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법인 (주)피앤티디와 유통 판매법인 웰킵스(주)를 이끌고 있는 박종한 대표│웰킵스
#화성시에 거주하는, 초등학생 자녀를 둔 맞벌이 부부 김 모 씨는 ‘마스크 구매작전’을 세웠다. 아파트 밀집지역인 탓에 수백 미터 줄서기는 기본이다. 토요일에 끝도 없이 늘어선 대기 줄에 안 되겠다 싶어 남편은 다른 곳으로 보냈다. 합동작전 결과 둘 다 구매에 성공했다.
#동대문 상권 근처에 사는 직장인 도 모 씨는 토요일 오전 9시 약국 문 여는 시간에 맞춰 집을 나섰다. 도로 건너 위치한 약국에 도착해 받은 77번 번호표. 입고 시간까지 3시간을 이 인파 속에서 기다려야 하나 불안했는데, 입고 시간에 맞춰 다시 오라는 안내를 받았다. 12시 20분쯤 도착해 15분 만에 마스크를 받았다.
#대학가 밀집지역에 사는 임 모 씨는 마스크 줄서기 대란은 다행히 면했다. 개학 연기 등으로 학생 유입이 줄어든 덕분이다. 기다림 없이 바로 사서 나왔다.
#일요일 오후, 서울 양천구에 사는 직장인 양 모 씨는 마스크 줄이 짧다는 친구 동네인 서대문 근처 약국을 찾았다. 입고 시간이 1시간이나 지났는데도 줄서지 않고 바로 구매할 수 있었다.
‘마스크 5부제’가 시행된 첫 주말 동네 약국 풍경이다. 지역마다 차이는 있지만 이전보다는 헛수고하는 발길이 줄어든 모습이다. 여기에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땀 흘리는 많은 이들의 노고가 숨어 있다. 마스크가 우리 손에 쥐어지기까지 생산-유통-판매 각 공정에서 분주히 움직이는 사람들을 소개한다.
생산·판매 앞장선 ‘착한 마스크 업체’
“1원도 안 올리고 최저가로 납품”
㈜피앤티디와 웰킵스㈜는 ‘국내 마스크 생산 1위, 판매 1위’ 기업이다. 제조뿐 아니라 ‘웰킵스몰’을 통한 직접 판매는 물론 쿠팡,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CU, 세븐일레븐, 올리브영 등 대형 유통사에 납품하고 있다. 두 사업체를 이끌고 있는 박종한 대표에게 불철주야 돌아가는 마스크 제조 현장의 소리를 들었다.
-10여 년간 마스크 제작, 판매를 해왔다.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와 비교하면 지금의 상황은 어떤가.
=사스의 경우는 국가나 기업, 국민 모두 전혀 준비가 안 된 상태였다. 메르스도 무방비로 노출되었다. 메르스까지 겪고 나서 국내 방역 수준이 크게 나아졌다. 그러나 코로나19의 전파력은 상당했다. 강한 전염성에 국내 마스크 시장이 출렁거렸다. 우리나라는 마스크 수입국이다. 특히 병원용 덴털 마스크는 90%를 수입한다. 내수 시장도 크지 않다. 미세먼지가 극심할 때 국민의 10% 미만이 마스크를 착용한다. 당연히 국내 생산능력도 이 수준인 연간 4억 장에 맞춰 있다. 그랬던 내수 시장이 코로나19 확산세가 급격히 커지자 착용률이 100%로 올라갔다. 여기에 사태 초반에 국내 생산분의 90%에 해당하는 5억 장 규모를 중국에 수출한 것도 악재였다. 상당수 재고 물량이 수출로 빠져나가면서 절대 수량이 부족한 상황이 되었다.
-현재 공장 가동 상황은 어떤가.
=주 6일 작업한다. 하루 평균 약 90만 장을 생산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전과 비교하면 세 배가 증가한 수치다. 늘어난 생산량만큼 인력도 60명에서 340명으로 늘렸다. 이 중엔 군인도 20명(주간 10명, 야간 10명)이 투입돼 외부인 출입 통제와 상하차 등 힘쓰는 일을 거들고 있다.
-납품가를 올리지 않아 ‘착한 마스크 업체’로 알려졌다.
=단 1원도 올리지 않았다. 부가세 별도로 장당 810원에 납품하고 있다. 최저가 납품이다. 쿠팡이나 웰킵스몰, 롯데마트, 백화점, 편의점 등에서 이전과 동일하게 700~1000원에 구매할 수 있다.
-초과근로 등 비상체제에 따른 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을 듯싶은데.
=마스크는 제조원가가 높지 않은 사업이다. 생산 확대로 인건비가 늘어난 건 사실이다. 하지만 장당 10~20원 올라간 정도다. 늘어난 납품 수량에 따른 수익까지 따져보면 큰 부담은 아니다. 게다가 정부가 공적 물량으로 높은 가격에 마스크를 구매해주고 있다. 업체 입장에선 오히려 절대 이익이 높아진 셈이다. 지금은 재난에 준하는 상황이다. 이럴 때 과욕은 바람직하지 않다. 벌크 납품이나 대용량 포장은 모두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업체들의 과욕이다.
