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19 확진자가 늘면서 영세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이 커져가는 가운데 3월 4일 서울 광진구에 임대료 인하를 알리는 펼침막이 걸려 있다.│한겨레
추경에 바라는 소상공인의 기대
코로나19 확산으로 직격탄을 맞은 소상공인들은 재난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정부가 3월 4일 내놓은 추가경정예산(추경) 등 경제 대책에 거는 기대가 누구보다 크다. 정부는 전체 추경 금액 11조 7000억 원 중 8조 5000억 원을 소상공인 및 중소기업 지원과 얼어붙은 내수 살리기에 투입한다. 항목별로 보면 ▲중소기업·소상공인 지원 2조 4000억 원 ▲민생·고용안정 지원 3조 원 ▲지역경제 회복 지원 8000억 원 ▲방역체계 보강 2조 3000억 원이다. 이를 접한 소상공인들은 정부가 마련한 재원이 생업에 실질적으로 전달될 수 있도록 수혜 절차 간소화 등을 제안했다. 추경에 의지해 회생을 기대하는 소상공인과 중소기업 사업주들의 바람을 들어봤다.
대구 달서구에서 ‘포차’ 운영하는 박정수 씨
“융자보단 직접적인 피해구제안 나왔으면”
-현재 상황이 어떤가.
=주택가 동네 장사라 규모가 크지는 않다. 짜파구리, 찌개 등 저렴한 안주에 한잔 걸칠 수 있는 포장마차다. 평상시 주말 기준으로 하루 매출이 60만 원 선이었다.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요즘은 주말에 10만 원 벌기도 힘들다. 그렇다고 가게 문을 닫을 수도 없고 정말 환장할 노릇이다. 힘에 부쳐 얼마 전부터 주방 아주머니에게 그만 나오라고 말했다. 친구와 둘이 하루하루 버텨가고 있다.
-코로나19 피해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에 상당한 지원이 이뤄지는데.
=주변에 벌써 신청한 사장님도 있다. 접수 줄도 길고 제출 서류도 여러 개고, 소상공인지원센터가 연일 북새통이라고 들었다. 가게 차릴 때 대출받았는데 추가 대출은 정말 안 받고 싶다. 결국 빚이다. 당장은 일하는 사람도 줄이고 해서 버티고 있는데, 더 길어지면 어쩌나 걱정이다. 융자나 보증 확대 외에 소득 손실에 대한 직접적인 피해구제안이 더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대구 동성아트홀 운영하는 윤성근 프로그래머
“버틸 수 있을 만큼 체감이 될지가 관건”
-현재 상황이 어떤가.
=동성아트홀은 대구 최대 번화가인 동성로에 자리한다. 동성로 일대는 지금 70% 이상이 가게 문을 닫은 상태다. 우리 극장도 2월 20일부터 임시 휴업에 들어갔다. 3주째다. 불안하지만 조금씩 일상으로 초대를 준비하려 한다. 3월 12일 다시 문을 열 예정이다. 상영 시간 사이 휴식 시간을 길게 잡아 매 상영 전에 방역한 뒤 영화를 틀 계획이다.
-코로나19 피해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에 상당한 지원이 이뤄지는데.
=며칠 전 시에서 연락이 왔다. 임대료 등 지원이 가능하면 돕겠다는 말이었다. 너무 감사했다. 시 담당자는 임대료 6개월 치 지원을 언급했다. 문화체육관광부 지원금이라고 들었다. 된다면 너무 좋겠지만 기다려봐야 한다. 추경 관련해서는 방역 외엔 별도로 지원받을 게 없어 보인다. 주변의 자영업자들이 못 버티고 있다. 대출이자 1~2% 내기도 쉽지 않다. 정상화될 때까지 버틸 수 있을까, 구석구석 지원이 미칠 수 있을까. 버틸 수 있을 만큼 체감이 될지가 관건이라고 생각한다.
복합상영관 서울극장 전지영 실장
“정부에 의지 말고는 전혀 길이 보이지 않아”
-현재 상황이 어떤가.
=매출은 지금 말로 다 할 수 없을 정도로 떨어졌다. 다른 극장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상영관과 상영 회차를 크게 줄였고, 휴직 신청한 직원도 상당수다.
-코로나19 피해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에 상당한 지원이 이뤄지는데.
