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티이미지뱅크
코로나19가 퍼지면서 개학과 개강이 연기되고 졸업식, 입학식이 취소되거나 축소되고 있다. 사람들은 그 학교는 괜찮은지, 하는 일에 지장은 없는지 걱정스레 서로의 안부와 안녕을 묻는다. ‘안녕하세요?’라는 말은 간밤의 안부를 확인하는 인사라기보다 자연스럽게 말을 건네거나 이야기를 시작할 때 꺼내는 첫마디에 가까웠는데, 바이러스 때문에 안녕을 묻는 마음이 달라졌다.
확진자가 늘어나면서 그들이 머물렀던 공간이 잠정 폐쇄된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사스, 메르스, 독감, 코로나19처럼 호흡기를 통해 건강을 위협한다는 사실에 공포를 느끼고 있다. 숨을 쉬지 않고 살 수 있는 사람은 없기 때문에 이 공포는 절대적이다.
여덟 살 된 아이의 감기가 오래간다 싶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동네 소아과에서 폐렴 진단을 받았다. 의사는 입원해 치료받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면역력이 많이 떨어진 상태라 요즘 같은 때는 그편이 나을 거라고 권했다.
가까운 대학병원에 가서 입원 절차를 밟을 때만 해도 우리의 걱정은 ‘아이가 얼른 나아야 하는데’에만 머물러 있었다. 코로나19 공포로 도시와 나라, 온 세계가 벌벌 떠는 이때 병원에 입원한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잘 알지 못했다.
엑스레이를 찍어서 폐의 상태를 보고 독감과 바이러스 검사, 피 검사를 한 뒤 아이는 일반적으로 어린이들에게 발병하는 폐렴에 걸렸다는 진단을 받았다. 의사는 길게는 일주일, 짧게는 3일 입원해 치료하면 좋아질 거라고 말했다.
문제는 코로나19로 병원 전체가 면회를 금지한다는 것이었다. 환자 한 명당 한 개의 출입증만 발급돼 병실에는 보호자 한 명만 머물 수 있고 그 외에는 면회가 금지되었다. 자신이 입원하면 할머니도 오고 사촌 동생도 와서 같이 병원에서 놀 수 있을 거라 생각했던 아이는 실망을 감추지 못했다.
내가 아는 병실의 면회 모습도 음료수나 과일을 사 들고 가서 간이침대나 의자에 앉아 이런저런 얘기 하며 환자와 보호자를 위로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1층 로비에서부터 출입하는 사람들을 통제하고 열 체크를 했다.
경비가 삼엄하다고 느낄 정도로 통제가 철저했다. 보호자 교대할 때도 병실에 올라가서 출입증을 건네받는 게 아니라 1층 로비에서 체온을 잰 뒤에야 출입할 수 있었다. 보호자로서는 안심이 되었지만 병실에 올라갈 때마다 줄 서서 체온을 재고 소독제를 문지르고 문진표를 작성할 때면 이 광경이 낯설고 공포스럽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사람과 접촉을 통해 바이러스가 옮는다는 사실 때문에 도로와 공공장소에 사람들이 줄어들고 모임이 취소되고 있다. 자발적으로 사람이 많은 곳에 가지 않고,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이 곁에 오면 피하며, 누군가 재채기나 기침이라도 하면 매서운 눈으로 쳐다본다.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사람들을 경계하는 것이다.
바이러스가 기승을 부리는 것과 상관없이 평소에도 손을 자주 씻고 소독제를 사용하는 등 개인위생에 신경 쓰는 것은 중요하다. 공공기관과 시설의 방역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이뤄지는 것 또한 필요하다. 그러나 질병 발생 가능성이나 질병 자체가 인간을 배제하고 혐오로까지 이어지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우리는 누구나 아플 수 있다. 병이 옮는 것도, 치료를 받는 것도 사람에서 사람으로 이어진다. 마음이 상하는 것도 위로를 받는 것도 사람에게서 일어난다. 특정 지역의 사람들 때문에 이렇게 되었다고 원망하는 이들과 마스크가 없는 곳에 마스크를 보내며 도우려 애쓰는 사람들을 동시에 본다.
별일이 없는 것을 알면서도 ‘안녕하세요?’라는 인사를 주고받는 날이 다시 오기를 간절히 바란다.
서유미_ 소설가. 2007년부터 소설을 쓰기 시작해 두 권의 소설집과 여섯 권의 장편소설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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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