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즈카페 환경안전관리 강화 현장
“냄새가 별로 안 나죠?” 충남 서산의 랜드마크인 ‘디퍼아울렛’ 4층에 들어설 키즈카페의 공사 현장에서 들은 첫마디다. 오픈을 앞둔 키즈카페 ‘D-BRIDGE(D-브리지)’의 인테리어를 책임지고 있는 결컴퍼니 박지원 실장이 건넨 말이다. 661m²(200평) 규모에 꾸며지는 D-브리지는 놀이시설 제작 시공 전문업체인 플라이방과 결컴퍼니가 함께 작업하는 현장이다. 1월 14일 점심시간이 끝날 시간에 맞춰 현장을 찾았다.
▶게티이미지뱅크
키즈카페가 달라지고 있어요
박지원 실장이 맨 먼저 안내한 곳은 키즈카페 안쪽에 들어설 미니 모험놀이 공간이다. 철제 기둥에 페인트칠이 한창이다. “지금 기초 도료를 바르는 중이에요. 마르고 나면 한 번 더 발라야 해요. 바르고 있는 제품이 수성페인트이기 때문이죠. 수성페인트는 2회 칠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냄새가 덜하고 무엇보다 친환경적입니다.” 1회만 발라도 되는 유성페인트에 비교하면 인건비가 두 배 더 든다.
또 다른 공사 현장 한쪽에는 목재가 쌓여 있다. 목재엔 모두 ‘내수 E1 강성1급 침활혼용’이란 글자가 또렷하게 적혀 있다. “우리가 사용하는 목재는 폼알데하이드가 전혀 안 나오는 친환경 목재예요. 현장에서 일하는 분들이 눈이 따갑지 않다고 이야기해요.” 박 실장의 말마따나 현장에서 일하는 이들은 마스크만 착용할 뿐 보호안경은 쓰지 않고 일하고 있었다.
폼알데하이드에 오랫동안 노출되면 정서적 불안정, 기억력 상실, 정신 집중 곤란 등이 발생하며 호흡기가 약한 이들은 기관지 천식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심한 경우 암까지 일으키는 위험 물질이다.
친환경 목재는 서울에서 공수했다. “서산 지역에 있는 목재상에서 구매해 사용하려고 했는데, 구하기가 어려웠어요. 목재상들이 제가 주문한 목재를 다들 생소해했거든요. 써본 적이 없기 때문이죠. 하는 수 없이 제가 직접 서울에서 사왔습니다.” 친환경 소재에 대한 현장의 인식이 아직도 부족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지점이다.
어린이들이 다치지 않게 키즈카페 곳곳의 뾰족한 모서리는 모두 고무 마감재로 처리한다. 이때 나무와 마감재를 접착하기 위해 본드가 필요하다. “당연히 친환경 본드를 씁니다. 그러나 이마저도 안 쓰고 싶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어요. 번번이 실패했지만요. 현재로서는 최대한 본드를 안 쓰려 노력하고 있어요.” 이번 서산 키즈카페 현장에서 박 실장의 작업 목표는 ‘도료 사용을 최대한 적게’ 하자다.
어린이들이 뛰노는 공간인 만큼 화재에 대한 안전도 중요하다. 놀이기구와 바닥, 벽면 등 키즈카페 곳곳에 쓰는 스펀지와 매트는 모두 방염 소재다. 그중 딱딱한 스펀지는 바닥에, 부드러운 스펀지는 벽에 쓰인다. D-브리지에 사용하는 모든 원자재는 국가공인 검사기관인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KCL)에서 인증받은 제품들이다.
이렇게 친환경 자재로 인테리어를 하면 비용은 당연히 올라간다. 하지만 박 실장은 “10~15% 상승하는 수준입니다. 전체 비용에서 따져보면 큰 비중이 아니라고 봐요. 그동안은 점주의 인식이 가장 중요했어요. 제가 아무리 친환경을 외쳐도 점주의 생각이 다르면 못하니까요. 새해부터는 키즈카페도 법정 시설로 관리돼 기쁩니다.” 박 실장이 친환경 자재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중요하다. 그들의 건강과 직접적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또 하나는 이곳이 환경·건강 등에 민감 계층인 어린이들이 즐겨 찾는 장소이기 때문이다.
