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흥시화병원 외부 선별진료소 모습. 코로나19 병원 내 감염을 막기 위해 호흡기 질환자는 외부 공간에서 진료를 받아야 한다. 엑스레이 촬영이 가능한 건강검진 버스까지 마련돼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현장에서 확인할 수 있다. | 시흥시화병원
국민안심병원 지정 시흥시화병원 가보니
“우리가 뚫리면 지역사회가 무너진다는 사명감으로 맞서고 있습니다.” 2월 26일 1차로 국민안심병원으로 지정된 시흥시화병원(경기 시흥시 옥구천서로 337) 직원 안혜연 씨의 말에는 자부심과 함께 걱정도 담겨 있었다.
메르스 사태 경험 살려 선제적 선별진료소 운영
이 같은 말은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의 경험에서 비롯된다. 당시에도 국민안심병원이 운영됐다. 당시 국민안심병원은 호흡기 환자와 다른 환자의 동선을 분리해 메르스의 지역 감염 차단에 많은 기여를 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최병철 시흥시화병원 이사장은 “당시에도 선제적이고 모범적인 대처로 내원객의 건강을 책임진 경험이 있다”며 1월 말부터 선별진료소를 운영한 이유를 설명했다. 시흥시는 중국인을 비롯한 외국인 노동자가 많이 거주하는 지역이다. 메르스 사태를 극복한 자신감에 지역 특성에 대한 이해가 더해져 중국에서 코로나19가 유행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선제적으로 선별진료소를 운영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다.
안 씨의 목소리에 걱정이 담겨 있었던 이유는 시흥시화병원 누리집에 게시된 ‘바이러스 원내 유입이 절대 없습니다’라는 안내 문구에서 찾을 수 있다. 코로나19 감염자가 다녀갔다는 이유로 병원 방문을 꺼리는 사례가 생기고 있다는 이야기다. 최 이사장 역시 “확진자는 절대 원내로 들어온 사실이 없으니 안심하고 병원을 방문하기 바란다”며 국민안심병원의 역할 수행뿐 아니라 지역거점병원으로서 책임을 다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시흥시화병원의 걱정은 국민안심병원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비롯된다. 국민안심병원은 코로나19 감염을 우려해 국민이 필요한 진료를 꺼리거나 일부 병·의원의 호흡기 환자 진료 회피 등의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한시적으로 운영하는 제도다. 가장 큰 특징은 ‘호흡기 질환 환자와 다른 환자의 분리’와 ‘의료인에 대한 방호 조치’로 코로나19의 지역 감염을 막는 데 있다. 국민안심병원은 ‘국민안심병원 준수 요건’을 충족한 의료기관의 신청을 받아 보건복지부(심사평가원)와 대한병원협회가 공동으로 지정한다. 지정 뒤에도 보건복지부와 병원협회가 운영하는 공동점검단의 확인을 받아야 한다.
안심병원은 병원 내 감염 방지 위한 제도
코로나19 의심자는 일차적으로 지역 보건소와 질병관리본부(1339),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콜센터에 신고한 뒤 안내에 따라 진료와 치료를 받을 수 있다. 국민안심병원은 내원객 가운데 혹시 있을지 모를 유증상자를 찾아내 일반 환자와 접촉할 수 없게 체계를 갖춰야 하고 유증상자 발견 시 적절한 조처를 해야 한다.
국민안심병원은 호흡기 환자 전용 외래구역을 운영하는 A 유형과 선별진료소와 호흡기 환자 분리 입원이 가능한 병동을 운영하는 B 유형으로 나뉜다. 두 유형은 공통으로 ▲병원 방문객 통제 ▲호흡기 환자 외래 진료구역 분리 ▲대상자 조회 ▲감염관리 강화 ▲면회 제한 등의 체계를 갖춰야 한다. 모든 내원객을 대상으로 병원 진입 전 호흡기 증상 여부를 확인해야 하며 ① 중국 방문 이력 ② 확진환자 접촉 여부 ③ 원인 미상의 폐렴 유증상 ④ 코로나19 위험 지역 및 국가 방문 여부 ⑤ 의사 소견에 따른 코로나19 유증상 등도 조사해야 한다. 내원 환자를 코로나19 대응 지침에 따라 대상 환자, 호흡기 환자, 비호흡기 환자로 나누는 것도 의무 사항이다. 환자를 분류할 때는 해외여행력 정보제공 전용 프로그램(ITS), 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DUR)를 통해 해외여행력 등을 확인해야 한다.
