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차 문화도시도 선정된 경기 부천시의 문화행사 모습
정부가 지역 주민의 일상적 문화활동을 증진하기 위해 생활문화 시설과 정책을 대대적으로 정비한다. 앞으로 전국 도서관·박물관·미술관마다 지역 주민이 참여하는 ‘생활문화동호회’를 운영한다. 예산 100억 원을 투입해 제1차 문화도시를 조성하고, 지역문화의 자율성과 권한을 늘리기 위해 지역문화협력위원회를 설치·운영할 수 있도록 ‘지역문화진흥법’ 개정도 추진한다. 이를 통해 지역문화 재정을 현재 3조 7000억 원(지방자치단체 예산 1.6%)에서 2024년 5조 9000억 원(1.8%) 수준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아울러 대도시와 읍·면 지역의 문화예술 관람률 차이를 12.7%포인트에서 10%포인트로 줄인다는 목표다.
문화자치 생태계 구축 등 4대 전략
문화체육관광부는 2월 10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제2차 지역문화진흥기본계획(2020~2024)’을 발표했다. 이번 계획에는 ‘포용과 혁신의 지역문화’라는 비전 아래 시민의 참여로 문화자치 생태계 구축, 포용과 소통으로 생활기반 문화환경 조성, 지역의 개성 있는 문화 발굴·활용, 문화적 가치로 지역의 혁신과 발전 등 4대 전략과 15개 핵심과제가 담겼다. 정부는 2014년에 제정된 지역문화진흥법 제6조에 근거해 지역문화 진흥을 위해 5년마다 중장기 계획을 세우고 있다.
전병극 문체부 지역문화정책관은 “제1차 지역문화진흥기본계획(2015~2019)은 지역문화 정책의 기본 방향을 제시하고 전문인력 양성, 생활문화 진흥 등 전반적인 지역문화 역량을 강화하고 기반 시설을 구축하는 데 기여했다”며 “이번 제2차 기본계획에서는 중앙정부와 광역·기초자치단체, 유관기관 단체들이 서로 소통하고 협력해 계획을 시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수혜자 관점에서 정책을 추진해 지역의 자율성을 확대한다”고 밝혔다.
지역문화 자율성 확대
지역 주민들이 주체적으로 지역문화를 살리고 키울 수 있는 법 제도와 재정적 토대를 마련한다. 법·제도적으로 지자체가 직접 다양한 주체 간 소통과 협력을 지원하는 지역문화협력위원회를 설치·운영할 수 있도록 지역문화진흥법을 개정한다. 재정적으로는 기존 지역문화재단의 지정기부금 단체가 법정기부금 단체로 지정될 수 있도록 지원해 지역 소재 기업과 공공기관의 문화 기부를 늘린다.
또한 지자체 대상 공모사업을 선정할 때 ‘문화 분야 주민참여예산제’ 운영 시 가점을 부과하는 방법으로 더 많은 지자체가 지역 주민의 높은 문화서비스 수요를 반영한 예산을 편성할 수 있도록 이끈다. 지역과 민간의 자율성을 제약하던 개별 공모사업들을 연계·통합하고, 국고보조사업의 실태를 조사해 복잡한 전달체계를 개편하는 등 구조적인 개선도 추진한다. 지역문화 관련 정보와 데이터를 수집하는 ‘지역문화현황통계’의 조사 주기를 단축하고, 이를 통합적으로 관리해 수요자 맞춤형으로 제공하는 ‘지역문화통합정보시스템’을 구축한다.
▶문화체육관광부의 폐산업단지 문화재생 사업의 하나로 자원회수시설을 개조해 만든 경기 광명 업사이클아트센터 | 문화체육관광부
도서관·박물관·미술관 ‘1관 1단’ 생활문화동호회 운영
또 국민이 일상 속에서 문화를 체험하고 참여할 수 있도록 ‘생활문화 진흥정책’을 재정비해 추진한다. 현재 국민의 80% 이상이 문화예술 행사를 관람하고 있지만 문화 행사나 동호회에 직접 참여하는 비율은 아직 10% 미만이다. 이에 앞으로 전국 도서관·박물관·미술관마다 지역 주민이 자발적으로 생활문화동호회를 구성해 활동을 펼칠 수 있게 ‘1관(館) 1단(團)’ 정책을 추진한다. 이를 통해 ‘누구나 어디서나 무엇이든’ 문화활동으로 발전시킬 수 있게 단계별 생활문화동호회 지원 프로그램을 도입한다.
노후화된 문화기반 시설을 재보수하고 서비스를 내실화한다. 전체 국공립 도서관, 박물관, 미술관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20년 넘은 노후 기관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컨설팅과 리모델링을 지원하고 SOC(생활사회간접자본) 시설과 복합화를 유도한다. 또 장애인, 어르신과 같은 사회적 약자가 문화기반 시설을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 인증’을 촉진한다.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 인증을 국립 박물관·미술관 평가인증지표에 포함하고, 접근성 강화를 위한 지침을 수립·배포해 문화기반 시설의 열린 환경을 조성한다.
고유문화 보존해 문화 창조력 보전
이 밖에도 고유한 지역문화의 훼손·소실을 막고 보전할 수 있게 지역문화진흥법에 지역문화를 발굴·활용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다. 지역의 문화를 응축하고 있는 고유한 지역어를 보전하고 창의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지역별 방언과 언어문화를 조사하고, 지역어 사전·지역 언어문화 지도 등도 제작해 그 활용 기반을 체계적으로 구축한다. 지자체, 교육청과 연계해 청소년 문화유산 교육을 강화한다. 지역 주도 콘텐츠 산업을 육성하고 지역문화를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기 위한 방안도 마련한다.
정부는 2020년부터 100억 원의 예산을 들여 특색 있는 문화자원으로 지역을 활성화하기 위한 ‘문화도시’를 조성한다. 제1차 문화도시는 2019년 말 경기 부천시, 강원 원주시, 충북 청주시, 충남 천안시, 경북 포항시, 제주 서귀포시, 부산 영도구 등 7곳이 지정됐다. 앞으로 5년 동안 각 도시가 특성화된 비전을 구현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상담하고 성과 관리를 지원한다. 아울러 지역별로 특색 있는 문화 거점이 될 수 있도록 2024년까지 전국에 문화도시 최대 30곳을 만들 계획이다.
‘문화지구’가 특색 있는 문화자원·활동·업종을 보전하고 육성할 수 있도록 지침을 만들고 법령을 개정해 실질적인 혜택을 마련한다. 그리고 ‘문화 취약 지역’에 대한 기준을 세우고, 취약 지역을 집중적으로 지원해 지역 간 문화 격차를 해소한다. 전병극 지역문화정책관은 “지역이 원하는 문화정책을 세우고 추진할 수 있도록 지역과 동반자적 관계에서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박순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