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청년 일경험드림 사업의 일환으로 교통문화연수원에서 근무할 당시 찍은 사진 | 서혜령
광주청년 일경험드림 서혜령 씨
카페, 음식점, 도넛 가게, 독서실에서 아르바이트하며 20대 초중반을 보냈다. 다양한 아르바이트로 여러 경험을 쌓았다고 생각했지만, 사회에서 원하는 이력서 안의 경험은 그런 게 아니었다. 실전 업무 경험이 있는 사람을 원한다는 걸 이력서를 쓰며 체감했다. 이력서 쓸 때마다 큰 벽에 부딪히듯 위축감을 느끼던 서혜령 씨는 광주청년 일경험드림 사업을 만나면서 새로운 경력을 쌓았다. 일 경험을 통해 만난 사람들과 추억은 그에게 자신감을 안겨주었다. 서 씨를 만나 인터뷰했다.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밝은 에너지로 주변 사람들과 선한 영향력을 나누고 싶은 서혜령이다. 대학교 졸업한 지는 4년 됐고 카페에서 매니저를 하며 진로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중이다. (대학) 수시 합격 이후 서비스직 아르바이트를 꾸준히 했고, 최근 광주광역시에서 주관하는 일경험드림 사업을 통해 공공기관에서 6개월간 근무 후 지금의 일을 하고 있다. 주 업무는 음료 제조와 고객 응대다.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에 만족하며 나를 기억해주는 사람들과 교류하면서 뿌듯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일경험드림에 참여한 계기는 무엇인가?
=고등학교 졸업 후 아르바이트로 생활비를 마련하며 대학 생활을 했다. 첫 아르바이트는 빵집에서 3년 정도 했다. 3년쯤 다니다 보니 다치는 일도 많고, 다시 오지 않을 20대 초반인데 ‘아르바이트만 하다 끝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에 회의감도 들었다. 졸업하고 나서는 뒤늦게 진로에 대한 고민을 하며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게 됐다. 낮에는 아르바이트하고 오후 시간을 활용해 공부했는데 생각과 달리 집중하진 못했다. 공부에만 매달려도 될까 말까 한 시험인데 ‘이렇게 해서 과연 합격할 수 있을까?’ 싶었고, 그렇게 포기하지 못한 채 2년을 끌다 문득 ‘왜 공무원이 되고 싶은 거지? 남들이 말하는 안정적인 직업 때문인가?’ 의문이 들었다. 여러 채용 공고에 응시도 했는데 이력서를 내면 불합격 통지를 받는 게 반이었던 거 같다. 경력 경쟁 시대에 이력서 칸은 너무나도 많은데 저는 이렇다 할 경력이나 경험, 직무교육도 없었다. 취업이 내겐 먼 미래 얘기인 줄 알고 방치했던 게 잘못이다. 그런 와중에 버스 광고에서 광주청년 일경험드림 사업 안내문을 보게 됐다.
실무 경험 쌓고 자격증 따고 급여도 받아
-일경험드림은 어떤 사업인가?
=광주광역시와 행정안전부가 함께 추진하는 지역주도형 청년일자리 사업이다. 취업 의지가 있는 청년들이 지역에서 관심 있는 업무를 경험하고 취업으로 연결될 수 있게 돕는 ‘일자리 디딤돌’ 역할의 사업이다. 6개 유형의 사업장에서 실무 경험을 지원하고 있다. 그중 기업형은 업무 경험을 넘어 취업으로 연계될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은 기회다. 매주 25시간, 하루 5시간 근무여서 남는 시간에 자격증 취득, 체력 관리 등을 할 수도 있다. 실무 경험이 있는 인재가 될 수 있게 도움을 주는 것은 물론, 업무에 해당하는 급여(광주광역시 생활임금 적용)를 지급하기 때문에 취업 준비생의 구직활동과 생활을 지원해주는 사업이다.
-교통문화연수원에서 근무했는데 어떤 일을 했나?
=작은 거 하나에도 칭찬을 아낌없이 해줘서 일경험드림이 끝나는 순간까지 너무 감사하고 소중한 시간이었다. 교통문화연수원은 택시·버스 종사자, 어린이 등을 대상으로 교통안전 교육을 하는 시 산하기관이다. 처음 가서 맡은 업무는 기관으로 걸려오는 전화 응대였는데 택시·버스 종사자 교육 여부 조회와 확인증 출력을 도왔다. 어느 정도 업무에 익숙해지자 전국교통문화연수원협의회 업무를 맡았다. 기관으로 오는 전국교통연수원 공문서를 발송 및 관리했으며 지출결의서 작성을 도왔다. 기왕 이 기관에 출근하는 거, 도움이 되고 싶어 업무를 빨리 이해하려 했고 그런 내 노력을 아는 듯 일을 맡겨주셨던 게 내심 기뻤다. 근무 기간 동안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하루 월차를 쓰고 다음 날 아침 출근했는데, 담당 주임님이 인사를 건네며 “혜령 씨, 어제 자리 비웠다고 빈자리가 느껴지더라?”고 한 말씀이 어떤 말보다 큰 칭찬처럼 들렸다. 여기 와서 다른 사람들이 나의 존재감을 느낄 만큼 열심히 했구나 싶어서 뿌듯했다. 많은 공공기관 중에 교통문화연수원을 1지망으로 쓴 건 연수원에서 하는 일이 도시계획을 전공한 내 흥미를 끌었기 때문이다.
