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운영하는 책나눔위원회가 매달 7권의 도서를 추천합니다. 문학, 인문예술, 사회과학, 자연과학, 실용일반, 그림책·동화 그리고 청소년 분야의 책나눔위원이 추천하는 도서는 여러분의 독서 욕구와 지적 호기심을 샘솟게 할 것입니다. <공감>은 책나눔위원회의 추천 도서를 매달 독자 여러분에게 소개합니다.
붕대 감기
● 윤이형 지음 ●작가정신 펴냄
왜 여성과 여성의 연대는 이토록 어려운 것일까. 여성의 아픔을 더 많이 이해해주는 사람은 여성일 것 같은데, 왜 여성들의 우정과 연대를 그린 작품은 드물까. 이런 고민을 하는 사람들이라면 윤이형의 <붕대 감기>가 반짝이는 영감을 선물해줄 것이다. 윤이형 작가는 페미니즘에 대한 자신의 깨달음을 이렇게 표현한 바 있다. “신전들이 무너지고 우상들이 깨져 실려 나간 빈자리에 가치관의 재건 작업이 시작되었다.” <붕대 감기>라는 소설 자체가 바로 이 신전의 파괴와 우상의 해체 이후 새롭게 재건되는 진정한 여성적 연대와 우정의 기록이 아닐까 싶다. 서로의 외로움과 아픔을 가장 잘 이해해주는 여성끼리의 의심 없는 우정이야말로 페미니즘의 출발이다. 여성의 탁월함을 있는 그대로 보듬어주는 사회, 여성이 여성의 업적과 재능을 짓밟지 않는 사회, 특별하거나 빛나지 않을지라도 그 자체로 아름답고 소중한 여성성의 무한한 긍정의 사유를 이 책에서 발견할 수 있다.
정여울 위원(<빈센트 나의 빈센트> 저자)
나를 보라, 있는 그대로
● 송효정 외 4인 지음 ● 온다프레스 펴냄
이 책은 화상 경험자들의 진솔한 고백이며 호소다. ‘무엇이 인간을 인간이게끔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고통과 희망의 답신이다. 거창한 이론서가 아니라 사회복지법인 한림화상재단에서 공동으로 기획한 프로젝트의 산물이다. 단순한 연민과 동정의 시선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바라봐달라는 호소는 동정 대신 공감을, 걱정 대신 응원을 요청하는 서신이다. 호기심이나 우월감이 아니라 겉모습 안의 삶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고뇌를 읽어냄으로써 그들이 살아온, 살고 있는 삶에 대해 따뜻한 시선과 마음을 공유하게 될 것이다. 지지가 그들에게 가장 큰 힘이 되었다는 고백은 있는 그대로 바라보면서 묵묵히 응원하는 힘과 가치를 새삼 깨치게 한다. 화상 이후 과정에 대한 교육 및 인식 개선과 더불어 정책적 변화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공감하게 된다. 때론 당사자가 직접 서술하지 못해 보호자의 구술과 기록자의 대필로 만들어진 글을 읽다 보면 인간과 삶이라는 근원적·보편적 문제에 대한 더 깊은 사유로 우리를 이끌 것이다.
김경집 위원(인문학자)
이상한 나라의 학교
● 강윤중 외 4인 지음 ● 글항아리 펴냄
학교는 사회와 닮았다. 이는 학교를 통한 사회 체제와 질서의 유지를 강조하는 전통적 입장에서는 의미가 있다. 하지만 개인을 위한 체제와 질서가 아닌, 개인이 함몰 또는 종속되는 사회는 분명 학교가 닮아야 할 모습은 아니다. ‘좋은’ 하면 획일화된 성공 이미지가 떠오르는 사회에서 좋은 직업과 좋은 연고를 위한 좋은 대학의 진학, 이를 위해 이른 시기에 경쟁의 전장으로 나가야 하는 청소년과 출전시키는 부모의 현실은 학교다운 학교를 고민할 만큼 여유롭지 않다. 또한 기본적 출발점에조차 서기 어려운 소외된 개인은 이런 현실에서 더욱 소외된다. 에버레트 라이머의 ‘학교는 죽었다’는 표현은 개인의 가치와 잠재력을 무력화하는 학교에 대한 우려였다. 기술혁명과 사회변혁의 시대에 제도화된 시스템인 학교의 필연적 변화를 예측하는 논의가 많다. 이는 외적인 변화다. 하지만 진정한 변화는 학교의 존재 이유에 대한 근본적 성찰에서 비롯되는 내적인 변화다. 책은 그 여정에 도움이 될 만한 사례를 담았다.
