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재인 대통령이 4월 8일 청와대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관련 제4차 비상경제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청와대사진기자단
비상경제회의
정부가 코로나19 확산으로 위기에 빠진 소상공인을 위해 선결제·선구매 제도를 통한 17조 7000억 원 규모의 내수 보완 지원안을 마련했다. 또 종합소득세 납부 기한 연장 등을 포함한 총 12조 원 규모의 세부담 완화 조치도 단행한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4월 8일 제4차 비상경제회의를 마친 뒤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에서 ‘선결제·선구매 등을 통한 내수 보완 방안’을 발표했다. 홍 부총리는 발표문을 통해 “코로나19 발생 이후 강력한 방역 대응 과정에서 소비 등 경제활동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며 “미리 현금 유동성을 제공한다면 지금 목말라하는 소상공인, 자영업자, 중소기업들에 작은 단비와도 같은 실질적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정부는 이에 따라 최종 구매자로서 선결제·선구매 제도를 도입 시행하고, 하반기 예정된 정부·공공투자를 당겨 집행하기로 했다. 또 국가계약제도 절차를 한시적으로 크게 완화해 3조 3000억 원+α 규모의 소비·투자를 만들어낸다는 방침이다.
홍 부총리는 “공공부문 선결제·선구매 제도 도입으로 피해 업종 수요를 당장 약 2조 1000억 원 규모로 보강해주고자 한다”며 “소비절벽을 방지하기 위해 나중에 사용할 것이라도 최대한 먼저 결제하고, 비축 가능한 물품과 자산도 조기 구매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어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외식업계에 업무추진비를 선결제할 수 있도록 하고 항공업계, 국제 행사, 지역 축제 등에 대해서는 계약 금액의 80%까지 선지급하는 등의 방법으로 당장 필요한 현금 유동성 문제를 지원하겠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 “수출기업에 36조 원 무역금융”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주재한 제4차 비상경제회의에서 “급격히 얼어붙은 내수를 살리기 위해 추가로 17조 7000억 원 규모의 내수 보완 방안을 마련했다”며 “민간의 착한 소비 운동에 호응해 공공부문이 앞장서 선결제, 선구매 등으로 3조 3000억 원 이상의 수요를 조기에 창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글로벌 공급망 붕괴와 거래 위축으로 타격이 극심한 수출기업들을 지원하기 위해 36조 원 이상의 무역금융을 추가 공급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여기에 더해 오늘 코로나19에 따른 경영 악화로 결손기업이 증가하고 700만 명 가까운 개인사업자의 피해가 가중되는 상황에서 12조 원 규모로 세부담을 추가 완화하는 특별한 조치도 결정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가 쓰나미와 같은 충격을 받고, 끝을 알 수 없는 어두운 터널 속에 있다”며 “정부는 쓸 수 있는 자원을 모두 동원해 과감하고 적극적인 재정 투입을 주저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기업을 살리고 국민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사력을 다하고 있다”며 “정부가 버팀목 역할을 충실히 하면서 위기 극복에 필요한 조치를 언제든지 하겠다”고 강조했다.
신용카드 소득공제율도 파격적으로 인상했다. 정부는 4월부터 6월까지 3개월간 코로나19 피해 업종에 사용한 신용카드와 체크카드, 현금영수증 소득공제율을 일률적으로 80%로 확대하기로 했다. 피해 업종은 음식숙박업, 관광업, 공연 관련업, 여객운송업 등을 말한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며 내수 위축이 갈수록 심화하자 피해 업종 카드 사용분 소득공제율을 80%까지 더욱 높게 끌어올리기로 한 것이다.
이와 함께 정부는 개인사업자와 법인이 소상공인에게 재화와 용역을 선결제·선구매하는 경우에도 각각 소득세와 법인세 ‘세액공제 1%’ 적용 혜택을 부여하기로 했다.
개인사업자 세부담 완화 12조 4000억 원
정부는 건설투자와 관련해서도 조기 집행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홍 부총리는 “코로나19로 공사 중단, 공기 지연이 발생하는 등 건설 활력이 위축되고 지역경제 어려움까지 가중되고 있다”며 “하반기 예정된 정부 건설투자와 공공기관 건설·장비 투자를 2분기로 최대한 당겨 각각 6000억 원씩 총 1조 2000억 원을 추가 조기 집행하겠다”고 설명했다.
