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8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창용중학교에서 관계자들이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드론 방역을 하고있다.│연합
정부 대책 종합
저비용항공사에 최대 3000억 원 융자
코로나19로 닥칠 경제 위기를 우려해 정부가 이번 사태로 어려움을 겪는 관련 산업에 각종 지원을 하기로 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코로나19와 관련해 “항공, 해운, 관광, 외식업에 4200억 원 규모의 긴급 융자 및 경영자금을 지원하겠다”며 “민간의 투자·소비·수출 등 정상적인 경제활동이 이뤄지도록 다시 한번 힘을 모아달라”고 촉구했다.
홍 부총리는 2월 1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코로나19 대응 경제관계장관회의 겸 일본 수출규제 관련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관광·외식업 및 항공·해운업 긴급 지원방안’을 발표했다.
먼저 정부는 일시적으로 유동성 위기에 처한 저비용항공사(LCC)에 최대 3000억 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2월 5일부터 한중 노선에 적용 중인 운수권·슬롯 미사용분 회수 유예조치는 중앙사고수습본부 발표에 따른 여행 자제와 여객 수요 등을 고려해 대상 지역을 확대할 방침이다. 2019년 동기 대비 여객이 감소한 항공사는 3월부터 최대 3개월간 공항시설 사용료에 대한 납부를 유예한다. 또 상반기 중 항공수요 회복이 되지 않을 경우에는 6월부터 2개월간 착륙료를 10% 감면하고 인천공항 조명료 등 각종 사용료의 감면기한 연장을 검토할 예정이다. 아울러 항공사에 신규 과징금 발생 시 1년간 과징금 납부를 유예하고 2020년 6월까지였던 항공기 안전성 인증(감항증명)과 수리·개조 승인에 대한 수수료 50% 감면 기한을 2년 연장하기로 했다.
그 밖에 정부는 중화권 노선을 대체할 신규 시장 확보를 위해 운수권 배분·신규 노선 발굴 등도 신속하게 추진하기로 했다. 먼저 아시아권 이외 대체노선 확보와 중장거리 노선 확대를 위해 프랑스 파리, 헝가리 부다페스트, 포르투갈 리스본, 인도 뉴델리 등에 대한 운수권을 2월 말 배분하기로 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항공은 국가 간 인적·물적 이동의 핵심 수단인 만큼 국제적 감염병이 발생하면 가장 먼저 직격탄을 맞는 분야”라며 “유동성 부족을 극복하기 위한 긴급자금과 함께 항공수요 조기 회복을 지원하기 위한 방안을 이번 긴급대책에 담았다”고 설명했다.
해운업계 긴급경영자금 600억 원 지원
한편, 정부는 해운업계에도 긴급경영자금 600억 원을 지원하고 ‘항만시설 사용료’와 ‘여객터미널 임대료’ 등을 크게 감면해주기로 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1월 30일부터 한중 여객운송이 전면 중단되면서 한중 항로 여객선사와 국제여객터미널 입주업체의 매출이 급감한 데 따른 조치다.
정부는 여객운송 중단으로 어려움을 겪는 여객선사에 총 300억 원 규모의 긴급경영안정자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지원대상은 여객운송이 중단된 14개 선사 가운데 자금 지원을 희망하는 선사이며, 지원금은 업체당 최대 20억 원이다.
아울러 여객운송이 완전히 중단된 기간에는 항만시설 사용료를 100% 감면하기로 했다. 여객운송이 일부 재개된 이후에도 감염 경보가 해제되기 전까지는 60%를 감면한다.
국제여객터미널 입주 상업시설 업체의 경우 여객운송 중단기간 임대료(연간 약 42억 5000만 원)를 최대 100% 감면하고 운송이 일부 재개되더라도 감염 경보 해제 시까지는 50% 감면해주기로 했다.
화물 선사에 대한 긴급 유동성 지원, 선박검사 유효기간 연장 등의 조치도 시행한다. 해양진흥공사의 금융 지원을 받은 선박에 대해서는 감염 경보가 해제될 때까지 ‘매각 후 재임차(세일 앤드 리스백, S&LB·Sale and Lease Back)’ 원리금 등의 납부를 유예한다. S&LB는 선사의 선박을 매입한 뒤 선사에 재임대해 유동성을 지원하는 것을 말한다.
정부는 이번 사태가 3개월 이상 지속하고 한중 항로의 항만 물동량 감소가 입증되면 기존보다 강화된 S&LB 사업으로 화물 선사에 유동성을 추가로 공급할 계획이다.
