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2월 30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공수처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1996년에 참여연대가 당시 만연하던 고위공직자들의 비리를 수사·기소할 전담 기구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를 제안하면서 부패방지법 입법청원안의 한 내용으로 공수처 도입 주장을 펼친 이후, 무려 23년 만에 공수처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것이다. 부칙에 따르면 공포 6개월 후부터 법을 시행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이러한 공수처법에 대해 법 통과 이후에도 반대 주장들이 나오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반대 주장들은 명확한 근거 없이 제기되는 기우에 불과하다. 공수처법의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반대 주장이 제기하는 우려스러운 상황을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여러 조항에 걸쳐 조문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지금 나오고 있는 공수처 도입 반대 주장의 논거를 반박해본다.
대통령은 공수처장 형식적 임명권 행사
첫째, 공수처가 공수처장 임명권자인 대통령에 의해 야당 의원들을 탄압하는 도구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앞으로 공수처가 성공하느냐 실패하느냐를 가르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공수처의 ‘대통령 권력으로부터 독립성 확보’다. 이를 위해 공수처법에는 이미 대통령 권력이나 여야 특정 정치세력으로부터 공수처의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한 조항들이 들어가 있다.
예를 들어 공수처법 제6조에 따르면, 공수처장 임명에서 임명권자인 대통령은 국회에서 실질적으로 선출한 공수처장 후보에게 임명장을 주는 형식적 임명권만 행사하도록 되어 있다.
여야 추천 위원 각각 2인씩 4인을 포함하는 7인의 위원으로 구성된 국회 공수처장후보추천위원회가 7인 중 6인 이상의 찬성으로 추천한 공수처장 후보 2인 가운데 대통령은 1인을 지명할 수 있을 뿐이고, 대통령 지명을 받은 1인은 다시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친 후 대통령에게 임명장을 받도록 되어 있다.
야당 추천 위원 2인이 반대하면 나머지 추천 위원들이 모두 찬성해도 5인 찬성밖에 얻을 수 없기 때문에 2인의 공수처장 후보에도 포함될 수 없는 구조다.
이렇게 선출된 공수처장이 어떻게 대통령 의중에 따라 움직이면서 야당 의원들을 탄압하는 식의 공수처 운영을 할 수 있겠는가.
또 제9조에 따르면 공수처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공수처 내 인사위원회에서 25명까지 뽑을 수 있는 공수처 검사의 임용 등 인사에 대해 의결하게 되어 있다. 그리고 7인의 위원으로 구성된 인사위원회에도 여야가 각각 2인씩 추천한 4인의 인사가 위원으로 들어간다. 공수처 검사 인사에도 여야의 입장이 두루 반영될 수 있는 구조인 것이다.
또한 제3조 제3항을 보자. ‘대통령, 대통령비서실의 공무원은 수사처의 사무에 관하여 업무보고나 자료 제출 요구, 지시, 의견 제시, 협의, 그 밖의 직무 수행에 관여하는 일체의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된다’고 못박고 있다. 대통령이나 청와대가 공수처의 직무 수행에 어떤 영향력도 행사할 수 없게 하고 있는 것이다. 공수처가 야당 의원들을 탄압하는 도구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기우에 그치는 이유다.
공수처는 ‘옥상옥’이 아니라 ‘옥외옥’
둘째, 이미 모든 공직자에 대한 수사권과 기소권을 갖는 검찰이 있는데, 일부 고위공직자 수사를 위해 공수처를 두는 것은 지붕 위의 지붕, 즉 ‘옥상옥(屋上屋)’이 될 것이라는 우려다. 만약 공수처 검사들을 대부분 검사 출신으로 채운다면 이런 우려가 있을 수 있다. 공수처를 도입하는 핵심 취지 중 하나가 검사의 과잉 수사나 덮어주기 수사 등 권한 오남용을 감시하는 공수처를 둠으로써 형사절차상 국민의 인권을 보장하자는 것인데, 공수처 검사 대부분이 검사 출신이라면 친정이라 할 수 있는 검찰에 대해 엄정하고 객관적인 수사와 기소를 할 수 없게 될 공산이 커지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 대비하고 공수처의 ‘검찰로부터 독립성 확보’를 위해 공수처법 제8조 제1항은 검사 출신의 공수처 검사가 정원의 2분의 1을 넘을 수 없게 하고 있다. 이처럼 공수처 검사의 절반 이상을 비검사 출신 법조인으로 채운다면 공수처는 ‘옥상옥’이 아니라 검찰을 제대로 감시하는 ‘옥외옥(屋外屋)’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공수처는 무소불위의 권력기관?
셋째, 공수처야말로 수사권과 기소권을 통해 무소불위의 권력기관이 될 것이라는 우려다. 공수처법에 따르면 공수처 검사는 처장과 차장을 포함해 최대 25명이다. 과연 25명의 공수처 검사들이 2300명의 검사로 이뤄진 검찰 위에 군림할 수 있을까. 더욱이 공수처 검사나 수사관들의 직무상 권한 오남용은 검찰청 검사들의 수사 및 기소 대상이다. 공수처가 검찰을 감시하고 견제하지만, 동시에 검찰의 감시와 견제 대상이기도 한 것이다.
공수처법 시행까지 시간이 별로 없다. 지금은 근거 없는 반대를 하기보다 공수처가 국민의 여망에 맞게 제대로 출범할 수 있도록 시행령 제정 등 준비 작업에 박차를 가할 때다.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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