또한 정부는 수의계약 요건 등 국가계약제도를 2020년 한시적으로 전례 없는 수준으로 크게 완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소액 수의계약 한도를 두 배로 상향 조정하고 별도 입찰 절차 없이 주문 가능한 나라장터 품목도 대폭 확대할 방침이다. 더불어 입찰 절차가 필요한 경우에도 긴급입찰 발주를 의무화해 입찰공고 기간을 최대 40일에서 5일로 단축하고 선금(14일→5일 이내) 및 하도급대금(15일→5일 이내) 지급 법정기한도 현행 14~15일에서 모두 5일 이내로 줄일 계획이다.
중소기업과 개인사업자 등 취약 부문의 세부담 경감 대책도 제시됐다. 홍 부총리는 “중소기업이 내년까지 기다리지 않고 올 8월에 결손금을 조기 환급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며 “700만 명에 이르는 모든 개인사업자를 대상으로 5월 예정된 종합소득세와 개인지방소득세 납부 기한을 3개월 연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그동안 신청에 기반했던 세정 지원이 혜택을 받기까지 시간이 걸리고 납세협력비용이 발생하는 문제가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이 같은 조치로 납부유예 규모는 약 12조 4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홍 부총리는 “이날 회의에서 최대 2조 원 규모의 피해 소상공인 연체채권 매입 등 취약차주 재기지원 방안에 대한 논의도 있었다”며 “조속히 세부 내용을 마무리해 이번 주 안에 관계부처에서 별도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가족돌봄휴가비 1인당 최대 50만 원으로 확대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유치원·초등학교의 휴원·휴교 조치로 집에서 자녀를 돌봐야 하는 직장인이 늘어나면서 정부는 가족돌봄휴가 비용 지원 기간을 기존 최장 5일에서 10일로 늘려 1인당 최대 50만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가족돌봄휴가 비용 신청 건수도 급증해 6만건을 넘어섰다.
고용노동부는 가족돌봄휴가 비용 신청을 받기 시작한 3월 16일부터 4월 8일까지 모두 6만 18건의 신청이 접수됐다고 4월 9일 밝혔다. 가족돌봄휴가는 올해 1월부터 시행 중인 개정 남녀고용평등법에 따른 제도로, 긴급하게 가족을 돌봐야 하는 노동자가 최장 10일 동안 쓸 수 있다.
정부는 무급휴가인 가족돌봄휴가를 쓰는 노동자의 경제적 부담을 고려해 만 8세(초등학교 2학년) 이하 자녀나 만 18세 이하 장애인 자녀를 둔 노동자가 개학 연기 등 코로나19 사태의 여파로 가족돌봄휴가를 쓸 경우 휴가 비용을 지급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노동자 1인당 최장 5일 동안 하루 5만원씩 지급했으나 유치원생과 초등학생이 집에 머무르는 기간이 길어지면서 정부는 제4차 위기관리대책회의에서 가족돌봄휴가 비용 지급 기간을 최장 10일로 확대하기로 했다.
지급액은 하루 5만원으로 유지했다. 이에 따라 노동자 1인당 받을 수 있는 가족돌봄휴가 비용이 최대 25만원에서 50만원으로 늘어났다. 맞벌이 가정의 경우 부부 합산으로 최대 100만원을 받을 수 있다. 이미 가족돌봄휴가를 쓴 노동자에게도 소급 적용된다.
신청자의 소속 사업장 규모로 보면 100인 미만 사업장(66.2%)이 많았다. 업종별로는 제조업(24.8%)과 보건·사회복지서비스업(16.5%)이 많았다. 가족돌봄휴가 비용 신청 방법 등에 관한 문의 사항은 노동부 누리집과 페이스북, 육아 포털 ‘아빠넷’ 등에서 확인할 수 있다.
‘40만 원 아동돌봄쿠폰’ 4월 13일부터 지급
보건복지부가 코로나19로 위축된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고 아동양육 부담을 줄이기 위한 아동돌봄쿠폰 지급 준비를 마쳤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문자메시지 발송 등 대국민 안내 기간을 거쳐 4월 13일부터 전국적으로 전자상품권(돌봄포인트) 지급을 시작했다.
아동돌봄쿠폰은 3월 아동수당을 지급받은 만 7세 미만 아동이 있는 약 209만 가구에 아동 1인당 40만 원을 지원하는데, 다만 지급 방식은 지자체별로 다르다. 그동안 복지부는 농협, 롯데, 비씨, 삼성, 신한, 우리, 하나, KB국민 등 카드사들과 협력해 주민센터나 영업점을 방문하지 않아도 지급할 수 있는 아동돌봄쿠폰 전자상품권을 준비했다.