중국 내 수리조선의 축소 운영에 따라 선박 수리, 탈황장치 설치가 지연되면서 선박 운영에 차질을 겪고 있는 선사에 대한 지원도 추진한다. 정부는 수리 지연으로 선박 검사 기간이 지나는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기존 협약증서와 검사증서의 유효기간을 3개월 연장하는 조치를 이미 시행하고 있다. 한편, 중국 내 공장 가동 저하 등으로 피해를 본 항만 하역사에는 긴급경영안정자금 300억 원(하역사당 최대 20억 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일본에 정박 중인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에 탑승했던 한국인 6명과 일본인 배우자 1명이 2월 19일 새벽 김포공항에 착륙한 공군 3호기에서 내리고 있다.│한겨레
관광업계에 500억 원 무담보 특별융자
코로나19로 관광업계 역시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정부는 담보 능력이 없는 관광업체의 자금 애로 해소를 위해 500억 원 규모의 ‘무담보 신용보증부 특별융자’를 1% 저금리로 지원하기로 했다. 또한 최대 30억 원인 일반 융자도 지원 대상을 확대해 지원한다. 관광기금 융자 상환도 신청하면 2월 17일부터 1년 유예할 예정이다. 홍 부총리는 “피해 숙박업체에는 재산세 감면을, 영업 중단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면세점에는 특허수수료 납부기한을 최대 1년 연장 및 분할납부 허용 등의 조치를 하겠다”고 말했다.
소비 활성화 차원에서 현행 3조 원 한도의 지역사랑상품권 발행 규모도 확대를 검토하기로 했다. 또한 피해기업 고용유지지원금 지원요건도 더욱 완화해 혜택을 지원한다.
외식업체에 대해서는 현재 100억 원 규모인 외식업체 육성자금 지원 규모를 확대하고, 지원 금리도 0.5%포인트 인하하기로 했다. 아울러 관광지와 외식업체에 대한 소독 방역을 강화하고 방역물품 추가 지원 등으로 이동과 방문 수요를 유도하는 한편 푸드페스타 조기 개최, 주요 관광지 시설 보수·현대화 조기 추진 등으로 외식·소비 분위기를 확산할 계획이다.
‘착한 임대료’ 운동 전국 확산 분위기
코로나19의 장기화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영세 자영업자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임대료의 최대 20%를 깎아주는 이른바 ‘착한 임대료’ 운동도 불고 있다. 전주에서는 2월 12일 한옥마을에 이어 전통시장, 옛 도심으로까지 점차 확산하는 추세다.
경기도 김포시 장기동의 한 건물주도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자영업자들의 고통을 분담한다며 4개 점포의 임대료를 100만 원씩 내리기로 했다. 경기도 수원시도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한 대책의 하나로 지역 내 22개 전통시장과 상가 임대료 인하를 추진하고 있다. 수원시는 조만간 상인회 대표들을 만나 임대료 인하 문제를 공론화한 뒤, 상인회가 상가 주인과 협의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코로나19 사태 극복을 위한 경제활력 제고 대책과 관련해 이달 말 1차 대책을 내놓을 전망이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2월 18일 브리핑을 통해 “소상공인들의 경우 (건물주들이) 자발적으로 임대료를 인하하는 운동까지 하고 있으니, 이를 뒷받침하는 정책을 정부가 내놓을 것”이라며 “다양한 우대 조치(인센티브)를 검토하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다.
싱하이밍 대사 “한국, 친형제 같은 정 보여줘”
한편, 이번 코로나19 사태의 대응 및 협조와 관련해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가 “한국이 보여준 형제같이 두터운 ‘이웃의 정(隣里情)’과 고락을 함께하는 ‘친구의 의리(朋友義)’를 중국 국민은 마음속 깊이 새길 것”이라고 밝혀 화제가 되고 있다.
싱하이밍 대사는 2월 17일 중국 <인민일보>에 게재한 ‘이웃 간의 우정, 친구 간의 의리’라는 제목의 기고문을 통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은 ‘중국의 어려움이 곧 한국의 어려움’임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또한 “문 대통령이 ‘이웃을 돕는 것은 곧 자신을 돕는 것인 만큼 한국 정부는 중국의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지속적으로 지지를 보내고자 하며, 시진핑 주석의 지도로 중국 국민은 반드시 어려움을 조속히 극복하고 더 큰 발전을 실현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그는 “짧은 몇 마디였지만, 매우 감동적이었다. 중국이 잠시 어려움을 겪을 때 가까운 이웃인 한국은 단호하게 중국 국민의 편에 서줬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정부와 기업, 각계 인사들은 여러 방식으로 중국 측에 적극적인 도움과 지지를 보냈다”고 밝혔다. 또 “이번 코로나19와 싸움에서 한국 국민이 보여준 형제같이 두터운 ‘이웃의 정’과 고락을 함께하는 ‘친구의 의리’를 중국 국민은 마음속 깊이 새길 것이다. 어려울 때 서로 돕는 양국의 우호적 전통은 중한 관계가 더 큰 발전을 이루도록 추진하는 강력한 동력이 될 것이다”라고 밝혔다.
일본에서는 우리 정부의 코로나19 사태 대응을 본받아야 한다는 취지의 칼럼이 실려 화제다.
