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 환자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로 바라봐야”

2020.02.24 최신호 보기

▶김양중 한국보건복지 인력개발원 교수│한겨레

김양중 한국보건복지인력개발원 교수
국내에서 코로나19 확진환자가 발생한 지 한 달가량이 지났다. 1월 20일 처음 확진환자가 나온 뒤 약 한 달 되는 시점인 2월 19일 기준 확진환자 수는 51명, 완치해 격리 해제된 환자는 16명이다. 다행히 국내 사망자는 없다. 현재 상황으로 보면 코로나19의 치명률은 낮을 거라는 게 중론이다. 코로나19 확진환자를 치료하는 의료진도 기자회견을 통해 “현재 확진자들의 임상증상(질병에 걸렸을 때 나타나는 현상)으로 볼 때 코로나19는 중증질환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지금까지 상황에 비춰봤을 때 코로나19만의 특성, 이에 따른 대처법 등을 전 <한겨레> 의료 전문기자로 메르스, 신종 인플루엔자, 사스 등을 취재한 바 있는 김양중 한국보건복지인력개발원 교수에게 2월 14일 물어봤다.

-현재 상황으로 보면 코로나19의 치명률은 높지 않아 보인다.
=새로운 바이러스는 감염 유행 상황이 정리돼야 치명률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지만, 2월 19일 오전 기준 코로나19는 전 세계적으로 2.7%의 치명률을 기록하고 있다. 중국 이외 필리핀, 홍콩, 대만, 일본, 프랑스 등 각각 1명이 숨진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이외 국가의 치명률은 0.5%가량이다.
최근 인류에게 나타나 생명을 위협한 새로운 바이러스의 예를 들면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는 치명률이 34.4%, 에볼라는 40.4%나 됐다. 감염된 사람 10명 가운데 3~4명은 숨졌다는 얘기다. 이에 견줘보면 코로나19는 치명률이 매우 낮다고 평가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완치된 사람들은 ‘약간 독한 감기 정도’라고 표현했다. 2월 20일 기준으로 중증 상태가 없어 국내에서는 치료가 잘되고 있다 할 수 있다. 2015년 메르스 유행 당시 우리나라 치명률이 약 20%를 기록했는데, 코로나19는 메르스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치명률이 낮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앞으로 상황은 달라질 수도 있다.

-반면 전파력은 높다는데 어느 수준으로 보는가?
=중국에서 퍼진 코로나19는 변동 가능성이 있긴 하지만, 다른 코로나바이러스 질환인 메르스와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의 중간으로 평가된다. 메르스는 환자 1인당 0.5~1명, 사스는 2~5명에게 전파됐는데, 코로나19는 메르스보다 높되 사스보다는 낮을 것으로 예측됐다.
우리나라의 경우 메르스는 초기 발견이 늦어 대형 병원을 중심으로 많이 퍼졌고, 첫 환자 확인 뒤 20일이 됐을 때 환자 수가 이미 100명가량이었다. 코로나19의 경우 같은 기간 환자 수는 25명으로 훨씬 적다. 이는 보건당국이 메르스 사태를 교훈 삼아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규칙적 운동으로 체력 유지하는 게 면역력 높이는 방법
-코로나19의 ‘무증상 감염’과 관련해 불안해하는 시민도 있다.
=독일에서 중국인 환자를 진단한 사례의 경우, 당시 연구자들이 중국인 환자를 제대로 인터뷰하지 않은 채 무증상 감염으로 진단한 것이었다. 이후 다시 조사해 보니 약한 증상이 있어 해열제 등을 먹어 무증상 감염은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이후에도 증상이 매우 약하거나 환자가 느끼지 못하는 상태에서 감염된 정황 등이 나타나고 있는데, 무증상 감염은 두 가지 의미가 다 있다. 나쁘게 보면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상황에서도 주변에 감염을 전파할 수 있으니 방역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
자칫 코로나19에 감염된 경우 누구에게 옮겨왔는지 찾을 수 없어 감염을 조기 차단하는 데 문제가 생길 수 있는 것이다. 무증상 감염에 대한 논란이 있지만 우리나라 보건당국이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증상이 나타나기 하루 전 접촉한 이들까지 추적 조사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무증상 감염의 경우 다른 측면도 있는데, 바로 코로나19 감염이 얼마나 약한 감염 질환인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즉 감염된 뒤 일부 증상이 있지만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 약하게 앓고 지나가는 과정에서 다른 사람에게 전파했다고도 볼 수 있다. 물론 이 경우에도 긴장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한다. 다른 이들에게는 무증상 감염처럼 지나갔지만, 면역력이 매우 약해 바이러스 증식이 빨라 폐렴 등 합병증이 나타날 수 있는 사람도 있으니까 말이다.

