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감한 대책과 국제공조로 위기 이겨 내자

2020.03.16 최신호 보기
세계보건기구(WHO)가 3월 11일 코로나19를 ‘글로벌 유행병’(팬데믹)으로 선언했다. 세계경제에 위기감이 급속히 늘고 있다. 3월 11일 기준 지난 한 달 미국 주식시장이 20%나 하락했다. 각국에서 개학 연기, 재택근무 장려, 자택에 머무르기 등 ‘사회적 거리두기’(social distancing)의 확대로 인해 소비 위축, 내수 부진, 제조업 및 서비스업 활동 급감, 실업 증가 등 경제 전반이 코로나19 충격에 노출됐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뛰어넘는 위기로 번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미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국제기구와 기관들이 세계경제의 성장률을 계속해서 하향 조정하고 있다. 국제금융협회는 2020년 세계경제가 1%밖에 성장하지 못할 것이라는 매우 비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글로벌 수요와 공급의 동시 감소는 모든 경제에 나쁜 소식이지만, 대외 의존도가 높은 개방경제인 한국 경제에는 특히 부담이다. 한국은 독일, 멕시코와 함께 주요 20개국(G20) 중에서 국내총생산(GDP) 대비 무역 의존도가 70% 이상으로 가장 높다.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시작한 2월 하루 평균 수출액이 전년 동월 대비 12.2%나 감소했다. 3월 수출은 더욱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 수출입의 25%와 21%를 차지하는 중국이 코로나19 충격으로 우한 봉쇄, 조업 중단, 공장 폐쇄 등에 돌입해 중국의 내수와 성장이 위축되자 당장 우리의 수출이 타격을 받았다. 중국의 조업 중단으로 인해 기업들이 원자재 수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의 체감고통은 1997년 IMF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을 초월한다.

통화·금융·재정·감세 등 모든 정책수단 동원해야
코로나19의 경제 충격은 당초 예상보다 훨씬 크고 장기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통화, 금융, 재정, 감세 정책 등 가용한 모든 정책수단을 신속하고 과감하게 활용해 경기 부양에 나서야 한다. 유동성 공급이 필요한 항공업, 관광업, 소비재, 자동차, 석유화학 등 산업과 기업, 피해가 큰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그리고 취약계층에 집중적 지원을 투입해야 한다.
2020년 예산의 상반기 조기집행 비율을 당초의 62%에서 대폭 높이고 재정을 활용해 과감하고 신속한 경기부양책을 통해 유동성을 늘려야 한다. 상당수 국민이 나랏빚 증가를 우려하지만, 우리의 나랏빚은 아직 OECD 36개 회원국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번에 정부가 제안한 11조 7000억 원의 추가경정예산안(추경)은 GDP의 0.6% 수준으로 이를 감안해도 GDP 대비 나랏빚은 41.2%로 여전히 재정 여력이 있다. 또한 코로나19의 경제 충격과 장기화를 고려해 추경 규모를 확대해야 한다. GDP의 2% 수준은 돼야 한다. 위기 시 재정정책은 과감하고 신속할수록 시장에 주는 메시지가 긍정적이고 시장안정 효과도 있다.
재정과 추경은 단기 경기대응과 중장기 혁신성장에 동시 투입돼야 한다. 물론 우선순위는 과감한 단기대응이다. 생산과 수출 감소, 자금난 등 단기 어려움에 처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에게 파격적인 초저금리나 무이자 대출, 고용유지 보조금 지원 등도 필요하다. 아울러 코로나19 대응에 과감한 재정 투입이 이뤄져야 한다.
중장기적으로는 성장잠재력을 높일 혁신성장 기반에 과감하게 투자해야 한다. 혁신성장을 주도할 신성장산업인 바이오헬스에 대한 투자도 더욱 과감하게 해야 한다. 바이오헬스 산업은 자동차와 반도체 산업을 합친 것보다 규모가 큰 신성장 산업인 반면 대규모의 기초 투자가 필요한 산업이다. 고령화 사회에서 바이오헬스의 역할이 더욱 요구되고 있을 뿐 아니라 코로나19 같은 유행병은 앞으로 더욱 빈번하게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바이오헬스 혁신과 역량 강화를 위해 연구개발(R&D)과 사업화에 과감한 중장기 투자가 바람직하다. 해외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한국의 승차 진료소(드라이브 스루)는 바이오헬스에 대한 산학연의 꾸준한 중장기 투자의 결실이다.

코로나19의 역설
미국을 선두로 주요국들이 완화적 통화정책을 내놓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와 영국 영란은행이 이미 금리를 0.5%p 인하했고 한국은행을 포함한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금리인하를 단행할 예정이다. 현재 금리인하 여지가 많지 않고 효과도 불분명하다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은 여전히 핵심적인 금융·물가안정 정책이다. 통화정책의 상징적 의미는 여전히 가볍지 않다.
한국을 포함해 미국, 중국, 일본, 독일, 이탈리아 등 각국이 경기부양에 나서고 있다. 그런데 규모도 충분하지 못하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와 같은 글로벌 정책공조도 보이지 않는다. 2009년 런던 G20 정상회의가 가장 성공적인 G20 정상회의로 평가된다. 정상들이 모여 글로벌 금융위기 타개를 위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대책과 이행을 약속했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더욱 그래야 한다. 우리가 먼저 G20 정상들의 만남을 제안하고 리더십을 발휘하기 바란다. 다만 코로나19 감염 예방 차원에서 화상통화 회동이 바람직하다. 정상들의 회동 자체만으로도 시장에 주는 의미가 크다. 글로벌 리더십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역설적이게도 코로나19는 미중무역분쟁, 국수주의, 고립주의, 일방주의의 파고 속에서 세계 경제의 깊은 통합을 널리 재확인해준 계기가 되고 있다. 

송경진 FN글로벌이슈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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