<산케이 신문>이 2월 18일 한국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을 소개하면서 아베 신조 정부가 이를 배워야 한다는 내용의 칼럼을 실었다. 이 신문의 구로다 가쓰히로 서울 주재 객원 논설위원은 ‘모든 재난은 인재다’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한국의 코로나19 봉쇄가 성공하고 있는 중이다”라며 “지난번 다수 사망자를 낸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때의 교훈도 있어, 이번은 당초부터 민관이 합심해 대대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역사회 추가 감염 확산 차단 총력
정부는 지역사회 집단 감염이 우려됨에 따라 지역사회 내 감염 확산을 막는 데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보건당국은 2월 20일부터 개정된 ‘코로나19 대응지침’(6판)을 적용해 검사 대상을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우선 확진자를 조기에 찾아내기 위해 진단검사를 확대한다. 새 지침에 따르면 국외 여행력이 없지만 중국 입국자와 접촉이 잦은 경우, 입원이 필요하지 않을 정도의 폐렴 환자 등도 검사 대상에 포함된다.
원인 불명 폐렴으로 병원에 입원한 환자들에 대해선 음압병실이나 1인실에 옮긴 뒤 감염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방안도 마련했다. 지금까진 중국을 비롯한 코로나19 유행 국가에서 입국한 뒤 의심증상이 있거나 원인 불명의 폐렴이 발생했을 때 의사 소견에 따라 진단검사를 할 수 있었다. 확진자와 가깝게 지낸 접촉자에 대한 관리도 강화된다. 의료인이나 간병인, 오랜 시간 환자와 함께 머문 가족과 지인 등은 자가격리 13일째에 검사를 하고 14일째에 격리를 해제하기로 했다. 또 발열·호흡기 등 의심 증상이 나타난 환자들을 별도로 치료하는 외래진료 체계 구축을 검토 중이다. 무엇보다 장기화에 대비해 환자 증상에 따라 보건소·공공 및 민간 의료기관별로 역할을 달리하겠다는 방침이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2월 19일 정례 브리핑에서 “코로나19가 치명적이지는 않지만 전염력이 높아 검역이나 의료기관 진료체계 내에서 확인하지 못하는 환자가 나올 수 있고, 그들이 감염원이 될 가능성도 있다”며 “의심환자들이 신속하게 검사를 받을 수 있는 여건, 발견된 환자를 신속히 격리할 수 있는 병상 확보, 이를 치료할 수 있는 의료진 확보가 최우선으로 필요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2월 19일 코로나19 확산으로 임시휴업했다가 다시 문을 연 광주 남구 광주 공원 사랑의식당에서 노인들이 식사를 하고 있다.│연합
“코로나19 관련 경제계 건의 신속하게 수용”
청와대가 2월 19일 코로나19 탓에 어려움을 겪는 대기업과 경제 단체들의 건의 사항을 수용하기로 했다. 핵심 수입 부품에 대한 관세 특례확대, 반도체 운송을 위한 화물기 증편, 법인세 납부 기한 연장 등이 포함됐다.
윤재관 청와대 부대변인은 “청와대는 비상한 시기인 만큼 실기하지 않기 위해 2월 13일 개최된 ‘코로나19 대응 경제계 간담회’에서 제시된 총 16개의 경제계 건의 사항을 전폭적으로 수용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윤여철 현대차 부회장, 최태원 에스케이(SK) 회장, 황각규 롯데그룹 부회장 등이 참석해 문 대통령에게 어려움과 건의 사항을 전달했다.
청와대는 ‘내수 진작을 위해 회식이 주 최대 52시간제에 저촉되는지 우려를 해소해달라’는 이재용 부회장의 건의에 “자율적 회식은 주 52시간제와 무관하다는 것을 적극적으로 홍보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차 윤 부회장이 ‘항공관세를 해상운송 기준으로 한시적으로 인하해 달라’고 한 건의에는 관세 특례확대를 2월 5일부터 소급해 항공 운송을 통한 핵심부품 조달비용 경감을 위해 관세 부과 기준을 항공운임에서 해상운임으로 바꾸겠다고 했다. 항공운송 관세는 해상운송 관세의 15배다.
“반도체 부품의 원활한 운송을 위해 한중간 화물 운송 항공편을 축소하지 말 것을 요청해 달라”고 한 최태원 에스케이 회장의 건의에는 “현재 화물기는 감축 계획 없이 정상 운항 중이고 항공사가 화물기 증편 등을 국토부에 요청하면 즉시 허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통령께서 쇼핑몰에 한 번 들러달라”는 황각규 롯데그룹 부회장의 요청에는 “주요 계기를 활용해 문 대통령이나 김정숙 여사가 행사에 참석할 수 있도록 추진하겠다”고 했다. 청와대는 또 “콘텐츠 투자 펀드를 신설하고 3월과 6월, 9월에 각각 게임, 음악, 애니메이션 지원 정책을 수립하겠다”며 문화콘텐츠 산업에 대한 정부 지원을 강화해달라는 씨제이(CJ)그룹의 건의도 수용했다.
김청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