이후 4월 2일까지는 카드사들과 함께 아동돌봄쿠폰 대상자들이 사용하고 있는 정부지원카드(아이행복카드 또는 국민행복카드)에 대한 유효성 검증을 모두 마무리했다. 이에 따라 아이행복카드(기존 아이사랑카드 포함) 또는 국민행복카드를 가지고 있는 대상자들은 주민센터 방문이나 온라인 신청을 하지 않고도 이르면 4월 13일부터 돌봄포인트를 사용할 수 있게 된다.
복지부는 4월 3일과 6일에 아동돌봄쿠폰 지급 대상자 중 ▲카드(아이행복카드, 아이사랑카드, 국민행복카드) 1개 소지자 ▲카드 2개 이상 소지자 ▲카드가 없는 경우 등에 각각 문자메시지로 안내한다. 먼저 카드가 1개인 보호자 등 대상자 약 102만 명(아동 수 기준 126만 명, 48.6%)에게는 아동돌봄쿠폰이 지급되는 카드를 안내한 후 13일에 아동 1인당 40만 원의 돌봄포인트를 지급한다.
코로나19 피해 소상공인 점포 재개장 지원
정부가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의 점포 재개장 지원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코로나19 피해 소상공인 점포 재개장 지원사업’을 4월 9일부터 본격 시작했다고 밝혔다. 지원 대상은 확진자 방문 점포나 사업주가 확진을 받은 점포, 휴업 점포 등 전국 19만 개 소상공인 점포다. 휴업 점포는 개점휴업을 포함하며 매출 감소 정도에 따라 지원 우선순위를 적용한다.
중기부는 이들 점포에 재개장에 필요한 재료비, 홍보·마케팅비, 공과금 및 관리비 등 최대 300만 원까지 지원할 계획이다.
특히 코로나19 피해가 가장 큰 대구와 경산 등 특별재난지역 내 소상공인 점포 약 17만 곳부터 우선 지원할 방침이다.
중기부는 신속한 신청을 위해 소상공인 확인을 위한 별도 서류 제출을 생략하는 등 구비 서류를 최대한 간소화하기로 했다. 확진자 방문 여부는 지자체가 자체 확인한다.
확진자 방문 점포와 휴업 점포는 ▲통장 사본 ▲개인정보 수집 동의서 ▲지출 증빙자료(구매 증빙서류·세금계산서 등)를 준비해야 하며 휴업 점포의 경우 카드 매출 등 매출 증빙자료가 추가로 필요하다. 지역별 신청 시기, 산업 신청 절차 등 자세한 내용은 해당 지자체가 별도 공고할 계획이다.
박영선 중기부 장관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직접적 경영 피해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의 경영난 해소에 일조하고자 전례 없는 대규모 소상공인 지원사업을 마련했다”며 “처음 시행 사업으로 현장에 혼란이 생기지 않도록 17개 시·도와 협력해 신속·원활하게 집행해나가겠다”고 밝혔다.
마스크 제조사들, ‘자상한 기업’ 지원 생산량 급증
중기부는 공존과 상생의 가치 실현을 위해 추진하고 있는 ‘자상한 기업(자발적 상생협력 기업)’ 프로젝트가 코로나19 국면에서 빛을 발하고 있다고 4월 6일 밝혔다.
자상한 기업은 이들이 보유한 기반 시설(인프라), 상생 프로그램, 노하우를 중소기업·소상공인·자영업자 등의 협력사와 미거래 기업에까지 공유하는 자발적 상생협력 기업을 말한다.
중기부에 따르면 ‘자상한 기업’인 삼성전자의 스마트공장 기술 지원 등을 받은 마스크 제조업체 4개사의 1일 생산량이 기존 92만 개에서 139만 개로 51% 급증했다. 삼성전자는 코로나19로 마스크 품귀현상이 벌어지자 화진산업 등 중소 마스크 제조업체에 자사 생산설비 전문가를 파견해 마스크 생산 향상을 지원했다.
업체들은 생산공정 개선, 효율화 및 기술 지도를 통해 추가 투자 없이 생산량을 단기에 최대치로 끌어올리는 데 성공할 수 있었다. 업체 관계자들은 전문가의 기술적 지원뿐 아니라 현장 필요도구 제작, 필터 공급처 연결, 금형 제작 지원 등으로 실질적인 생산성 향상에 큰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중기부는 마스크 제조업체뿐 아니라 손 소독제, 의료용 보안경, 진단도구 제조업체도 삼성전자의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지금까지 마스크 14개사, 손 소독제 8개사, 의료용 보안경 3개사, 진단도구 2개사, 기타 의료기기 3개사 등 총 30개사가 지원을 신청한 상태다.
박순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