-마스크 수급 안정화가 여전히 절실하다. 생산업체로서 좋은 제안이 있을까.
=국내 멜트블론(MB) 필터를 생산하는 업체들이 생산 전량을 마스크 용도로 공급한다면 기대하는 수준만큼의 양을 생산할 수 있다. 물티슈, 공기청정기 등에 사용되는 필터를 단기간 행정 지원을 통해서라도 마스크 쪽으로 전용해줄 필요가 있다. 나아가 두 가지를 제안한다. 우선 1인당 공급수량 확대다. 한 사람당 최소 3개에서 5개는 살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판매가 인하다. 장당 1000원 이하로 가격을 낮춰야 한다.
▶문경 가은공단에서 생산된 마스크 제품들│웰킵스
휴일지킴이 자처 공적 판매처, 약국
“마스크로 큰 이윤 챙긴다는 오해 받으면 섭섭”
서울 지하철 5호선 서대문역 인근에 자리한 적십자병원과 강북삼성병원 뒤쪽에는 약국이 즐비하게 들어섰다. 대규모 아파트 단지와 두 개의 대형 병원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3월 15일 일요일, 평소라면 대부분 약국이 문을 닫는 휴일이지만 몇 군데가 문을 열었다. 주말 당번을 자처한 약사를 만났다.
-마스크 5부제 시행 전과 비교하면 어떤가.
=판매하는 입장에선 예전보다 편해진 부분이 있다. 그 전엔 사려는 사람들은 몰려들어오지, 마스크는 안 들어오지 너무 혼란스러웠다. 해당 요일에 맞춰 방문해 분산되는 효과가 있다.
-의무도 아닌데 주말을 반납하고 휴일지킴이를 자처했다.
=원래 일요일은 근무하지 않는데 하나라도 더 필요한 사람에게 제공하려고 출근했다. 마스크를 사지 못한 시민들을 돌려보내는 일은 언제나 힘들다. 도와준다는 의미보다는 함께 이겨낸다는 마음으로 나왔다.
-공적 마스크 판매로 인해 힘든 점이 있다면?
=수량 파악과 소분·포장하기 위해 2, 3시간 일찍 나와야 하고 구매자들의 주민등록번호도 일일이 입력해야 하는데, 이건 몸이 조금 고될 뿐이다. 이보단 마스크를 빼돌린다거나 공적 마스크 판매로 많은 이윤을 챙긴다는 오해를 받으면 섭섭하다. 가끔 줄 안 서겠다고 떼쓰거나 못 샀다고 버럭 화내는 어르신도 계신다. 이럴 땐 더 마음이 불편해진다.
수급 안정화 위해 노력하는 유통업체
“하루하루 최대한 물량 확보 위해 뛸 것”
온라인 쇼핑몰 ‘쿠팡’은 코로나19 확산세를 틈타 마스크 끼워 팔기, 일방적 주문 취소 등 입점업체들의 불공정 행위에 대해 강하게 대응하고 있다. 적발 시 해당 물품의 판매를 중지시키고, 품절로 주문이 취소된 경우 입점업체가 마스크를 확보해 계약을 이행하도록 조치했다. 직접 판매 중인 마스크와 손세정제의 가격을 동결하고, 1인당 구매 수량도 제한했다. 생필품 전체 책임자 김승태 씨와 건강 코너 책임자 이규택 씨가 쿠팡의 현장을 전한다.
-물량 확보와 배송 방안 등 어떻게 대처하고 있나.
=국내 120여 개의 모든 생산업체, 중간 거래상과 매일 연락한다. 마스크 가격 동결 이후 공급가보다 판매가가 높아 손해를 보는 경우도 있지만 매입을 지속하고 있다. 헬스케어/ 퍼스널 케어(개인 생활용품/ 건강용품) 분야 직원들이 이 일을 전담하고 있다. 헬스케어 파트에서 조달(소싱)에 주력하고, 다른 직원들은 상품 등록, 물건 입고 요청, 유관부서 소통 등의 업무를 보고하고 있다. 담당자가 아니어도 맡고 있는 범주(카테고리)의 업체에게 관련된 회사의 연락처를 수소문해 전달해주는 등 노력하고 있다.
-여러 노력에도 마스크 수급 안정화가 여전히 절실하다. 이를 개선할 유통업체로서 좋은 제안이 있을까.
=온라인쇼핑은 비대면으로 감염 위험이 적고, 빠르게 배송할 수 있고, 가장 저렴한 가격으로 마스크를 구매할 수 있는 유통망(채널)이다. 더 많은 물량이 확보될 수만 있다면, 고객들은 굳이 외출하지 않아도 안전한 방법으로 마스크를 공급받을 수 있다. 민간에게 가장 익숙한 온라인 유통망도 하나쯤은 공적 유통망으로 인정받았다면 어떨까 하는 아쉬움을 가졌다.
-앞으로 어떻게 대비 중인가.
=다행히 조금은 나아진 분위기 같다. 다만 언제 급변할지 몰라 계속 비상 상황이다. 하루하루 최대한의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발로 뛰는 일을 지속할 예정이다. 더 많은 고객이 더 안전한 방법으로 생활에 필요한 물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계속 고객을 위한 업무를 지속하겠다.
심은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