-바깥 활동을 안 하는 사람들도 있다. 지금 상황에서는 과잉 대응이라고 볼 수 있나?
=다른 나라에서 생긴 신종 바이러스 감염의 경우 치명률과 전파력 등이 제대로 파악되지 않았을 때는 바이러스가 국내에 들어오지 않도록 대응해야 한다. 중국 등을 여행하면서 열, 기침 등 조금이라도 증상이 있으면 검역당국에 신고하고, 평소 손 씻기나 기침 예절 등 개인위생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 현재 코로나19의 치명률 등 위험성을 봤을 때 개인위생은 철저히 지켜야 하지만 일상생활을 하지 않을 필요까지는 없다. 사람들이 많이 모인다고 운동장 등을 폐쇄하는 경우도 있는데 오히려 규칙적인 운동으로 체력을 유지하는 것이 면역력을 높이는 방법이다.

-지금까지 나온 코로나19의 특성으로 봤을 때 이제 정부는 어떤 점에 방점을 두고 대처해야 하나?
=코로나19의 전파 가운데 초기에 벌어진 논란은 2015년 우리나라에 퍼졌던 메르스보다 전파 속도가 빠르다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중국의 특정 지역에서 시작됐지만 곧바로 전역으로 번졌고, 이어 중국과 교류가 잦은 나라들 즉 싱가포르, 일본, 필리핀 등 아시아 국가를 비롯해 미국이나 유럽 국가들로 퍼졌다.
중요한 논쟁 지점 가운데 하나는 우리와 교류가 많은 중국에서 대다수의 환자가 나왔기 때문에 이 감염병은 마치 중국인들의 질환처럼 인식된 측면이 있다. 이 때문에 중국인의 입국 금지 등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었고, 중국인이 많은 서울의 한 지역을 감염이 쉽게 발생할 수 있는 환경으로 묘사하는 기사가 나오기도 했다.
또 우리나라 사람들이 감염됐을 때 인터넷이나 누리소통망(SNS) 등에서 감염된 이들의 동선까지 모두 공개해 인권침해 논란도 나오고 있다.
감염 환자를 가해자로 바라보면서 혐오와 차별 대상으로 인식하는 문제도 나올 수 있는데, 코로나19나 메르스, 바이러스 등에 감염된 환자들은 사실 가해자가 아니라 피해자다. 그럼에도 이들을 혐오와 차별 대상으로 바라본다면 이후 감염된 환자들은 자신의 감염 사실을 숨기게 되고 이로써 감염이 더욱 퍼질 수 있다.
중국에서 시작돼 빠르게 퍼지는 코로나19의 대책 가운데 중국인을 비롯해 우리나라 또는 다른 나라의 감염자들이 혐오와 차별 대상이 되지 않도록 정부가 세심한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전염병 확산 예방에 마스크 착용, 손 씻기 등이 얼마나 효과 있나?
=대부분의 호흡기 감염병은 코나 입을 통해 나온 분비물이 다른 사람에게 전달돼 감염된다. 분비물에 든 바이러스가 다른 사람에게 옮겨가는 것이다. 바이러스 입장에서 보면 한 사람의 호흡기에서 번식해 가래 등이 만들어지고, 그 가래가 기침 등을 통해 밖으로 나오면서 다른 사람에게 옮겨가 종족 번식을 할 수 있는 것이다.
흔히 호흡기에서 나온 분비물이 직접 다른 사람의 호흡기로 전파된다고 생각하기 쉽다. 물론 가까운 거리에서 식사를 하거나 함께 생활하면 이럴 가능성은 커진다. 하지만 분비물이 묻은 물건을 다른 사람이 만지고, 이후 이 사람이 코나 입 근처를 만지면서 감염되는 경우가 매우 많다. 이 때문에 보건당국이 철저한 손 씻기를 강조하는 것이다. 혹시라도 교통수단 등에서 손이 오염돼 감염이 나타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마스크는 원래 감염 증상을 보이는 사람들, 즉 기침 등을 하는 사람이 써서 분비물이 다른 사람에게 전파되지 않게 하는 예방 조치다. 그런데 이번에는 증상이 없는 사람들이 예방을 위해 구입하면서 일부에서 품절 현상이 벌어지기도 했다. 코로나19 환자가 별로 없었던 미국의 경우 질병관리본부에서 일반인은 마스크 쓸 필요가 없다고 권고한 이유이기도 하다. 마스크를 사용할 때 주의할 점은, 마스크를 쓰거나 벗었다가 다시 쓸 때 꼭 손을 씻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마스크 안쪽, 즉 입이나 코가 닿는 부분은 손으로 만져서는 안 된다. 자칫 오염된 손으로 이 부분을 만지면 오히려 감염에 더 취약해질 수 있다.

