경수 경남도지사는 “국민 1인당 100만 원씩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하고 고소득층의 경우 내년에 지급한 금액만큼 세금으로 다시 거두자”며 구체적인 안을 내놨다. 재원은 모두 51조 원이 필요하며, 경제 활성화를 통해 내년 조세 수입 증가로 재정 부담을 완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전북 전주시는 3월 13일 ‘긴급생활안정 전주형 재난기본소득 지원금’을 1인당 52만 7000원씩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지급 대상은 실업자와 비정규직 등 5만여 명으로 한정해 엄밀한 의미의 ‘기본소득’은 아니다. 재난기본소득의 경기부양 효과와 일부 계층 선별 지원 등을 놓고 전문가들 사이에선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최한수 경북대 교수(경제학)는 “재난기본소득이 모든 국민에게 지급하는 무조건적 현금 수당의 성격을 갖고 있기 때문에 비용 대비 효과에 문제가 있다”며 경제 충격에 크게 노출된 지역 주민 혹은 특정 계층을 대상으로 한 일회성 현금이나 상품권을 지급하는 ‘재난지원금(혹은 재난수당)’ 방식을 주장했다.

원낙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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