이준호 위원(호서대 경영학부 교수)
사회성이 고민입니다
● 장대익 지음 ●휴머니스트 펴냄
이 책은 인간의 본성을 과학으로 모두 설명할 수 있다고 믿는 진화학자 장대익 교수(서울대 자유전공학부)가 그 예시를 보여준 책이다. 책은 누리소통망(SNS) 등 소셜미디어가 일반화된 사회에서 우리 모두가 느끼는 관계의 공허함이나 외로움, 그리고 앞으로 직면할 인간과 인공지능(AI)의 관계 등 다양한 측면에서 사회성에 대한 고민을 과학적으로 명쾌하게 풀어내고 있다. 좀 딱딱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장대익 교수의 다른 책들에 비해 이 책이 갖는 장점은 이야기하기(스토리텔링)가 강해 아주 쉽게 읽힌다는 것과 사회성 때문에 상처 입은 우리에게 작가가 보내는 매우 따뜻한 위로를 느낄 수 있다는 점이다. 가볍게 읽을 수 있으나 절대로 가볍지 않은 이 책을 3월의 자연과학 분야 책으로 추천한다.
송기원 위원(연세대 생명과학부 교수)
혼자의 가정식
● 신미경 지음 ●뜻밖 펴냄
‘집밥’을 먹어본 게 언제일까. 갓 지은 밥과 된장찌개에 김치, 밑반찬이 있는 정갈한 집밥이 그립다. 보통 직장인들은 아침은 거르고 점심, 저녁은 사 먹는다. 사 먹는 음식은 편리하지만 대체로 맵고 짜고 달다. 건강이 걱정되는 식생활이다. <혼자의 가정식>은 잊고 있던 집밥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요리 에세이다. 일을 우선순위에 두고 간편하게 먹는 데 익숙했던 저자는 많이 아팠는데 밥을 해먹으면서 건강을 되찾았다. 경험을 바탕으로 저자는 자신을 위해 요리하는 게 ‘나를 사랑하는 방법’이라고 따뜻하게 조언한다. 그리고 어떻게 그런 일상을 살아갈 수 있는지 구체적으로 들려준다. 매일 밥을 해 먹기 위해서는 규칙적인 습관을 갖는 게 필수다. 식재료를 언제 사고 정리할 것인지 일과표를 만들고 아무리 귀찮아도 출근 전에 쌀을 씻어 불려야 퇴근 후 여유 있게 저녁밥을 먹는다. 아보카도 명란 김밥, 버터구이 전복 도시락 등 20여 가지 요리법은 초보자도 충분히 따라 해볼 수 있다.
송현경 위원(내일신문 기자)
곰팡이 보고서
● 박효미 지음 ●한겨레아이들 펴냄
재개발로 철거되는 동네. 모두 떠나고 딱 둘 남은 아이들은 집 안 음식을 훔쳐와 버려진 개와 새끼 낳은 고양이·닭을 보살피지만, 어른들은 개와 고양이를 잡아가고 닭을 잡아먹는다. 도시생활 30년에 14번을 이사했다는 작가가 이렇게 낮은 곳의 아이들 삶을 보고하는 4편의 작품집이다. 영화 <기생충>의 가족에게는 기생할 숙주라도 나타났지만 이 아이들은 그저 망연하기만 하다. 그래도 동화는 동화여서 어조는 무심한 듯 따뜻하고, 아이들은 어떻게든 놀거리와 위안을 찾아낸다. ‘김밥은 질리고 라면은 지겹’지만, 집 안에 번져가는 시커먼 곰팡이는 마음에 들어 꼼꼼히 들여다보며 관찰 보고서를 쓰는 민준이처럼. 치매로 헤매는 눈먼 늙은 개를 실직한 아버지의 화풀이에서 지키며 애지중지 돌보는 진후는 날 선 어른들의 마음을 토닥이고, 3학년 정동철은 무너져가는 다섯 집 빌라의 온갖 자질구레한 사건을 해결하는 명탐정으로 활약하며 웃음을 준다. 이 아이들에게 미안하고 고마워서 마음이 뻐근해진다.
김서정 위원(동화작가)
지구를 살리는 영화관
● 권혜선 외 4인 지음 ● 서해문집 펴냄
영화가 문화의 중심에 놓이자 그를 이용한 강좌나 프로그램이 많이 생겼다. 그것을 매개 삼아 지식과 사색을 전하는 책도 늘어나고 있다. 영화는 흥미롭고 극적인 체험을 맛보도록 할 뿐만 아니라 온갖 사실을 알려주는 종합예술이기에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 이때 영화가 스토리를 품은 이야기요, 독립된 구조의 작품이라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그 속의 체험과 사실들은 독자적인 스토리와 주제의 맥락을 형성하며 또 그 맥락에서 고유의 의미를 지니는데, 그것을 놓치거나 오독하면 일종의 견강부회가 되기 쉬운 까닭이다. 이 책은 국내외 여러 영화를 통해 청소년이 환경문제에 관심을 갖도록 일깨운다. 환경문제는 각종 제도와 얽혀 있으며,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책임이 있는 중요한 논쟁거리다. 그 차갑고 거북한 문제를 청소년이 깊이 알게 하는 데 이 책은 이바지하고 있다. 다만 선택한 영화 가운데 그 제재가 환경문제와 밀접하지 않거나 주제가 설득력이 떨어지는 것이 있어 조금 아쉽다.
최시한 위원장(숙명여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