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와 관중보호… 스포츠계도 ‘개점휴업’

2020.03.16 최신호 보기

▶2월 28일 전주실내체육관에서 프로농구 전주 KCC와 부산 KT전이 무관중 경기로 열리고 있다.│한국프로농구연맹

1896년 시작된 근대 여름올림픽이 중단된 경우는 딱 세 번이었다. 1916년 대회는 제1차 세계대전, 1940년과 44년 대회는 제2차 세계대전 때문에 중단됐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서는 세 차례 공백에도 대회 횟수에는 세 대회를 모두 포함시키고 있다.
전쟁으로 스포츠가 반드시 멈추는 것은 아니다. 대한체육회는 1952년 핀란드 헬싱키에서 열린 올림픽에 40여 명의 선수단을 파견했다. 1952년 8월 26일 <동아일보> 2면에는 “올림픽 파견 선수단 43명 환영 보고대회는 부산체육회 공동 주최로 부산극장에서 거행하기로 했다”는 기사가 실렸다. 6·25전쟁도 올림픽 선수단 파견을 막을 수 없었던 것이다.
2020년 3월, 코로나19의 공습은 스포츠 무대에서 전혀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올해 7월 예정된 2020 도쿄올림픽의 연기 가능성까지 나온다. 한국의 대표 스포츠 종목인 프로축구, 프로야구, 프로농구, 프로배구 등 4대 프로스포츠 리그는 3월 10일부터 전면 중단됐다. 아마추어 경기도 거의 열리지 않는다. 각 종목의 국가대표 선발전이나 올림픽 예선전도 코로나19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 조기 축구나 클럽 활동, 체력 단련(피트니스) 등 개인적 스포츠 모임을 제외한 공식적인 스포츠 행사는 거의 멈춘 것으로 보인다. 이런 까닭에 한 신문은 1979년 10·26사태 이후 대한체육회 산하 스포츠 단체와 프로스포츠 활동이 모두 정지했다고 썼다.
실제 1982년 출범한 프로야구가 시범 경기를 취소한 것은 처음이다. 프로야구는 3월 28일 정규리그 개막을 예고하고 있으나 상황에 따라 더 미뤄질 수 있다. 1983년 시작된 프로축구가 개막전을 연기한 것도 초유의 일이다. 프로축구는 정확한 날짜를 못박지 않았지만 3월 중 리그 경기가 열릴지 불분명하다.
 
흥행 고점에 직격탄 맞은 농구와 배구
겨울 스포츠인 농구와 배구는 흥행 고점에 직격탄을 맞았다. 남자농구와 남녀배구는 2월 말부터 사실상 리그를 중단했고, 일부 외국인 선수들은 불안감을 이유로 한국을 떠났다. 여자 프로농구도 3월 10일부터 2주간 리그를 세웠다. 한국여자농구연맹(WKBL)은 “선수와 관계자의 건강을 최우선으로 두고 무관중 경기(관중 없이 치르는 경기)로 진행했으나 코로나19의 확산이 진정되지 않고 선수단이 장기간 외부와 격리돼 발생하는 문제로 리그를 일시 중단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무관중으로 경기를 하거나 리그를 중단하면서 선수와 감독, 관중은 새로운 경험을 하고 있다. 프로농구 서울 SK 나이츠의 문경은 감독은 2월 말 무관중 경기를 치르면서 “경기장 분위기가 다르다. 관중의 소중함을 절실하게 느낀다”고 고백했다. 선수들도 “휑한 체육관에서 뛰면서 관중 앞에서 얼마나 행복하게 경기했는지를 실감한다”고 말한다.
세계적으로도 코로나19로 인한 스포츠 대회 파행은 확산될 기미다. 유럽에서 가장 많은 확진자와 사망자가 나온 이탈리아에서는 프로축구 세리에A가 무관중으로 열리거나 연기되고 있다. 유벤투스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3월 9일 토리노에서 열린 인터밀란과 안방 대결을 위해 경기장에 들어갈 때 허공을 향해 하이 파이브를 하는 등 무관중 상황에 대한 아쉬움을 표시하기도 했다. 이날 경기장에는 팀 관계자들만 체온 측정 등을 거친 뒤 출입할 수 있었는데, 텅 빈 경기장에서 선수들은 평소보다 힘이 빠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텔레비전으로 중계되는 세리에A 경기가 무관중 상태라도 계속될 수 있을지는 불분명하다. 이탈리아 정부가 이날 경기를 강하게 비난했기 때문이다. 외신은 빈첸초 스파다포라 이탈리아 체육부 장관이 “코로나 바이러스로 1600만 명의 사람들이 격리된 나라에서 축구를 하는 것은 미친 짓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토리노(피에몬테주)와 밀라노(롬바르디아주) 등 이탈리아 북부 도시들은 코로나19 감염자가 주로 발생하는 지역에 있다. 세리에A에서는 4월 초까지는 무관중 경기를 예고하고 있는데, 당장이라도 상황이 개선되지 않으면 무관중 경기마저 중단될 것으로 보인다.
 
세리에A에 이어 EPL도 무관중 경기 가능성
세계적 인기를 끌고 있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도 코로나19의 공격을 받고 있다. 외신은 조만간 프리미어리그 사무국에서도 무관중 경기에 대한 결정이 이뤄질 것이라고 보도하고 있다. 영국 정부가 많은 사람이 모이는 것을 극도로 우려하기 때문이다. 대부분 무관중 경기를 거쳐 리그가 중단되는 것이 하나의 과정이기 때문에 유럽 축구 전체가 멈출 수도 있다.
미국에서도 프로농구(NBA),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프로축구(MLS), 프로야구(MLB)가 매우 민감하게 코로나19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선수 보호를 위해 NBA 사무국이 각 팀에 선수와 접촉하는 구단 관계자나 경기 요원 수를 줄이라고 지시하고 있다. 선수들이 팬에게 사인을 해주거나 악수하는 등의 접촉을 금지하는 것은 물론이다. NBA는 무관중 경기까지 고민하고 있고, LA 레이커스의 르브론 제임스 등 스타 선수는 관중이 없다면 뛰지 않겠다고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상황이 악화된다면 미국 정부 차원에서 스포츠 행사에 대한 중지 요청을 할 수도 있다. 북미아이스하키리그에서는 경기 뒤 클럽하우스를 취재진에게 열지 않기로 했고, 경기장엔 장갑 등 보호 장비를 낀 운영 요원이 등장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전염병 바이러스는 스포츠에 가장 치명적이다. 선수와 관중이 감동과 열정을 나누고 호흡하는 스포츠 현장에서 빠르게 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전례 없는 타격을 안기는 코로나19를 극복하기 위해 스포츠계가 웅크리고 있다.

김창금_ <한겨레> 스포츠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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