호흡기 환자 분리하고 면회객 전면 통제
일반 환자와 동선이 분리된 호흡기 환자 진료 공간을 따로 두어 병원 내 감염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인력도 배치해야 한다. 의료인은 N95 마스크, 고글 또는 얼굴 가리개(페이스 실드), 일회용 앞치마, 라텍스 장갑 등 개인 보호구를 착용해 의료인 감염도 사전에 막아야 한다. 병원 내 감염 방지를 위해 면회객은 전면 통제하고 병원 출입이 불가피한 환자 보호자도 1인으로 제한해야 한다. 손 세정제, 일회용 마스크 등 위생용품을 상시 비치하며 전담 감염관리팀을 운영해 병원 내 환경 개선과 직원에 대한 감염 예방교육도 일상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코로나19 환자를 빠르게 격리하고 이송할 수 있는 신속대응팀 구성도 의무 사항이다. 신속대응팀은 유사시 내부 역학조사 실시와 함께 환자 보호 조치 등을 취할 수 있는 수준이어야 한다.
B 유형은 공통 사항에 대해 호흡기 환자 입원 병동 분리, 선별진료소 운영 등이 한층 강화된 체계를 갖춘 병원을 대상으로 지정한다. 선별진료소는 코로나19에 대한 검체 채취가 가능해야 하며 입원실 또한 의사의 소견에 따라 입원이 필요한 원인 미상의 폐렴 환자는 격리해제 조건 충족 전까지 격리할 수 있어야 한다. 호흡기 환자 입원 병동은 환자의 동선 등이 일반 환자와 겹치지 않게 분리 운영돼야 함은 물론이다.
시흥시화병원도 모든 병원 출입자를 입구에서부터 통제한다. 내원객은 입구에서 위험지역 방문 여부 조사, 발열 확인, 명부 작성, 손 소독 등 절차를 거치고 마스크를 써야 병원 문에 들어설 수 있다. 입원환자 면회는 전면 금지하고 보호자 1인만 병원을 출입할 수 있다. 의심 환자는 병원 밖에 마련된 음압장치를 갖춘 선별진료소로 바로 보내진다. 선별진료소에서는 엑스레이 촬영이 가능한 건강검진 버스가 24시간 대기해 병원 안에 들어가지 않고도 현장에서 진료와 검사를 할 수 있다. 진료 후에는 바로 소독을 진행해 혹시 있을지 모를 선별진료소 내 감염에도 철저히 대비한다.
▶시흥시화병원 입구 모습. 내원객은 발열 확인과 손 소득 등을 마치고 마스크를 써야 병원에 들어갈 수 있다. | 시흥시화병원
3월 11일 현재 312개 의료기관 지정
국민안심병원은 2월 24일부터 신청을 받아 준비되는 병원부터 지정 중이다. 2월 26일 1차로 91곳의 의료기관이 국민안심병원 운영을 시작했으며 28일에는 174곳, 3월 11일 기준 312개 의료기관이 국민안심병원을 운영하겠다고 신청했다. 신청 의료기관은 모두 호흡기 외래구역을 운영 중이다.
2015년 메르스 사태 때에는 250여 의료기관이 국민안심병원을 운영했다. 국민안심병원 신청은 대한병원협회 코로나19 상황실(02-705-9213~16),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원관리부(033-739-4880~81)에서 받는다. 보건복지부와 병원협회는 국민안심병원 공동점검단을 구성해 요건 충족 여부 등 이행 현황을 점검할 계획이다. 중요 요건을 위배하거나 보완 요청을 2회 이상 이행하지 않으면 국민안심병원 지정은 취소된다.
국민안심병원 명단은 보건복지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ncov.mohw.go.kr), 건강보험심사평가원(www.hira.or.kr) 또는 대한병원협회(www.kha.or.kr)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누리집에서는 국민안심병원뿐 아니라 전국 보건소 등에서 운영 중인 선별진료소도 확인할 수 있다.
윤승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