=현재 상황에서는 자체적으로 할 수 있는 게 없다. 정부에 의지하는 방법 말고는 전혀 길이 보이지 않는다. 급한 대로 정부에서 지원받을 수 있는 건 다 신청해보려고 알아보는 중이다. 우선 휴직 신청한 직원들의 급여를 지원해주는 고용유지 지원금을 신청해서 받기로 했다. 또 부가가치세 연기해주는 것도 신청했다. 사실 이걸로는 부족하다. 좀 더 실질적인 지원이 있으면 하는 바람이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해 휴업 중인 서울 송파구 한 아이스크림 매장 유리문에 3월 4일 시민들의 응원 메시지가 붙어있다.│한겨레
이대 앞에서 가죽 공방 운영하는 안태용 씨
“절차 간소화로 자금 통로 원활했으면”
-현재 상황이 어떤가.
=매출액은 2/3 정도, 거래 건수는 절반 줄었다. 그나마 ‘청년상인 창업지원사업’을 통해 창업한 것이 큰 힘이 되고 있다. 2년째인 2021년 2월까지 임대료 걱정은 안 해도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방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을 때 코로나19가 터져 앞으로가 걱정이다. 주변 상인들의 표정도 어둡다. 이대 쪽 상권 전체가 주말에도 손님이 거의 없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찍 문 닫는 곳도 많고, 한 달간 휴업에 들어간 곳도 몇 곳 된다.
-코로나19 피해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에 상당한 지원이 이뤄지는데.
=저리 융자와 융자를 받을 수 있는 기준 완화 등은 사업자 처지에선 충분히 고려해볼 만한 내용인 건 사실이다. 하지만 나 같은 소규모 상인에겐 대출 자체가 부담이다. 소상공인, 중소기업이 일선 창구에서 (지원을) 신청해 받아야 하는데 복잡한 절차가 문제다. 힘들게 마련한 재원이 실질적으로 전달될 수 있도록 자금 통로를 원활하게 해줬으면 한다. 그래서 온라인 시장 진출 지원에 눈길이 쏠린다. 4월을 목표로 온라인몰 론칭(사업 개시)을 준비하고 있다. 적극적으로 알아보고 도움을 받을 계획이다.
애니메이션 제작사 레트로봇(주) 양동명 이사
“미래의 보이지 않는 손실에 대해 보전해주길”
-현재 상황이 어떤가.
=애니메이션 제작업의 특성상 지금 당장 눈에 보이는 매출 변화는 없다. 그러나 중국 외주 작업이 코로나19로 전면 중단됐다. 제작 일정에 차질이 생기고, 이는 고스란히 제작비 상승 등으로 이어져 앞으로 고통과 손실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더 우려스러운 건 투자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이 높다는 불안감이다. 제작한 애니메이션 콘텐츠를 이용해 유아동용품을 만드는 제조생산 유통업자들이 이 사업에 투자해야 한다. 하지만 위축된 소비심리는 적극적인 투자를 꺼리게 만든다. 우리처럼 신규 제품을 론칭하는 회사는 시작도 하기 전에 망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코로나19 피해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에 상당한 지원이 이뤄지는데.
=정부에서 내놓은 추경안은 당장 자금조달이 힘든 기업들에는 도움이 될 수 있겠다. 하지만 우리 회사의 경우처럼 지금은 보이지 않는, 미래의 손실을 보전해줄 정책자금이 눈에 안 띈다. 곧 닥칠 불씨에 대한 대책이 절실하다.
영화제작사 (주)마노엔터테인먼트 오미선 대표
“대출보다는 고용유지지원금이 더 매력적”
-현재 상황이 어떤가.
=영화가 줄줄이 밀리고, 최근엔 극장 개봉 없이 부가서비스로 직행시킨 작품도 있다. 회사는 휴직 신청한 직원도 있고, 나머지는 급한 일만 처리하고 빨리 퇴근하게 하고 있다. 국내 영화 시장은 한마디로 올 스톱이다. 이러다 해외 마켓 출장도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제때 열릴지 걱정이다.
-코로나19 피해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에 상당한 지원이 이뤄지는데.
=회사를 운영하는 데 필요한 건 사람과 돈이다. 지금보다는 쉽게, 그것도 저렴하게 은행 대출을 받을 수 있게 한 건 의미 있다. 하지만 영세한 영화사 처지에서는 대출보다 고용유지 지원금이 상당히 매력적이다. 인력을 줄이지 않고 휴업수당을 주면서 고용을 유지하면 7월까지 매달 인건비 75%를 보전해준다고 들었다. 그 외에는 크게 와닿지 않는 게 사실이다.
심은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