박 실장이 친환경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건 2년 전쯤이다. “아이방 가구의 유해물질 검출을 측정했는데 생각보다 심각해서 깜짝 놀랐어요. 나부터라도 아이들에게 안전한 공간을 만들어줘야겠다 싶었죠.” 이런 바람은 박 실장 개인의 생각만이 아니었다.
중금속, 환경호르몬 나오던 키즈카페
전국에 키즈카페가 2000여 개에 이를 정도로 늘어나는 추세다. 특히 겨울엔 키즈카페 같은 실내형 놀이시설이 더욱 인기를 끈다. 따뜻한 실내에다 공기청정기를 가동하는 곳이 많고 놀거리도 풍부해서 겨울철 아이가 있는 집에선 자주 찾는 장소다. 그러나 안심하고 아이들을 풀어놓기엔 위생이나 안전 상태가 왠지 불안하다. 이에 정부가 대대적인 합동 점검에 나섰다.
환경부가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2018년 9월부터 3개월간 전국의 키즈카페 1894곳을 조사했다. 정밀 조사는 키즈카페 내 울타리, 바닥 및 놀이기구 바닥 등을 조사한 것이다. 페인트칠한 실내외 시설, 시트지·벽지 등 마감 재료를 사용한 시설에서 중금속(납, 카드뮴, 수은, 6가 크롬)의 합이 700mg/kg을 넘거나 납이 420mg/kg 초과 시 부적합 판정했다. 그 결과 75.5%에 달하는 1430곳이 중금속 환경기준을 초과했다. 키즈카페 4곳 중 3곳이 중금속 오염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나 주의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중금속이 가장 많이 검출된 경기도 의왕시에 있는 키즈카페는 무려 80만 9100mg/kg이었다. 이는 적합 기준치의 무려 1156배다. 또 키즈카페 4곳 중 1곳은 실내 공기질이 기준치를 넘었다.
그런데도 일부 어린이 놀이시설에 개선 명령이 내려졌을 뿐 대부분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았다. 법령의 적용을 받지 않아 관리 사각지대에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환경부는 환경보건법 시행령 개정안을 2019년 6월 마련했다.
‘키즈카페’는 흔히 쓰이는 말이지만, 별도의 공식 업종으로 분류되지는 않는다. 키즈카페 내 시설물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미니 기차, 트램펄린, 에어바운스 등 유기 기구나 유기 시설이다. 해당 시설이 설치된 경우 ‘기타 유원시설업’으로 분류된다. 둘째는 그네, 공중 놀이, 미끄럼틀 등 어린이 놀이기구로, 해당 시설은 ‘어린이 놀이시설’로 분류된다. 개정안은 환경보건법상 관리시설인 ‘어린이 활동공간’ 항목에 기존 어린이 놀이시설, 어린이집, 유치원, 초등학교, 특수학교 교실 등 5개 공간과 더불어 기타 유원 시설, 완구를 놀이로 제공하는 키즈카페도 포함시켰다.
▶친환경 수성페인트로 철제 기둥에 칠을 하 고 있다. 키즈카페 곳곳에 쓰이는 스펀 지와 매트는 모 두 방염 소 재다 .
이젠 어린이집처럼 관리
이에 따라 2020년부터 키즈카페의 환경안전관리가 어린이집과 유치원 수준으로 강화된다. 어린이 활동공간에 포함된 키즈카페의 관리자나 소유자는 시설 등에 녹이 슬거나 페인트가 벗겨지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 또 중금속과 실내공기질도 환경보건법이 정하는 기준치 아래로 낮춰야 한다. 도료·마감재의 납 허용 검출 기준치는 600mg/kg 이하이며, 납·카드뮴·수은·6가크롬의 합이 1000mg/kg을 넘어서는 안 된다.
이를 지키지 않으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받을 수 있다. 환경부는 2019년 12월 31일 이전에 만들어진 키즈카페는 준비기간 등을 고려해 3년의 유예기간을 두기로 했다.
이제 더 건강하고 안전하게 키즈카페를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글 심은하 기자
사진 곽윤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