▶코로나19 진원지인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2차 전세기로 귀국해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서 격리 생활을 한 교민들이 2월 16일 오전 아산 시민들의 배웅을 받으며 전세버스에 탑승해 퇴소하고 있다.│한겨레

사회 전체가 면역력 갖도록 건강 격차 줄여야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력을 키우기 위해 평소 어떤 활동을 하면 좋은가?
=바이러스나 세균으로부터 우리 건강을 지키는 방법은 우선 예방접종이 있다. 미리 약하게 만든 바이러스 등을 우리 몸의 면역계가 겪게 해 면역력을 학습시키는 방법이다. 하지만 코로나19는 예방접종이 없기 때문에 평소 운동이나 올바른 식습관, 개인위생 등으로 면역력을 키워야 한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경제적 곤란 등 생활 형편이 좋지 않아 면역력이 약해진 사람들이다. 이들은 바이러스 감염에 더욱 취약해 감염을 전파시킬 우려가 있다. 흔히 ‘건강 격차’라는 표현을 쓴다. 개인이 아무리 면역력이 높더라도 한 사회에 감염이 퍼지면 그만큼 감염 위험은 커지므로, 사회 전체가 면역력을 갖기 위한, 즉 건강 격차를 줄이는 정책도 필요하다. 감염은 전파가 매우 중요한 요소인 만큼 함께 건강해야 감염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그 밖에 코로나19와 관련해 전달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신종 감염병과 같은 위기 상황이 오면 늘 ‘가짜 뉴스’가 퍼집니다. 감염병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는 불안을 밑천으로 퍼져나가는 것이다.
특히 중국처럼 정보 차단이 가능한 나라라면 가짜 뉴스는 더욱 퍼져간다. 이번 코로나19는 우리나라 보건당국이 발 빠르게 감염 정보를 공개하면서 그런 불투명성은 덜해지는 것이다.
중요한 점 하나는 감염병 위기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거나 상업적 수단으로 삼아서는 곤란하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국민이 감염병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고 있어야 합니다. 왜 감염병이 생기며 어떤 조건에서 퍼지는지등 기본 지식이 필요하다. 평소 이런 지식이 있으면 위기 상황을 헤쳐나가는 방법도 찾으며, 지나친 불안에 빠지지도 않는다. 아울러 정부는 감염병 위기를 막기 위한 인력, 병원 등 시설, 장비를 지금보다 철저히 갖춰놓을 필요가 있다.

김청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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