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코로나19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된 환자 수가 3월 둘째 주 접어들면서 하루 200~300명으로 감소했다.
2020년 1월 20일 국내 첫 확진자가 발생한 뒤 한 달가량은 하루 확진자 수가 수 명에 그치다 40여 일 만인 2월 하순 하루 최고 900여 명이 확진되기도 했지만, 이제는 감소 추세를 기록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감염 경로를 파악하기 어려운 지역사회 감염이 진행 중이므로 여전히 많은 사람이 좁은 공간에 모여 일하는 곳이나 함께 거주하는 시설 등에서 집단 감염 사례는 나타날 수 있다.
또 일본이나 이탈리아 등 코로나19가 유행하는 국가가 적지 않기 때문에 이 역시 위험 요인이다. 때문에 철저한 손 씻기를 비롯해 사람이 많은 곳을 찾지 않는 감염 예방 습관은 계속 중요하다.
현재까지 코로나19 대응을 살펴보면, 초기 검역 단계에서는 방어가 비교적 잘됐지만 중반기에 특히 대구·경북 지역을 중심으로 크게 번졌다. 앞선 감염병인 사스(SARS), 메르스(MERS)와는 다른 코로나19의 현황에 대해 중간 점검을 하고 이를 통해 앞으로 감염 예방 대책의 교훈을 찾아본다.
메르스보다 치명률 낮은 코로나19
3월 11일 0시 기준 국내에서 코로나19에 감염된 환자는 모두 7755명으로 확인됐으며, 이 가운데 60명이 사망했다. 치명률은 1000명이 감염되면 8명가량이 숨지는 0.8% 정도이며, 같은 시각 기준 완치된 이는 사망자 수의 4.5배가 넘는 모두 288명에 이른다.
집단 감염이 나타난 대구·경북 지역 환자 수는 6929명으로 국내 환자의 대부분을 차지했고, 사망자 역시 이 지역에서 57명이 나왔다. 사망자는 대부분 70~80대 고령자이면서 당뇨나 심장질환, 암 등 중증 질환을 앓고 있어 면역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코로나19에 감염돼 사망에 이른 것으로 추정됐다.
다행히 중국 우한 지방의 코로나19 치명률인 2~4%에 견줘 국내에서는 크게 낮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참고로 현재까지 코로나19 치명률 수치를 다른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질환과 비교해보면, 2002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의 9.6%나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의 21%보다 크게 낮다. 다만 2019년 신종 인플루엔자는 전 세계적으로 0.02%의 치명률을 기록한 것에 비교하면 이보다는 높게 나타났다.
신종 인플루엔자의 경우 이미 출시된 치료제와 예방 백신이 준비될 수 있는 환경인 점은 코로나바이러스의 감염 유행과는 다른 상황이었다. 코로나19는 현재까지 적절한 항바이러스제나 예방 백신이 없는데도 치명률이 낮았는데, 이는 이전의 코로나바이러스보다 독성이 낮고 감염 초기에 환자들을 발견해 격리 및 치료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사람 모이면 감염 전파 가능성 매우 커져
2015년 우리나라에 상륙한 메르스는 입원한 환자나 병원 외래를 찾은 환자, 의료진, 간병인 등 병원을 중심으로 감염이 전파됐다. 이와는 달리 코로나19는 직장이나 다중이용시설 등 일상생활을 하면서 감염될 수 있기 때문에 여전히 감염 위험성은 남아 있다는 문제가 있다. 메르스의 경우 유행이 계속되고 있는 중동에서 입국하는 이들 대상으로 검역 단계에서 철저히 발견한다면 국내 유행의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지만, 코로나19는 이미 지역사회 곳곳에서 감염될 수 있다는 의미다.
또 메르스는 고열, 근육통, 기침 등 감염 증상이 기존 호흡기 질환보다 강력해 감염된 환자들이 일상생활을 하지 못하고 곧바로 병원을 찾았지만, 코로나19는 감염 환자 10명 가운데 8명 이상에서 초기 감기와 같은 증상만 나타나 일상생활은 물론 여러 곳을 방문해 감염을 전파하는 문제 역시 남아 있다.
같은 코로나바이러스 계열이기 때문에 초기에는 치명률이 다소 높았던 메르스처럼 감염 예방에 초점을 맞춰야 했다면, 치명률은 다소 낮지만 전파가 잘되는 특징에 맞춰 중증으로 진행될 수 있는 환자들을 초기에 발견해 치료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감염 취약층 조기 발견 및 치료로 대응해야
감염병의 치료는 환자를 입원시키되 다른 환자와 의료진에게 감염이 전파되지 않도록 격리병실에서 치료해야 한다. 이런 시설이 없는 병원에 입원하면 해당 환자의 치료가 이뤄진다고 해도 의료진이나 다른 환자들에게 전파되는 문제가 있다.
실제 코로나19에 감염된 환자가 고의는 아니지만 수도권 대형 병원이나 지방 요양병원을 찾아 집단 감염이 나타났으며, 앞으로 집단 감염은 계속 나타날 수 있다. 자칫 다른 환자들의 진료를 맡은 병원이 폐쇄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런 문제를 막기 위해 정부에서 지정한 격리병실이 있는데 전국에 200개 정도이며 민간 병원까지 합하면 1500개가량으로, 대규모 감염 사태가 나타나면 크게 부족해지는 문제가 있다. 이번에도 당장 11일 기준 거의 8000명에 이르는 확진자가 생기자, 감염이 돼도 병원을 찾지 못해 사망하는 사례가 적지 않게 생겼다.
모든 재난이 마찬가지지만 특히 취약한 사람들이 있다. 감염병에서는 흔히 꼽는 대로 고령자, 만성질환자, 임신부 등이다. 코로나19 등 코로나바이러스에서는 예외적이지만 영유아나 어린아이도 마찬가지다. 다른 나라와는 달리 거의 모든 사람이 건강보험에 가입돼 있는 만큼 같은 코로나19 감염이라도 중증 질환을 앓거나 고령인 이들 중심으로 입원 치료를 공급하는 등의 대응 전략이 필요했다.
새로운 감염병 유행에 대해 정부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철저히 대비하겠지만, 감염자 및 사망자 수를 단순히 중계하기보다는 일정 시간이 지나 국내에서 새로운 감염병의 위험성이나 전파력이 어느 정도 검증되면 대응책이 달라질 수 있다는 청사진을 먼저 그렸어야 했다. 이번처럼 치명률은 낮은 편이지만 잘 퍼져 검역 단계 이후의 지역사회 감염이 예상되면 감염 차단과 함께 중증 환자 중심의 입원 체계로 대응할 수 있다는 대책을 처음부터 국민에게 발표했어야 한다는 뜻이다.
김양중 한국보건복지인력개발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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