▶광주청년 일경험드림 사업을 통해 만난 청년들과 네트워킹 활동으로 영화를 관람했다. | 서혜령
어려운 일도 당당히 헤쳐나가 자신감 찾아줘
-일경험드림 사업 참여의 긍정적인 면은 무엇인가?
=먼저 본인이 하고 싶어 하는 직무를 경험하고 생각해볼 수 있어 좋다. 가고 싶은 기관이나 기업에서 어떤 업무를 하는지 실제 경험함으로써 진로 결정에 큰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한다. 몸으로 부딪혀보면 ‘과연 이 일이 내게 맞는지, 평생직장으로 괜찮은지’ 고민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된다. 나 역시 업무를 이해하고, 어려운 일을 당당히 헤쳐나갈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막상 경험해보니 그렇게 겁낼 필요 없다는 걸 깨달았다. 나에게 자신감을 찾아준 계기가 됐다.
-일경험드림을 하면서 다른 청년들과 네트워킹에 참여했다. 어떤 활동이었지 소개해달라.
=처음 네트워킹 활동으로 조원들 만났을 때를 생각하면 서로 어색함에 어찌할 바를 몰랐던 게 기억에 남는다. 기관에서 일하며 불편한 사항이나 뿌듯했던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에게 힘이 돼주었다. 한번은 색다르게 영화관에서 만나 같이 영화도 보며 오래 알고 지낸 친구처럼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성과를 보여줄 만한 결과가 있는 건 아니지만, 이 모임 활동을 통해 취업이라는 목표를 향해 가는 동반자를 만날 수 있어 좋았다. 일경험드림이 끝난 지 1년이 지났는데 지금도 연락하며 서로의 성공을 빌어주는 좋은 사이로 지내고 있다.
-앞으로 계획은?
=지금 하고 있는 일을 하면서 군무원 시험을 준비할 생각인데,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이 맞는지에 대해서도 끊임없이 고민하고 그걸 이루기 위한 준비도 열심히 해보려 한다. 남보다 많이 늦었지만 포기하지 않고 도전하다 보면 언젠가 하고 싶은 걸 하는 자신을 발견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취업 준비 외에도 그 나이 때 해볼 수 있는 버킷리스트를 작성해 하나씩 실천할 계획이다. 공부만 하며 살기에는 인생이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후회 없이 지금을 즐기며 행복한 미래를 살아가는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
박유리 기자
▶공 통교육 단체샷
간섭은 최소화, 지원은 최대화 경험과 직무역량 쌓을 수 있게
민간취업연계형 사업이란?
지역주도형 청년일자리 사업의 유형 가운데 민간취업연계형은 문화, 복지, 안전 등 지역사회 서비스 분야에서 청년들이 관심을 갖는 일에 대한 경험과 직무 역량을 쌓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근무시간에 따른 임금 지원, 자격증 취득 같은 구직활동과 다양한 분야의 직무교육을 지원한다. 이 가운데 눈에 띄는 사업이 광주청년 일경험드림 사업이다.
광주청년 일경험드림 사업은 광주광역시에 거주하는 만 19~34세 미취업 청년에게 공공기관형, 공익활동형, 기업형, 사회복지형, 사회적 경제형, 청년창업기업형 등 6개 유형의 현장 일 경험을 제공하고 ‘상시적인 상담’과 ‘교육’ ‘네트워크 형성 지원’을 동시에 진행한다. 주 25시간의 근무시간에 대해 생활임금을 지급해 일 경험 이외 자기 진로 준비 시간과 기초생활을 위한 소득을 보장하는 사업이다. 고용노동부 및 다른 지자체의 청년 일자리 정책과 차이점은 청년의 선택에 대해 간섭은 최소화하고 지원은 최대화한다는 점이다. 청년들의 직무 선택, 네트워크 형성 등에 사전 개입하지 않고 선택을 지원하는 것이다.
일경험드림 사업의 일 경험은 기존 공공기관 인턴제도에서 제기된 문제를 극복하고자 사업 참여자들의 진로 비전을 구체화할 수 있는 업무에 배치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기존의 청년 고용정책은 직접 일자리 창출, 직업능력개발훈련, 고용 서비스, 고용 장려금, 창업 지원, 실업소득 유지 및 지원 등 6개 사업으로 분류할 수 있다. 광주청년 일경험드림 사업은 이 가운데 직접 일자리 창출 사업이라고 볼 수 있다. 기존 공공기관 인턴제도에서 서류 복사, 자리 유지 등 할당량 채우기나 직무 능력 향상에 도움이 되지 않는 방식인 경우가 많아 사업의 효율성을 지적받기도 했다. 광주청년 일경험드림 사업은 이 같은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공공기관형의 경우 시청·구청 등 행정조직은 사업 참여에서 배제했으며, 정부 및 시 산하 공기업 등의 단순업무 지원을 제외했다. 대신 구체적인 직무 계획을 세워 청년을 참여시켰다.
일 경험을 직무 영역과 관계 영역으로 나눠 지원한 것도 특징이다. 직무 역량 증가를 위한 일 경험과 사업장 내 동료 등과 관계 방식 역량 강화를 위한 지원 및 상담으로 나뉜다. 직무 선택의 다양성을 보장하기 위해 유형을 구분하고 사업장 상담을 통해 최대 6개의 사업장을 청년이 선택해 연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